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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65화 (1,465/1,559)

제 1465화

던전에 대한 조사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회에 참석했던 이들의 생환이었다.

저들 하나하나는 크게 가치가 없을지 몰라도 이들이 모두 모이면 사실상 대륙급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사실이다.

그만큼 중요한 이들이 많았으니까.

초월의 종언을 든 페르세르크가 마치 노래하듯 영창하자 보랏빛의 빛으로 된 거대한 워프 마법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데이비는 워프를 무슨 귀를 후비듯 사용하지만, 상식적으로 8서클 이상의 고서클 마법이 그렇게 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황실은 난리도 아니겠네…….”

당장 에반젤린의 신호를 받고 오기 전까지만 해도 황실 내에선 기사단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테러 분자들을 처단하고 있었다.

당장 일리나가 제압한 수만 해도 십여 명. 그 규모가 보통 수준이 아닌 건 분명했다.

“대체 어디서 이런 자들이 나온 건지…….”

“속히 돌아가야 할 게야. 연회는 텄으니.”

워프 마법진을 완성시킨 그녀가 신호하자 에반젤린이 옹기종기 모인 이들에게 다가갔다.

“돌아가죠. 황실로 이동 마법을 쓸 거예요.”

“이…… 이동 마법?! 대규모로 말입니까?!”

이에 크라마가 경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귀 안 먹었어요. 소리 지르지 말아 주시겠어요? 안 그래도 드레인 때문에 컨디션이 떨어져서 머리가 징징 울리는구먼…….”

“아니 이걸 보고 어떻게 흥분을 안 할 수가 있습니까! 대규모 이동 마법진! 공간이동 자체가 워낙에 고위 마법이긴 하지만 대규모의 인원을 개인이 그 자리에서 옮기는 건 그야말로 초월적인 마법입니다!”

차가운 얼굴을 한 주제에 한껏 흥분한 크라마의 모습에 라티우스가 투덜거렸다.

“또 시작했네.”

“후우…….”

“일개 개인이 마나 게이트로도 불가능한 광역 전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놀랍지만…… 제가 아는 것이 맞다면 이건 분명 전설로나마 있던 마법인 공간전이계의 정점 마법인 워프겠지요.”

그가 날카롭게 뜬 눈을 한껏 부릅 뜨며 소리쳤다.

“그렇겠지요?!”

“그…… 반은 틀리긴 했지만…….”

워프 마법이 공간전이계의 정점 마법이 아닌 것만 빼면 틀린 건 없었다.

“이럴 수가…… 하인스의 대공비께서는 대현자를 능가하는 대마법사…….”

페르세르크에 대한 소문은 생각보다 많이 퍼지지 않았다.

한때 막내인 아벨로 인해 그녀가 마족이라는 소문이 돌긴 했으나 근본적으로 멀리 퍼진 소문은 아니었으며,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어느 정도의 힘을 지닌 존재인지도 아는 이들은 드물었다.

세상 사람들에게 페르세르크 대공비는 말 그대로 하늘에서 똑 떨어진 신기한 존재였을 테니 말이다.

“됐으니 빨리 올라가요.”

보다 못한 에반젤린이 짜증스레 크라마의 등을 떠밀 듯 밀어 넣자 다른 이들도 우물쭈물하더니 마법진 위로 올라섰다.

“그런데…… 이거 안전한 겁니까?”

“뭐라고요?”

“그게…… 고위 마법이라는 거 같은데 실패해서 우리가 다치기라도 하면…… 그 책임은…….”

그 말에 일리나는 한숨을 내쉬었고 에반젤린이 격노한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가 그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그래서. 책임소재를 정해놓고 가시겠다?”

“그…… 그건…….”

“그럼 됐네요. 나가요. 여기서 보따리 찾아대는 당신까지 구해줄 의도는 없으니까.”

“으…… 으아악?!”

에반젤린이 그를 집어던지려 들었다.

“꺼져! 너 같은 놈까지 구해줄 생각 없으니까! 네까짓 게 뭔데 우리 엄마를 무시해!!”

다만 에반젤린의 입장에선 가족을 대놓고 폄하 당한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이런 놈을 지키려 들었다는 마음에 더욱 기분이 상한 것도 한몫했다.

그녀의 과격한 행동에 이오샤가 황급히 그녀를 붙잡고 제지했다.

“지…… 진정하세요. 공녀님!”

“못해요! 아니 안 해요!”

한참동안 씩씩거리며 화를 내던 에반젤린은 결국 그 영식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사과할 때까지 분을 풀지 못했다.

아니, 사과를 받고 나서도 한참동안 분을 삭히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겉보기엔 굉장히 우아하고 고고한 공녀였는데. 성격이 굉장하네…….”

라티우스는 에반젤린이 날뛰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반면.

“크로네스? 왜 그래.”

멍하니 에반젤린을 보던 크로네스는 크라마의 부름에 흠칫 놀랐다.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긴. 아까부터 공녀에게서 시선을 떼질 못하고 있는데.”

“차…… 착각이다.”

그리 말하지만 크라마나 라티우스는 얘가 진짜 미쳤나라는 표정이었다.

우우우웅!!! 스팡!!

이윽고 빛과 함께 모두의 신형이 공간 너머로 전이되었다.

그야말로 한순간에 팔란의 황실로 돌아온 것이다.

본래라면 황실 내부로 향하는 전이 마법은 방해받을 수 있다.

데이비처럼 그런 것조차 무시하는 수준의 마법사는 사실상 없으니까.

물론, 가르강티아는 그것을 해낸 케이스에 속한다. 내부의 조력이 있었다곤 할지라도 일반적으론 불가능에 가까운 경지일 테니까.

“부상자를 옮겨라!!”

“살아있는 폭도들은 모두 구속구를 채워!!”

황성은 난리 통이었다. 기사들이 황급히 움직이고 있고 곳곳에 부상자도 가득했다.

검은 옷을 입은 이들도 상당수 보였지만 의외로 황실 시종이나 귀족으로 보이는 이들 중에서도 체포된 이들이 있었다.

“저하!”

이윽고 기사 중 하나. 화이트버드 소속의 기사단장이 놀란 얼굴로 일리나를 향해 달려왔다.

“기사단장, 어떻게 됐어?”

“갑자기 결계가 부서지고 저들이 투항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데…… 저들은…… 연회에 참석한 이들이군요. 결계가 사라진 뒤 수색에 나섰지만, 아무것도 없어서 혼란스럽던 찰나였습니다.”

“걱정 마. 전부 구해냈으니까. 그리고, 적의 수괴로 보이는 자 또한 일단 처리했어.”

“적의 수괴…… 말씀입니까?!”

“에린이가 납치된 장소에서 신호탄을 쏜 덕분에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어. 잘못했다간 대참사가 벌어지고 국제 연합이 와해되었을 거야.”

한둘도 아니고 이만한 수가 죽어버리면 대륙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럼 사상자는…….”

“가벼운 경상자, 그리고, 일부는 부상이 좀 있지만, 생명에 위치가 있는 수준까진 아니야. 미안하지만 기사단장. 의료인원을 불러 저들을 진찰해주겠어?”

“물론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고 별일은 없었지?”

“실은…….”

기사단장이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저하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 원래는 기밀 사항이지만 도움을 주셨으니까요.”

“뭐길래…….”

“내부에서 배신자가 다수 나왔습니다. 이번 혼란을 틈타 황성 전복을 노리고 움직이고 있던 자들입니다.”

“뭐? 미친 거 아냐?”

“후우…… 조사 중이긴 합니다만 그들의 행동 논리엔 조금 의문이 가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폐하께서 선두에서 지휘하시어 대부분의 전복을 꾀하는 자들을 잡아 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중얼거렸다.

“황실 마법사단장 베르타스 공작 또한 체포되었습니다.”

그말에 조심스레 이야기를 듣던 에반젤린은 피곤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고함을 잃지 않으려 드는 베르타스 공작 영애를 바라보았다.

좋은 인연은 아니지만, 동정은 갔다.

본인은 이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르는듯했다.

제 아버지가 국가전복을 꾀했을 거라곤 여기지 않았을 테니까.

모르긴 몰라도 일이 워낙에 큰 탓에 베르타스 공작가는 몰락의 길을 걸으리라.

다시는 과거의 위세를 찾을 수 없을 것이고, 자칫하면 작위까지 완전히 몰수되어 가문 자체가 박살 날 가능성도 컸다.

아니 높은 확률로 그리되리라.

“다행히 큰 사고는 피했습니다만. 조금 찜찜한 구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일단 알겠어. 고생해. 기사단장. 당장은 황성 밖으로 못 나가겠지?”

“전면 통제상황이니까요. 제가 쉴 곳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대공비님과 공녀께서도 따라오시지요. 이봐! 저하와 대공비님, 그리고 공녀께서 쉴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해드리도록.”

“예!”

“아. 그리고, 저하…… 폐하를 만나 뵈셔야 할 거 같습니다.”

“……예상은 했어.”

일리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제 오라비와의 만남은 그녀에게도 그리 달갑진 않았다.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페르세르크와 에반젤린은 기사를 따라 황성으로 진입했고, 일리나는 살리반이 지휘하고 있는 곳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폐하, 일리나 데 라운 대공비가 들었사옵니다.”

“들라 하여라.”

피곤한 목소리와 함께 어전의 문이 열리며 젊은 사내가 넓은 지도를 펼쳐놓고 있는 게 보였다.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고 살리반을 측근에서 모시는 기사 둘이 전부였다.

“일리나.”

“제국의 태양께 영광을.”

“허례허식은 되었다. 어서 와라.”

그는 담담하게 말했고, 일리나는 인상을 순간 팍 찌푸리며 말했다.

“폐하. 저는 이 나라의 황녀이기도 했지만, 현재는 하인스의 대공비입니다.”

“그래. 알고 있다.”

“그럼 적어도 최소한의 예우는 해주시는 게 어떨까요. 라운과 팔란은 긴밀한 동맹 관계일 텐데요.”

“허, 이제 대공비가 되었다고 아주 머리끝까지 기어오르겠구나. 어리석은 동생아.”

“자꾸 그러시면 저도 방법이 있습니다. 폐하.”

“네가 어쩔 거지?”

“어쩌긴 뭘 어째요. 남편한테 다 이르는 수가 있어요.

“…….”

“베갯머리 송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시는 모양인데…….”

“미…… 미안하군.”

코웃음을 치며 다가온 일리나는 품 안에서 기록용 수정구 하나를 내밀었다.

“그건?”

“적의 수괴. 이번 테러를 일으킨 존재에 대한 기록이에요. 그놈을 베어버리면서 찍은 거고요.”

그말에 살리반은 눈을 크게 뜨더니 황급히 수정구를 활성화했다.

그리고 굳은 얼굴로 모든 것을 확인했다. 에반젤린과 싸우고 있던 드래곤, 가르강티아. 그런 그를 일리나가 완전히 베어버리는 것까지 말이다.

“…….”

살리반은 굳은 얼굴로 물었다.

“거짓은 없나?”

“거짓을 말해서 방해할 생각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들을 구하러 가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하면 맞겠지.”

“의심하지 않으시나요?”

“널 의심할 시간에 사태를 수습하는 게 우선이다. 다친 곳은?”

“예?”

“다친 곳은 없냐 물었다. 네가 다치면 하인스와 사이가 틀어진다.”

사실 살리반의 입장에선 다른 건 다 제쳐놓고 일리나가 이런 위험한 존재와 싸웠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걸 애써 티 내지 않았다.

“다친 곳은 없냐 물었다.”

“없어요. 그 정도로 당할 정도였으면 저는 예전에 죽었을 테니.”

“……어리석은 것. 넌 황녀로서 하인스의 대공비가 된 입장이다. 네 몸을 관리하지 못하는 건 제국의 수치라고 생각해라.”

“말 참 곱게 하시네요. 빌어먹게.”

“…….”

살리반은 시선을 돌렸다.

다만 일리나는 고개를 돌린 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을 보지 못했다.

“그의 시체는?”

“먼지화했어요. 다만, 끝은 아니에요.”

“끝이 아니라고? 주요 전력은 모두 제압한 게 아닌가?”

“하인스 대공비…… 아니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기긴 한데. 페르세르크 언니가 그자를 알아요.”

“알고 있다고?”

“네. 다만 그는 일반적으로는 죽일 수 없는 특수한 존재라고 하더군요. 아마 어딘가에서 부활하거나 이미 부활해서 다른 곳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을 거예요.”

“산 넘어 산이군…….”

“베르타스 공작이 체포되었다고 들었는데요.”

“네가 신경 쓸 바가 아니다.”

“……데이비한테 이를까요?.”

“미안하군. 그는 국가전복을 모략했다.”

살리반이 식은땀을 흘렸다. 과거 데이비가 시위랍시고 황성 창공에 메테오를 띄워놓고 웃던 모습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는 그였다.

“그래도 감사는 표해야겠지. 너와 페르세르크 대공비. 그리고 에반젤린 공녀의 재빠른 협조 덕분에 큰 사건을 피할 수 있었다. 자칫하면 국제 연합이 와해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도 있었다.”

“전부터 위험한 움직임이 있을 거라곤 말했을 텐데요.”

“네가 연회에 참석하기 싫어서 꾀를 부린 게 아니라는 게 놀랍군.”

“이를까요?”

“계속하지…… 어찌 되었건 사태는 대부분 정리되었다. 네 말대로라면 적의 수괴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드래곤…… 그것도 영상에 저장된 수준의 힘을 지닌 존재라면…….”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저놈이 황성에 나타나서 난동을 부리면 그 피해는 가히 엄청날 거에요. 제압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네요.”

“영상에는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았는데.”

“일반적인 공격은 그에게 닿지 못해요. 이건 단순히 하는 말이 아니에요.”

일리나가 진지하게 말하자 살리반은 눈을 감았다.

“이제 돌아가라. 자세한 내막은 들었으니 너는 더는 신경 쓰지 말고 통제가 풀리는 대로 하인스로 돌아가.”

“이야기 못 들었어요? 그가 다시 움직이면 팔란의 황성이 못 버틴다니까!”

“그건 네가 신경 쓸 바가 아니다.”

“나도 이 나라 황녀 출신이에요! 여긴 내 집이라고요!”

“넌 출가외인일 뿐이다!”

그의 외침에 일리나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살리반은 어떻게든 일리나가 위험한 이번 일에서 빠지길 바랐지만, 진실을 털어놓지 않은 이상 반드시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됐다. 이번 일은 팔란이 헤쳐나가야 할 일이다. 넌 돌아가. 도움이 필요하면 차후에 요청하도록 하지.”

다만 예전처럼 일리나에 비해 모든 것이 월등하던 시기는 지났다. 살리반은 이 이유 모를 시원섭섭함을 느끼며 그녀를 돌려보냈다.

일리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어느 정도 수긍했다.

“잊지 마세요. 오라버니가 아무리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해도 팔란은 내 고향이에요.”

“넌 팔란이 아니라 하인스를 위해 살아야 한다. 일리나. 그게 네가 선택한 인생이고 네 운명이다.”

“알 게 뭐야.”

“철없는 것…….”

일리나가 떠나간 뒤 살리반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걸터앉았다.

“폐하…….”

“되었다. 이 정도면 충분해.”

“하지만……”

“세월이 참 빠르지 않나, 발트 경.”

“예?”

“그 철없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던 철 없던 동생이……저렇게 걱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고작 1~2년 사이에…….”

이곳에 있는 이들은 살리반이 일리나를 얼마나 챙기고 있는지를 알았다.

죽은 황태자와 달리 틈만 나면 반목했지만, 살리반의 행동 방침은 처음부터 변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털어놓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래. 하인스의 힘은 제국 이상이지. 이제 와서는 그녀의 안전을 더는 걱정할 처지가 아님을 알지만. 팔란 내부의 일이 일리나의 앞길에 방해가 되는 건 형님과의 약속에 어긋난다.”

그렇게 말한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공작은?”

“침묵 중입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그의 행동 이유에는 이유가 있겠지요.”

“게다가 일리나가 가져다준 정보에 따르면 상대의 수괴는 드래곤…… 이라 하였지…….”

“설마 드래곤을 이리 보게 될 줄…….”

대부분의 테러 분자를 잡았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어디에 더 적이 있는지 알 수 없기에 모두가 침묵한다.

그때였다.

“폐…… 폐하!! 큰일 났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음이 일어나며 창문 너머에 비치는 황성 건물 하나가 전소해버렸다.

“저긴 설마?!”

“타국에서 온 영애들과 영식들이 머무르던 곳입니다!”

그 말과 동시에 살리반은 허겁지겁 뛰쳐나갔다.

“폐하!!!”

기사들이 그를 말리려 했지만, 살리반은 멈추지 않았다.

그 건물은 조금 전 일리나가 향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저기서 대규모 사태가 터지면. 단순히 납치되어서 살해당하는 것 이상으로 큰 문제로 번질 수 있었다.

“빌어먹을!”

“폐하!”

“대체 경비를 어떻게 선 것인가!”

“보고에 따르면 침입자는 없었다고 합니다!”

“뭐라?! 그럼 내부에 있는 영식과 영애 중 테러 분자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그리 말하던 살리반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처음부터 적의 테러범이 영식과 영애들 사이에 숨어있었다면.

상황의 흐름을 보고 재차 테러를 가한 것이라면 이 사태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외부에서 보면 팔란이 경비에 허술해 모두를 죽인 셈이 되었으니까.

무엇보다 팔란 내부에서도 배신자가 나온 상황.

사태가 끔찍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만 그것 이상으로 그가 미친 듯이 달리게 만든 원인은…….

“일리나!!! 일리나!!!”

그는 황제의 체면도 잊은 채 망토를 벗어 던지고는 불길에 휩싸인 건물로 진입하려 들었다.

“폐하! 고정하시옵소서!!! 내부에서 계속된 폭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거 놔라! 안에 일리나가 있다 하지 않았느냐!!! 일리나!!”

평소의 모습도 잊어버린 채 그는 미친 듯이 진입하기 위해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기사들은 그를 단단히 옥죄고는 절대 진입하지 못하게 틀어막았다.

“일리나!!!”

다급히 소리치는 그의 목소리에 점차 절규가 서린다. 이 정도 대폭발이면 마스터 급도 무사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여려 보이는 여동생이 휘말렸다니. 절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기사들도 다 뿌리치고 그가 들어가려던 찰나.

“오라버니?”

당황한 목소리에 살리반 황제의 몸이 우뚝 굳었다.

“지금 무슨…….”

멍하니 자신을 보는 일리나는 멀쩡해 보였다.

이에 그가 굳은 얼굴로 건물과 일리나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더니 소리쳤다.

“크…… 크흠! 다행이로군. 네가 쓸데없이 다치면 하인스와 사이가 틀어질 뻔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그를 보며 일리나가 화가 난 표정으로 낮게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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