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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545화 (1,544/1,559)

제 1545화

주변의 시선이 모이는 것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삼각김밥을 내민다.

조금 전 그녀가 죽이려 했던 취객은 순간적인 살기에 취기가 다 날아가기라도 했는지 벌벌 떨며 도망친 지 오래였다.

“이걸 왜…….”

에반젤린이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이클립스를 내려다보자 그녀는 말없이 삼각김밥의 껍질을 우악스럽게 벗겼다.

마구잡이로 찢었는데 내용물이 멀쩡한 것도 어찌 보면 기예나 다름없다.

“먹…… 먹으라는 거에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어보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공허하고 무덤덤한 얼굴을 할 뿐이었다.

그녀에게서 표정의 변화가 생긴 건 딱 한 번뿐이었다.

취객을 죽이려던 그녀에게 매달려 말렸을 때.

그 이후로는 변화가 없었다.

멍하니 받아든 삼각김밥을 입안에 넣는다.

참치마요네즈 맛이었다.

“맛있어요…….”

사실 굉장히 어색한 것도 사실이었다.

친모라곤 하지만 에반젤린에게 이클립스와 추억 같은 건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행동하지만, 그녀에게서는 어떤 감정의 편린을 느끼기 힘들었다.

마치 컴퓨터에 짜여진 알고리즘대로 행동하는 AI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에반젤린이 맛있다고 하자 그녀에게도 아주 미약한 변화가 일었다.

이클립스가 다시금 아공간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민 것이다.

이번엔 피자빵이었다.

“엄마…….”

알 수 없는 울컥함이 밀려온다.

눈물을 애써 참으며 피자빵도 먹어치우자 이번엔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붕어빵을 내밀었다.

대체 이것들을 어디서 공수해온 것일까.

그렇게 먹다 보니 어느 정도 배가 차기 시작한다. 사실 공복도 거의 없었기에 속이 더부룩한 기분이었다.

“저…… 엄마, 배부른…….”

그러거나 말거나 이클립스는 호떡 하나를 내밀었다.

“저기 엄…… 웁!”

에반젤린이 한발 물러나자 고스란히 한발 따라와 호떡을 입안에 밀어 넣는다.

“어…… 엄마. 나 배불러!”

당장 말리지 않으면 끝도 없이 먹일 기세였기에 에반젤린이 허둥지둥거리며 저항했다.

툭!

동시에 그녀의 손이 이클립스의 손과 충돌했고, 이클립스의 손에서 남은 호떡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진다.

“아…….”

파랗게 질려버린 에반젤린이 몸을 떨었다.

듣기로는 이클립스는 엄청 무서운 존재였다고 했던가.

아빠인 데이비에게, 그리고 그녀를 본 적이 있는 엄마나 베르단데에게도 들은 적이 있는 이야기였다.

전장에서의 그녀는 하나의 공포 그 자체의 개념이나 다름없었고, 평소에도 상당히 가차 없는 존재라고 말이다.

설마 혼내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도 앞섰지만 사실 그게 아니었다.

지금 그녀가 가장 당황한 이유는…… 자신을 위해 호떡 같은 것을 준비해와 내미는 그녀의 호의를 내쳐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어…… 엄마. 그게 아니라.”

어쩔 줄 몰라 에반젤린이 횡설수설했지만, 이클립스는 바닥에 떨어진 호떡을 말없이 바라본다.

그리고는 에반젤린을 슬쩍 본 뒤 뭔가 결정을 내린 듯 아공간에 손을 밀어 넣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데.

왜 그녀의 행동원리가 이해가 되는 것일까.

이런 일이 벌어져서 서운해할 법도 한데…… 이클립스는 자신이 건네준 게 맛이 없었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마…… 맛없는 거 아니에요! 이건 실수라고요!”

에반젤린이 다급히 소리쳐보지만, 이클립스는 그저 기계처럼 손을 아공간 속에 넣어 휘적거렸다.

하지만 원하는걸 찾지 못했는지 그녀는 얼마 가지 않아 뚝! 하고 멈췄고 이내 아주 조심스럽게 떨리는 손으로 사과하나를 꺼내 내민다.

만들어진 건 확인이 안 되니 맛이 확정적인 과일을 주겠다는 것일까.

그녀는 이건 괜찮으냐고 묻듯 사과를 내밀었고 결국 에반젤린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가짜건 뭐건 그게 뭐가 중요한데. 이건 아니잖아.

자신이 실수한 건데. 왜 그런 슬픈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며 눈치를 보는 건데.

“흐윽…… 흑……. 흐어어엉!!!”

결국,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의 모습에 이클립스는 황급히 사과도 던져버리고 그녀를 끌어안고 토닥거렸다.

그 행동이 에반젤린을 더욱 눈물나게 만들었다.

자신은 효도 같은 것도 해본 적 없는데.

그녀를 오랜 시간 지켜왔고 끝내 그녀에게 평화를 선물하기 위해 스스로 희생했다고 들었는데.

그렇게 죽고 나서 모종의 이유로 이렇게 나타나서 한다는 행동이 이렇게 가슴을 아프게 하는가.

그렇게 한참을 우는 동안 이클립스는 그저 담담하게 그녀를 다독일 뿐이었다.

“실례합니다. 이곳에서 폭력 사건이 있었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그때 그런 두 사람의 분위기를 깨는 소리가 들려온다.

“듣자 하니 드레스를 입은 꼬마가 민간인을 상대로 각성 능력을 사용했다고…….”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이클립스를 체포하려는 모습에 엉엉 흐느끼던 에반젤린이 고개를 든다.

“뭐라고요?”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극심한 분노였다.

살면서 이렇게 분노를 느껴본 적이 없어.

“헙?! 에…… 에반젤린 대공녀?”

후드 너머로 보이는 에린이의 얼굴을 확인한 경찰이 화들짝 놀라는 게 보였다.

“뭐라고 했어요?”

“아…… 아니 그게……. 이곳에서 이 꼬마 아가씨가 민간인을 폭행했다고…… 피해자분으로부터 신고가 들어와서…….”

“신고? 피해자? 진짜 피해자가 누군데 신고해요? 설마. 만취한 그 인간이 신고한 거예요?”

에반젤린이 천천히 일어나 이클립스를 뒤로 숨기며 말했다.

“그…… 그게.”

“술에 잔뜩 취해서 길 가다 부딪혔다고 사람에게 손찌검을 가하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니까……. 그걸 막아준 건데 폭력 행위?”

씩씩거리며 화를 내자 에반젤린을 알아본 경찰은 어쩔 줄 몰라했다.

하지만 그 뒤를 따라온 나이가 지긋한 경찰은 달랐다.

“우선 자세한 내용은 서에 가서 들으시지요. 일단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에…….”

“서…… 선배님!”

“가만히 있어 너는. 아까부터 왜 이래 자꾸. 이런 일 하루 이틀 해? 어?!”

“그…… 그게…….”

이에 에반젤린이 분노의 임계점을 넣으려던 그 순간.

“저기요. 아까부터 상황보고 있었는데. 이 두 사람은 피해자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런 사람입니다.”

깔끔한 정장을 입은 사내는 품안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변호사분이시군요.”

“제가 상황을 쭉 봐왔는데 이 두 사람은 엄연한 피해자입니다. 그리고 그 신고를 했다는 취객은 특수폭행 피의자고요.”

“…….”

“아무리 절차라곤 하지만 이런 상황에 귀찮다는 이유로 일단 이쪽을 죄인마냥 몰아붙이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요?”

“그건…….”

“혹시 근처에 상황을 보신 분 계십니까?”

“아…… 저도 봤어요. 아까 그 취객 아저씨가 쇠파이프 들고 휘두르려는 거. 정작 저 두 사람은 아무것도 안 했고요.”

한 여성이 손을 들고 나오자 다른 이들도 하나둘 나와 두 사람을 변호했다.

“선배님…… 선배님…….”

그리고, 우물쭈물하던 후배 경찰이 선배 경찰에게 무언가 속삭였다. 이에 선배 경찰의 눈이 부릅 뜨여진다.

“뭐?”

“아 진짜라니까요?”

“……그…… 겁박하듯 말해서 죄송합니다. 혹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결국, 경찰들은 단순히 신고만 듣고 에반젤린을 위협한 걸 사과했다.

“아녜요. 신고를 받고 절차대로 한 거로 뭐라 할 생각은 없는걸요. 하지만 지금 서에 가는 건 불가하네요.”

그리고는 이클립스를 감싸듯 끌어안고 뒤로 숨기자 경찰들도 한숨을 내쉬었다.

“선배님 말했잖슴까. 그 인간 술 잔뜩 취했을 때부터 느낌이 싸하다고.”

“쯧…… 알겠습니다. 자세한 건 그 사람에게 듣도록 하겠습니다. 혹…….”

“괜찮아요. 그리고 나중에 조사가 필요하면 이쪽으로 연락 주세요.”

에반젤린은 잔뜩 굳은 얼굴로 그녀의 명함을 내밀었다.

그래 봬도 초 거대기업급의 스트리머였으니 말이다.

이후 에반젤린은 그녀를 변호해준 행인들에게 하나하나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학생. 바로 도와주지 못한 게 오히려 미안하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은혜 잊지 않을게요.”

조금 우울함이 서린 표정으로 하나하나 감사를 표한 에반젤린은 곧바로 이클립스의 손을 잡았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클립스에게 대화는 먹히지 않는다. 그저 본능에 따른 행동을 할 뿐.

하지만 적어도 에반젤린의 손을 거부하진 않았다.

이에 그녀는 허공에 그녀의 날개를 소형화하여 반 현신 시킨 뒤 이클립스의 손을 잡고 엄청난 속도로 날아올랐다.

에반젤린의 정체를 모르던 이들은 순간적으로 펼쳐진 날개를 보며 깜짝 놀란 듯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정도. 그때 있었던 사건이 인터넷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 * *

마구잡이로 도망치듯 날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하…… 아하…… 아하하하하!!”

마치 곡예를 하듯 이클립스의 손을 꼭 잡고 빠르게 날아오르며 에반젤린은 기분 좋게 웃었다.

묘하게 기분이 좋고 들뜨는 기분이다.

이클립스는 그저 묵묵히 그녀를 따라온다.

다만 무슨 이유인지 그녀의 몸에서 빛의 가루 같은 것이 조금씩 흩어지며 아주 천천히 형체의 구성이 흐려지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그걸 알 수 없었다.

“아! 엄마!”

그렇게 꺄르륵 웃으며 창공을 날던 에반젤린은 생각지도 못한 포근함과 익숙함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엄마! 나랑 같이 게이트에 놀러 가요!”

지금의 가족들이 싫은 건 아니지만 친모인 이클립스이기에 가능한 바램은 분명 존재했다.

지금 하는 행동이 정말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비록 짧은 꿈일지라도.

그녀는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묵혀두지 않고 모두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그녀의 손에 이끌려오는 건 이클립스이지만 그녀의 친모와 다르다.

그렇지만 상관없었다.

꺄르륵 거리며 날아오른 그녀는 빠르게 날아가며 거대한 필드형 게이트로 진입했다.

일반 게이트와 달리 상시형으로 거의 열려있는 게이트로 과거 에반젤린이 수천만 명의 시청자들의 힘을 빌려 암흑신관을 매장했던 그런 형식의 게이트였다.

“어…… 어어어?!”

“미안해요!”

게이트 입구를 관리하던 관리인은 에반젤린이 창공에서 내리꽂히듯 날아와 들어가 버리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에반젤린을 잡을 순 없었다.

대신 그녀가 남긴 명함이 나풀거리며 그의 손에 떨어져 내릴 뿐이다.

* * *

캬아아아악!!

거대한 숲지.

에반젤린을 먹이로 판단한 거대한 센티피드형 몬스터들이 밀려오자 에반젤린이 이클립스의 팔을 잡으며 장난기를 숨기고 소리쳤다.

“엄마! 무서워!”

동시에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던 이클립스의 전신에 흉포한 기류가 감돌기 시작했다. 물론, 몬스터들은 그런 것을 감지하지 못한 채 달려들었고, 그녀는 에반젤린을 작디작은 손으로 잡아 뒤로 끈 뒤 한 발 내디뎠다.

텁!

“어?”

그녀의 작디작은 발이 대지에 닿는 것과 동시에 그녀들을 에워싸며 밀려 들어오던 수많은 센티피드들이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가루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뭐…… 뭐야?”

데이비에게. 그리고 다른 가족들에게 이클립스에 대해 들은 적은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강했던 것일까.

방금 무언가 거대한 것이 터져나간 건 알았지만 이건 에반젤린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는 힘이 아닌가 싶었다.

“우와…… 우리 엄마 짱 세다!!”

물론, 겁을 먹은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기뻐했다.

무표정으로 가만히 에반젤린을 지켜보는 이클립스를 꼭 끌어안은 채 뛸 듯이 기뻐하는 그녀였다.

애초에 몬스터의 부산물조차 남기지 않는 폭거였지만 애초에 놀러 온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해 온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내가…… 뭘 본 거야?”

“미친…….”

그리고, 그 모습을 봤는지 일부 각성자들이 기겁한 표정을 짓는 게 보이자 에반젤린은 꺄르르 웃으며 그들에게서 도망치듯 더욱 안쪽으로 들어갔다.

“엄마! 더 안쪽으로 들어가요!”

그렇게 이클립스와 단둘이 게이트를 거닐며 장난치고 몬스터들을 가지고 놀기를 한참.

에반젤린은 다시 배고파지는 기분이 들었다.

“으으…… 배고프다…….”

어떤 키워드가 작용한다.

그러자 이클립스가 아공간에 손을 불쑥 밀어 넣더니 커다란 솥을 꺼내 들었고 근처에 널브러진 미노타우로스들의 사체를 질질 끌며 가져오기 시작했다.

“엄마?”

이에 에반젤린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불러보지만, 이클립스는 담담하게 미노타우로스의 시체를 토막 낸 뒤 솥에 던져넣고 각종 재료와 물을 때려 박았다.

차칵차칵!!

그리고는 숱의 밑에 새까만 화염을 피워올린 뒤 소금을 포함한 군대에서 훔쳐온 조미료들을 털어 넣기 시작했다.

“어…… 엄마?!”

다행이라면 이곳에 있는 미노타우로스들의 껍질은 털이 거의 없어 식용으로 쓰는 구간이 있다는 점일까.

그렇다곤 해도 기묘한 냄새와 외관을 가진 식사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말없이 에반젤린을 바라보는 걸 보니 배고프다는 한마디에 저렇게 만들어준 것 같았다.

“머…… 먹으라구요?”

에반젤린의 질문에 이클립스는 그것을 작은 그릇에 담아 내밀었다.

서투르다. 미숙하다.

그럼에도…… 그 마음 안에 담긴 사랑은 마음속을 울컥하게 했다.

“머…… 먹을게 엄마……. 나 이거 먹을게……. 흐흑…….”

결국, 눈물을 터뜨리며 그녀는 이클립스가 내민 것을 긴장한 표정으로 입안에 털어 넣었다.

“읍!”

물론, 맛이 있을 리가 없다. 드래곤이기에 한입에 털어 넣는 식으로 생각하면 생으로 먹는 경우도 흔하지만, 에반젤린의 상황을 고려한 것인지 추가된 각종 기묘한 조미료들이 춤을 추며 에반젤린의 입안을 엄청난 기세로 날뛰었다.

“웁…….”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끔찍한 맛이지만 에반젤린은 웃었다.

“마…… 맛은…… 있어요. 엄마…….”

도저히 이클립스에게 맛없다고 할 수 없었던 에반젤린은 식은땀을 흘리며 맛있다고 평가해주었다.

그러자 이클립스는 다시 한 그릇 더 떠서 그녀에게 건넸다.

요리가 아니다. 그저 식재료를 쑤셔 박아 요리를 흉내 낸 무언가에 불과하다.

아마 이성이 없는 그녀가 에반젤린이 배고플 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리라.

“근데…… 엄마……. 다, 다른 건 없어요?”

이클립스는 멍하니 그녀를 본다.

“다…… 다른 거! 아까 같은 김밥!”

그 외침에 이클립스는 아공간에서 무언가를 마구잡이로 꺼내기 시작했다.

세상에 저것들을 다 어디서 가져온 거야.

속으로 그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그녀가 꺼낸 것은…….

작디작은 초콜릿이었다.

“…….”

이클립스는 그것을 손에 쥔 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엄마?”

이클립스가 멍하니 있자 에반젤린이 걱정스레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화들짝 놀란 이클립스는 눈을 크게 뜨더니 이내 그것을 에반젤린에게 건네주었다.

“혹시…… 먹고 싶은 거야?”

대답은 없다. 그저 멍하니 건넬 뿐. 먹고 싶은 게 아닌가? 아니 그녀에게 이런 개인적인 욕구가 있는 건가? 라는 의문이 서린다.

이에 에반젤린은 조용히 그것을 내려 보다 이내 힘으로 그것을 반 토막 냈다.

티끌만큼 작은 초콜릿이지만 그녀는 반절을 이클립스에게 내밀었다.

“엄마도 먹어요.”

“…….”

“자. 아.”

에반젤린이 아 하라고 시늉을 하자 이클립스는 말없이 그녀를 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입을 벌렸다.

“자~ 초콜릿 들어가요~~”

이후 그녀는 초콜릿을 이클립스의 입안에 넣어주었고 나머지 반절은 자신의 입안에 넣었다.

이렇다 할 공복을 채워주진 못한다. 하지만 에반젤린은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작은 초콜릿을 반 토막 내서 건네주는 건데. 왜 이렇게 속이 든든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파스스…….

그때 그녀의 눈에 어딘가에서 바람에 옅게 불어온다. 이에 이클립스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동시에 그녀의 손을 구성하던 빛의 입자들이 바람에 흩날려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어라? 저건 뭐지?”

신기한 듯 허공으로 흩어진 빛의 가루들을 뒤늦게 발견한 에반젤린은 눈을 반짝인다.

“엄마 저거 봐봐요! 엄청 예쁘다!”

에반젤린의 외침에 그저 침묵한 채 에반젤린을 따라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물론 에반젤린은 저 빛의 가루들이 무엇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 참! 그게 있었지! 그걸 왜 까먹고 있었지.”

그렇게 식사를 마친 에반젤린은 문득 생각이 난 듯 가출할 때 가지고 나왔던 아공간 주머니에서 그녀가 만든 떡볶이를 꺼냈다.

“이게 아닌데…….”

그리고는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이리저리 휘젓고 있을 때였다.

“어…… 엄마! 그거 먹으면…….”

침묵하던 이클립스가 천천히 통에 담긴 에반젤린의 떡볶이를 손으로 집어 입안에 밀어 넣었다.

이에 에반젤린이 깜짝 놀라 그녀를 저지하고 뱉어내게 하려 했다.

“어…… 엄마! 뱉어요! 퉤……퉤 해 퉤! 그거 먹으면 위험…….”

오물오물…… 꿀꺽…….

이클립스는 담담하게 그것을 먹어치웠다. 그리고 에반젤린은 멍하니 그것을 보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엄마. 괜찮아요?”

이클립스는 갸우뚱하며 그녀를 본다. 동시에 에반젤린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괜찮은 거예요?! 맛은?!”

그 외침에 이클립스가 말없이 에반젤린을 올려다보다 손을 뻗어 에반젤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떡볶이를 집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우…… 우아…….”

동시에 에반젤린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엄마…… 고마워, 고마워 엄마.”

왜 또 눈물이 나는 건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건 슬픔 같은 게 아니었다. 고마움과 기쁨이었다.

“엄마! 사랑해요!!”

에반젤린은 곧바로 이클립스를 꼭 끌어안았고 흐느꼈다.

“흐윽…… 엄마 고마워요……. 고마워. 나랑 같이…… 오래오래 같이 살아요……. 어디 가지 말고.”

비록 에반젤린에게 있어서 부모님은 데이비를 포함한 지금의 가족이지만 이클립스 또한 그녀에게 있어서 너무 소중한 엄마였다.

콰앙!!!!

그때 대지를 부수며 거대한 몬스터 하나가 튀어나와 에반젤린을 향해 거대한 몽둥이를 휘둘러 들어왔다.

하지만 이클립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에반젤린을 노리는 몬스터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쩌어엉!!!!

동시에 무형의 광선이 몬스터의 상반신을 포함한 해당 공간 전체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흑…… 흐흑…….”

정말 말도 안 되는 힘을 발휘하면서도 이클립스는 그저 묵묵히 에반젤린의 흐느낌을 들으며 그녀의 등을 토닥여준다.

동시에 이클립스의 등 뒤에서 빛의 가루가 또 일부 흩어졌다.

“약속해줘요, 엄마…… 이제 어디 안 간다고. 내 곁에 있겠다고.”

에반젤린의 그 부탁에 이클립스는 조용히 에반젤린을 끌어안았다.

* * *

“빌어먹을 어디로 간 거야!”

이클립스가 흔적을 지워버렸다.

에반젤린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클립스와 함께 있는 게 걱정이긴 해도 사실 크게 위험한 정도라고 하긴 애매했다.

“데이비. 이곳에도 있구나.”

“쓰읍, 힘을 얼마나 쓰고 있는 거야.”

허공에 흩어진 작은 빛의 가루.

그것은 이클립스를 이루던 빛의 입자들이었다.

“저기 데이비. 대체 그게 뭐길래?”

“이클립스를 구성하는 잔재야. 저것들이 전부 사라지면 끝이야.”

“무슨…….”

“이클립스는 현재 불완전하므로 이렇게 장기간 나와 있을 수 없다는 뜻이야. 거기에 힘을 쓰면 더더욱 그렇고.”

즉. 지금 손에 쥐어진 빛의 가루들은 이클립스의 존재 그 자체였다.

“그…… 그럼 계속 힘을 써서 그 빛의 가루들이 다 사라지면…….”

“그래. 그땐 돌이킬 수 없어. 이클립스가 남긴 마지막 잔재가 전부 사라지는 거야. 그러니까 그전에 그 여자를 찾아서 돌려보내야 해.”

이클립스가 사고 치지 못하게 막고 싶은 거지 그녀를 적대하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직므 상태라면 이클립스의 마지막 흔적까지 에반젤린의 눈앞에서 완전히 소멸할 가능성도 있었다.

에반젤린은 그걸 견딜 수 없다.

그러니 그전에 반드시 찾아야 했다. 아직 이클립스의 존재를 고정시키고 복원해줄 블랙 슬라임의 진화가 되지 않았으니까.

이 사실은…….

여신의 부름을 받아 호출된 비화로부터 들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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