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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대공녀는 절대 함락되지 않는다-25화 (25/62)

25화. 아스트리드는 당황합니다

고기는 순식간에 뼈만 남았다.

“힝… 뒀다가 먹을 거였는데…”

우는소리를 하는 에라냐를 한번 째려본 후, 아스트리드는 분대원들을 불러 모았다.

아스트리드의 양옆으로 빙 둘러선 분대원들은 이제 충분히 쉬었는지 얼굴도 그렇고 제법 기운을 차린 모습이었다.

“자, 이제 출발할까 합니다. 10분 정도 정리를 한 후에 출발할 생각인데, 다들 괜찮으신가요?”

“괜찮아요!”

베라시엔은 헤실헤실 웃는 그 특유의 미소 그대로 출발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듯 손을 흔들었고, 다른 분대원들도 그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좋아요. 그러면, 10분 뒤에 출발하죠.”

주변에 머물렀던 흔적을 발로 비비거나 해서 최대한 지우고, 풀어헤쳤던 장비들을 도로 착용하면서 아스트리드 분대원들은 이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스트리드 분대원들이 출발할 채비를 차리고 있자, 옆에서 포만감에 배를 두드리고 있던 아케밀라 분대원들도 슬슬 출발하려는지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분대별로 마물을 잡는 경쟁시험인 만큼 출발이 늦어지면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시험이 치뤄지는 공간이야 달랐지만 그래도 돌파하는 속도에서 늦어진다거나, 서두르는 바람에 엄연히 존재하는 마물을 놓치기라도 하면 의외의 곳에서 점수를 놓칠 수도 있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자, 출구는 저쪽이겠네요.”

아스트리드가 주위를 돌아보다가 표지판을 확인했다.

표지판에는 안내문이 적혀있었는데, 아스트리드가 다가가 안내문을 읽었다.

“체크포인트를 벗어나면 300m 이후부터 시험 공간으로 갈라진다… 그러면…”

체크포인트로 진입 직후부터 안전 공간이 아니라, 안전 공간은 체크포인트에 진입하기 얼마 전부터 시작되는 모양이었다.

“아스트리드 분대장님, 그럼 갈까요?”

변함없이 방글방글 웃고 있는,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이 떠나지 않는 아케밀라를 보자 아스트리드는 뭔가 가슴 속이 불편해졌다. 정작 아스트리드 본인은 이렇게 불편한데.

‘얜 대체 뭐가 이렇게 맘 편하고 좋은지 모르겠네.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아스트리드는 그런 아케밀라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런 아스트리드의 시선을 느꼈는지, 아케밀라도 아스트리드를 마주 보며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얄미움이 한가득 묻었지.’

속으로 혀를 차며 아스트리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별일 아닙니다. 그럼, 가시죠.”

“1분대시니까, 아스트리드 분대께서 먼저 출발하시죠.”

‘이럴 때만…’

별 의미가 없이, 정말 아케밀라는 순수한 의도로 말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의 아스트리드에게는 아케밀라가 하는 말이 온통 짜증이 났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자, 출발하죠.”

사적인 감정은 묻어두고, 지금은 빨리 훈련을 끝내고 싶을 뿐이었다. 등에 단단히 메여진 대검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아스트리드는 출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제법 넓은 공터였던 체크포인트를 나서자 신기하게도 숲이 드러났다.

여기서 300m 미터를 더 나가면 다시 훈련장, 즉 아스트리드 분대원들만이 있는 산속으로 진입하게 될 것이었다.

뒤를 돌아보면 아스트리드의 뒤로 분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따라오고 있고, 그 뒤로 아케밀라 분대가 또 나란히 따라오고 있었다.

‘…신경 끄자. 신경 쓸 필요도 없고…’

무슨 상관이람.

애초에 결혼하기 싫어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서 온 아카데미가 아닌가. 황태자비 후보로 입후보를 하건 말건 그게 아스트리드랑 상관이 있을 게 뭔가.

따지자면 오히려 아케밀라가 레오폴트의 마음을 얻어내기를 바라는 게 오히려 정상이다.

절반쯤 왔을 무렵이었다.

“잠깐.”

에라냐의 목소리에, 앞서 걷던 아스트리드의 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그녀의 걸음이 멈추면서 뒤따르던 분대원들의 걸음도 모두 멈췄다. 그뿐만 아니라, 아케밀라 분대에서도 뭔가 이상한 걸 감지했는지 그 자리에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 쿵, 쿵, 쿠쿵…

나지막하게 느껴지던 진동이 이제는 명백하게 느껴졌다.

뭔가가 오고 있다는, 무겁고도 무거운 뭔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강렬하다.

에라냐가 창백해진 얼굴로 아스트리드의 앞을 가리켰다.

그들이 향하고 있던, 시험 공간으로 향하는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그림자 같은 게 드리워지고, 이윽고 그 그림자는 쓰러지는 나무의 그것이었음을 깨달을 그즈음, 정체 모를 진동의 원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 높이만 해도 3미터는 넘어 보이는, 게다가 뒤로 갈수록 더욱더 높아지는 기괴한 생김새.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돋아있었고, 게다가 입에서는 아랫송곳니가 길고도 날카롭게 삐죽 솟아나와 있어서 위협적이었다.

목으로 추정되는 부근에는 두꺼운 갑옷과도 같은 비늘이 빼곡하게 들어차 오후의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이고 있었다.

“저, 저게 뭐야…?”

대형 마물은 없다고 했었는데, 갑작스러운 마물의 등장에 열 명의 생도들은 혼란에 빠졌다.

적어도 저게 중형 마물은 아닐 터였다. 분명 대형일 텐데, 여기 있을 수가 없는 존재가 너무나도 이질적이다.

그 혼란은 아스트리드도 예외는 아니어서, 저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크고 새빨간 눈동자를 마주한 채 아스트리드는 굳어있었다.

지금은 저 멀리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음에 틀림없으나, 저 덩치로 봤을 때 달려온다면 이 정도의 거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따라잡힐 것이 분명했다.

지금 여기 있는 생도들은 모두 정식 생도가 아니고 하물며 제대로 된 전투 교육도 아직 수료하지 않은 상태.

하지만 저게 대체 무엇인지, 어떤 마물인지, 애초에 마물이 맞는지조차 알 수 없어도 어쨌든 저것은 위험하다고, 무척이나 위험하다고 생도들은 모두 느끼고 있었다.

위험한 포식자를 눈앞에 둔 초식동물처럼 본능적인 위기감.

어쩌면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그런 공포를, 그들은 직면하고 있었다.

“…모두, 퇴각, 퇴각해! 빨리, 퇴각! 체크 포인트로 돌아가!”

레오폴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전 공간인 체크포인트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분명히 그리로 퇴각한다면 저 마물도 진입하지는 못하리라는 것이 일견 타당한 추론이기는 했으나-

다만, 여기도 분명 안전 공간에 속한다는 것을 레오폴트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스트리드, 정신 차려라!”

누군가가 아스트리드의 허리를 끌어안고 달리기 시작했다.

제 허리를 끌어안고서 냅다 뛰는 느낌에 아스트리드가 그 손의 주인을 올려다보았고, 긴장했는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리고 있는 레오폴트의 옆모습이 보였다.

“레, 레오폴트 전…”

“빨리, 퇴각부터!”

아스트리드의 허리를 끌어안고서 뛰는 레오폴트지만, 그녀의 등 뒤에 메여있는 대검의 무게만 하더라도 상당해서 속도가 전혀 나지 않았다.

“놓, 놓아주십시오! 제가 뛰겠습니다!”

레오폴트가 손을 놓고, 비로소 아스트리드와 레오폴트는 함께 체크포인트로 달리기 시작했다.

분대원들 또한 혼비백산 체크포인트를 향해 뛰고 있었다. 최전열에 있던 아스트리드가 이번에는 최후미로 뒤처지고 말았고, 그 뒤를 쿵쿵쿵쿵 크고 거대한 발소리를 울리며 마물이 뒤쫓았다.

「부워어어어ㅡㅡㅡㅡ!」

천지를 뒤흔드는 것 같은 괴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엄청나게 큰 덩치만큼이나 커다란 괴성과 함께, 앞발로 지면을 내리찍자 지면이 마치 파도라도 타는 듯이 출렁이듯 흔들렸다.

“앗…!”

그 바람에 아스트리드가 발에 걸려 넘어지고, 함께 달려가던 레오폴트가 아스트리드를 향해서 되돌아왔다.

“아스트리드, 괜찮나?!”

쿵, 쿵, 쿵, 쿵ㅡㅡ

연신 굉음을 울리며 쫓아오는 마물과 발이 걸려 넘어진 아스트리드. 그리고 그런 아스트리드를 향해 되돌아온 레오폴트.

“전하, 빨리, 빨리 체크포인트로 돌아가세요! 위험합…!”

“전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케밀라가 쌍검을 꼬나쥔 채 아스트리드와 레오폴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다른 분대원들은 체크포인트에 무사히 도착한 것인지 보이지 않았지만, 아직 체크포인트에 도달하지 못한 레오폴트와 아스트리드 때문에 아케밀라까지 돌아온 모양이었다.

“아, 아케밀라 영애! 위험합니다, 돌아가세요!”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대형 마물과, 넘어져 있는 아스트리드. 그런 그녀를 일으키려는 레오폴트. 그리고 그런 그들을 구하려 도로 달려오는 아케밀라.

「부워어어어ㅡㅡㅡㅡ!」

“뛰, 뛴다!”

아예 짓밟아버리겠다는 듯, 마물이 힘껏 점프를 했다.

순간 태양을 아예 가려버릴 정도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며, 레오폴트는 아스트리드와 아케밀라를 동시에 끌어안으며 옆으로 데굴데굴 몇 바퀴 구르다가 지면에 큰 자국을 내며 밀려 나갔다.

지면에 비죽비죽 솟아있던 나뭇가지와 자갈들에 찔리고 긁혀서 타는 것 같은 통증이 등에서부터 밀려왔지만, 여기서 자세를 바꾸면 안고 있는 아스트리드와 아케밀라가 다칠 터라, 레오폴트는 이를 악물고 통증을 참으며 자세를 유지했다.

- 꽈앙!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굉음과 지축이 틀어지는 것 같은 진동이 사방을 울리며 퍼져나갔다.

조금 전까지 그들이 서 있던 곳에는 마물의 다리가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아마 그대로 있었다간 지금쯤 형체도 찾을 수 없었으리라.

“괘, 괜찮나. 아스트리드!”

한참이나 지면에 큰 자국을 그리며 밀려가다가 간신히 멈춘 후에야, 레오폴트는 두 여자들을 챙길 정도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괜찮… 괜찮습니다, 전하.”

“저도 문제없답니다, 전하!”

당황한 끝에 레오폴트를 부르는 호칭조차 생도에서 전하로 바뀌어버렸지만, 그걸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아스트리드도, 아케밀라도 별문제가 없어 보여 안심하는 것도 잠시 다만 문제는 바로 지금부터.

마물의 갑작스러운 점프 덕분에 세 사람이 굴러서 간신히 피하고, 이제 체크 포인트로 돌아가는 길목이 마물로 인해서 막혀버린 상황.

“이, 이제 어떻게…”

- 쩌저적.

뭔가가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지반이 흔들렸다.

갑작스러운 흔들림에 세 사람이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사이, 금이 가는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려왔다.

“어, 어엇…?!”

“앗…?!”

“어, 어머…!”

그리고 마침내, 지반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물의 공격이나 점프는 최소한 미리 볼 수라도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지반의 붕괴에 세 사람은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호옹이쿄우마님, 후원 감사합니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표지도 이제 작업 들어갈 거에요!

공부하면서 그릴거라 좀 늦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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