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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534화 (1,533/1,559)

제 1534화

자신이 열심히 만든 요리를 먹고 사람이 쓰러지는 상황을 직면하면 어떤 기분이 들 것인가.

적어도 에반젤린은 경험자로서 그리 달달한 기분은 아니라고 답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요. 막 다 쓰러지고.”

품에 아벨과 다리안을 하나씩 안아 들고 태교 음악을 듣던 일리나에게 고자질을 하는 그녀였다.

“신기하네. 요리 방법에도 이상이 없고, 맛이 없다는 이유로 그 근육 바보들이 쓰러질 리가 없는데 말이야.”

“그쵸?! 이건 제 요리가 잘못된 게 아니에요. 분명히 뭔가 있어요. 지저분한 꿍꿍이 같은 게.”

에반젤린은 눈을 가늘게 좁히며 자신의 생각을 마구 털어놓았다.

“이건 누가 제 떡볶이에 저주를 건 게 틀림없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죠.”

“하지만 에린아. 넌 그걸 먹고도 멀쩡했잖니.”

“어…… 음…… 제가 고대룡이라서요?”

“글쎄. 고대룡의 내성이 대단한 건 알지만 비화도 먹고 쓰러질 정도면 고대룡의 내성 정도로 해결이 안 되는 게 아닐까?”

“으윽…… 봐요! 보란 말이에요! 겉보기에도 이상한 게 없고, 냄새도 정상인데!”

에반젤린이 억울하다는 듯 소리쳐 본다.

그때였다.

“웁!”

“어?”

“아…… 미안해 에린아. 웁!”

갑작스레 입덧을 하는 일리나였다.

“어, 엄마?! 어디 아파요?!”

“아냐. 흔히 하는 입덧이야. 네 동생이 반찬 투정이 심한가 봐.”

“윽…… 야! 막내! 너 이럴 거야?!”

물론,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대답할 리가 없다.

“다리안하고 아벨도 봐 봐. 이게 냄새가 이상해?”

그 말에 다리안이 조용히 에반젤린을 올려다보더니 배시시 웃었다.

“누우나아.”

“누나 아니야 임마! 너 나랑 동갑이야!”

“으음…… 에리니이!”

“……뭔가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네. 그러지 말고, 다리안. 누나라고 해.”

“시이러!”

좀 전엔 잘만 하더니!

정말 얄미운 녀석이다. 라고 생각하며 에반젤린은 다리안을 내려놓았다.

“아! 아아아!”

물론, 어린 다리안은 다시 에반젤린에게 안기려 들었지만 에반젤린은 혀를 쏙 내밀었다.

“앞으로 누나라고 불러주면 받아줄게.”

“에리니 나빠!”

“야!”

리안이 투정을 부리고는 곧바로 일리나에게 가 버리자 에반젤린은 입을 댓 발 내밀었다.

“저 성질머리…… 아벨. 넌 그러면 안 된다?”

아벨을 다독이며 말해주자 녀석은 맑은 눈으로 에반젤린을 바라보며 꺄르륵 웃었다.

“정말 방법이 없을까요?”

“음…… 대단한 요리사를 초빙해서 한번 배워볼래?”

“미식연구부서도 포기한 걸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해요.”

비록 재료를 가리지 않는 괴짜들이지만 녀석들의 지식이나 실력은 거짓이 아니었다.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해. 다른 요리는 그래도 괜찮으니까…… 떡볶이만 안 하는 쪽으로 하는 수밖에.”

“끄응…….”

결국 에반젤린은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 * *

또롱!

콘텐츠 관련으로 스트리머들이 모이는 음성채팅방에 에린이 입장했다.

“오. 에린이 왔어?”

“안녕하세요오…….”

“뭐야. 왜 목소리가 다 죽어가.”

시우의 환영과 늘 그렇듯 굉장히 장난기가 가득한 절제, 박승현이 그녀를 맞이했다.

“그게요오…… 이번엔 분명 성공할 줄 알고 로제 떡볶이를 만들었단 말이에요.”

에반젤린의 말에 한창 떠들던 스트리머들이 일순간에 침묵한다.

꿀꺽…….

그리고. 일부는 침까지 삼켰다.

“그…… 그래서?”

“그런데. 한 명은 잘 먹었는데, 나머지가 영 맛이 없었나 봐요.”

“그럴 리가. 네 떡볶이를 먹고 맨정신을 유지하는 인간이…… 으악!”

-승현! 치킨 다리 뺏어가지 마!!

스피커 너머로 승현과 함께 지내는 존재. 노아의 외침이 들려온다.

“절제 오빠.”

“어…… 어어?”

“합방할래요? 먹방으로요. 진짜 멀쩡한 사람도 있었다니까요?”

“어허! 썩 물렀거라!”

다른 합방은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주제에 음식만 관련되면 저러는 게 여간 열받는 게 아니다.

“아…… 뒈졌다 진짜.”

에반젤린의 입에서 으르렁거림이 흘러나오자 승현이 다급히 외쳤다.

“에린아! 협상! 협상하자!”

“됐고. 거기 딱 기다려요.”

그렇게 말한 그녀는 삐진 듯 음성채팅방을 나가버렸다.

“등신.”

“내 언젠가 저럴 줄 알았다.”

“놀릴 걸 놀려야지.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한눈에 보이는데.”

동료 스트리머들은 기다렸다는 듯 승현을 물어뜯었다.

그러고는.

“자, 잠깐만! 야! 나 버리고 갈 거야?! 이런 게 어딨냐!”

“응, 콘텐츠 끝났어. 너 어차피 방송 더 할 거지?”

“우린 간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승현을 버리고 떠나가는 스트리머들을 뒤로한 채 승현은 절규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랜만에 에린이 보나?ㅋㅋㅋㅋ

-아니 그걸 왜 도발해 멍청아 ㅋㅋㅋㅋ

-오늘 영정사진 찍자 ㅋㅋ

분위기를 보아하니 에반젤린이 이를 갈며 찾아오는 것 같은데. 이대로 가다간 그의 위장이 생의 작별을 해야 할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에 승현은 최고의 방어 수단인 시청자들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자. 여러분, 이미 합방했잖아. 여기서 또 뭔 합방을 하겠어. 안 그래요? 그러니까 투표합시다. 반대가 많으면 합방은 안 하는 걸로.”

물론, 이런 행동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본래대로라면 지금은 합방이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수위 높은 짤을 그리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찬성 99.9%

반대 0.1%

그마저도 반대는 승현 본인이 누른 게 전부였다.

-ㅋㅋㅋ

-응 합방각.

-캬. 절제쉑 복 받았네. 미자 소녀랑 합방도 하고.

-방장 예쁘지 착하지. 그림도 잘 그려. 완전히 선녀네.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

“니들이. 사람들이냐…….”

굳은 얼굴로 중얼거린 그가 다른 수단을 찾으려던 그 순간.

텅텅텅!!!

갑작스런 소리에 화들짝 놀란 승현이 고개를 돌린다.

캠 너머에 비치는 창문 쪽에, 에반젤린이 스산한 표정으로 창문까지 날아올라 똑똑 두드리고 있었다.

“끼아아아악?!”

“꺅! 뭐야 놀랬잖아!”

승현의 비명에 깜짝 놀라 방송 부스로 들어온 노아가 승현을 걷어찼다.

“야! 야! 창문 잠가! 빨리!”

“난 죽기 싫거든? 승현이 저지른 일이니까 알아서 책임지고 달래주든가. 아! 좀 달라붙지 마! 자꾸 이러면 교단에 신고한다?! 나 교단에서 엄청 중요한 존재인 거 알지?!”

노아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양 매달리는 승현을 떼어내고는 후다닥 도망가 버렸다.

이윽고 에반젤린의 눈이 번쩍이더니 잠겨 있던 창문의 잠금장치가 알아서 열리기 시작했고, 그녀는 창문을 열고 들어와 내려섰다.

곧바로 날아왔는지 신발조차 신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빠.”

“에, 에린아! 잠깐만! 우리 말로 하자!”

에린이의 양손엔 떡볶이를 만드는 도구들이 잔뜩 든 봉지가 들려 있었다.

“야! 넌 애가 겁도 없어?! 외간 남자의 집에 막 들어오는 게 어딨냐!!”

“오빠가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고건 맞지 ㅋㅋㅋ

-팩트, 팔 힘이 센 절제쉑이지만 에린이 손가락 하나에 개처발린 전적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야! 그…… 이거 불법침입이야! 알아?! 주거침입으로 신고한다?!”

“경찰이 오는 게 빠를까요. 내가 오빠 입 안에 떡볶이를 쑤셔 넣는 게 더 빠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법보다 떡볶이가 더 가깝다 ㅋㅋㅋ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여라 ㅋㅋㅋ

-등신 ㅋㅋㅋ

시청자들은 요란스러운 캠 화면을 보며 낄낄대기 바빴다.

띠링!

-사수자리님께서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떡볶이를 대령하라.

-사자자리님께서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업보를 치를 때가 왔다.

에린이의 떡볶이는 악명이 높지만, 어차피 시청자들이 먹을 게 아니었으니까.

기겁하는 승현과 그런 승현을 무시한 채 바닥에 요리도구들을 늘어놓은 에반젤린이 공간 주머니에서 재료들을 우수수 쏟아냈다.

“저…… 에린아. 진짜 나 그거 먹으면 죽을지도 몰라.”

승현의 필사적인 외침에 에반젤린이 우뚝 멈췄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더니 이내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죽는다니……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내가 일부러 못 만드는 것도 아닌데…… 나도 막…… 흐윽…… 맛있는 거 먹여주고 싶어서 하는 건데…… 엄마도 그렇고 다 포기하라고만 하고!”

-어어??

-어어? 절제쉑 결국 우리 방장 울렸네?

-와 나쁜 새끼. 하다 하다 저런 어린애까지 울리냐.

-진짜 너무하네.

-절제 인성 논란.

“아, 아니 이 새끼들아! 너흰 닥쳐!”

-언론 탄압

-절제쉑 인성 논란 터지자 너흰 닥쳐 시전해…….

-와. 이건 심하네요. 구독 취소하겠습니다.

-이거 근데, 티오니스 성자가 보면 쟤 진짜 뒈지는 거 아님?

-야 그 근육 토끼들 나타나는 거 아니냐 ㅋㅋㅋㅋ

“아…… 아니!”

뒤이어 방에 슬쩍 고개만 내민 노아의 한마디가 쐐기가 되었다.

“와…… 승현, 개쓰레기.”

결국 승현은 울먹거리는 에반젤린을 달래주고 맛있어지게끔 도와주겠다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에반젤린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요리, 그것도 특정 요리가 단순히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님을 말이다.

그래서 그녀를 달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승현을 뒤로한 채, 캠 화면 쪽을 향해 고개를 살짝 돌린 그녀가 배시시 웃어 보인다.

-????

-방장 웃는데?

-절제쉑 모르죠?ㅋㅋㅋㅋㅋ

-와. 저 요오망한년 보게 ㅋㅋㅋ

-자기 위치를 잘 이용할 줄 아는 거 보소 ㅋㅋㅋ 진짜 요망하다 ㅋㅋ

물론, 승현은 그것을 몰랐다.

에반젤린은 언제 웃었냐는 듯 다시 울먹거리며 물었다.

“먹어 줄 거죠?”

“그…… 윽…… 그…….”

쉽게 입을 열 수 없다. 눈앞에서 독을 먹이겠다는데 멀쩡할 존재가 얼마나 있을까.

“아 그래도 로제떡볶이는 그나마 나아요. 회복이 빠르더라구요.”

에반젤린의 말에 승현은 하얗게 질린 채 소리쳤다.

“시, 시우형도 부르자 에린아!”

남은 수단은 하나뿐이다. 바로 물귀신 작전. 저 많은 양을 다 먹는다면 반드시 죽을 테니 희생자를 늘려서 최대한 적게 먹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번에 너 놀렸든 그년도 불러!”

광산게임으로 에반젤린을 울렸던 그녀도 부르자는 말에 에반젤린이 다시 울먹거린다.

“먹기 싫었던 거죠? 그래요. 나 같은 게 만든 건 먹기도 싫다고. 흑…….”

“아, 아아아! 알았어! 먹을게! 먹으면 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 자연스럽게 물 먹이네 ㅋㅋㅋ

-돌리는 실력이 아주 ㅋㅋ

결국 승현은 에반젤린이 신이 난 표정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떡볶이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다.

“아니…… 이상하게 만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것만 난리일까…….”

“자. 다됐어요.”

-오우야.

-겉보기엔 진짜 맛있어 보이는데.

-저게 뭔 떡볶이임?

-로제떡볶이 모름?

-근데 진짜 과정이나 겉보기엔 전혀 문제가 없다.

고민하던 승현은 이내 상황을 보기 위해 고개만 빼꼼 내민 노아를 불렀다.

“너도 와. 이 식충아. 오늘 저녁은 없으니까.”

“나, 난 죽기 싫어!”

물론, 노아는 대뜸 도망쳐버렸지만 말이다.

“야야! 이 인정머리 없는 년아! 애가 열심히 만들어 주고 있는…….”

“오빠. 조용히 하고 빨리 드세요.”

“윽…….”

-내가 볼 때 에반젤린 일부러 절제 하나만 작정하고 맥이고 있다.

-분명하다 ㅋㅋㅋㅋ

-ㄹㅇㅋㅋ

-아 ㄹㅇㅋㅋ만 치라고 ㅋㅋ

식은땀이 흐르고 동공이 축소된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포크를 집어 든 그는 눈을 꼭 감았다.

냄새는 멀쩡하다.

하지만 그동안 에반젤린이 해 온 전례가 너무 컸다.

이걸 먹고 살 수 있을까.

“여러분! 나 이거 먹고 쓰러지면 방송을 못 해!”

-응 그럼 에린이가 대신하면 돼~

-에린이가 그림도 그려 줄 거야~

“이 나쁜 새끼들아!”

승현은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결국 떡볶이 하나를 입안에 쑤셔 넣어야 했다.

그녀가 만드는 떡볶이는 조금 기괴한 감이 없잖아 있다.

막대한 저항력. 거의 대륙을 쪼개는 마법도 견뎌내는 존재조차 쓰러지게 만드는 독극물일진대. 일반인이 그걸 먹고 쓰러지는 것 이외에 별다른 변화를 보인 적은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하나를 입 안에 털어 넣은 승현은 이내 눈앞이 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

천상의 맛이다!

생각보다 맛있다!!

괜찮은데? 이걸 먹고 쓰러질 정도라고?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닫고 에반젤린이 드디어 살인 요리에서 멀쩡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감격했다.

하지만. 그를 보는 에반젤린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여러분, 승현 오빠 웃는데요?”

-냅둬. 좋은 꿈 꾸나 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드립이 여기서 먹히네 ㅋㅋㅋ

“아니 대체 뭐가 문제지?”

결국 승현은 삼십 분가량을 기절해 있었다.

물론, 그동안 방송은 에반젤린이 대신 진행해주게 되었지만 말이다.

“끄윽…… 내가…… 어떻게 된…….”

그렇게 정신을 차렸을까.

어렵게 일어난 승현의 눈앞에는 에반젤린이 한 손에 포크를 쥐고 지옥의 요리를 들이밀고 있었다.

“자. 이번엔 좀 더 신경 써서 만들어 봤어요. 먹어 봐요.”

“으, 으아아아악!! 저, 저리가 이 악귀야!!”

그는 그제야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악귀? 우리 아빠도 나한테 그런 소리 안 해!!”

빠득…… 빠드득…….

물론, 표독스레 노려보는 에반젤린의 이갈이 소리를 들어야 했지만 말이다.

데이비 그 양반의 딸바보 기질을 내가 모르냐! 라고 소리치고 싶은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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