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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546화 (1,545/1,559)

제 1546화

미식연구부서는 하인스 영지에서 사고를 하도 많이 치기로 유명한 집단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무작정 사고 원툴의 문제아라고 하기엔 문제가 있었다.

“흐음…… 괜찮네요. 이곳의 과일 당도가 수준급이에요. 잘만 가공하면 굉장한 소스를 만들 수 있을 거 같네요.”

“신기하네…… 뭘 한 거야?”

“정령의 힘을 빌리긴 했답니다만…… 사실 반쯤은 실험에 가까웠던 터라.”

“륀느가 돈 냄새를 높게 평가.”

“그러네. 이게 완성되면 대륙 각지에 비싸게 팔려 나갈 거야. 수량도 많은 편이 아니니까 프리미엄도 붙겠네.”

인적이 드문 숲속에서 야생 과일을 한입 베어 물고는 그녀가 중얼거렸다.

그녀가 있는 곳은 엘프의 숲이자 유리아가 살던 달의 숲이었다.

현재 유리아는 그곳에서 정령의 힘을 빌려 어떤 과일의 특수 재배를 시도하고 있었고, 그 결과는 완벽하진 않지만 제법 진전이 있었다.

“이걸로 당분간 보고서에 올릴 분량은 확보했네요.”

“그 인간은 이렇게 열심히 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만.”

“이건 제 미학이랍…….”

마치 과일끼리 품종 개량을 하는 것처럼 새로운 지표를 세우는 짓을 저지른 유리아였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무언가 말하려다 멈칫하며 귀를 쫑긋거렸다.

“왜 그래?”

“쉿.”

그러고는 정령을 이용해 셋의 기척을 완전히 죽인 뒤 살금살금 어디론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거 괜찮은 거 맞아?”

“그렇다니까? 절대 모를 거야.”

“하지만, 유리아 님은 화내면 무서운걸.”

“유리아 님은 엘프를 찢어…….”

안 찢어 이년들아.

유리아의 시야에 비친 것은 마치 군인이 풀로 위장을 하듯 온몸을 위장한 작은 엘프 몇몇이었다.

그리고, 그런 엘프들의 중심에는 달의 숲 최고의 사고뭉치이자 가장 많은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아이.

하프엘프 뮤우가 있었다.

초면에 데이비를 향해 대뜸 비밀친구 하자고 외치던 작고 순수하던 아이.

유리아가 후견인으로 있으며 동생이나 딸같이 키우는 아이이기도 했다.

하인스 아카데미에서 그림 동아리를 하기도 했고, 최근엔 시간이 나면 달의 숲에서 데이비의 동생인 타냐 올라운과 자주 지내는 아이이기도 하다.

“절대 안 들켜. 지금 여기 없을 시간이야.”

애석하지만 멀리서 보고 있다.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유리아가 품종 개량한 열매들을 똑 따낸 뒤 맛을 보는 걸 보니 이곳에 몰래 들어온 게 한두 번이 아닌 모양이다.

‘어쩐지. 이상하게 수가 조금 줄었다 싶었네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유리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자. 얼른 먹고 튀자!”

“어머, 그건 안 되겠네요.”

물론,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혼내는 건 별개의 문제다.

“몰래 들어와서 서리하다니. 뮤우. 혼나고 싶은 게 분명하네요.”

우아한 말투로 말하자 바짝 얼어붙은 뮤우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 질렀다.

“으, 으아아악! 드, 들켜따!”

발음이 뭉개질 정도로 당황한 것일까. 그녀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유리아를 바라보다 소리쳤다.

“도, 도망쳐어!”

물론, 부질없는 저항이지만 말이다.

짜드드득…….

순식간에 나무로 된 활을 뽑아 낸 유리아는 화살 하나를 시위에 걸었다.

화살촉이 없는 뭉툭한 화살이지만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피융!!!

“꾸엑!!”

허겁지겁 도망치던 이 사고뭉치는 비명과 함께 쓰러졌고, 결국 유리아에게 제압당했다.

이후 유리아는 뮤우에게 벌을 주며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냥 열려 있던데?”

얼마 전부터 틈이 보였고, 그 틈 사이로 엄청 달콤한 냄새가 나서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그런 문제가 있는데 며칠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는 사실에 유리아는 굳은 얼굴로 현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곳에는 어떤 흔적으로 결계에 구멍이 나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 결계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평소에 본 적 없던 어떤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유리아. 흔적 발견.”

“이건…….”

유리아의 표정이 굳었다.

거대한 무언가의 흔적이었다.

“자국만 봐도 절대 작은 사이즈가 아니에요. 이만한 존재가 이 근처에서 움직였으면 분명 눈치챘어야 하는데.”

고민하던 유리아의 얼굴이 륀느 쪽으로 향한다.

“륀느. 확인할 수 있나요?”

자칫 대참사로 번질 수 있다. 더 섬뜩한 것은 이 거대한 무언가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었다.

“이건 누군가가 여기 나타난 게 아니에요. 원래 이곳에 있던 무언가가 태동한 느낌이지.”

그녀들이 보고 있는 것은 지하에 생긴 기괴한 싱크홀이었다.

차라리 땅속에서 나왔다고 믿는 게 옳으리라.

“땅속에 잠들어 있다가 나왔다고? 헛소리. 이런 게 있었으면 그 인간이 몰랐을 리가 없어.”

겉으론 귀찮은 척해도 영지민들의 안전에는 철저한 데이비가 이걸 몰랐을 리가 없다.

즉. 데이비조차 모르는 무언가가 깨어났다는 건데 왜 이제 와서? 그리고 어떻게 숨어서?

수많은 의문이 서린다.

“어? 유리아 이것 좀 봐.”

그때 싱크홀 아래로 내려간 점순이가 유리아를 불렀다.

지하에는 그녀들이 상상도 못 한 무언가가 있었다.

“문명의 흔적…… 애초에 하인스 영지는 초 고대 문명 때부터 흔적들이 남아 있었죠. 초 고대의 유적이 남아 있는 건 가능성이 있지만…….”

그녀들이 발견한 것은 파괴된 구속구 같은 것이었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를 묶어 놓은 듯한 형태의 파괴된 시설. 다만 유리아가 보기엔 이건 단순한 힘으로 파괴할 수 있는 영역의 방어도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이 괴물의 존재를 눈치챘고 구속구를 파괴했다…….”

“이 괴물이 스스로 나갔을 가능성은?”

“글쎄요…….”

절대 가벼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유리아는 조심스레 주변을 훑었다.

그때 륀느가 눈을 번뜩이더니 푸른색 눈에 엄청난 양의 숫자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뤼, 륀느 양?”

“데이터 휴면상태 해제. 관련 정보 업로드.”

홀로 중얼거리던 그녀가 갑작스레 저벅저벅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흙으로 가득 덮인 벽면을 가볍게 두드렸다.

투웅…….

동시에 마치 가루가 흘러내리듯 단단하게 뭉쳐져 있던 조각들이 흘러내린다.

“이건…….”

“벽화야?”

륀느가 무감각한 목소리로 말한다.

“용과 사령관…… 그리고. 짐승.”

“용?”

“사령관?”

알 수 없는 말에 의아해하던 찰나. 륀느가 말한다.

“잠들고 싶었던 짐승은 용과 사령관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서 잠들었다. 태초의 언약에 따라 영원한 잠에 빠질 것이니. 이를 깨우는 것은 오로지 한 명만이 가능하리라.”

유리아와 점순이는 그저 륀느를 바라본다.

저 허당 같은 륀느도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유적이 생겨났을 때부터 존재했을.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됐을 존재였으니까.

“가능한 둘…… 그럼 저 본인을 풀어준 게 그 둘 중 하나라는 소리네요. 그게 누구죠?”

“태초의 맹약은 연합의 사령관에게 그 열쇠를 맡겼고, 사령관은 그 열쇠를 몸에 거둬들였다.”

“좀 더 자세한 설명 없어?”

점순이가 답답하다는 듯 묻자 잠시 침묵한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붉은 세계의 왕…….”

동시에 륀느의 반짝이던 눈이 다시 맹하게 변한다.

유리아가 식은땀을 흘렸다.

“륀느. 한 대만 때려도 될까요?”

“참아 유리아!”

“저는 저렇게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걸 정말로 싫어해요!!”

“네 손이 더 아플 거야!”

“아니 그래서 여기 꼭꼭 숨어 있던 생명체가 어디로 간 건데요!”

그래 고대에 어떤 존재들이 작정하고 봉인했고, 절대 풀릴 염려가 없었으니 찾기도 어려웠다 칠 수 있지만 지금 그 봉인이 해제되지 않았는가.

유리아는 이런 알쏭달쏭한 선문답이 급격하게 싫어졌다.

* * *

이클립스와 함께 던전 탐사를 마치고 돌아온 에반젤린은 그녀와 함께 거대한 빌딩 위에 앉아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았다.

이클립스와 대화는 불가능하지만, 단편적인 정보를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건 가능했다.

물론, 그 때문에 이클립스가 이런저런 사고를 칠 뻔하긴 했지만 말이다.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아이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반대로 아이라면 절대 품지 못할 깊은 모성이 분명 느껴졌다.

에반젤린은 속이 든든하게 차오르는 느낌이 들어 옅게 웃었다.

“거봐, 별거 아니라니까…….”

이클립스가 무덤덤한 얼굴로 그녀를 본다.

“별거 아니에요.”

아빠는 이클립스와 엮일수록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같지만 그렇진 않았다. 이클립스는 소중한 친모이며 엄마라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데이비를 포함한 지금의 가족이 다른가 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녀를 낳은 것은 이클립스였으나 젖먹이 아기 때부터 키워준 건 지금의 가족들이니까.

그렇기에 적어도 친엄마를 만나서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더욱 소중히 할 생각이었다.

다만 그녀는 그 이상 욕심을 부리진 않았다.

“엄마.”

“…….”

“이렇게 자주 나랑 놀러 와요.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음료수도 같이 마시고. 티오니스로 가서 같이 소풍도 가고. 아참. 베르단데 언, 언니도 보고…… 나머지도 보고…….”

이클립스는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에반젤린은 꺄르륵 웃으며 말했다.

“엄마에게 해 주고 싶었던 것들. 같이 하고 싶었던 것들. 전부 다 할 거니까. 각오 단단히 해야 해요.”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 나온 김에 같이 놀러 가요. 티오니스에는 예쁜 곳이 많으니까. 나 예전에 용사 흉내 낸다고 가출했을 때 봐둔 곳이 많아요.”

그렇게 말한 에반젤린은 레어로 갔다가 그곳에서 티오니스로 넘어갈 계획을 세웠다.

데이비가 열어놓은 문이니 그것을 통과하는 순간 어떤 방식으로라든 들킬 수 있겠지만…… 사실 그게 무슨 상관일까.

첫째로 보여 주고 싶은 장소는 동대륙의 마석상이었다.

린디스 제국 쪽 영토에 위치한 관광지로써 거대한 생명체를 조각한 듯한 자연경관이 정말 아름다운 장소이기도 했다.

손을 잡아끌며 에반젤린이 환하게 웃자 이클립스는 조용히 에반젤린을 따라나섰다.

그런 그녀의 등 뒤로 빛의 가루가 조용히 흩어졌다.

* * *

티오니스 대륙이라 하여 국가 간의 분쟁이나 전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티오니스 국제연합이 전쟁을 이래저래 억제하곤 있다지만 명확한 명분 사이에서 생긴 전쟁은 조금씩 조금씩 머리를 들고 있었으니 말이다.

전쟁은. 절대 사라질 수 없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이종족이 이종족으로서 존재하는 한은.

다만 현재 티오니스가 국가 간의 골이 마냥 깊어 봉쇄령을 취하는 케이스는 드물다는 뜻이기도 했다.

린디스와 국경이 인접해있는 라운이고, 두 국가의 사이가 최근엔 상당히 좋은 편이기에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엄마! 이쪽이에요!”

데이비가 다급하게 찾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에반젤린은 이클립스의 손을 잡아끌며 이동했다.

린디스 제국 내에 있는 관광지인 마석상은 꽤 유명하지만 한산한 관광지라 할 수 있다.

한때 거대한 몬스터가 돌이 되었다는 설도 있고, 신적인 존재가 산을 깎아내 마물의 형상을 빚었다는 말도 존재한다.

물론, 그 진실은 들어 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다지만 말이다.

“우와…… 예쁘다.”

이전에 왔을 때보다 훨씬 아름답고 장엄한 풍경에 에반젤린은 이클립스를 돌아보며 손가락으로 거대한 마석상을 가리켰다.

“엄마 저거…… 어?”

그러고는 깜짝 놀라 이클립스를 바라본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이클립스가 양념이 발린 꼬치 하나를 그녀에게 내밀고있었기 때문이었다.

“으…… 으잉? 여기 만들어 둔 꼬치가 어딜 간 겨?!”

그때 저 뒤쪽 포장마차에서 노점상을 이끄는 상인 하나가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그런 물건들이 계속 나오나 했더니 대뜸 가서 들키지 않게 훔쳐 온 모양이다.

“……엄마.”

이클립스는 죄책감 하나 없는 얼굴로 꼬치를 내밀었고 에반젤린은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를 뒤졌다.

아무리 그래도 절도는 아니지.

하지만 급하게 온 터라 수중에 돈이 없다.

“으…… 으음. 엄마? 다음부터 그러지 말아요. 훔치는 건 좋지 않아요.”

이클립스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에반젤린은 열심히 배워온 가치관대로 이클립스를 설득했다.

“약속?”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이클립스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새끼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는 거예요. 중요한 약속을 할 땐 이렇게 새끼손가락 거는 거예요.”

그녀의 말에 이클립스는 조용히 손가락을 걸었다.

이해는 못 해도, 에반젤린의 부탁만큼은 들어주는 그녀였으니까.

“다신 안 그러는 거예요~ 자 그럼 안쪽으로 가서 봐요. 저 마석상이 발견된 건 200년 정도 전으로…….”

그때였다.

쩌적…….

갑자기 마석상에 거대한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어, 어어?!”

당황한 에반젤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동시에…….

콰아아앙!!!

거대한 마석상이 박살 나며 무언가가 튀어나온다.

“으아악! 마석상 안에서 괴물이 튀어나왔어!”

설마하니, 마석상의 진실은 정말로 거대한 존재가 돌이 된 것일까.

당황한 에반젤린이 튕겨 나오는 파편으로부터 이클립스를 보호하듯 손을 휘저었다.

소드마스터를 넘어선 그녀의 손은 하나의 검기가 되어 나아가 파편들을 잘게 부서뜨려 놓았다.

“그, 그보다 너무 큰데?”

괴물의 정체를 보며 에반젤린은 몸을 잘게 떨었다.

거대한 사족 보행 동물처럼 생긴 녀석은 지구의 신화에서나 볼 법한 해태 같은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자잘한 뿔이나 4쌍의 눈, 독특하게 생긴 꼬리. 마치 구름처럼 꼬여 있는 전신의 털을 보면 사실 완전히 그렇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곳 마석상은 거대한 산 위에 길을 만든 듯한 지형이다.

마석상은 거대한 산 안쪽으로 만들어진 형태였기에 석상을 제대로 관람하려면 높은 다리 같은 곳에서 내려봐야 했다.

그 덕분에 마석상의 바위들이 박살 나면서 튄 파편들이 관광객을 크게 덮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처음엔 마석상에서 튀어나온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파괴된 마석상 뒤로 무언가가 지나온 흔적들이 보인다.

그러니까. 저 괴물은 멀리 산 너머에서 직접 다가와 마석상을 박살 내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마치 투명화 상태로 접근해서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뭐가 되었건 저건 위험하다.

비명을 지르며 피난하는 사람들. 그리고 갑작스러운 사태에 겁을 집어먹은 경비병들.

그 외에 사람들을 대피시키며 괴물을 경계하는 기사들까지.

관광지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한산했으니 망정이지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면 대규모 참사가 터졌으리라.

“엄마…… 저게 어떻게 된…….”

그때였다.

주변을 둘러보며 코를 킁킁거리던 거대한 괴물의 시선이 에반젤린과 이클립스에게 닿는다.

-크아아아앙!!!

그리고. 끔찍한 괴성을 내지르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들어왔다.

수백 미터는 우습게 넘어가는 사이즈인 녀석이지만 녀석은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접근했다.

소드마스터를 넘어선 에반젤린조차 순간적으로 그 속도를 놓칠 정도로 말이다.

거대한 체격을 띄워 올린 녀석은 거대한 앞발로 에반젤린이 있는 거대한 석재다리를 박살 내 버릴 듯 휘둘렀다.

동시에.

이클립스가 한 발 내디딘다.

그래. 괴물이 위험해 보이긴 해도 곁에 있는 건 이클립스다. 그녀는 한때 아빠가 가장 경계했던 존재이며 역사상 가장 강했던 고대룡.

신조차 어찌하지 못한 존재다.

그런 그녀가 있는데 저런 괴물이 문제일까.

이클립스가 손을 뻗는다.

동시에.

파지직…….

이클립스의 육신에 노이즈가 일기 시작하며 그녀의 힘이 순간적으로 흩어졌다.

“어?”

거대한 괴물은 그대로 앞발을 이클립스와 에반젤린을 향해 휘둘렀다.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발산하며 사방의 모든 것을 박살 낸다.

대부분은 피신했지만 둘은 달랐다.

이클립스는 괴물의 거대한 후려치기를 사전에 차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곧바로 몸을 날려 직접 그 공격을 대신 받아내는 식으로 에반젤린을 지켰다.

물론, 극심한 노이즈 때문에 제대로 된 방어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아얏!”

괴물이 휘두른 발톱에서 튀어나온 정체 모를 예기에 에반젤린의 몸 곳곳에 상흔이 생기며 피가 튀었다.

육신이 한차례 흩어졌다 나타난 이클립스는 튕겨 나가는 와중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에반젤린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물론, 적이 위협적이라 해도 에반젤린이 마냥 약골은 아니었기에 부상을 입었으면서도 그녀는 날개를 반현신 시키며 어떻게든 추락을 막아 냈다.

“아야야…… 아파아…….”

다만 재생을 방해하는 힘이 있었는지 몸에 생긴 상처에선 피가 울컥울컥 흘러내렸다.

멍한 얼굴로 떨어진 에반젤린을 내려다보던 이클립스가 무감각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러고는 거대한 산의 절벽에 몸을 걸치듯 으르렁거리는 짐승을 시선에 담았다.

무감각한 시선이지만 에반젤린은 어째서인지 그런 이클립스의 눈에 섬뜩한 기운이 감돈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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