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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499화 (1,499/1,559)

제 1499화

부우우웅!!! 끼익!

“여기서 잠시 멈춰서 기름 채우고 정비 후에 다시 출발합니다.”

가드 팀장을 맡고 있는 각성자의 말에 그의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부는 차량에 유류를 채웠고 일부는 주변을 경계하거나 화장실로 향한다.

“어으…… 무슨 요인 경호도 아니고…… 그림 몇 점 옮기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자네 이쪽 업무는 처음인가?”

가드 복장을 한 젊은 청년에게 다가간 중년의 사내가 껄껄 웃었다.

“예? 아 뭐…… 그렇긴 합니다만…….”

“내용물은 사실 우리도 모르네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네, 저 안에 있는 내용물이 파손되는 순간 자네 평생 연봉을 다 때려 박아도 살 수 없는 손해가 생기지.”

다른 말로 하면…….

“사람보다 더 귀하네요. 웃긴 세상이네. 사람보다 물건이 비싸다니.”

“다 그런 거 아니겠나. 다행히 이번 물건은 보호 마법도 걸려있는 데다 운송팀도 최고 실력자들이니 걱정 말게.”

“그러면 다행입니다만…….”

“그리고, 의뢰내용에 대해 괜히 호기심 가져봐야 좋을 거 하나도 없어. 잘 새겨두라고.”

“그런가요.”

“그래. 우린 받은 만큼 일하면 되는 거야.”

그때 팀장의 시야로 독특하게 생긴 큰 트럭 한 대가 들어오는 게 보인다.

기묘한 트럭이다.

“선배님? 왜 그러세요?”

“아니, 기분 탓이겠지.”

“안녕하세요. 주유하러 오셨나 보네요.”

“아. 예.”

운전수로 보이는 사내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걸어왔다.

“어휴. 물건을 운송 중인데. 하필 기름이 떨어져서요. 인적이 드문 곳이라 주유소가 있을까 했는데 다행이지 뭡니까.”

“하하.”

넉살 좋게 말을 걸어오는 트럭운전사의 모습에 팀장은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그는 끈질기게 자잘한 수다를 떨어왔다.

“그럼 저희는 준비가 끝났으니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이고, 그러십시오. 운전 조심하시고.”

껄껄 웃으며 배웅하는 그들을 뒤로한 채 운송팀은 다시금 도로에 올랐다.

“선배님. 표정이 왜 안 좋으신 겁니까?”

팀장의 표정이 마냥 밝지 못하자 가드 중 하나가 조심스레 물었다.

“조금 전의 두 사람.”

“그 트럭운전사요?”

“그래. 느낌이 좋지 않아서.”

담담하게 말하지만 과민반응일 수도 있었다. 이런 조용한 휴게소라곤 해도 가끔 운송업자들이 들리는 편이었으니까.

“느낌이라…… 그냥 평범한 운송업자들 아닙니까?”

“그랬으면 좋겠…….”

말을 하던 그가 사이드미러를 한번 보고는 인상을 구겼다.

“전원 준비해라.”

“네?”

“저것들. 그냥 운송업자가 아닌 것 같…….”

콰아아앙!!!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람 하나 없는 도로에서 미친 듯이 가속한 트럭이 에반젤린의 그림을 운송하던 트럭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트럭은 굉음을 내며 수차례 비틀거렸고 그대로 근처의 나무를 부수듯 처박으며 경로를 한참 이탈한 후에나 멈췄다.

에반젤린의 그림을 운송하는 차량에 비해 트럭은 상당히 거대했다.

그 때문에 속도 면에서 이쪽이 밀릴 리가 없을 텐데, 트럭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크윽!? 이 무식한 새끼들! 전원 움직여!”

파악된 인원은 고작 둘. 이곳엔 십여 명의 가드가 있다. 비록 사고 때문에 부상을 당한 이가 한둘 정도야 있겠지만 문제는 없다.

멈춰버린 차량의 문을 열고 가드들이 일사불란하게 차량에서 빠져나왔다. 조금 전 들이박은 트럭은 단순 사고가 아닌 명백히 운송 중인 물건을 노리는 행동이었다.

설마설마했지만 정말로 운송을 인터셉트하려는 놈들이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한 이들은 당혹스러운 표정들이었다.

이윽고 뒤쪽에서 다가와 처박은 트럭에서 누군가가 내린다.

숫자는 이쪽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긴장을 놓을 순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처럼 어느 정도 허가된 무기로 싸우는 게 아닌 각성자끼리 싸움이 번져버리면 숫자가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저…… 저게 무슨…….”

언제 다가왔는지 사방에 자욱하게 안개가 깔리기 시작한다.

마치 시야를 차단하려는 듯한 움직임이지만 가드 팀장은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명령을 하달했다.

“자기 자리를 지켜라! 상대는 각성자다! 위험하다 싶으면 발포도 허가…… 컥?!”

순식간에 다가온 누군가가 팀장의 감지를 뚫고 그의 복부에 강력한 한 방을 먹이기가 무섭게 그의 육신이 무너져 내린다.

안개 너머로 보이는 이는 고작해야 네 명.

하지만 십여 명이나 되는 고급 가드인 그들이 단 한 명도 제압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크륵…… 큭…….”

이미 다른 가드들은 의식을 잃었는지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상황이었다.

“대체…… 네놈들은…….”

힘겹게 말을 걸어보지만, 그들은 능숙하게 주변의 증거를 인멸한 뒤 운송 트럭에서 꺼낸 장비를 이용해 에반젤린의 그림이 담긴 상자 두 개를 회수하여 자신들의 트럭에 실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떠나가버렸다.

충돌 직후부터 상황종료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당장 운신이 가능한 이 또한 없었다.

팀장이 의식을 잃기 전 보낸 지원요청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계속해서 그곳에 쓰러져 있었으리라.

* * *

“이게 그건가?”

“무슨 상관이야. 우린 물건 건네주고 돈만 받으면 그만인데.”

의뢰주 오울의 의뢰를 받아 이번 일을 저질렀지만 사실 네 사내에게 있어서 이번 임무는 이렇게 쉽게 풀릴 거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보수가 수백만 유로에 달하는 만큼 상당한 출혈이나 세밀한 계획은 필수라 여겼건만. 늘 하던 대로 한 계획에서 성공해버렸다.

그 때문에 다른 이들은 일이 쉽게 풀렸다면서 좋아했지만 한 명만큼은 도저히 좋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다만, 물건 자체는 확보에 성공한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그나저나 이거…….”

“풀 수 있겠나?”

“날 뭘로 보는 겁니까.”

그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대답한다.

“내 손에 걸려서 안 열린 자물쇠가 없어요.”

“믿도록 하지.”

그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3시간 정도가 흘렀을 때.

“으아아악!!! 빌어먹을!! 대체 무슨 짓을 해놓은 거야!!”

그는 자신만만하던 태도를 버리고 머리를 쥐어뜯어야만 했다.

* * *

쾅!!

“대체 뭣들 한 겐가! 이러려고 큰돈을 주고 자네들을 고용한 줄 아는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의뢰 실패였다.

부상을 입은 채 돌아온 가드들을 보며 빈덴 카푸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이를 어이할꼬…….”

“우선 놈들을 추적할 수 있도록 물건에 추적장치를 설치해두었습니다만, 빠르게 재밍당했더군요. 저희만으론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상대는 상위 각성자가 있습니다.”

그의 말에 빈덴은 머리를 감싸 쥐고는 침음성을 흘렸다.

“후우…… 미치겠군. 정말…….”

“저…… 물건이 파손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셔야…….”

“아니…… 그건 걱정하지 말게…….”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예?”

“그 정도로 위험했으면 이 정도로 끝냈을 리가 없지. 자네들은 모르는 모양이지만 그 물건은 티오니스 성자가 직접 보호 마법을 걸어둔 물건들이니까.”

“티…… 티오니스 성자요?!”

“그래. 알려져서 좋을 게 없지만, 자네들은 이 일을 책임져야 하니 사실을 알아두게. 그 그림들은 다름 아닌 티오니스 성자의 딸인 에반젤린 공녀의 것일세.”

“아…….”

그제야 가드들은 한창 박물관 전시회에 전시되기로 예정된 에반젤린의 그림에 대한 소문을 들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에…… 내가 본 게 그 방장의 그림 원본이었다니…….”

일부는 아무래도 에반젤린의 시청자 출신이었던 모양이었다.

“이거…… 일이 심각해진 거 아닙니까? 하필 티오니스 성자 쪽과 관련된 일이라면…….”

“적어도 우린 몰라도 그놈들은 곱게 죽긴 틀렸겠지. 하지만 아직 그쪽에는 이 일이 전해지지 않았네. 그리고 알릴 생각도 없고.”

“알릴 생각이 없으시다는 말씀은…….”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지 말고 우리 선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네. 자칫하면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니까.”

자국 내에서 물건 간수 하나 못 해서 강도질이나 당한다니. 대통령이 들었으면 거품을 물고 소리를 질러댔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물건의 파손은 걱정이 없다는 점인데…….”

그가 금속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이게 없으면 그 누구도 그 상자를 파손하거나 열 수 없을 걸세.”

문제는 그것이 어디 있냐는 것이었다.

“그러니 파손은 걱정하지 말고 찾아내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게. 필요하다면 지원을 더 하도록 하지.”

“명심하겠습니다.”

“빌어먹을 완전히 국가 망신이군…….”

특별히 애국심이 강한 것은 아니지만 프랑스 내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한 거대한 사업이다.

게다가 다른 국가의 유명한 명화들도 가져와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자국 내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지다니 머리가 아파져 올 지경이었다.

보고를 마친 가드 팀장이 나가기가 무섭게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눈두덩이를 지지하듯 받치고는 생각에 잠겼다.

그때 그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온다.

국제 전화.

번호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에반젤린이었다.

“크흠…….”

왜 지금에 와서?

식은땀을 흘리며 전화를 받은 그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에반젤린 올 라운 양. 빈덴 카푸하입니다. 무슨 일이 습니까?”

-아 다름이 아니라 제가 잘못 본 게 아니면 조금 곤란한 상황이신 거 같아서요.

“아…… 그…… 그것은…….”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

당황하는 그를 향해 에반젤린이 웃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슨 일이 있나요?

자신을 믿어준 사람에게 계속 숨기는 것도 못 할 짓이었다.

빈덴 카푸하는 탄식을 흘리며 에반젤린에게 현 상황에 대해 알려주었다.

“아무래도 그들은 한창 유명한 도둑집단인 [월급쟁이]들인 것 같더군요. 유명한 곳의 물건들을 소리소문없이 털어가는 전문가들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물건은 제가 시간 내에 반드시 찾아내도록…….”

그때였다.

-그럼 물건을 빼앗긴 거네요?

“예? 아아…… 네 그렇습니다만…….”

-그럼 현재 물건은 범죄자들의 손에 넘어가 있는 건가요?

“정확히는 악질 범죄자들이지요.”

-그럼 터뜨리죠.

예?

잠시 할 말을 잃은 빈덴 카푸하가 잠시 멍한 얼굴을 했다.

“에반젤린 올 라운 양? 그게 무슨…….”

-그 케이스에 방어 마법도 걸려있지만, 대규모 폭발 수식도 새겨져 있거든요. 휘말려도 상관없는 거죠?

“어…… 어어……. 그……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터뜨릴게요.

“자…… 잠시만요! 그리되면 그…… 그림이!!”

아미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도 정도가 있지. 물건을 빼앗겼다고 그것을 폭파해버리겠다니. 이 무슨 정신 나간 발상이란 말인가.

하지만 에반젤린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네? 문제라도 있나요?

“당연합니다! 당신의 그림들은 가치가 방대한 명화들입니다! 그것들을 그렇게 버리게 되면 저들이 바라는…….

-그림은 멀쩡할 텐데요?

“예?”

할 말을 잃은 그가 되물었다.

-그 케이스에 걸린 보호 마법. 탄도미사일이 직격해도 멀쩡할 거라고 했잖아요.

“그…… 그런…….”

-아마 폭발 후에 엄청 크게 티가 날 테니 그곳을 찾아가면 될 거에요.

헛웃음이 나왔다.

에반젤린의 행동은 가끔 굉장히 기묘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추적기까지 재밍 당한 상황 속에서 물건을 되찾으려면 화려한 폭죽을 터뜨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 하면 준비 끝에 폭발을…….”

-아 걱정 마세요. 폭발 후에 트리거로 추가 요소를 심어두었다고 아빠가 말했으니까요. 정해진 위치까지 전달해드릴게요.

“그…… 그게 무슨…….”

-돕고 살아야죠. 제 그림을 좋게 봐주셨고. 무상으로 많은 분이 보게 해주셨는데 이런 거로 화를 낼만큼 속이 좁진 않아요.

“그……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걱정 마세요. 후훗.

처음부터 이런 상황은 전혀 신경 쓸게 못 된다는 뜻이었을까.

빈덴 카푸하는 에반젤린이 저래 보여도 결국은 티오니스 성자의 딸이 맞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에반젤린이 통화를 하고 있던 시각.

그림이 담긴 상자 두 개를 탈취했던 네 명의 사내들은 퀭한 얼굴로 눈앞의 상자들을 노려보았다.

별짓을 다 해봤지만 도저히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빌어먹을! 대체 무슨 짓을 해놓은 거야! 핵 방공호도 이것보단 덜 튼튼하겠네!”

격분한 사내가 손에 든 장비를 내던지며 욕지기를 뱉었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단단한 봉합을 열 수단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날로그도 안돼. 디지털 방식으로도 안돼. 뭘 어쩌라는 거야!!”

벌써 두 시간째 시간만 허비하고 있었다.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으면 의뢰를 완수할 수 없었던 그들로썬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냥 브리칭할까?”

“아까 해봤습니다. 흠집도 안 나더군요.”

“강화 철문도 날려버리는 하드브리칭도?”

“예. 씨알도 안 먹힙니다.”

금속제 케이스를 텅텅 두드리며 말한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할까요. 이대로 그냥 가져다줄까요? 이거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아무리 수백만 유로가 보상이라지만 애초에 우리는 탈취까지 해내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다만……. 만에 하나라도.”

“만에 하나는 무슨 얼어 죽을! 이걸 대체 무슨 수로 엽니까! 어디 여기 탄도미사일이라도 꽂아버리실래요?!”

그의 외침에 [월급쟁이]의 리더는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안에 내용물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지 못하면 의뢰를 완수할 수가 없어. 애초에 정말로 이 안에 그 물건이 있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

그때였다.

갑자기 상자가 옅게 떨리기 시작하더니 빛을 뿜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월급쟁이]의 리더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 눈을 부릅 떴다.

그리고는 소리 질렀다.

“다들 엎드려!!!!”

반사적으로 저게 뭘 의미하는지 깨달은 그가 소리 지르며 곁에 있던 사내를 끌어당기고 몸을 날려 바닥에 엎드렸다.

동시에 강력한 보호의 힘을 두르고 나자 엄청난 폭발이 사방을 휘감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가히 미사일 한 발이 휩쓸고 간듯한 엄청난 폭발력에 방어막이 수 겹 박살 나며 나뒹굴었다.

폭발에 휘말린 한 명은 큰 부상을 입었는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런 미친! 대체 무슨 짓을?!”

정 안되면 파괴하라곤 했지만, 케이스가 멋대로 폭발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하…… 하지만 이렇게 터져준다면…….”

쿨럭거리며 몸을 일으킨 [월급쟁이]의 리더는 차라리 잘되었다 생각하며 내부의 잔해만을 챙겨갈 생각으로 힘겹게 움직였다.

하지만.

연기가 걷히고 난 후에 드러난 광경은 그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거대한 폭발 속에서도 흠집 하나 없이 멀쩡한 케이스가 보인다.

탄도미사일?

저걸 미사일 같은 거로 파괴할 수나 있을까.

말도 안 되는 내구력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그들을 두렵게 만든 것은 상자에 걸터앉아있는 몇몇 인영이 문제였다.

붉은색의 팬티만 입은 새하얀 육체.

터질듯한 근육.

그리고 머리 위에 돋아난 두 개의 귀와 콩알 같은 빨간색 눈이 보인다.

“저…… 저게 무슨…….”

의식이 있는 셋은 멍하니 그 몰골을 보았고 상자에서 나타난 거대한 근육 토끼들은 가만히 그들을 보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고대 마수. 재앙에 가까운 존재인 보팔 레빗이 그림자를 통해 이동하거나 잠복할 수 있으며 본체에서 무수한 분신을 뽑아낸다는 사실을 그들은 몰랐다.

-뀨.

묵직한 목소리에 오한이 들었다.

[월급쟁이]의 리더는 오랜 시간 의뢰를 받아 많은 것을 털어왔다.

그렇기에 그의 직감은 꽤 쓸만한 편이었다.

그리고 그가 느낀 직감은 단 한 가지였다.

“모두…….”

-뀨.

“튀어!!!!!”

지금 도망가지 않으면 아주 작살 날 거라는 사실을.

그의 외침과 동시에 정신을 차리고 있던 셋은 비명을 지르는 몸을 강제로 채찍질하며 창고를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각성자의 육체를 이용해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입구로 나가기 직전 날아든 새하얀 팔뚝이 목에 꽂히며 그들의 의식이 순간적으로 점멸한다.

자신은 상위 각성자인 만큼 육체 능력도 상당한 편이다.

그런 자신이 손도 쓰지 못하고 치명타를 입을 정도의 파괴력에 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뚜둑…… 뚜둑…….

다만 이 미친 괴물 토끼들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그 자리에 선 채 머스큘라 자세를 취하며 자신들의 근육을 과시한다.

토끼의 수는 여덟 정도.

하지만 하나하나 감히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분신체 중에서도 상위 분신체가 케이스의 그림자 안에 들어있었다는 걸 몰랐던 최후였다.

저 토끼들.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다. 티오니스 성자가 부리는 마수라고 했던가.

그러니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의뢰 보수가 수백만 유로?

느낌이 이상할 때 바로 거절했어야 했는데…… 빌어먹을 물건이 티오니스 성자와 관련된 물건이었던 모양이다.

[월급쟁이]의 리더는 그렇게 먹히지도 않을 후회를 하며 의식을 잃어버렸다.

이후 이 근육 토끼들은 기절한 그들과 에반젤린의 그림이 담긴 케이스를 둘러메고는 창고를 빠져나갔고 그리 오랜 시간도 걸리지 않아 기다리고 있던 빈덴 카푸하에 케이스를 전달해버렸다.

“저…… 팀장님……. 저희 필요했던 겁니까?”

“묻지 마라. 나도 혼란스럽다…….”

물건을 운송하던 가드들은 터질듯한 근육을 지닌 토끼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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