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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537화 (1,536/1,559)

제 1537화

이번 사건을 에반젤린에게 알리는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한창 자신의 일로 바쁜 아이가 이런 어두운 일에 괜히 엮이는 게 달갑진 않았으니 말이다.

따라서 헬창부가 정기적으로 보고를 올리는 건 어디까지나 이 명령의 주체인 데이비였다.

“신성 내부에는 여러 파벌이 있어. 데이브 킴이라…… 미국지사 본부장. 그래. 그 망할 인간, 내 그럴 줄 알았어.”

현아가 짜증스레 중얼거리자 부엌에서 앞치마를 둘러매고 소시지를 구워 나오던 크리스가 낄낄거린다.

“헤이. 현아. 내가 말했잖아? 그놈은 그런 인간이라니까.”

“마음에 안 든다고 다 쳐낼 수 있으면 그건 내가 아니라 저 세발낙지겠지.”

“뭐래. 대왕오징어가. 요새도 가오리가 친구 하자면서 들이대냐?”

“자, 미스터 데이비. 특제 소시지입니다. 맥주와 함께 먹으면…… 캬아…….”

“잘 먹을게요.”

“대공비님과 그쪽 아가씨랑 셋도 어서.”

현재 현아와 크리스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을 전제로 연인 사이가 되었다.

물론, 이 사실이 알려졌을 때 한창 뜨겁긴 했다. 일국의 최고 각성자와 신성의 머리나 다름없는 그녀가 손을 잡으면 국가 편향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둘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맛 좋네요.”

“그치? 이게, 또 내가 가는 단골 사장님의 특제 소시지거든!”

미국식의 소시지. 그는 소시지를 참 좋아하는 편인가 싶었다.

물론, 그의 말대로 맛 자체는 굉장히 훌륭했다.

현재 현아의 개인 사택에 있는 것은 데이비와 페르세르크, 그리고 현아와 크리스. 마지막으로 헬창부와 레밀리아였다.

“확실히 이 남자가 맞긴 해.”

“꽤 문제를 일으켰나 보네?”

“문제를 일으켰다기보단 야심이 가득한 인간이지. 그런 주제에 나름대로 철두철미해서 쉽게 틈을 내주지 않아.”

비록 삼촌이 신성을 일으켜 세운 회장이며 그 힘의 위치는 굉장히 높은 편이지만 그 아래에는 여러 힘의 서열 구도가 존재한다.

“데이브 김. 세계에서 가장 큰 지사중 하나인 미국지사의 현재 본부장이기도 하고 상당히 큰 지분을 보유한 주주 중 하나야.”

삼촌이 기본적으로 회사의 성장세를 잘 유지하고 있기에 그 위치까지 넘보고 있지는 못하지만 현아의 말대로라면 이자는 신성이 조금만 흔들려도 바로 물고 뜯어댈 하이에나라는 모양이었다.

“원래 이 사람도 이런 인간은 아니었데. 초창기엔 삼촌과 함께 신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자리에 심취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바뀌었다더라.”

그의 능력이 부족한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큰 욕심 때문에 사람이 냉정하게 변했다.

물론 기업가이자 사업가에게 있어서 냉정함은 필수요소 중 하나지만 그의 냉정함은 공의를 위한 냉정함이 아닌 자신을 위한 냉정함이 되었다.

“회사 내에서 자신의 힘을 서서히 키우는 거구나. 신성 자체를 먹어치우기 위해서.”

“뭐. 그런 감이 없잖아 있지. 실제로 삼촌과도 엄청 많이 부딪히는 편이었고.”

초창기 설립멤버이며 그럭저럭 실력도 제법인 터라 회사 내에서 그를 쳐내는 건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조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고작 푼돈 벌자고 이런 짓을 저질렀다라…….”

물론, 거래의 금액, 규모는 거대하지만, 그는 그런 돈을 푼돈 취급할 정도로 거대한 위치와 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건가.”

“뭐. 짚이는 거라도 있어?”

“내가 이 인간을 만나봤어야 알지. 다만, 돈때문이 아니면 여러 이유를 추측해볼 순 있지만…… 우선은 시험부터 해봐야겠네.”

“그건 참 나쁜 취미인 게야 데이비. 아 하게.”

페르세르크가 포크로 소시지를 집어 내밀자 데이비는 고스란히 받아먹었다.

“현아. 현아도 아.”

“……어휴…….”

그 모습을 보던 크리스도 장난스레 웃으며 현아에게 소시지를 내밀었고 그녀는 한숨을 내쉬면서도 거부하지 않았다.

“둘 사이가 괜찮아 보이네.”

“이 인간이 쓸데없이 텐션같은 게 높아.”

“오, 미스터 데이비. 그녀는 악마입니다. 사람을 홀리는 데에 아주 천부적입니다.”

“그래도 대왕오징어가 괴롭히면 말해요.”

“푸하하하하! 컥!”

낄낄 웃던 그는 옆구리에 팔꿈치가 찍히며 침묵한다.

“하여튼 매를 벌지, 그래서 이 인간 털 거야?”

“회사 일에는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은데.”

“삼촌을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고 움직여줘. 솔직히. 마음 같아선 내부감사라도 돌려버리고 싶지만…… 신성 내부에 여러 알력싸움이 있어서 나는 쉽게 못 움직여.”

정적이다. 다만 그가 무언가 계략을 꾸미고 있다면, 현아로썬 그걸 무시할 수 없었다.

현아가 열이 뻗치는지 주먹을 빠드득 소리 나게 쥐었다.

“현아. 릴렉스.”

“하아…….”

“뭐. 일단 알겠다. 단순히 에린이 그림을 위작해서 돈을 벌려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으면 일단 확인은 해볼게. 삼촌은?”

“글쎄. 우리도 이제 안 사실이니 모르지 않으셨을까.”

데이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페르세르크가 제 몸보다 큰 포크를 집어 들고 데이비의 입안에 소시지를 쑤셔 넣었다.

“든든하게 먹어야 하는 게야.”

“거참. 걱정도 팔자네. 사랑해!”

“꺅! 깜짝 놀라지 않았느냐!”

작디작은 그녀의 귀에 가까이 대고 소리치면서도 데이비는 전혀 부끄러운 기색이 없었다.

물론 페르세르크는 빨개진 얼굴로 늘씬한 다리를 뻗어 데이비의 얼굴을 퍽퍽 걷어찼지만 말이다.

언제봐도 금슬이 참 좋은 부부였다.

* * *

아직 미국 지사본부장 데이브 킴은 자신이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저 빠르게 흔적들을 지우며 자신으로 향하는 루트들을 모두 끊어 손절하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이렇게 되면 관련된 모든 정보, 및 물증들이 한자리로 모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레밀리아.”

“네?”

“시험이다. 데이브 킴이라는 자는 돈이 많아. 어디 가서 돈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인간은 아니지, 그런 그가. 어째서 이런 위험한 짓을 저질렀을까.”

데이비의 질문에 레밀리아는 조금 전 데이비가 시험을 해보겠다고 한 주체가 자신이었음을 깨달았다.

“저…… 왜 갑자기 시험을…….”

“그냥 의견을 묻는 거야. 정답을 말할 필요 없어. 그냥 생각나는 대로 대답해봐.”

데이비의 대답에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돈은 충분해요. 굳이 이런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죠.”

그녀는 조용히 침묵하며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돈이 아닌 이번 행동으로 어떤 이득을 취할 다른 게 있다는 뜻이겠죠. 이를테면…….”

그녀가 고개를 든다.

“정적의 실각. 혹은 힘의 약화라던가.”

“호오?”

데이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마치 재밌는 걸 본다는 표정이었다.

“신성에 대해 이래저래 공부했어요. 회사라는 것이 어떤 시스템인지도. 자세하게 확인한 건 아니지만…… 회사는 하나의 작은 국가라고 가정했을 때. 그리고, 지금까지의 사건을 정리해볼 때 그의 목적은 하나.”

그녀가 숨을 짧게 내쉬며 조심스레 결론을 내놓았다.

“그림 사건을 숨기는 척 들켜서, 현 신성 그룹의 주가를 하락시켜 그 회장님의 입지를 좁히거나 실각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어째서 그렇게 판단했지? 이번 일이 알려진들 신성이 들킬 가능성은 작고 설사 들켰다 해도 데이브 킴 본인은 파멸이야. 현 회장과는 대척점에 있기에 큰 타격도 되지 않지.”

“본인이 들키지 않는다면요?”

“오호?”

“그림을 호송한 곳마다 세뇌된 아이들이 하나씩 있었죠. 제가 지구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 아이들 인종이 전부 달랐어요.”

그녀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실을 잊지 않고 캐치해냈다.

“다국적으로 모여진 특수한 각성자. 여러 길드가 존재하지만 이런 식으로 다국적으로 모으는 건 쉽지 않죠. 하지만 딱 두 곳. 그게 가능한 곳이 두 곳 있어요.”

그녀가 손가락을 두 개 펼쳤다. 그리고 하나를 접는다.

“첫째. 넬타리드 교단. 그리고 둘째, 신성 그룹.”

그녀는 말했다.

“은근슬쩍 정보를 흘려서 신성 그룹이 재능있는 어린 고아들을 지원하면서 각성의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육성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공표한다면.”

“그래. 현 신성의 회장 쪽에서 발의한 사업이니까, 좋아좋아, 계속해봐.”

“신성은 도마 위에 오르고 수사를 받게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던 현 신성의 수장님에게 타격이 가겠죠. 진실 따윈 중요하지 않아요. 논란이 생겼는가 아닌가가 중요하죠. 게다가 에반젤린 대공녀의 그림을 위작하려 했던 것까지 퍼지면 티오니스에서 항의도 들어올 테니.”

“저기. 자기. 하지만 계약자와 신성이 그렇게 이간질이 되기엔 사이가 돈독하지 않을까?”

“그건 우리의 입장이잖아. 보팔 레빗. 상대는 그걸 몰라.”

레밀리아는 냉철하게 판단했다.

“와, 얘 물건이네.”

그리고 데이비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에게 제안했다.

“혹시 내 직속 대학원생 하지 않을래?”

동시에 세 헬창 바보들이 기다렸다는 듯 틀어막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자기. 상도덕이 없지 않을까?”

“개수작 부리지 마라.”

타우르스는 말없이 레밀리아의 팔을 잡아당겨 제 뒤로 숨겼다.

“야. 니들 누구 편이야.”

“그대는 인재욕심이 너무 과해.”

“인재는 그만한 대우를…….”

“그녀가 원하는 건 아닐 터인데?”

나름대로 고집을 부려보지만, 페르세르크의 말에 결국 데이비는 포기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별수 없지. 80점이다.”

“나머지 20점은요?”

“지금부터 가르쳐줄 테니 따라와.”

본래 데이비가 개입하면 일이 귀찮아진다.

시선이 끌리면 은밀하게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가 티오니스 쪽의 일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다면, 직접 나서는 수밖에.

데이비는 적당히 인식저해마법을 걸고는 가볍게 정강이를 걷어차듯 허공을 걷어찼다.

콰지직!!

그러자 허공이 찢어지며 균열이 서서히 크게 찢어지더니 이내 3미터 정도 되는 틈을 만들어냈다.

“세상에…… 마법?! 말도 안 돼! 기본적인 마법의 체계를 죄다 무시하고 있잖아! 이건 대체…… 앗! 잠깐만요! 이거 조금만 더 보고!”

“따라와 임마.”

열린 균열로 들어가지 않고 근처의 마법적 잔향과 잔해를 분석하는 천성 마법사 기질을 보이는 그녀였다.

다만, 그런 그녀의 급발진은 두억시니가 우악스럽게 그녀를 어깨에 들쳐메면서 끝나게 되었다.

* * *

미국의 한 해안 부두.

“후우. 계획 한 번 귀찮게 됐군. 들키는 건 상정 내의 부분이지만 너무 빨리 들켜버렸어.”

“처음에 살짝 정보를 흘린 걸 물었으니까. 당연한 결과겠지. 다행인지 아직 티오니스 쪽에선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 같더군.”

후드에 마스크를 쓴 사내와 데이브 김이 어두운 폐창고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었다.

“현재 남은 녀석들은 몇이지?”

“당장 사용 가능한 녀석들은 고작 넷이다. 그 이상은 의심을 살수도 있으니 불가하다고 한 건 당신이 아니었나?”

“쓸모없긴.”

“불만을 품을 생각이었으면 더 좋은 재료를 준비했어야지.”

인적이 드문 폐창고의 나무상자 안에 담겨있는 수많은 그림들을 보며 데이브 김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

“어쨌든 계획이 완성되기엔 시기상조다. 다행이라면 증거 하나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들킬 가능성은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겠지.”

“그럼 우선은…….”

텅텅텅!!!

그때였다.

굳게 닫힌 창고의 큰 문에서 소리가 나자 둘의 시선이 일순간 문 쪽으로 향했다.

“누가 추가로 오기로 했나?”

“아니…… 이 시간엔 경비도 오지 않는다.”

그 말과 동시에 마스크를 쓴 사내가 손짓하자 근처에 멍하니 서 있던 소년과 소녀 넷이 은은하게 빛나는 손전등 하나를 든 채 천천히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각자 섬뜩한 빛을 머금은 날붙이를 꺼낸 그 순간.

콰아아앙!!!!

철문이 일순간 박살 나며 굉음이 일었고, 갑작스런 충격파에 휩쓸린 소년 소녀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튕겨 나갔다.

“야이 멍청아! 막 들어가지 말라니까?!”

“뭘, 기다리고 있나!”

동시에 주변이 환하게 밝아지자 두 사내 또한 반사적으로 눈을 가렸다가 천천히 떴다.

“대체 어떻게?!”

그들의 시야에 비친 것은 레밀리아를 중심으로 당당하게 걸어들어오는 거구의 세 사내였다.

“실례한다. 좋은 말 전해주러 왔다.”

“데이브 김. 그리고, 그쪽의 세뇌술사. 당신들은 포위됐어요.”

손가락을 뚜둑 소리 나게 꺾으며 들어온 그들은 척 보기에도 위험한 기세를 풍겨댔기에 세뇌술사가 황급히 손을 뻗었다.

콰아아앙!!!

동시에 튕겨 나갔던 네 명의 어린 소년 소녀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포탄처럼 그들에게 쏘아져 들어갔다.

녀석들은 하나같이 신속하고 기민했으며 망설임이 없었다.

다만 방출계보다는 대부분이 육체 강화계 각성자들이었다.

카아앙!!!!

한 소녀가 휘두른 날카로운 단검이 두억시니의 두꺼운 팔뚝과 충돌하자 마치 금속이 부딪힌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불똥을 튀겼다.

“…….”

감정이 없는 소녀라 할지라도 이런 상황이 어이가 없는지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거리를 벌린다.

아니. 벌리려 했다.

“거 손버릇이 나쁜 꼬마로군.”

텁!!

거리를 벌리려던 소녀의 다리를 낚아챈 두억시니는 망설임 없이 소녀를 그대로 휘두르듯 땅바닥에 내리쳐버렸다.

끅…… 끄륵.

“야 이 멍청아! 힘 조절!”

“하고 있다. 무슨 방법을 쓴 건지 어지간한 육체 강화 각성자보다 튼튼하니 적당히 기절하는 정도일 거다.”

일순간에 한 명이 제압당하자 나머지도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꼈는지 연계를 취하기 시작했다.

타우르스의 목을 노리고 소년의 검이 엄청난 속도로 찔러져 들어왔다.

보통이라면 튕겨내거나 피해야 하리라.

하지만 타우르스는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가 펴고는 그대로 파고들어 스트레이트를 날리듯 주먹을 내질렀다.

아니, 정확히는 내지르려 했다.

뒤쪽으로 빠진 한 소년의 손을 타고 강력한 염동력이 그의 몸을 휘감기 전까지는 말이다.

염동술사인가. 막대한 물리력으로 그 육신을 제압했다 판단한 것인지 소년은 검에 검은 기류를 피워올려 타우르스를 끝장내려 했다.

하지만.

이 소년소녀들은 몰랐다.

타우르스가 생각 이상으로 단순무식하며 얼마나 터프한지를 말이다.

콰직…… 챙그랑!!!!

몸을 묶고 있는 무형의 힘을 죄다 부숴버리고는 그대로 스트레이트를 박는 타우르스에게 후퇴. 혹은 방어 따윈 없었다.

오로지 공격.

순식간에 파고들어 간 주먹이 소년의 가슴에 그대로 꽂혔고, 엄청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커헉!!”

어지간해선 비명 하나 내지르지 않던 소년이 거친 숨을 토해내며 크게 경련하기가 무섭게 그는 소년의 옷을 낚아채 자신 쪽으로 잡아당긴 뒤 그대로 몸을 틀어잡아 염동력을 사용했던 아이에게 집어 던졌다.

당연 자신 쪽으로 날아드는 소년을 막아내기 위해 급히 염동력을 발휘하는 아이지만 그 행동은 굉장히 안일한 판단이었다.

염동력으로 충돌을 막으려 하는 그 짧은 찰나에 이미 타우르스는 그 아이의 지근거리까지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아…….”

콰아아앙!!!!

하나같이 엄청난 재능을 지닌 아이들이다. 특수한 방법으로 그 힘을 더욱 강화한 것 같지만 그렇다고 한들 결과가 달라지는 일은 아니었다.

“비…… 빌어먹을!!”

“…….”

자신들을 지켜주는 이들이 순식간에 당해버린 탓에 데이브 킴의 표정이 파랗게 질려간다.

“컥…….”

마지막으로 저항하던 아이까지 당해버리자 그는 한발, 두발 물러났다.

“대체…… 대체 어떻게 여길 찾은 거지?”

“그걸 굳이 말해줄 의리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군.”

두억시니가 천천히 다가가며 말하자 그가 소리 질렀다.

“뭐…… 뭐 하는 거야! 날 지켜! 지키라고!”

“이렇게 단시간에 세뇌하는 건 불가능해. 게다가 저항력이 일정수준 이상이면 사실상 세뇌는 불가하다.”

하지만 후드에 마스크를 쓴 사내는 데이브 킴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달할 뿐이었다.

“젠장! 쓸모없는 자식!”

“닥쳐! 난 원래 비전투계열이라고!”

그렇게 소리친 그는 이내 레밀리아를 똑바로 직시하며 말했다.

“물러나라!”

“뭐?”

“미안하지만 나는 탈출구 정도는 만들어놓는 편이거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미 대륙 곳곳에 세뇌해둔 인간들을 폭주시킬 수 있다. 그들이 미쳐서 자결하게 만들 수도, 밖에서 대참사를 일으키게 할 수도 있지…….”

“그럼 그전에 널 곤죽으로 만들어버리면 되겠군.”

“어디 해보시지. 내 목이 떨어져도 수많은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그는 한 발 두 발 퇴로를 향해 가까워지듯 말했다.

“움직이지 마라.”

“이…… 이봐! 뭐 하는 거야! 나는 어쩌고!”

“당신은 이미 신분까지 들켰다. 더 이상 회생 구멍 같은 건 없어. 하지만 나는 다르지.”

그의 말에 데이브가 배신감에 치를 떨었지만, 세뇌술사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한 시선이었다.

“수많은 참사를 일으키기 싫다면 나를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은 집어치우는 게 좋을 거다.”

그의 말에 레밀리아가 이를 빠득 깨물었다.

설마 인질을 잡을 거라곤 생각지 못한 탓이었다.

처음부터 세뇌술사를 포함한 이쪽의 각성자 능력에 대해 조금만 깊게 생각했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터.

처음부터 기습으로 그를 제압한 뒤에 일을 진행했어야 했다.

“셋 다…… 제압 가능해?”

“어려운 건 아니지만 글쎄. 트리거가 되어있다면 우리가 제압한다 해도 이 미국 전역에 숨겨진 세뇌 피해자들을 막을 수 있을 거 같진 않네.”

“대체 그만한 힘으로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레밀리아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돈과 권력 때문이지.”

그렇게 말하며 그가 떠나가려던 찰나였다.

덜컹!!

무언가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창고 안으로 느긋하게 걸어들어왔다.

“나머지 20점을 빼먹은 게 뭔지 정답을 알려주마.”

그의 손엔 피떡이 된 사내 하나가 뒷덜미를 잡힌 채 추욱 늘어져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대…… 대공님.”

“히익?! 티오니스 성자?!”

“처음 보는 건가? 반갑네.”

빙그레 웃으며 다가온 그는 손에 잡힌 반 시체를 가볍게 던졌다.

“빌? 이런 젠장…… 대체 어떻게…….”

“숨겨둔 수가 그게 전부면 좀 아쉽긴 한데…….”

“어차피 달라지는 건 없어. 길을 열어라. 티오니스 성자.”

기겁한 데이브와 다르게 세뇌술사는 어떻게든 탈출하기 위해 인질을 가지고 위협해왔다.

하지만. 세뇌술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데이비는 거침없었다.

“해봐.”

“뭐?”

“해보라고.”

짧은 침묵 속에서 그가 헛숨을 내뱉었다.

“그 무슨…….”

그의 질문에 데이비는 레밀리아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설명했다.

“모든 계획엔 상대의 능력이 가장 큰 변수다. 그러니 상대가 정확히 어떤 능력인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는 거다.”

“그건…….”

“그래. 이미 세뇌를 당한 아이가 여럿 있었지. 단순히 세뇌술사라고 해서 그 방식. 조건, 힘의 범위.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누군가를 조종한다고 가볍게 여긴 시점에서 20점 감점이다. 레밀리아. 모든 계획은 최악의 가정을 반드시 염두에 둬라.”

데이비의 말에 세뇌술사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 하하하! 잘 알고 있군……. 하지만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지?”

“음?”

“네 말대로 나는 시간을 들여 누군가를 세뇌할 수 있다. 비록 빌어먹게 조건이 까다롭지만, 장기간 준비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그래서?”

“특정 주파수를 이용해서 전자장비를 통해 세뇌해둔 이들을 조종하고 대참사를 내는 건 쉽다는 소리다. 총기를 난사하건 폭탄을 터뜨려버리건. 차를 타고 사고를 내던.”

“…….”

“이런 상황에 네가 무엇을 할 수 있지? 그저 추측하는 것 말고 네놈이 뭘 할 수 있냐는 거다. 설마. 그들이 대참사를 벌이게 그냥 두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그가 킥킥 웃으며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이에 타우르스가 섬광처럼 쏘아져 나가려 했지만, 데이비가 제지한다.

“하게 둬.”

삑!!

동시에 세뇌술사가 스마트폰을 조작한다.

겉보기엔 일반적인 스마트폰 같지만 저건 그의 힘을 안테나처럼 퍼뜨리는 마석 장치였다.

…….

다만 그의 자신만만한 웃음이 사라지는 데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어…… 어어? 어째서? 왜 세뇌가 똑바로 작동하질 않는…….”

“왜긴.”

데이비가 씨익 웃으며 한 손을 가볍게 털어냈다.

콰드드득!! 퍼어어엉!!!!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견고한 창고의 천장이 일순간 뜯겨 나간다.

경이적인 힘의 방출.

하지만 중요한 건 날아간 천장이 아니었다.

“결국, 트리거인 네게서 아무런 신호도 못 받으면 결국 땡이라는 소리인데.”

“저건 뭔…….”

이 일대 전체를 감싸고 있는 보랏빛 장막들이 스파크를 일으키고 있었다.

세뇌술사는 자신의 힘이 전부 저 보라색 장막에 막혔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마나를 기반으로 한 힘인 만큼 차단 결계가 펼쳐진 순간 지금 그는 통화권 이탈지역에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셈이 되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아니 그보다 대체 언제 저런 거대한 결계를…….”

“네가 이 안에서 다른 곳에 정신 팔려있을 때 펼쳐놨지.”

터벅…… 터벅.

“아까 좋은 말을 하던데, 그대로 돌려줄게.”

천천히 다가오며 허공에서 붉은 검, 홍단이를 꺼낸 데이비가 말했다.

“네가 뭘 할 수 있는데? 네가 당황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뭔데.”

“자…… 잠깐!”

촤악!!!!

데이비의 손에 쥐어진 홍단이가 붉은 궤적을 남겼고, 그의 머리통이 날아갔다.

“네가 뭘 계획했건 그딴 건 내 알 바가 아니다만. 대가는 치러야지.”

이후 데이비는 검 끝을 데이브 킴에게 겨누었다.

“자…… 잠깐!!”

그가 필사적으로 외친다.

“혀…… 협상! 협상을 요청한다! 아직 사건은 충분히 무마시킬 수 있다. 티오니스 성자! 나는 네가 원하는 것을 마련해줄 수 있다!”

“협상이라…… 좋네. 협상하지.”

“정말인가?!”

“내가 내걸 건 네 목숨이다.”

“그게 무슨…….”

“협상 타결? 혹은 결렬.”

데이비의 말에 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협상을 성공해도 죽고, 실패해도 죽는다.

그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데이비는 한 발 더 내디뎠다.

“결렬이네.”

촤악!!!

피 분수가 인다.

“생각보다 허무한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두억시니가 중얼거리자 데이비는 빙그레 웃으며 한쪽 발로 대지를 가볍게 굴렀다.

콰드드득!!!

동시에 대지가 갈라지며 시뻘건 손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누가 끝이래.”

동시에 사령 마나와 신력이 뒤섞인 무형의 손이 그들의 영혼을 휘감아 끄집어내고는 지하로 끌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지. 내부에 배신자가 한둘이 아니니까. 수고했어. 이제부터는 전부 내가 정리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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