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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504화 (1,504/1,559)

제 1504화

비화가 내놓은 게임의 난이도는 사실 다양한 편이다.

다만 에반젤린과 비화가 하고 있는 극사실주의 모드는 주인공 캐릭터들이 하이퍼 솔저라는 특수성을 지녀도 일반인이 하기에 너무 높은 난이도라는 건 분명했다.

그런 탓일까.

“으아아…… 이건 이 정도 육체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사방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포화에 머리만 내밀어도 터져나갈 것 같다.

실제로 두꺼운 엄폐물 너머는 이미 벌집이 된 상태로 에반젤린이 근처에 있는 나무 조각을 허공에 던지자마자 순식간에 걸레짝이 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거 밀 수 있어? 쟤들은 탄이 고갈되지도 않나 봐.”

에반젤린이 계속되는 총성에 짜증이 난 듯 중얼거리자 비화는 잠시 고민하다 허리춤을 가리켰다.

“허리? 왜?”

“무전기 줘.”

비화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받아든 뒤 주파수를 맞추고 통신을 보내기 시작했다.

“지휘부 지휘부, 여기는 올빼미 들리면 응답 바란다.”

-치익. 올빼미 감명도 확인.

“현 상황. 대규모 포화 진행 중. 타입 알파 요청. 알파 라인 준비는?”

-알파 라인 준비 완료. 항공기를 출격시키겠다. 3분 이내에 도착.

“좌표는 제로-하나-셋-하나 공. 신호하면 5초 후 데인저클로즈 요청.”

-확인. 추가사항을 요청한다.

“엄폐물이 다수 발견됐다. 버스터 후 알파 라인을 요청. 추가 좌표는 신호기를 사용하겠다 이상.”

-확인.

비화의 통신을 보며 에반젤린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

-?? 뭐임?

-아니 뭔데 무슨 말인데 저겤ㅋㅋㅋㅋ

-미친 고증 돌았냐고 ㅋㅋ

-아니 그보다 저걸 대체 어떻게 아는데?ㅋㅋ 군필 여신님이냐?ㅋㅋㅋ

-보통 군필도 저런 건 모름 ㅋㅋㅋ

깔끔하게 연락을 마치기가 무섭게 비화는 허리에 채워둔 레이저 포인터 같은 장치를 꺼내 슬쩍 내밀어 레이저를 조준했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엄청난 수의 포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량의 고폭탄이 낙하 중. 몸을 확실히 엄폐하라.

“확인.”

쾅!!! 쾅!! 콰쾅!!!

지하 연구시설이지만 현재 이곳은 외부의 입구 쪽이다.

구출하려 했던 인물을 확보하고 탈출로를 확보하기 위해 나와 있었던 만큼 천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포격이 용이했다.

수십 차례 쏟아지는 폭발 속에서 에반젤린은 짧게 탄성을 흘렸다.

그래도 게임은 게임인 탓일까.

굉음이 울려 퍼져도 실제 폭음이나 총성처럼 모든 소리를 먹어치우진 않았다.

“저기 여러분. 우리 언니. 그동안 뭘 하고 다닌 걸까요.”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 ㅋㅋㅋ

-ㅋㅋㅋ 군필 여신님 진짜 ㅋㅋㅋ

-아니 뭔데 멋있냐고 ㅋㅋㅋ

수차례 가해진 포격 속에서 사실 살아남는 존재는 없었다.

생체병기니 뭐니해도 결국은 인간의 피륙이 변한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완전히 폐허를 만들어버리는 포격 끝에 총성이 완전히 멎자 비화는 등에 메고 한 번도 쓰지 않던 저격총을 꺼내 순간적으로 조준하고 숨어있던 유일한 적 저격수의 머리통을 노려버렸다.

-???

-순줌이요? 아니 게임도 아니고 ㅋㅋㅋㅋ

-미치셨습니까 휴먼 ㅋㅋ

-그보다 그걸 어떻게 알았는데 ㅋㅋ

-게임 제작자인데 그걸 모를까 ㅋㅋ

“언니…… 방금 그거 어떻게 찾았어?”

“노즐 플래시를 봐뒀거든. 겁도 없이 위치도 안 바꾸고 있길래 머리통을 날려버렸지.”

“엥?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자세한 건 후배가 만든 거라. 나도 자세한 내용물은 몰라.”

담담하게 총을 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확보한 인원을 데리고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리 대기 중이던 헬기에 오르는 것으로 임무를 빠르게 완수했다.

두둥! 소리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고 화면이 일순간 변한다.

현실이 아닌 게임이기에 돌아가는 것까지 구현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기실에서 모습을 드러내기가 무섭게 정산 창이 드러났고 비화는 미련 없이 그것들을 스킵시켜 버린 채 물었다.

“어때. 재밌어?”

“난 사실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해본 FPS류 중엔 제일 멋있는 거 같아.”

일반적으로 실내에 포격을 요청한다고 데미지가 들어오는 경우는 잘 없지만, 이놈의 미친개임은 천장을 특수한 방법으로 붕괴 시켜버린 뒤 포격을 가하거나 일반적인 차폐문 말고 약한 벽을 브리칭하기도 하며 가히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공략이 가능했다.

즉. 즐기는 유저의 수준에 따라서 얼마든지 기상천외한 방법이 나온다는 소리였다.

“우와…… 재밌었다.”

다만 너무 현실적이라고 해도 게임적 요소가 충분해 과몰입을 방지하는 건 분명했다.

무리하게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없애거나 고통이 삭제되고 누가 해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장비의 방법. 그 외에도 탄약의 보유량이 일반적인 것보다 크거나 하는 경우가 그런 케이스였다.

물론, 두 사람이 한 극사실주의에 가까운 모드는 그런 보정이 거의 없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게임의 템포가 지루하지 않고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사람들의 관심과 몰입을 더욱 일깨웠다.

마치 잠입영화 한 편을 본 것 같은 모양새에 여운에서 쉬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시청자들 중 일부는 벌써 게임 영상 일부를 잘라 클립으로 만들어 수출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중에 FPS류를 즐기는 스트리머들의 반응이 제법이었다.

-응? 이거 뭔데? 가상현실이야? 가상현실 FPS는 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거슬리는 게 있는데 말이야. 응? 뭐야 이거…… 이런 게임은 처음 보는데? 이번에 나온 거라고?

말없이 두 사람의 경악스러운 돌파를 지켜보고 있던 스트리머가 벙찐 표정으로 말했다.

-야…… 이거 저 두 사람은 무슨 특수부대 출신이야? 아니 뭔……하하하…….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리던 그가 묻는다.

-그래서. 이거 이름이 뭔데. 나오면 무조건 해본다.

반응은 좋았다.

그 외에도.

-??이 정도 사실적이면 그냥 특수부대 훈련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도 충분하겠는데? 재미는 진짜 있겠다.

비화가 유도한 대로 게임의 반응은 상당했다.

비록 본래 목적은 에반젤린의 방송에서 이 게임을 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몰입을 끌어내는 것으로 에너지를 모으는 것이지만 그 외에도 조율의 권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많은 이들의 참여가 있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비화는 이후로 에반젤린의 시청자 두어 명을 랜덤으로 불러낸 뒤 미션을 서너 개 정도 더 깨고 나서야 멈췄다.

“아으…… 오늘 방송 재밌었다.”

-아니 스토리도 있네 ㅋㅋㅋ

-이거 대전 모드 같은 것도 있음?

내용은 간단했다. 세계의 어둠 속에서 암약하는 테러집단과 충돌하는 것이 그 주된 내용이었다.

메인으로 등장하는 NPC들의 서사나 놀라운 연출까지. 사실적이면서도 너무 현실적이지 않고 게임적인 요소가 충분히 가미된. 것으로 인기 자체는 충분해 보였다.

무엇보다 경악스러운 것은…….

“그런데 이거 게임…… 얼마에 팔 거야?”

“음…… 그냥 풀면 시장이 망가질 테니 일반 가격에 배포할 생각인데?”

비화는 아무렇지도 않게 과자를 입에 털어 넣으며 말했다.

“제작 기간은?”

“사흘.”

-????

-사흘이요?

-혹시 미치셨습니까?

-아니 간간이 보면 초단이나 에반젤린 이상으로 비화가 제일 비정상임 ㅋㅋㅋ

-비화가 비정상? 라임 보소…….

삐릭.

-얄리얄리얄리 님이 5분 채팅 금지를 당하셨습니다.

시청자들은 당황한 모습이지만 에반젤린은 사흘이라는 단어가 뭘 의미하는지 깨닫고 마이크를 껐다.

“언니…… 이거 설마…….”

“그래. 거품 세계. 다만 이 거품 세계는 불안전한 부분이 많아서. 지구의 가상현실을 이용해서 거품 세계의 붕괴를 조율하면서 네 목적도 이루는 거지.”

아무리 비화가 상위 여신이라도 세계를 창조하는 건 별개의 이야기였을 테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이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비화는 적절한 대전방식을 추가한 뒤 곧바로 게임을 신성을 통해 출시시켰다.

에반젤린의 방송이 이런저런 클립이나 짤막한 영상으로 퍼져나간 덕분에 이렇다 할 광고도 하지 않았음에도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가히 엄청난 수의 유저들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의 차이를 모르는 이들은 겁도 없이 상위난이도를 골랐다가 피를 보기도 했다.

-브리칭!! 브리칭 없어?!

-아까 다 썼어 미친!

-으아아악!! 그러니까 적당히 아까라니까!!

게임의 어려운 요소가 무엇인가.

바로 결핍에서 오는 어려움이다.

뚫을 곳이 많아서 기상천외한 방법을 쓴 건 좋은데 정작 장비가 부족해지기 일수라는 게 문제였다.

쟁쟁한 FPS 스트리머들도 죽을 쓰기에 십상인 상황이 유달리 벌어졌다는 것이 꽤 유명했다.

너무 어려우면 난이도를 낮추면 될 텐데.

막상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것들도 존재한다. 실제로 비화가 설명했던 대로 파밍을 마친 후에 들이박으면 조금 더 쉬울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 탓일까. 고위난이도를 돌파하는 데에 눈이 돌아간 유저들이 각자의 전략 방법을 계속해서 꺼내는 이야기도 있었다.

고작해야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

평균 접속 유저 수가 300만을 우습게 넘어가는 전 세계적인 히트 게임이 되어버린 데엔 분명한 진실이 존재했다.

한창 세계에는 에반젤린의 전시회가 열리는 곳마다 극찬이 터져 나오며 시끌시끌한데 게임 쪽에서도 이런 게 출시되니 그야말로 활기가 넘쳐흐른다.

그리고. 비화가 예측한 대로 순환하는 선한 정신계 에너지들이 그녀를 통해 독특한 에너지로 정제되고 그것들이 블랙 슬라임 검둥이의 유품으로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 흡수되어나갔다.

에반젤린이 보기엔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비화는 명확하게 그 차이가 보이는 듯했다.

“얼마나 찬 거야?”

“정확히는 볼 수 없지만…… 꽤 차올랐어. 이대로면 반년에서 1년 정도면 다 차겠어.”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그…… 그럼 전시회에 내가 참석해서 관람객들과 접촉하면 그 수를 줄일 수 있으니…….”

“아니. 넌 그런 귀찮은 자리 싫어했잖아. 내가 해주고 싶어서 하는 거니 넌 기다리면서 즐기기나 해.”

비화는 에반젤린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 뒤 돌아섰다.

“다음에 또 하자.”

비화는 그렇게 떠나갔다.

정말 고마운 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보통 남매 자매. 형제는 죽어라 싸운다던데. 그런 게 없어서 참 좋다는 느낌도 들었다.

매번 싫다고 했지만 역시 아빠도 참 좋은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한결같이 사랑해주는 데이비가 보고 싶어졌다.

늘 장난을 치긴 하지만 사실 가족 중에서 가장 그녀를 걱정해주고 있는 게 그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이후 영주성으로 돌아온 에반젤린은 PTSD를 유발하는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하고 흠칫 놀랐다.

발소리를 죽이고 천천히 걸어갔을까. 노래에 맞춰 이상한 춤을 추고 있는 에반젤린을 보며 낄낄거리고 있는 데이비가 보인다.

으드득.

저도 모르게 이를 빠득 간 그녀가 그대로 달려들려던 그 순간. 그의 옆에서 같이 쿡쿡대고 있는 페르세르크도 보였다.

엄마마저!

극심한 배신감에 치를 떨며 그녀가 울먹거렸다.

“아 귀엽다. 이런 거 다 추억이니 다 보관해놓자.”

“지워!!!”

역시 아빠는 가장 밉다.

에반젤린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 * *

시우와 절제는 오랜만에 다른 스트리머와 합방을 하고 있었다.

간간이 하던 가상현실게임. 다만 이번에 비화가 내놓은 게임은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대전류도 재미있긴 했지만 이건 진짜 메인 스토리 미는 게 진짜다.”

찰칵 소리를 내며 비어버린 탄알집을 제거하고 새로이 채워 넣는다.

본래라면 남은 탄환은 모두 사라져야 하지만 게임이라는 요소 덕분에 추가 탄알집을 삽입하는 것으로 탄을 다시 꽉꽉 채워 넣을 수 있다.

즉. 보유한 탄은 버리는 것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에린이가 하던 그 최고 난도는 그런 것도 없다던데.”

“탄수까지 계산하려면 보통은 안 되지.”

그나마 게임이라는 요소답게 이런 점에선 정말로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4인 플레이.

솔직히 시우나 절제는 에반젤린과 비화가 대체 어떻게 최고 난도를 둘이서 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으악!!”

급기야 비명과 함께 홀로 사투를 벌이던 실력파 스트리머가 벌집이 되어 유령으로 변했다.

“어서 오고~”

“어서 왔고~”

장난스레 답한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와. 이거 진짜 장난 없긴 하다. 고난이도는.”

“그래서 어지간한 유저들은 전부 입문 쉬움 평균까지만 한다잖아. 어려움부터는 그냥 뭐…….”

지금 이들이 하고 있는 난이도는 어려움 난이도로 사실 에반젤린과 비화가 하던 최상위 난이도의 3단계 아래 난이도이기도 했다.

처음엔 두 사람의 경이적인 플레이 방식을 보며 두 명이 저 정도면 할만한데? 라고 생각했던 이들도 많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박살 나는 데엔 플레이 30분도 채 필요하지 않았다.

“걔들은 그냥 괴물이야. 피지컬 면에서 그냥 어우…….”

“육체게 각성자들도 그렇게는 못 한다더라.”

“진짜 겉보기엔 디저트나 먹고 놀 것 같은 여린 애들이 무슨 특수부대를…….”

“맞다. UDT 특수부대 출신 스트리머있잖아. 박 군 아저씨.”

“어. 그 사람도 했어?”

“그래도 특수부대 출신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똑같은 방법으로. 한 40분? 하다가 학을 떼더라. 보통 특수부대도 저렇게까지는 못할 거라고.”

“혼자 했대?”

“아니 동료까지 4명. 카더라이긴 한데. 요즘 군부대에서 이걸로 특수부대 훈련시키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고 하더라.”

평소라면 우스갯소리로 넘길 이야기였건만. 도저히 그냥 웃어넘길 수는 없었다.

“아 나도 들었다. 이미 네이비 씰이나 스왓쪽에선 시작했다던데. 근데 극사실 모드면 사실상 실전이랑 다를 게 없는 수준이니까.”

아니 어떤 면에선 실전보단 덜하거나 더 심한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우리는 적당히 즐기라는 소리겠지~”

시우가 능글거리며 대답하고는 부활하자마자 빠르게 진입한다.“

“야야. 발 조심해!!”

동시에 FPS 고인물 스트리머가 기겁하며 소리 질렀고…….

퍼어어엉!!!!

순식간에 부비트랩의 폭발에 휘말려 폭사했다.

“…….”

“이런 미친! 배치도 랜덤이야?!”

“막 크게 바뀌진 않는데 자잘자잘하게 변한다더라. 공식 만들지 말라는 거겠지.”

“이런 정신 나간 게임을 봤나!”

유령상태가 된 시우가 어이없어하자 승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이거 깰 수 있을까?”

“그냥 난이도를 낮추자……. 나도 도저히 이런 식으론 못 깨겠다…….”

실제로 비화와 에반젤린이 시청자를 데리고 플레이할 때 시청자들은 툭하면 유령상태에 빠지기 일쑤였던 것을 보면 두 사람이 비정상적인 실력가라는 게 입증된다.

고인물이니 뭐니해도 결국 무너지는 그들이었다.

당연히 수많은 스트리머나 밀덕들이 도전하고 박살 나버리자 자연스레 에반젤린과 비화가 최상위 극사실주의 난이도로 플레이하는 영상의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던 중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에반젤린의 방송 제목이 떠올랐다.

-아빠랑 같이 플레이.

단순한 방송 제목, 한마디였지만 그 어그로 효과는 대단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그 제목을 보자마자 곧바로 치킨을 시켜놓고 방송자리에 앉았고 자잘하게 대화를 나누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최소 3인이 무조건 필요한 업적이니까 도와달라?”

“네.”

에반젤린의 말에 그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려울 건 없지.”

늘 하던대로 비화와 에반젤린 그리고 데이비가 있다.

데이비는 오랜만에 딸들과 함께 게임을 즐긴다는 것에 나쁘지 않다 생각했는지 무기 보관소를 스윽 둘러보았다.

“이거 써도 되나?”

“상관은 없어요.”

데이비는 묵직한 데저트 이글 두 개만 챙긴 뒤 플래시 라이트만을 채웠다.

그리고는 자잘한 추가 장비들을 꽉꽉 채워 넣었다.

“아니 아빠. 그것만 챙기면 무기는요?”

“이거 있잖아.”

데저트 이글 두 자루를 들고 씨익 웃는 데이비를 보며 에반젤린이 혀를 내둘렀다.

“그러다가 벌집 돼봐야 정신 차리지. 아빠. 게임이라는 게요. 현실하고 육체가 달라요.”

에반젤린의 말에 데이비는 몸을 가볍게 움직여본 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네. 좀 둔하긴 한데……. 나쁘진 않아.”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게임을 시작해버렸다.

비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에반젤린이나 시청자들은 그가 하는 행동을 보며 어이없어했다.

물론, 교전 시작 10분 만에 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라. 이 새끼들아!”

탕!! 탕탕!!“

마치 총알을 보고 있는 것처럼, 언제 어디로 날아올지 알고 있는 것처럼 데이비는 몸을 슬쩍슬쩍 움직이거나 고개를 꺾거나 팔을 드는 정도로 탄을 죄다 피해버리며 적의 미간에 탄환을 박아넣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훈련할 때에 비교하면 쉽네.”

저게 말이냐.

에반젤린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건 시청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딸내미들 괴랄하다 생각했는데 저게 사람이냐?

-아니 게임에서 저 정도면 현실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았네 진짜 ㅋㅋㅋ

-아니 저걸 어떻게 피함? 핵 아님?

-핵이 아니라 탄 궤적을 그냥 다 읽는 거 같은데? 보면 맞아도 되는 부위는 걍 맞으면서 전진함.

-그러네 유별나게 방탄복이 너덜너덜하긴 하다.

포화가 쏟아지는 곳을 엄청난 속도로 주파하며 홀로 붕괴시켜버리고 있는 데이비의 모습은 가히 전략 병기가 떨어지는 재앙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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