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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550화 (1,549/1,559)

제 1550화

다나는 이제 갓 어른들을 따라다니며 파수꾼의 일을 배우고 활을 배우는 어린 엘프였다.

중부의 소규모 대수림은 사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숲이기도 했다.

신목의 성지에서 나온 엘프들이 정착한 작은 터전.

당연 그들을 이끈 일부 하이엘프의 주도 아래에 정령의 결계를 펼쳐 오랫동안 자신들을 지켜온 것도 사실이었다.

모르는 이가 오면 결계의 힘이 작동하여 그들을 숲 밖으로 내보내 버리는 곳이니까.

딱히 어딘가에 간섭할 생각도 없고 평화로운 그들이었기에 신목의 성지에서 큰 사건이 터져 세계수의 인격이 교체되는 와중에도 외부와 적당히 단절된 평화로운 생활을 영위했다.

그렇지만 평화가 깨지는 건 엘프들의 의사가 아니어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예시로 어느 날 갑자기 알 수 없는 기운에 침식된 신성한 나무가 시작이었다.

엘프들에게 축복과 풍요로움을 주는 신성한 나무는 세계수처럼 대단한 나무는 아니지만, 이곳 엘프들에겐 하나의 구심점이었다.

그렇기에 늘 하던 대로 일정 주기마다 하는 신목의 축제를 지내던 도중 나무의 잎들이 추욱 늘어지며 알 수 없는 안개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 주변으로 짐승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나타난 짐승들은 닥치는 대로 엘프들을 공격했다.

다만 녀석들의 발톱이나 이빨에 당한 엘프들의 상처는 깊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대신 공격에 노출된 엘프들은 마치 잠에 빠진 것처럼 쓰러진 뒤 악몽을 꾸는 것처럼 끙끙대기 시작했다.

그 범위는 단순 엘프를 넘어 엘프들에게 도움을 주는 정령들조차 포함될 정도였다.

단순한 저주 같은 문제가 아니었다.

짐승을 저지하기 위해 그녀의 부모님과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숲의 가드들은 놈들과 용맹하게 맞섰지만 아무리 공격해도 죽지 않는 짐승들은 끝내 그들 모두를 악몽 속에 빠뜨려 버렸다.

유일하게 생존한 다나는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도움을 줄 존재를 만난 것이기도 했다.

“흑, 엄마…… 아빠…….”

울먹거리는 다나를 다독여주자 에반젤린이 입을 삐쭉 내민다.

“나한테는 저렇게 안 하면서…….”

“에린아. 네가 사고를 치니까 그런 거잖아.”

“알아요, 알아! 됐거든요?!”

알게 모르게 투정을 부리는 그녀를 뒤로한 채 숲 안쪽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두 기척과 함께 사방에 널브러져 끙끙대고 있는 엘프들이 보였다.

“아……아아…….”

그 모습을 본 다나의 표정이 파랗게 질린다.

“꿈에 갇혔네.”

이실디가 인상을 찡그렸다.

“너 관련된 능력 있다면서. 어떻게 못 해?”

“이런 쓸모없는 능력을 내가 단련했을 거라 생각해?”

“쓸모가 없네.”

“아씨. 기다려 봐. 해볼 테니까.”

애초에 그녀의 능력이 이들을 깨워낼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녀는 천천히 쓰러진 엘프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그리고. 정확히 3초 후 그녀는 미련 없이 일어났다.

“응 안 돼.”

“네가 그러면 그렇지.”

“덤벼 이 개자식아. 오늘 너랑 나 둘 중 하나는 죽어서 여길 나가는 거야.”

씩씩거리며 달려드는 이실디를 가볍게 무시하며 데이비가 주변을 스윽 훑었다.

한둘이 아닌 대부분의 엘프들이 쓰러져있다.

그리고. 내부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엘프들이 신성시하는 거목이 검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며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윽…… 악취…….”

뒤따라온 이실디의 표정이 찡그려진다.

“아무런 냄새도 안 나는데?”

“나는 예민한 편이니까. 끔찍한 냄새야. 원래 꿈의 짐승은 이런 냄새를 풍기지 않아. 악취를 풍기는 것은 악몽을 먹는 녀석이지.”

그르르르…….

이윽고 거목의 양 끝에 앉아있던 짐승 두 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거숲에서 보았던 다수의 짐승들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강한 존재였다.

힘이 강할수록 재생능력이 뛰어난 것일까.

“으…… 으아아아!!”

엘프다나가 겁에 질린 듯 주저앉아 버리며 덜덜 떨었다.

“저…… 저것들…… 저것들이에요!”

“이실디. 몽환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어?”

“문 여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이네. 애초에 저놈은 기다리고 있는 거야. 이클립스를. 조건인 이클립스가 이곳에 있으면 입장 자체는 어렵지 않아. 다만…….”

녀석은 이클립스를 부르면서도 한편으론 계속해서 그녀를 적대하고 있다.

마치 광기에 휩싸여 자신을 구해달라 외치는 이성과 광기에 잠식된 본성이 공존하는 느낌이었다.

“방해가 되는 것들만 치우면 된다는 거네.”

데이비가 홍단이를 꺼내 들어 놈들을 제압하려 하자 뒤쪽에서 따라오던 보팔레빗이 그를 저지했다.

인간의 모습이 아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녀석은 몸을 뚜둑 소리 내듯 꺾으며 말했다.

[자기. 문이나 열어.]

자신이 저들을 상대하겠다는 말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보팔레빗의 기묘한 모습에 다나는 겁에 질린 듯 파랗게 질려 꺽꺽거렸다.

확실히 보팔레빗의 외관은 좀 경이적으로 섬뜩한 편이다.

그르르르르 크아아앙!!!

놈들이 맹렬한 속도로 달려들기 시작하자 보팔레빗이 한 걸음 내디뎠다.

동시에 바닥을 뚫고 수십 마리에 달하는 새하얀 토끼의 분신체들이 터질듯한 근육을 자랑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쾅!!! 쾅!!

동시에 토끼 군대와 두 마리의 몽환의 짐승이 충돌했다.

가히 맹수의 싸움 그 자체였다.

괴물들의 공격에 노출된 토끼들은 크게 경련하며 무너져 내린다.

공격에 노출되기만 해도 꿈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건 지금까지 본 어떤 짐승들보다 위협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토끼의 분신체는 아무리 끌려간들 다시 그 수를 채워나가니 의미가 없었다.

맹렬하게 저항하는 놈들이었지만 보팔레빗의 우악스런 주먹질과 발길질은 놈들의 육신을 순식간에 피떡으로 만들어버렸다.

한번 제압하기만 하면 붉은 보석으로 흡수할 수 있을 테니까.

이윽고 조류형태의 짐승 하나가 쓰러지기가 무섭게 데이비는 막대한 힘을 붉은 보석에 밀어 넣었다.

먹는 데에 힘이 필요한 특수한 개체들인 만큼, 보석이 에너지를 쉬지 않고 흡수하게 하려면 외부에서 신력을 보충해 줘야 했다.

그렇게 한 마리의 짐승이 결국 부활하지 못하고 빨려 들어간다.

당연 두 마리로 아득바득 싸우던 짐승 중 하나가 쓰러지니 나머지 하나가 버틸 재간이 있을 리가.

결국 두 마리를 모두 제압해 낸 보팔레빗은 자신의 근육을 자랑하며 머스큘라 자세를 취했다.

“데이비. 또 온다.”

“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무 주변으로 두 마리의 짐승의 기척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했다.

꿈의 짐승이 다시금 제 일부를 현신시킨 것이다.

싸우기만 하면 끝이 없을 거란 판단이 서린 데이비는 곧바로 놈들을 무시한 채 나무쪽으로 다가갔다.

“문 열어.”

이에 이실디가 숨을 고르며 나무쪽으로 손을 뻗었다.

“저…… 저기! 이 짐승들은…….”

놈들을 처리하지 않고 가려는 모습 때문일까. 엘프 다나가 다급히 소리치자 베르단데가 그녀를 띄워 올렸다.

“여기 있으면 계속 악순환의 반복일 테니 차라리 안쪽으로 들어가는 게 안전할 거야.”

“네?!”

“이실디 문 열어. 그리고 그쪽 토끼도 힘 그만 빼고 따라와.”

“후우…… 이렇게 해보는 건 처음인데…….”

긴장한 채 중얼거린 이실디가 눈을 감는다.

동시에 신기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이실디를 휘감았고. 그녀는 곧바로 거목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그리고 굳게 닫힌 미닫이문을 강제로 열 듯 틈을 잡아 벌리기 시작했다.

겉보기엔 특수한 힘을 이용한 것 같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엔 단순히 자신의 특수능력을 이용해 잡아챈 뒤 그냥 힘으로 문을 여는듯한 느낌이었다.

“으랴아아아압!!”

“무식하기는…….”

저게 단순히 힘으로 잡아 열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지만 놀랍게도 이실디는 그 틈을 잡아 여는 데 성공했다.

틈 너머의 공간은 특별히 어둡거나 그런 느낌은 없었다.

그저 검은 꽃이 가득한 밤하늘이 있는 화원이 펼쳐져 있을 뿐.

“악몽을 뿌리는 놈치고, 지가 있는 공간은 화사한 편이네.”

“애초에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놈은 아니니까. 꿈으로 끌려들어 가지 않게 어느 정도 배리어 정도는 둘러줄 테니까, 이전과는 다를 거야.”

담담하게 말하며 이실디가 앞장서서 걸어 나간다. 이후 모두가 따라나섰다.

“지금부터 괜히 흩어지지 마. 잘못하면 길을 잃을…….”

나름의 충고를 꺼내며 이실디가 돌아본 그 순간.

그녀를 뒤따라온 모두가 그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이 X발 진짜!!”

결국 욕을 거의 하지 않는 이실디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다.

데이비와 베르단데. 에반젤린과 이클립스. 보팔레빗과 엘프소녀 다나까지.

모두가 한순간에 흩어져 버렸다.

* * *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모두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걸 본 다나는 거품을 물 정도로 겁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으……으아아아……으아아!!!”

안 그래도 마을의 모두가 쓰러진 마당에 홀로 이 정체 모를 공간에 내팽개쳐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녀를 더욱 미치게 만드는 건 사방에서 느껴지는 무수한 짐승의 기척이었다.

“엄마…… 엄마아아아!!”

겁에 질려 엉엉 울어보지만, 짐승들은 서서히 그녀를 향해 다가온다.

악몽이라 하였던가.

옛날부터 악몽을 많이 무서워해서 부모님과 함께 자곤 했던 다나에게 있어서 이 같은 상황은 공포 그 자체였다.

“흐흑…… 싫어…… 싫어!!”

크아아앙!!!

이윽고 짐승 하나가 빠르게 그녀를 향해 돌진해 오자 그녀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비명을 내질러야 했다.

퍼어어엉!!!!

다만 짐승들은 다나를 공격하지 못했다.

갑작스런 폭음과 함께 돌진한 짐승 하나가 곤죽이 되어 나가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어?”

[꼬마 아가씨. 일어나.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가.]

겁에 질린 그녈 구해준 건 스팀인지 증기인지 모를 무언가를 전신에서 내뿜고 있는 새하얀 근육을 지닌 토끼였다.

겁에 질릴 비주얼이지만……. 지금 다나에게 있어서 보팔레빗의 존재는 가히 백마 탄 왕자님이나 다름없었다.

“토…… 토끼 아저씨……. 여…… 여긴 어떻게…….”

[운이 좋아서 가까이 떨어진 것 같네. 틈이 닫히기 전에 이곳으로 합류한 게 정답이었어, 제압은 가능해도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되니 따라오도록 해.]

그리 말하며 보팔레빗은 그녀를 한 손에 안아 들었고, 분신체를 이용해 짐승들을 쳐내며 빠르게 이동했다.

같은 시각.

베르단데와 이실디의 앞에도 같은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진짜 귀찮네, 진짜…….”

이실디는 검을 빼 들었고 베르단데는 자신의 책을 펼쳤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그녀들은 섬뜩한 기류를 흘리며 짐승들과 맞섰다.

“기분이 많이 안 좋으니까, 눈앞에서 꺼져. 안 그래도 악취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으니까.”

“우선 어머니를 찾아야 해…….”

각자 목적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합류를 우선시하고 있었다.

* * *

에반젤린은 유일하게 이클립스와 둘이서 같은 공간에 떨어졌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금 잠든 이클립스를 지킬 수 있는 건 그녀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엄마…… 이번엔 내가 지켜줄게요.”

검붉은 검신을 지닌 헬릭시윰제 장검, 용신검 트와일라잇을 꺼내든 그녀는 서서히 다가오는 짐승들을 보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그녀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짐승들은 밖에서 본 것들과는 급이 다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어서 와라……. 폭룡.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운 화원의 저편, 옅게 깔린 안개 속에서 황색의 안광이 일렁인다.

녀석이 바라보는 것은 이클립스. 그리고 에반젤린 모두였다.

“당신이…… 그 꿈의 짐승인가요?”

-약속을 이행하라. 내게 영면을 주겠다던 약속을…… 이행…….

말이 지직거리며 끊어진다.

동시에 사방에서 짐승들이 그녀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아익!!”

이에 에반젤린은 이를 악물고 빠르게 돌격해 오는 괴물들을 향해 그대로 달려들었다.

이실디가 없었다면 노히트 싸움을 해야 하지만 그게 아닌 것만으로도 참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이 상황 속에서 에반젤린은 힘을 아끼지 않고 닥치는 대로 모두 끌어냈다.

적들과 싸워 패배한다 해도 죽는 게 아닌 악몽으로 끌려가는 정도겠지만, 그렇게 되면 쓰러져있는 이클립스가 어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상당한 시간을 버텨냈을까.

에반젤린은 온몸에 생긴 상처를 부여잡으며 옅게 신음했다.

“아…… 아파…… 엄마…… 아빠…….”

울먹거리면서 휘청거리는 그녀의 곁으로 또다시 부활한 놈들이 다가온다.

붉은 보석이 녀석들의 부활을 못 하게 한차례 막긴 했지만, 다시금 생겨나는 짐승을 상대론 답이 보이지 않았다.

대체 뭐 하는 짐승이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아니 이곳이 녀석의 공간이기 때문일까.

온몸이 아프고 근육이 땅기지만 에반젤린은 눈가에 흐르는 핏물을 닦아내며 고대룡 특유의 드래곤피어를 끌어내기 시작했다.

“엄마. 내가 지켜줄게요.”

그리고. 그런 그녀의 필사적인 저항이 이어진다.

아악!!!

다만 그녀의 저항은 곧 이어진 공세에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다.

계속되는 짐승의 공세. 다른 곳도 이런지 모르겠지만 유난히 맹렬한 그 공세 속에서 갑자기 황색의 안광이 번뜩이더니 에반젤린의 몸에 커다란 상처가 난 것이다.

비명을 지르며 이클립스의 주변으로 튕겨져 나간 에반젤린이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애쓰기 시작했다.

“으윽…… 아파.”

너무 극심한 격통에 몸이 휘청거린다.

그럼에도 그녀는 다시금 일어나려 했다.

이실디의 보호가 없었다면 이미 수차례 악몽 속으로 끌려갔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그 상황 속에서 에반젤린은 더욱더 피어를 끌어올렸다.

마냥 보호받기만 하는 아이가 아니니까.

“난 엄마의 딸이지만…….”

잠시 숨을 고르며 그녀가 힘겹게 일어난다. 그리고 그녀의 시선에 천천히 눈을 뜨는 이클립스가 보였다.

어느 정도 회복을 한 것인지 하필 이런 타이밍에.

“데이비 올 라운의 딸, 에반젤린 올 라운이야.”

짐승을 향해 선언하듯 말했다.

“우리 아빠 딸이, 이런 걸로 무너질 수는 없지.”

하나의 암시를 걸듯 다시금 자신의 모든 힘을 끌어내는 에반젤린이었다.

푸욱!!!

하지만.

안개 속의 황색 안광이 번뜩이기가 무섭게 안개 속에서 날아든 검은 칼날 같은 바람이 에반젤린의 몸에 거대한 상처를 남겼다.

“컥…….”

이상하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본래라면 당하지 않았을 공격에도 당하는 걸 보면 이곳의 공간은 그녀에게 지대한 디버프를 가하고있는 게 틀림없었다.

과거 용과 사령관이 신의 힘을 빌려 영면에 들게 한 존재.

밖도 아닌 녀석의 공간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녀석의 힘 그 자체였다.

큰 상처가 나며 바닥을 뒹군다.

치명적이진 않다. 하지만 당장 일어날 순 없다.

쿠웅!!!!

어렵게 몸을 일으키며 다시금 반현신 상태를 만들어내려던 에반젤린은 갑작스런 압력에 다시금 바닥에 짓눌렸다.

거대한 짐승 하나가 그녀를 깔아뭉개며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민 것이다.

“냄새나…… 머리 치워…….”

으르렁거리며 에반젤린이 서서히 힘을 준다.

다만 이실디의 방어 능력이 점차 약해지는지 계속해서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잠들면 끝장이다.

그리 생각하며 억지로 버티지만, 힘은 점점 빠져나갔다.

이윽고 짐승이 에반젤린의 몸을 한입에 물어뜯으려던 그 순간이었다.

텁…….

거대한 짐승의 주둥이에 새하얗고 작은 손이 닿았다.

푸콱!!!!

동시에 어떻게 된 건지 짐승의 전신이 핏방울이 되어 터져나간다.

“어…… 엄마?”

괴물을 순식간에 분해시켜 버린 것은 공허한 눈으로 에반젤린을 보는 이클립스였다.

그녀는 말없이 에반젤린의 몸을 살폈고.

이내 그녀의 전신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폭발적인 힘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보고 있는 에반젤린조차 겁에 질려버릴 정도로 말이다.

비화가 최선의 미래를 위해 준비한 계획 중 가장 안타까운 결과로 향하는 변화.

여러 수단을 써서 막아둔 길이 한순간이 터지듯 열린다.

눈앞에서 가장 소중한 딸이 크게 다친 것을 본 어미의 분노는 여신인 비화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이클립스의 폭주가 조금씩 미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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