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26화
과로로 쓰러졌던 에오니샤는 그 후로 요양 및 치료를 받아야 했다.
어차피 직위 해임에 활동도 정지된 상황이다.
에오니샤의 입장에선 속이 타지만 그렇다고 데이비의 결정을 번복할 명분은 없었다.
“쭉 들이켜세요.”
데이비가 만들어 둔 상비약을 받아 든 에오니샤는 조심스레 그 향을 맡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난 이 약 싫어요…….”
“쭉 들이켜세요. 과로에 그것만 한 게 없으니까.”
“…….”
결국 그녀는 눈을 꼭 감고 그것을 들이켜야 했다.
“신기하죠. 냄새가 그렇게 고약한데 맛은 또 없진 않고.”
티아라도 약을 먹어 본 경험이 있는지 묘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실제로 한번 마시고 나면 딱히 거부감없이 싹 비워내는 게 어렵진 않았다.
“으으…… 이럴 게 아니라 얼른 보고서류라도 완성해야…….”
“정신 차려요. 직위 해제에 활동 정지 3주, 잊었어요?”
티아라의 말에 정신이 번뜩 든다.
맞다. 직위 해제에 활동 정지였지…….
평소라면 절대 안 된다며 기겁했을 텐데. 주변에 틀어놓은 가습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렇게 누웠기 때문인지 몸이 나른하기 그지없었다.
온몸이 추욱 늘어져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나쁘다고 하기엔 애매한, 오히려 피로가 조금씩 풀리는 듯한 나른함이다.
“이걸로 끝난 것도 기적이죠. 우리 두 공주님의 영상으로 호작질을 하려다가 들킨 건데. 후훗.”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한 티아라의 말투에 에오니샤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요?”
그때 티아라가 조용히 말했다.
“뭘요?”
“차라리 잘됐어요.”
“잘돼요? 잘됐다고요?! 그러네요…… 잘된 게 맞네요…….”
감정 기복이 큰지 화를 내려다가 체념해버리는 그녀였다.
“오라버니께 실망을 안겨드렸으니…… 한계에 달한 부서의 목숨을 유지하는 것도 언젠간 터질 일이었어요.”
“또 그러시네.”
“알아요. 오라버니가 무슨 의도로 그랬는지. 제가 하는 짓이 과분한 걱정이라는 것도 잘 알아요.”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어차피 지금 이렇게 누워 있는 것도 쉬라는 명분하에 강제로 누운 셈이었으니까.
“다만 가만히 늘어져 있는 건 도저히 취향에 안 맞아서.”
“환자가 취향에 맞아서 침대에 누워 있는 줄 아시네. 당장 안 누워요?”
“저 제법 튼튼한걸요.”
에오니샤의 대답에 티아라가 비웃음을 담아 키득거린다.
“운동도 똑바로 안 하는 빈약한 꼬맹이가 어딜.”
“이익?!”
역린을 건드린 탓일까.
에오니샤가 발끈하려다가 지쳤는지 추욱 늘어졌다.
그래. 늘 있는 일이다.
새삼 티아라의 배려가 고마운 에오니샤였다.
“…….”
“아 참. 그리고 미식연구부가 찾아왔는데.”
티아라가 나가버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세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흐. 영지개발부서장님의 꼴이 말이 아니네요.”
“……유리아…….”
“어때요. 일어날 수 있겠어요? 그냥 누워있는걸 추천해 드릴게요.”
“속 긁으러 온 거면 돌아가요.”
“후후후.”
음흉하게 웃는 유리아의 미소에 에오니샤의 표정이 팍 찡그려졌다.
“아니 진짜!”
“쿠후훗. 이야기 다 들었답니다. 사고 쳤다가 걸려서 이번에 활동 정지 명령을 받으셨다지요?”
“…….”
“저런. 안타깝네요. 평소 저희보고 사고뭉치라고 하시더니. 왕녀님도 사고 치는 실력이…….”
“그쪽하고 비교하지 말래요? 이 사이코야.”
“사이코라뇨. 저희는 활동 정지 명령은 받은 적이 없답니다.”
비슷한 건 당해봤지만 이렇게 공식적으로 활동 정지를 당한 적은 없다.
유리아는 가슴을 펴고 얄미운 웃음을 지었다.
으득…… 뿌득…….
유리아는 얄밉게 에오니샤의 침대 곁을 왔다 갔다 하며 살살 약을 올렸다.
“어머. 아쉬워서 어째.”
“유리아…….”
“후후. 좋네요. 아주 흥이 살아요. 륀느.”
유리아가 배시시 웃으며 당장이라도 그녀의 양 뺨을 잡아당길 듯 으르렁거리는 에오니샤에게서 물러났다.
이윽고 륀느가 천천히 다가와 작은 그릇을 내려놓았다.
“이건 뭐죠?”
“우리 연구부장님이 과로로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 효과가 좋은 것들을 챙겨왔답니다.”
“네?”
“몸 건강은 챙기는 게 좋아요. 은공이 슬퍼하실 테니.”
그 말에 에오니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유리아가 매번 데이비에게 혼나고 지들끼리도 배신을 밥 먹듯이 하지만.
너무도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전제조건 하나만큼은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물론, 과거 코오나의 일 때문에 한차례 큰 곤욕을 치르긴 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나면 사실상 유리아가 사고를 쳐도 적정선이라는 게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에오니샤는 실적에 목을 매어 제 오라비가 걱정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혹사시켰다.
“윽…… 할 말이 없네요.”
“자. 그럼 우리 아픈 공주님을 위해 제가 직접 먹여드릴게요. 아 걱정 말아요. 누가 시켜서 온 게 아닌 온전한 문병이니까.”
그릇을 열자 고소한 향과 함께 죽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플 땐 괜히 자극적인 것을 먹는 것보단 이런걸 챙기는 게 좋답니다.”
“저기…… 유리아. 뭐하시는…….”
“아~ 하세요.”
마치 아이 다루듯 구는 그 모습에 에오니샤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어졌다.
“혼자 먹을 수 있어요! 누굴 중환자로 보는 건가요!”
“어머. 이렇게 신경 써서 가져왔는데 그렇게 매정하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이년, 처음부터 이렇게 놀릴 생각으로 가져온 게 틀림없구나!
에오니샤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지만 참아야 했다.
결국, 이 사태에서 가장 사고를 크게 친 건 그녀였으니까.
“몸보신한다 생각하세요.”
“맛은…… 있는데……. 제가 먹으면 안 될까요?”
“안된답니다. 한 번에 먹는 양을 잘못 조절하면 탈이 날수도 있어요.”
“네?”
에오니샤의 얼굴에 순간 의문이 서렸다. 약도 아니고 흔한 죽인데 먹는 양을 조절 못 하면 탈이 난다니.
그런 건 극히 보기 드문 영약 같은 데서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그러던 찰나. 에오니샤의 머릿속에 섬뜩하고 불안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자, 아~”
“잠깐만요!”
황급히 유리아를 제지한 에오니샤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유리아…… 이거 정말 죽맞죠?”
“네. 죽이죠.”
“그…… 제가 아는 그 죽이 맞냐고 물었어요.”
그 말에 유리아는 잠시 침묵했다.
동시에 륀느와 점순이도 시선을 피한다.
물론, 그럴수록 에오니샤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왜 말을 못 해요!! 빨리 말해달란 말이에요!”
“어…… 음……. 맞지 않을까요?”
“당장 뭘 넣었는지 말해요!!”
잊고 있었다.
유리아 헬리샤나. 미식연구부서의 회장. 맛이 좋고 몸에 좋으면 뭐든 먹는 또X이 사이코패스.
륀느. 미식연구부의 부회장. 맛만 있으면 트롤의 피도 생으로 마시는 사이코패스.
이 두 사이코의 성향을 말이다.
“다…… 당장!”
“흐음…… 설마 제가 현실적으로 못 먹는 걸 가져왔을까요. 설삼을 넣었어요. 그것도 1000년은 넘은 설삼. 물론. 온전한 품질은 아니지만 정말 힘겹게 구한 재료랍니다.”
“그거 말고. 뭐 넣었어요.”
“……쯧.”
유리아가 고개를 돌리고 혀를 찼다.
“빨리!!!”
“사막등검은벌레. 원기회복에 정말 좋죠.”
“우웁!”
“브라가 서펀트의 고환. 남성에겐 정력증진의 효과를 여성의 경우엔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서 장기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죠.”
“우웨에엑!!”
“라폴드 크라켄의 이빨을 특수한 처리를 한 뒤 곱게 갈아서 양념했답니다. 아시다시피 라폴드 크라켄은 면역력을 길러준답니다.”
“망할! 크라켄 이빨은 독이 있잖아요!!”
“물론, 중화시켰죠. 그 재료도 있는데…….”
잠시 말을 흐린 유리아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그 재료도 듣고 싶으세요?”
“……안 들을래요.”
“자…… 아~”
유리아가 다시 숟가락을 내밀었다.
하지만 에오니샤는 눈물이 방울진 눈으로 유리아를 노려보며 입을 꾹 다물고 절대 열지 않았다.
절대 먹지 않겠다는 결사의 각오를 보이는 그녀에게 유리아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서 드세요. 우리 공주님의 몸보신을 해주려고 어렵게 구한 재료들을 망설임 없이 썼는데.”
“대체 그것들을 어떻게 먹으라는 건가요! 유리아 당신이 그러고도 하이 엘프야?! 이 악마야!”
“어머나, 편식은 좋지 않아요. 륀느.”
그 말과 동시에 륀느가 섬광처럼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에오니샤의 몸을 포박하고 입을 벌렸다.
“우우웁!! 우웁!!”
이에 에오니샤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쳤지만, 유리아의 숟가락이 그녀의 입안으로 들어간 후였다.
방울져있던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마치 더럽혀진 것처럼 공허한 얼굴로 천장만을 응시하는 에오니샤를 보며 유리아가 빙그레 웃었다.
“효과는 즉효니 벌써부터 몸에서 힘이 날 거예요.”
“그 재료들이 얼마나 구하기 힘든 건지 설명했으면 적어도 충격이 덜했을 거야.”
장난스레 말하는 유리아를 타박하며 점순이가 말했다.
“유리아 헬리샤나 이 또X이가 공주님 아프다는 소리 듣자마자 꽁꽁 숨겨둔 재료들을 꺼냈어. 비록 정신적으로 피곤한 재료들이 있긴 하지만 당장 브라가 서펜트의 고환만 해도 일각에선 고가에 거래가 되지.”
“…….”
“얄밉긴 해도 온전히 엿이나 먹이려고 만들어온 건 아니라는 것만 알아둬.”
그 말에 에오니샤는 공허한 얼굴로 유리아를 바라보았다.
재료를 듣고 난 직후에는 정신이 고통스러웠다.
편식의 수준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몸에서 샘솟는 힘과 유리아의 마음 씀씀이에 그녀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무엇보다…….
‘왜 맛있는 건데…….’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진미가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맛은…… 있네요.”
“애초에 재료라는 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다르답니다. 흔히들 먹는 고기도 생명체의 살점이지요. 저희가 흔히 먹는 계란은 사실상…… 음 이건 말을 아낄게요.”
“…….”
“푸아그라는 거위를 잡아 강제로 살을 찌워서 먹는답니다. 캐비어도 어떻게 보면 새끼나 다름없어요.”
받아들이기에 따라 식재료라는 것은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고 더러워질 수 있다.
“우리는 먹이사슬의 하위에 있는 것들을 먹음으로써 삶의 에너지를 얻어가죠. 그들의 의견 따윈 묻지 않아요. 잔인하지 않나요? 회를 먹기 위해서 살아있는 생선의 목을 치고 고기를 먹기 위해 돼지나 소를 죽이죠.”
“…….”
“그렇게 식사 거리가 되어 죽은 생명체들에게 우리는 경의를 표해야 한답니다. 당신들 덕분에 우리는 생명을 이어나갔습니다 라고요.”
“그건…….”
“그런데…… 똑같은 식재료인데. 죽은 것도 억울할 텐데. 단순히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배척받는다면. 그건 식재료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도 되지 못하겠죠.”
절절히 할 말이 없게 만드는 논리였다.
“한 꺼풀 벗고 보면 세상엔 맛이 있는 것들이 정말 많아요. 전 우리 공주님이 그런 편견 가득한 시선을 두지 않았으면 해요.”
“유리아…….”
에오니샤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한 얼굴로 유리아를 바라보았다.
“사이코같은 유리아도 전문가는 전문가였네요. 그동안 좁은 식견으로 당신을 재단하고 있었어요.”
“후후. 지금이라도 알면 더없이 좋은 일이지요.”
유리아의 말에 에오니샤는 마음을 고쳐먹고 천천히 죽을 먹었다.
처음엔 장난치던 유리아도 이제는 수저를 들고 입을 벌리라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에오니샤가 죽을 먹어치워 나가던 도중이었다.
“그런데 말이에요. 유리아.”
“네?”
“이거 독특하게 생긴 떡 같은 건 뭔가요?”
그 말에 유리아가 멈췄다.
동시에 륀느와 점순이도 굳어버렸다.
“맛이 좋은데 식감이 굉장히 독특하네요.”
“그…….”
“당신이 말한 대로 편견을 가지지 않기로 했어요. 뭔지 말해줘요.”
그 말에 유리아는 침묵한 채 시선을 계속 피했다.
그쯤 되너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유리아 헬리샤나. 당장 이게 뭔지 말해요.”
서늘하게 쏘아붙이자 유리아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륀느.”
동시에 륀느가 후다닥 달려들어 다시 에오니샤를 붙잡고 그녀의 입을 벌렸고 유리아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에오니샤의 입안에 죽을 후후 불어 밀어 넣었다.
“우웁!! 우우우웁!!!!”
에오니샤가 발작하듯 버둥거리지만, 유리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몸 건강을 위해서 최고의 재료를 썼답니다……. 물론…… 모르는 게 약 일 때도 있어요.”
“걱정하지 않을 것을 명시. 륀느가 식재료의 안전성은 데이비 님에게 검사를 받았다고 보고. 고급 식재료. 륀느가 자이언트 센티피드…… 으음…… 어쨌든 륀느가 높게 평가”
“우우우웁!!!!”
결국, 에오니샤는 죽을 마지막까지 싹싹 비워 먹고 기절해버렸다.
* * *
산뜻한 발걸음으로 에오니샤의 병상에서 빠져나온 유리아는 상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기분이 좋아 보이네?”
“우리 연구부서장님 괴롭히는 게 얼마나 재미가 있는데요.”
“그래서 알테어 씨앗을 자이언트 센티피드라고 거짓말한 거야?”
“후후.”
알테어 씨앗. 대륙에서도 극히 보기 드문 식재료로 본래라면 따로 재배하는 게 불가능한 탓에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비싸기 짝이 없다.
흔히 땅속에서 자라는 트러플처럼 말이다.
물론, 트러플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채집난이도가 있지만 그런 알테어 씨앗을 최근 미식연구부에서 인공재배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자연산만큼 완벽한 효능을 기대하긴 힘들겠지만 적어도 과로로 쓰러진 사람의 원기를 회복시키는 데엔 이만한 것도 없으리라.
물론 자이언트 센티피드라고 속인 건 단순한 장난이지만 말이다.
“자 그럼 이제 계획을 시행해 볼…….”
쿠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유리아의 앞에 무언가가 낙하했다.
“어? 보팔 레빗 씨 아닌가요?”
터질듯한 새하얀 근육에 빨간색 눈을 가진 거대한 2족 보행형 토끼가 유리아를 내려다본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그 말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토끼의 그림자 속에서 도깨비가 나타났다.
다름 아닌 헬창부의 두억시니였다.
“에오니샤 올 라운이 계약자에게 일러바친 모양이더군.”
“네?”
“지네에 대한 혐오가 깊었던 모양이던데…… 하필 장난을 쳐도 그런 장난을 쳤나?”
그새를 못 참고 고스란히 고자질을 한 것일까.
물론 진짜 지네도 아닌 고급 식재료였던 만큼 유리아로썬 자잘한 장난에 불과했지만 그걸 진짜 지네라고 생각한 에오니샤의 복수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 말을 들은 유리아는 침묵한 채 두 근육질 존재를 바라본다.
그리고.
“튀어요!!”
설마 그쪽에 트라우마가 있는 줄은 몰랐지.
유리아가 잽싸게 도망치려 했지만, 순식간에 륀느가 만들어낸 빛의 밧줄이 그녀를 휘감았다.
“이건…….”
당황한 그녀가 고개를 돌려 륀느를 바라보자 륀느는 담담하게 두억시니에게 거래를 요청하고 있었다.
“륀느의 생존을 요구.”
“뭐…… 아무래도 좋아. 어차피 쟤 잡으러 온 거니까.”
점순이는 소리소문없이 자신의 힘을 응용해 모습을 감춘 후였다.
순식간에 배신해버린 두 미식연구부서의 부원들을 보며 유리아가 배신감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
“여기서 절 배신하는 건가요?!”
그 외침에 륀느가 담담하게 답한다.
“페어리 나오의 사건 때 먼저 배신한 건 유리아라고 명시.”
작은 륀느는 절대 당한걸 잊지 않았다.
유리아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보팔 레빗에게 잡힌 채 소리 질렀다.
“이…… 이런 게 어디 있어요!”
“됐고, 따라와. 계약자가 하루 정도만 빡세게 풀코스로 돌려놓으라더라.”
“꺄아아악! 그 땀내 나는 곳은 절대로 싫어요!”
물론, 두 헬창이 그걸 듣고 마음을 바꿀 리가 없었다.
익숙하고 늘 그런 하인스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