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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536화 (1,535/1,559)

제 1536화

“끄윽…… 끅…….”

레밀리아는 정말로 가차 없이 덩치 큰 사내를 곤죽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봐. 아직 그놈은 살려놔야 한다.”

“알고 있거든.”

퍽!

가차 없이 그를 걷어찬 레밀리아는 그의 가슴팍을 짓밟으며 물었다.

“대화할 생각이 들어?”

“사…… 살려…… 살려…….”

끔찍한 격통에 살려달라는 말만을 반복하는 그였다.

“꼴이 말이 아닌데? 대화가 가능한가?”

도망치려던 이들은 이미 제압당해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단 한 명도 내보낸 바가 없기에 사방에선 끙끙 앓는 소리로 가득했다.

그리고, 이런 사태를 만든 헬창부는 식후운동도 안된다는 듯 약간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대화가 안 돼?”

레밀리아는 이미 이 사내들에게 어떤 자비도 베풀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곧바로 사내의 벌어진 입에 스태프 끝을 쑤셔 박아넣었다.

“컥!? 컥!”

“정신이 들어? 지금부터 우리가 묻는 일에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만약 10초 만에 대답이 안 나오거나 거짓이 나온다? 그럼 그때부터 네 몸의 뼈마디가 몇 개인지. 네 내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게 될 테니까.”

서슬 퍼런 말투,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살기서린 그녀의 말에 그는 고통을 느끼면서도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푸확!

“커헉! 컥!!”

“생각보다 저돌적이군. 익숙해 보이는데?”

“복수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많이 얻어야 했으니까. 하나하나 캐내고 있을 틈이 어디 있어.”

그녀는 씁쓸하게 중얼거린 뒤 사내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그림들. 어떻게 할 생각이었지?”

이미 놈들이 숨겨놓은 그림은 찾은 지 오래였다. 실제로 에반젤린이 개인전을 열 때 쓴 그림과 도일한 그림들이지만 에반젤린 때와 달리 굉장히 불쾌한 간섭이 느껴졌다.

아마 그녀 같은 상위마법사나 자체내성이 강한 존재가 아니었으면 고스란히 속아 넘어갔으리라.

“무…… 무슨…….”

“10. 9. 8.”

어떻게든 시선을 돌려 대답하지 않으려 해보는 그였다.

하지만 10초가 다 되자마자 레밀리아는 가차 없이 그의 손가락 하나를 스태프 끝으로 짓뭉개버렸다.

“끄아아아악!!!!”

끔찍한 고통에 그가 온몸을 비틀며 괴로워하자 레밀리아는 다시 한번 스태프 끝을 그의 손에 겨누었다.

“그만해. 레밀리아.”

“놔. 이런 건 익숙한 내가 하는 게 맞아.”

“아니. 네 일이 아니다. 이런 건 우리에게 맡겨라. 넌 과거의 그런 어두운 일 따윈 이제 잊고 살아.”

두억시니가 레밀리아의 머리를 푹푹 눌러 쓰다듬고는 사내의 손을 콱 잡았다.

“으…… 으어…….”

“미안하지만 우리는 저 녀석보다 손속이 좀 더 매울 거다. 그러니 똑바로 대답해라.”

두억시니의 전신으로 귀기가 흘러나오자 그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

“그…… 그림을 보관하다가 넘기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거…… 거거거…… 거래가 성사되면 저희가 전달하는 식으로…….”

“너희가 얻는 것은?”

“그…… 거래금액 일부를 양도받는 거로…….”

겁에 질린 그는 아는 사실을 모조리 털어놓았다.

불법 도박장과. 이 나라에 일거리를 찾으러 온 사람, 혹은 여행객을 납치해 노동력으로 써먹던 현대판 노예상인이나 다름없었다.

한번 잡혀 온 이들은 대개 행방불명으로 처리되었고, 경찰들의 시선을 피해. 아니 부패한 경찰의 도움을 받아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던 이들은 어느 날 연락해온 어떤 인물들에게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그림을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한 위치에 전달해주기만 하면 엄청난 돈을 주겠다고.

정확한 건 모르지만 그 돈의 양이 어마어마했던 터라 그들은 승낙했고, 살인귀처럼 감정이 없는 소년이 저 그림들을 가져왔다고 한다.

“지…… 진짜입니다! 아는 건 그게 전부에요!”

그의 발작적인 외침에 레밀리아의 눈이 좁혀졌다.

“귀찮게 됐네.”

“이미 그놈들은 뭔가 잘못된 걸 알고 흔적을 지우려 할 거야.”

그녀의 판단은 정확했다.

하지만 시작을 하지 않는다면 추적은 불가했다.

“정말 아는 게 없어?”

레밀리아가 짜증스레 묻자 그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 진짜입니다! 정말로 아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있을 텐데? 아니, 있어야 할 텐데?”

레밀리아가 다시 스태프 자루를 들자 타우르스가 그녀의 양 겨드랑이 아래로 팔을 밀어 넣어 휘감아 당겼다.

“이거 놔! 저딴 새끼들은 다 뒤져야 해!!”

“진정해라.”

씩씩거리며 달려드는 레밀리아를 어떻게든 저지한 타우르스가 천천히 다가가 무릎을 굽혔다.

큰 키 때문에 쪼그려 앉았음에도 그 높이가 상당하다.

“흐…… 흐윽.”

“대답을 해야 할 거야.”

무덤덤하고 적당한 저음이다. 하지만. 무감각한 그의 눈에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망설임이 없었다.

타우르스가 그의 손을 잡자 그가 비명을 지르며 소리 질렀다.

“으…… 으아아아!!!”

“대답.”

“그, 그그…….”

당연 모르는 사실을 어떻게 털어놓겠는가. 하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야 했다.

자칫하면 자신들이 죽여온 시체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하게 죽을 테니 말이다.

‘무슨 수를 생각해내야 해! 뭐라도!’

이 미친놈들은 반드시 일을 저지를 놈들이니 있는 기억, 없는 기억 모조리 짜내야 했다.

그러던 중 그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번뜩였다.

“그…… 그 꼬맹이!”

“꼬맹이?”

“조금 전 날아간 꼬맹이가 그림을 가져왔습니다! 그 녀석을 조져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목소리만 보내오며 거래를 제안한 놈들도 아마 그의 경험상 보통 미친놈들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는 확신할 수 있다. 어둠 속에 숨어서 계략을 꾸미는 그놈들보다. 눈앞의 이 또x이들이 더 심각하다고.

그놈들은 스스로를 숨기는 보험이라도 있지만, 이것들은 그딴 것도 없다. 마치.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내 정체를 알아서 뭘 할 수 있는데? 라고 묻는듯한 당당함이 느껴졌다.

“꼬맹이라면…… 살아있어?”

“죽이진 않았지.”

“그럼…….”

그때였다.

퓩!!!

어디선가 날아든 무언가를 타우르스가 맨손으로 낚아챘다.

“탄환?”

“음…… 마나가 섞인 탄환이네. 일반 탄환보다 빠르고 날카롭지.”

아무렇지도 않게 탄환을 낚아챈 타우르스는 탄환을 바닥에 버렸다.

탄환이 노린 것은 그 조직원의 머리통이었다.

“하던 거 계속하지,”

방금 저격을 했는데 그걸 잡아 챈 건가? 권총이나 소총 수준도 아니고 탄두의 크기만 봐도 엄청난 크기의 저격용 총인데?

사내는 침을 꿀꺽 삼켰다.

“두억시니. 북서쪽 방향이다.”

“입을 막아서 정보를 차단하려 한 모양이다만. 잘됐군.”

두억시니가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버리자 타우르스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외에. 아는 것들도 전부.”

“그…… 이걸 다 말하면 살려주시나요?”

“아니.”

당당한 대답에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말해도 죽인다고? 그럼 대체 자신은 뭣 때문에 이런 것일까.

이에 타우르스는 담담하게 말했다.

“어차피 우리가 살려놔도 넌 티오니스 성자의 손에 죽는다. 지구의 인간들이 널 지켜줄 것 같나?”

수많은 살인을 저지르고 불법을 저질러온 인간의 탈을 쓴 악마를?

부패한 경찰들이라 해도 잽싸게 그와의 관계를 부정하다 못해 오히려 매장하려 들을 텐데.

“저 거래를 받은 시점에서 넌 이미 죽은 셈이다.”

조직의 사내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 * *

“미친…… 개 xx미친!”

어둠 속에서 한 사내가 허겁지겁 달려나갔다.

그 속도는 각성자임을 증명하듯 엄청난 속도였지만 그의 얼굴엔 식은땀이 가득했다.

대물 저격총을 막는 것도, 피하는 것도 아니고 잡아챈다고? 특수한 처리가 되어 소리까지 완전히 죽인 탄환을?

애초에 탄환이 날아오는걸 보고 잡는 게 아닌 이상 절대 불가능한 기행이 아닌가.

저런 인간들은 본적이 없다.

각성자 중에 저런 무식한 놈들을 본적이 없단 소리였다.

저건 위험하다.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

“젠장. 이런 의뢰 따위 받는 게 아니었…… 커헉!!”

그때 어둠속에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주먹을 뻗어 그를 후려쳐 날려버렸다.

“커헉?!”

끔찍한 격통에 그의 전신이 무너져내린다.

그리고, 그의 앞으로 다가오는 건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거구의 사내. 두억시니였다.

“어딜 도망가시나. 밤의 산은 도깨비들의 놀이터인데 말이야.”

그는 스산하게 웃으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미안하지만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군. 멀리서 저격하고 도망친다고 그냥 보내주는 건 멍청이나 할 짓이라는 걸 왜 모르는지.”

이 미친 새끼가! 그딴 게 가능한 놈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냐!

속으로 그리 외치지만 그의 의식은 이미 흐려질 뿐이었다.

* * *

결론적으로 저격을 한 자는 그다지 쓸모있는 정보를 뱉어내지 않았다.

그는 집웹을 통해 의뢰를 수행하는 일개 암살자(?)였을 뿐, 클라이언트에 대한 정보는 가진 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 진짜입니다! 그냥…… 여기서 기다리다가 일이 꼬인다 싶으면 저 꼬맹이와 저 남자를 암살하라는 의뢰만 받아서…….”

“아는 게 없나 보군. 정말로.”

“헤헤……. 그…… 저는 살려주시는…….”

퍼억!!

순식간에 사내를 침묵시키는 두억시니였다.

“그럼 저 꼬맹이만 남았는데. 뭐 알아낸 거 있나?”

“특수한 마나 파장이 뇌를 휘감고 있어, 세뇌의 흔적은 분명해. 그렇기에 정보를 얻기 힘들지.”

차라리 이 꼬맹이가 살인에 미친 악귀였으면 어떻게든 입을 열어 그림을 가져온 장소를 털어볼 테지만 거의 인형에 명령만 주입한 것처럼 소년의 상태는 세뇌에 절여져 있었다.

“저 아이는 인형이나 다름없어요.”

“골치 아프게 됐군. 그나저나…… 참 기분 나쁘기 짝이 없다.”

두억시니는 흉내 내듯 만들어진 그림들을 죄다 으깨고 찢어버렸다.

이번 일은 세간에 알려지면 이래저래 골치 아픈 사건이다. 그런 만큼 흔적은 모두 지워야 했다.

두억시니가 찢어버린 그림은 레밀리아가 화염 마법을 일으켜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여기 쓰러진 놈들은?”

“인간을 인간 이하로, 고깃덩어리로 취급하던 놈들이야. 살려둘 이유가 있어? 다만 이곳에 갇혀있던 이들이 우리를 봤다면…….”

“그건 내 요술로 어떻게 할 수 있다. 상태가 전부 말이 아니니까. 꿈이라도 꾼 것처럼 느끼게끔 암시를 걷는 것뿐이니까.”

“그건…… 편리하네.”

“레밀리아. 나가 있어라.”

타우르스가 레밀리아의 등을 떠밀었다.

“뭐…… 뭣?!”

레밀리아가 저항하듯 버텨냈지만, 타우르스는 그녀를 떠밀다가 그대로 둘러멨다.

“타우르스! 이거 놔!”

“우리는 이런 일에 별로 감흥이 없지만 넌 인간이야 자기.”

담담하게 말하는 보팔 레빗이 씨익 웃어 보였고, 레밀리아는 굳게 닫히는 문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비명이나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이곳의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 깡그리 사망한 건 분명했다.

하지만 뒤늦게 이곳을 찾은 경찰을 포함한 수사대는 이곳에서 그 어떤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아니. 그들이 발견한 게 아예 없진 않았다. 범죄조직에 납치당해 학대를 당하고 있던 피해자를 찾아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을 취조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동일했다.

마치 귀신같은 게 나타난 것처럼 그들이 죄다 쓰러져 죽어버렸다는 이야기뿐이었다.

“이 꼬맹이의 세뇌는 우리가 풀 수 없겠는걸.”

“애초에 그 세뇌가 풀리면 저 꼬맹이는 자기가 죽인 이들을 기억할까?”

기억한다면, 그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을까.

이번 일은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은 끔찍한 존재가 벌인 일이라는 건 분명했다.

1차 습격을 완수한 헬창부는 데이비에게 중간보고를 보냈다.

이후 그는 어깨에 페르세르크를 앉힌 채 그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빠르게 넘어왔다.

“꼬맹이는 여기 있다.”

“고생했어. 다들. 누군가를 죽이는 게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겠지만.”

담담하게 말한 데이비는 조용히 다가와 의식을 잃고 있는 소년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악질적인 세뇌상태네. 단순히 푸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데이비가 고민하자 페르세르크가 그의 뺨을 쿡 찔렀다.

“기억은 남는 것이로구나.”

“맞아. 이 꼬마의 세뇌를 풀면 이 녀석의 정신은 십중팔구 박살 난다.”

“그럼 방법이 없는 건가요?”

레밀리아가 조심스레 물었다.

“듣기로는 이런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들었어요.”

애초에 소년은 세뇌상태. 직접 입으로 뭔가 제대로 된 정보를 듣기는 어려웠다.

그저 세뇌상태라는 사실만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아마 제대로 된 기억도 없을 거야. 가진 건 죄다 누군가를 죽인 기억뿐이겠지.”

“흐음…….”

소년의 세뇌상태를 풀면 녀석이 지닌 기억을 보존시켜서 그림을 어디서 가져왔는지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 소년은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

의도하지 않게 사람을 죽인 기억까지 남아버릴 테니 말이다.

차라리 세뇌상태로 두면 정신이 도망가질 일은 없겠지만 그냥 두는 것도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다.

“수고했어. 지금부터는 내가 할게.”

그 말에 세 헬창들이 어깨를 으쓱였다.

파괴하는 건 그들의 전문. 하지만 대단한 계략을 짜고 하는 건 그들의 장기가 아니었다.

그때였다.

“아뇨. 저희가 마무리 지을게요.”

“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대공님이 직접 나서면 시선이 모인다면서요. 이번 일은 비밀리에 처리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너희들에게 무리한 명령을 내리는 건…….”

“무리하지 않아요!”

그녀가 당당하게 말했다.

“전 마법사예요. 그리고 마법사는 빡통들이 할 수 없는 직종이죠.”

그녀가 눈을 번뜩였다.

“이런 일은 제 전문이에요. 밥값이라도 할 테니 맡겨주세요. 비록 힘이 고갈된 상태라 제대로 된 마법은 쓸 수 없지만…… 힘은 저 세 바보에게 맡기고 제가 머리가 되겠습니다.”

레밀리아의 단호한 요청에 데이비는 페르세르크를 흘긋 보았다.

“어쩔까?”

“그대는 이미 결단을 내린 모양이로구나. 최소한의 도움만 주고 맡겨보는 게 어떠할지.”

“그래.”

담담하게 대답한 데이비는 소년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는 사령 마나를 피워올렸다.

터엉!!

동시에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뭘 하신 건가요?”

“세뇌 마법을 비틀어놨어. 각성자의 힘이긴 하지만 기원은 마나에 기반하는 거 같네.”

“세뇌 마법을 비틀어요?”

“그래. 살인 병기로서의 기억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락을 건 것뿐이야.”

이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누군가를 죽였다.

“그게…… 되나요?”

“이런 것도 못 하면 디스펠 장인의 이름이 울지. 그래도 이건 확실하네. 세뇌를 건 놈이 특화마법을 사용하는 게 말이야.”

레밀리아는 방금 데이비가 일으킨 마법의 움직임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확인했는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통 그런 건 대마법사도 이렇게 콩 볶아먹듯이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초 고위서클 마법조차 디스펠 해버리는 마법사에겐 사실 해당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나머지 아이 중에 세뇌당한 아이들도 확보되는 대로 데려와. 세뇌를 풀고 넬타리드 교단 쪽에 보낼 테니까.”

이 아이들이 누군가를 죽인 사실은 변치 않는다.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선 때려죽이고 싶은 아이들일지라도, 제삼자로선 명확하게 입장을 잡아야 했다.

이 아이들을 세뇌시켜 살인을 강제로 시킨 그 세뇌술사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단서가 이렇게 확실하게 끊어졌다면, 녀석들을 쫓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최후의 수단도 있지만 그건 가능하면 피해야겠지. 다만, 지금까지 보고를 기반으로 하면 방법은 두 가지야.”

두 가지?

“이 소년에게 추가 암시를 걸어서 기억을 끄집어내는 방법이 첫째.”

“좋은 방법은 아니네요, 두 번째는요?”

“둘째는 너희가 태워버린 그 위작에 새겨진 정령의 기억을 들쑤셔야지.”

상대는 나름대로 열심히 기억을 지웠겠지만. 그림은 세뇌 마법이 걸려있다.

즉. 이 그림들에는 반드시 그놈이 접촉한 기억이 존재한다.

자세한 기억까지는 남아 있지 않겠지만 놈의 모습, 그리고 놈의 모습이 비칠 때 보일 주변의 풍경까지.

데이비는 떠나가기 전 정령 하나를 불러내 그들에게 붙여주었다.

유리아가 다른 장소에 있는 위작품들의 위치를 전해주면 이번엔 정령을 이용해 그림에 남은 그놈의 기억을 끌어내 확인하라는 것.

세계적으로 움직이며 범죄를 저지르는 이놈들이라 할지라도 정령의 기억까지 들쑤셔서 찾아낼 거라곤 생각지 못했으리라.

애초에 넬타리드나 비화의 힘을 빌리면 좀 더 일이 쉬웠겠지만 둘은 차원의 복구로 바쁜 찰나였다.

* * *

“그렇군요. 그림을 태우지 않았다면 이야기가 편했겠지만…… 그거 아시나요? 이번 정보를 얻은 것도 정말 어려웠어요. 거의 운이 좋았죠.”

“그건 알고 있다. 신중하지 못했던 건 인정하지.”

유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첫 번째 장소도 어디까지나 국가끼리 공조해서 비밀리에 수사하던걸 털어온 거지만……. 그래요. 유럽 쪽도 아직 한 개 더 있으니까. 중요한 건 시간이에요. 상대가 눈치챘다면 반드시 흔적을 지우려 들 겁니다.”

말 그대로 시간 싸움. 하지만 시간 싸움은 아무래도 좋았다.

“위치는?”

“멕시코의 과달루페. 최근 마약 카르텔 중 일부 세력이 그곳에 집결하고 있다고 해요.”

“그림이 있는지는 확실한가?”

“아뇨. 솔직히 지금 계신 그곳 말고는 확신할 수 있는 장소는 없어요.”

“그렇다면?”

“그러니. 의심이 되는 곳은 다 들쑤셔보는 수밖에 없죠.”

상대가 범죄조직을 통해 이것을 팔아넘길 계략을 짰다면, 반드시 비슷한 방법을 여러 곳에 투입했을 터였다.

“나머지는 현장에서 직접 찾아야겠죠. 상대가 흔적을 지우고 잠적하기 전에.”

시간제한까지 걸린 복잡한 상황.

하지만 세 헬창은 아무래도 좋다는 표정이었다.

“별로 어렵지도 않군. 이동하지.”

그저 우직하게 불도저처럼 밀어붙일 뿐이다.

어차피 세계 곳곳에 숨긴 그림 같은 거야 원흉을 잡아내면 해결될 일이니까.

유리아는 그 외에도 조금 이상한 조짐을 보이는 범죄조직이란 범죄조직에 대한 정보를 모조리 꺼내놓았다.

국가 측에서도 의아해할 뿐 직접적인 수사하기 힘들어 확보만 하고 있던 정보를 죄다 털어온 결과였다.

그리고. 정보를 확인한 헬창부는 곧바로 셋으로 나뉘어 의심되는 지역을 죄다 털기 시작했다.

은밀하게 잠입하는 건 취향에 맞지 않는 그것들은 무식한 방법으로 정면돌파를 진행했고, 결국 에반젤린의 그림 위작 12점과 그것들을 지키던 살인 병기로 세뇌된 아이 둘을 확보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 외엔 이미 증거를 지운 것들이 대부분. 사실상 마지막 단서였다.

물론, 상대는 더욱 깊숙이 숨었지만 그건 이제 헬창부에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헬창부가 그것들을 죄다 습격해 때려 부수는 동안 레밀리아는 그들을 기다리며 지구의 도시나 관련 건물들을 보며 지식을 쌓았다.

그리고, 정령의 힘을 이용해 기억을 복원한 결과 자세한 정보는 얻지 못했지만. 마스크와 후드를 쓴 한 남성과 중년의 동양인 남성에 대한 인상착의는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기억이 모호해서 목소리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저 육탄전으로 들이박는 헬창들과 달리 레밀리아는 짧은 시간 지구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었다.

“우연이긴 한데…… 미국 쪽의 신문을 통해서 이 얼굴 본 적이 있어.”

미국이라는 말에 세 헬창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모인다.

“미국?”

“잠시만.”

그녀는 태블릿을 들어 빠르게 무언가를 두드렸다. 며칠 정도 써보더니 제법 익숙하게 사용한다.

“이거야. 인터뷰 기사.”

“음?”

“인터넷이라는 건 참 대단하긴 하네. 이런 것도 바로 볼 수 있고 말이야.”

그 안에는 한 남성의 인터뷰 내용과 사진이 담겨있었다.

그 사진의 존재는 정령의 기억에 있던 사내였다.

“신성의 미국지사 본부장. 데이브 김.”

현아와 연희, 그리고 삼촌이 이끄는 초거대 국제기업.

신성 내에 배신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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