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551화 (1,550/1,559)

제 1551화

쓰으으으…….

스산한 숨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방은 녹아내린 모래로 인해 반짝거리고 있었고, 일부분은 새빨간 마그마가 흘러내린다.

밤하늘이 반짝거리는 화원이었지만 지금의 주변은 가히 지옥도 그 자체였다.

이 모든 것이 단 한 명에 의해 한순간에 벌어진 현상이었다.

막대한 힘을 견디지 못해 자연지형이 멋대로 뒤틀리고 변해버린 것이다.

저벅…… 저벅…….

작디작은 소녀가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압력이 강해지며 다가오던 괴물 중 일부가 비틀리고 납작하게 짓이겨졌다.

“엄마…….”

에반젤린은 그런 이클립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클립스가 강하다는 말은 흔히 들어 알고 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아니. 지금의 이클립스는 본체의 일부였다고 들은 것 같은데.

실제로 그녀는 본래 모습에 어느 정도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아니 정말로 약해진 것은 맞을까.

여러 혼란스러운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런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에반젤린이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낄 정도로 강대한 힘을 아무렇지 않게 내뿜는다곤 하지만 지금 그녀의 기세는 어떤 면에서 보면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무엇보다 걱정이 되는 건 지금의 이클립스는…….

자신을 전혀 돌보지 않고 미쳐 날뛰고 있다.

그녀의 힘은 일 중에 집중되어 모든 것을 분쇄해나가지만 그럴수록 그녀를 이루는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알기 싫어도 알 수밖에 없어지고 있었다.

미친 것 마냥 닥치는 대로 찢어발기고 파괴하는 이클립스에게 다가가 그녀를 말려야 하건만.

당장 회복에 전념하고 있는 터라 이클립스의 공격 여파에 휘말리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

에반젤린은 아직 이클립스의 힘을 버텨내기엔 미약했으니까.

그때였다.

거대한 굉음과 함께 공간 전체가 뒤흔들리자 이클립스가 잠시 주춤한다.

기회를 놓칠 순 없었던 에반젤린은 맹렬한 속도로 달려들어 이클립스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엄만! 나 괜찮아요! 그만 해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지금 말리지 않으면 더는 기회가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단순 부상을 넘어 이클립스가 내뿜는 위압이 에반젤린의 육신을 사정없이 짓누르는 탓에 끔찍한 격통이 찾아왔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클립스는 멈추지 않는다.

마치 아이가 다치는 걸 보고 눈이 돌아가 버린 어미처럼. 그녀는 이 공간 자체를 적으로 인지한 것처럼 닥치는 대로 부숴나갔다.

팍!!

“아악!”

급기야 말리던 에반젤린까지 못 알아보고 그녀를 쳐내고는 더욱 깊숙한 곳으로 빠르게 쏘아져 들어갔다.

유리창이 깨지듯 조각나 흩어지는 공간들을 보며 에반젤린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안돼…… 안돼…….”

사라지는 이클립스에게선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양의 빛의 가루들이 흩어진다.

“빨리 흡수해! 검둥아!”

적어도 붉은 보석이 된 블랙 슬라임이 무의식적으로 흡수한 에너지가 이클립스의 존재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알기에 필사적으로 소리치지만 붉은 보석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대신.

우우우우웅…….

마치 어떤 변화를 일으키듯 멋대로 공명할 뿐이다.

“너 진짜!!”

화를 내본들 달라지는 게 있을까. 에반젤린은 공명하기 시작하는 보석을 무시한 채 빠르게 이클립스를 뒤쫓았다.

이클립스가 사라진 건 그리 오래된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이게 대체…….”

이클립스를 다시 찾아내는 데에 고작 30분.

더 이상 화원이라 부를 수도 없는 지옥도를 뚫고 들어간 에반젤린이 발견한 것은 바닥에 늘어진 헤아리기 어려운 숫자의 괴물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채 끙끙거리고 있는 이실디와 베르단데였다.

급기야 이클립스는 베르단데의 목을 틀어잡은 채 서슬 퍼런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언니!!”

놀란 에반젤린이 소리치기가 무섭게 검을 지지대 삼아 힘겹게 몸을 일으킨 이실디가 소리 질렀다.

“오지 마!!!”

물론 그 말을 들을 에반젤린이 아니었다.

당장 이클립스가 방해되는 베르단데를 죽이려는 분위기인데 어찌 그럴까.

이실디가 황급히 에반젤린을 밀어내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베르단데가 만들어낸 무형의 힘이 에반젤린의 앞을 틀어막았다.

콰아아아아아아!!!

동시에 이클립스를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힘의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꺄아악!”

조금만 더 나아갔어도 순식간에 휘말렸으리라.

죽음의 공포를 느낀 몸이 차가운 경고를 보내오자 에반젤린은 몸을 웅크린 채 떨리는 눈으로 폭발현장을 바라본다.

눈이 돌아가 버린 이클립스가 피아 구분을 못하고 있으니 방해된다고 판단된 모든 것들을 배제하고 있다.

자신들도 큰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이실디와 베르단데는 에반젤린이 다치지 않게끔 그 거대한 에너지 폭발을 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내 버렸다.

치이이익…….

그 결과 그토록 강대하던 두 심연의 공주가 피투성이가 된 채 힘없이 에반젤린 쪽으로 튕겨 나오며 나뒹굴었다.

“x발년…… 더럽게 쎄네 진짜…….”

다 죽어가는 이실디가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

“이실디!”

“언니는 어디다 빼먹었냐. 이 년아…….”

“말하지 마! 내가 회복을…….”

“됐어. 그보다 이클립스, 이전보다 더 강해지고 있는 거 같은데. 대체 무슨 일이 있…… 아니다. 안 봐도 알겠네…….”

에반젤린의 상처는 사라졌지만, 그녀의 몸에 묻은 핏자국과 찢어진 형체를 확인한 이실디가 한숨을 내쉬었다.

“애가 다치니까 애 엄마 눈이 돌아가지…… 차라리 날뛰게 그냥 둘 걸 그랬나.”

저 상태의 이클립스라면 그 짐승을 영면에 들게 하는 걸 넘어 찢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마냥 또 그렇게 놔둘 순 없었다.

저건 엄연히 회광반조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워 모든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미련하고도 어리석은 행위.

이클립스의 존재가 흩어지지 않게 지켜주려던 이의 입장에선 절대 피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다시금 사라져버린 이클립스를 뒤로한 채 에반젤린이 물었다.

“고작 30분이야…… 그 사이에 당한 거야?”

“그럼 내가 뭐 그 짐승 새끼들한테 당할까 봐? 그리고 말은 똑바로 해.”

“응?”

“30분은 무슨, 10분 만에 이 꼴 난 거야.”

이클립스의 상태가 심상찮다는 것을 깨달은 이실디와 베르단데가 그녀를 막아서려다 피떡이 된 시간이 고작 10분 남짓 만에 벌어진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나 말이야. 그래도 심연의 공주일 때는 어디 가서 맞고 다니는 수준은 아니었거든? 근데 저년은 진짜 아니야. 네 아빠만큼이나 사기 치는 개 같은…… 크흠.”

그래도 딸아이 앞에서 모친을 욕하는 건 아니라 생각했는지 이실디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네가 아니라 베르단데였으면 말을 아끼진 않았겠지만.”

“쓸데없는 소리말고 치료부터 해요.”

“이미 하고 있어.”

천천히 회복되는 두 여성을 뒤로한 채 그녀가 물었다.

“그런데. 아빠나 그 엘프는요? 토끼 아저씨는?”

“몰라…… 저년하고도 우연스레 공간을 부수다가 만난 거야. 나머지는 어딘가에 있겠지.”

적어도 데이비라면 누구보다 빨리 사태를 파악하고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바로 나타나지 않는 건 발이 묶였다거나 다른 중요한 문제에 직면해있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딸이 위험한 곳에 떨어졌는데 바로 찾아오지 않는 건 조금 서운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몸 안에 최후방어기제가 심겨 있음을 알고 있다곤 해도 말이다.

그렇다면 데이비는 제외하더라도 나머지 둘은 조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토끼는 몰라도 그 다나라는 어째서인지 마음에 들지 않는 어린 엘프는 이 공간에서 잠시도 버티지 못할 터였다.

‘무슨 상관이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

어차피 당해봐야 다른 엘프들처럼 악몽에 빠지는 게 전부겠지. 근육 토끼는 알아서 잘 생존할 테니 걱정할 건 없다.

어차피 일이 해결되면 알아서 깨어날 귀쟁이들이다.

“빨리! 빨리 일어나요!”

이실디의 등짝을 찰싹찰싹 때리며 재촉하자 그녀가 앓는 소리를 내며 거부한다.

“아 좀! 안 그래도 죽겠는데 자꾸 까불래?!”

“저대로 둘 거에요?! 언니 능력이 그것밖에…… 으으으읍!!”

“요게, 요게 말하는 것 좀 보게.”

에반젤린의 입을 콱 잡아당기며 이실디가 몸을 일으킨다.

“야. 적당히 쉬었으면 일어나.”

뒤이어 베르단데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좋게 처도 저건 폭주로 밖에 안 보이거든? 저게 어느 정도 임계점을 넘어선 뒤에 식어버리면 괜찮지만 내가 볼 땐 아닌 거 같은데.”

“…….”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가본들 우리만으론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넌 우리가 닥치는 대로 괴물들을 잡아내면 보석에 흡수시켜. 폭주는 막을 수 없어도 이게 진화만 하면 이클립스의 존재가 소모되는 건 막을 수 있을 거야.”

즉 근본적인 시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아…… 그게요.”

에반젤린은 조금 전부터 기현상을 일으키는 붉은 보석을 눈에 띄게 꺼내 들었다.

공명하는 붉은 보석은 평소와 달리 거대한 에너지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뭐야. 이건 또 왜 이래.”

“조금 전부터 이렇게 돼서…… 짐승의 분신체도 먹지 않고…….”

“설마 벌써…… 우화하는 건가?”

이실디의 중얼거림과 동시에.

보석의 일면에 빠직 소리가 나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진짜로?”

“어?”

당장이라도 껍질을 깨고 나올 것처럼 구는 모습에 모두가 놀란 그 순간.

마치 기대를 하니까 배신을 당하는 거다 라고 외치듯 붉은 보석의 빛이 꺼지며 침묵한다.

“…….”

“이게 끝이야?”

당장이라도 우화할 것처럼 굴었던 주제에 순식간에 조용해져 버린 보석을 보며 모두가 할 말을 잃은 채 침묵한다.

“뭔가…… 조금 부족한 느낌인데.”

그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베르단데가 말했다.

“부족해? 뭐가 부족해.”

“저런 것들 말고 근본적으로 큰 무언가를 먹어야 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이 공간을 만든 꿈의 짐승 본체라던가…….”

“그 본체가 어딨는지도 모르고, 설사 알아낸다고 한들 단시간에 제압이 가능해? 이 정도로 귀찮은 분신체를 만들어낼 정도면 지진 않아도 제압하려면 제법 시간이 필요한데.”

본체란 다른 말로 하면 이 공간을 만들어낸 주체나 다름없다. 분신에 불과한 짐승과 다르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다시금 고민에 휩싸인 그 순간.

그녀들의 곁에 있던 공간이 찌직 소리를 내며 우악스럽게 찢어진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데이비?”

“오다 주웠다.”

데이비였다. 그리고 그의 손엔 새하얀 늑대처럼 생긴 커다란 짐승 한 마리가 피투성이가 된 채 추욱 늘어져 있는 게 보였다.

“아…… 아빠 그거…… 뭐에요?”

깜짝 놀란 에반젤린이 소리치기가 무섭게 마치 공명 이후부터 아무것도 먹어치우지 않았던 행동이 지금을 위한 준비였다고 말하듯 붉은 보석이 멋대로 새하얀 짐승을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이에 깜짝 놀란 모두가 보석을 올려다보았다.

“이 공간을 만든 꿈의 짐승. 본체.”

“네?!”

“의 일부.”

대체 어떻게? 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의아해하던 찰나.

베르단데가 뭔가 깨달은 듯 중얼거렸다.

“설마 바로 우리를 찾지 않은 게 이 공간의 주인인 꿈의 마수를 찾아서 잡아 온 거야?”

“전부는 아니야. 실제로 이 공간이 사라지진 않은 게 그 증거고. 당장 에반젤린을 찾기 힘들면 이 공간을 만드는 놈을 찢어버리면 되거든.”

그럼 자연스레 모두를 밖으로 내보낼 수 있으니까. 찢어서 제압해버리면 흡수하기도 용이하고.

“…….”

일이 꼬이기가 무섭게 직진해서 상대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가져왔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데이비였다.

“그런데…… 일부라는 말은?”

“초단이의 권능에는 영향을 받는 것 같았는데. 아슬아슬한 순간에 일부러 분열했어. 지금 이건 그 껍질이야.”

껍질이라곤 해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농도의 힘이 넘실거리는 게 보인다.

이윽고 데이비가 잡아 온 본체의 일면을 다 먹어치운 보석의 표면에 있던 금이 더욱 갈라진다.

“…….”

이게 뭐라고 모두가 긴장한 채 지켜보는 것인지.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어있던 찰나. 맹렬하게 요동치던 구슬이 더욱 커지더니 터지기 직전처럼 빛을 내뿜는다.

하지만 끝내 우화하진 못했다.

“뭐…… 뭐야!”

당황한 이실디가 소리치는 걸 시작으로 에반젤린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이클립스 쪽으로 에너지가 이동한 건가? 아니면…….”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에너지는 이동하고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우화하지 못 한 거야.”

굳은 얼굴로 중얼거리던 베르단데가 멈칫한다.

“음? 그게 무슨 뜻인지…….”

“부족한 거지. 녀석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확보가.”

“그…… 그럼 제가 정신계 에너지를 투여해서…….”

“안돼. 그러다가 네가 잘못되면 그건 최악의 수야…….”

담담하게 말하며 그녀가 최악의 선택지를 내놓았다.

“이제 남은 건 어머니를 찾아내는 것뿐이야. 그녀는 아마 데이비가 놓친 남은 부분을 찾아내어 부수려 들 테니까.”

이클립스의 폭주원인은 짐승에게 있으니 그녀의 주목적 또한 짐승의 말살에 있을 터.

“남은 수단은 단 하나. 그녀를 쫓아 짐승의 남은 본체를 찾아낸 뒤 녀석을 빠르게 제압하고 폭주하는 어머니를 막는 동안 보석을 통해 흡수시킨다. 우화가 완성되면 폭주가 멎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다른 수는 없어.”

애초에 이클립스가 폭주하지만 않았어도 이리 복잡해질 일도 아니었다.

* * *

이클립스의 막대한 힘에 부하를 일으키고 데이비의 기습공격으로 공간은 극도로 불안정해졌다.

그 와중에 공간을 유지하던 마지막 남은 짐승 또한 이미 이클립스의 무자비한 공격에 밀리고 있었다.

온전한 본체였어도 쉽지 않은 대처일진데 데이비 때문에 엄청난 힘을 소모한 녀석은 이클립스의 공격에 온전히 대비하지 못했다.

쩌엉!! 촤아악!!!

마치 쇠가 부딪히는듯한 굉음에 놈의 형체가 일그러진다.

꿈의 짐승은 애초에 제대로 된 형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백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짐승의 형체는 이클립스의 공격 한 번, 한 번에 이리 짓뭉개졌다가 저리 짓뭉개지기를 반복했다.

이미 한차례 데이비에게 시달린 녀석은 처음보다 훨씬 약해져 있었다.

상당한 힘을 지닌 짐승들을 만들어낸 주제에 본체가 의외로 약한 느낌이지만 그걸 의문 삼을 존재는 없었다.

다만 녀석 또한 반격을 아끼지 않았는데 이클립스의 잔재 안에 악몽을 계속 심어 넣으며 물리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문제는…….

-아아아아아!!

악몽을 심어 넣을수록 이클립스는 주춤하기는커녕 폭주가 점차 심해지며 더욱 맹렬하게 놈을 몰아넣는다는 점이었다.

이클립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에반젤린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는 것.

이 미련한 짐승은 이클립스의 정신을 흔들기 위해 그것을 악몽으로 심어 넣음으로써 이클립스의 폭주를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었다.

급기야. 임계점을 넘어선 이클립스가 완전히 폭주한 그 순간.

그녀의 작고 흰 손이 짐승을 반으로 찢어버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망할. 완전 폭주했네.”

뒤늦게 길을 알아낼 수 있는 이실디가 모두를 이끌고 이곳에 왔지만 그들의 시야에 비친 것은 이미 찢겨 나가 공간을 유지하는 것 말고는 저항도 못 하는 짐승과.

완전히 폭주하여 닥치는 대로 찢고 부수는 이클립스뿐이었다.

“저거…… 어떻게 돼?”

“해봐야지. 에반젤린. 저기 쓰러진 놈 흡수시켜.”

“네!”

이미 이클립스는 찢어버린 짐승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닥치는 대로 주변의 모든 것을 박살 내고 있었다.

저 폭주가 최악의 상황이 아니기를 빌고 싶지만, 정보가 부족한 현재로선 이클립스를 최대한 억제하며 블랙 슬라임을 우화시키는 것뿐이었다.

이클립스가 겉으로 보면 완전히 그녀 독자적인 존재 같지만 사실 블랙 슬라임과 동화되어 녀석과 이어진 형상일 테니까. 이클립스를 제어하는 건 어렵지 않을 터다.

데이비가 검을 뽑아 들고 이실디와 베르단데가 긴장한 듯 자신의 힘을 끌어낸 뒤 그를 따른다.

그리고 에반젤린은 보석을 쥐고 사방에 찢긴 짐승에게 다가갔다.

-어린 용이여…… 안식을…… 내게 안식을.

“닥쳐! 이 사태를 만들어낸 주제에!”

-시간이 없다……. 비틀린 내가 다시 정신을 차리기 전에 얼른 나를 흡수하여 이번에야말로 영면에 들게 하라……. 약속을 이행하라.

본래라면 죽일 수 없는 짐승이었지만 아무래도 블랙 슬라임에게 흡수당하면 녀석에게도 끝을 선물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에반젤린이 화를 내며 보석을 내밀자 반쯤 갈라진 보석이 다시금 빛을 내뿜으며 거대한 정신계 에너지나 다름없는 짐승의 모든 것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부풀어 오르고 여기저기 갈라진 보석이 서서히 더욱 커지기 시작하며 형체가 변화가 시작된다.

진화. 즉 번데기 상태이며 그 과정에서 이클립스와 동화되어 그녀에게 힘을 제공하고 그녀의 존재를 유지해주는 블랙 슬라임 검둥이의 진화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다만 녀석의 모습은 이전과 같은 슬라임의 형태가 아니었다.

“엄마?”

온전한 이클립스의 모습과 동일하게 변하고 있었다.

동시에, 완전히 폭주하며 자신을 소모시키는 이클립스와 데이비를 포함한 두 심연의 공주가 망설임 없이 충돌했다.

이 와중에도 보팔 레빗과 어린 엘프 다니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