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야시장 (2)
“…어찌 여기 있나.”
“기분을 전환하려고, 야시장을 둘러보러 나왔지요. 전하께서는 어쩐 일로.”
“나 역시 기분을 전환하러 나온 것뿐이다.”
‘내 이놈을.’
레오폴트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시종장이 꾸민 짓이 틀림없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이날에, 이 장소에, 이 시간에 아스트리드를 딱 마주칠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우연이군요. 저 역시 아슈레이의 권유로 잠시 나왔는데, 이렇게 전하를 만나 뵐 줄은 몰랐습니다.”
시종장이 꾸민 짓이 아닌 걸까. 레오폴트가 알고 있는 아스트리드는 이런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연극을 하더라도 어설퍼서 금방 티가 나는데, 지금의 아스트리드는 그런 기색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이것도 우연이니, 같이 돌아보는 건 어떤가?”
나름 용기를 냈다. 레오폴트는 자기가 말하면서도 이게 맞는 건가 의문을 가졌다. 아스트리드를 그렇게 내치고서 다시 찾아오지 말라는 말까지 남겼건만, 이런 야시장에서 마주쳤기로 같이 돌아보자는 권유를 한다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싶었다.
“그리하시지요.”
야시장의 명물은 역시 먹을거리였다.
“이건 오징어라는 겁니다.”
“알고 있다.”
내륙에 위치한 페르상트에서는 물고기가 귀한 식재료였다. 평시에는 먹기 힘들고, 찾아보기도 까다로운 어패류인데도 오늘 이 야시장에서 그리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가격대는 그렇지 않았지만, 레오폴트나 아스트리드나 둘 다 금전적으로는 전혀 부족한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 다행이었다.
좌판에서는 꼬치에 꿴 오징어에 버터를 듬뿍 발라 숯불에 구워낸 먹거리가 있었다.
‘같은 맛이려나?’
아스트리드는 주저 없이 두 개를 샀다. 원래 오징어를 좋아했는데 여기 오고부터는 그리 먹어볼 기회가 없어서, 내친김에 한껏 먹자는 마음에 두 개를 샀다.
“고맙군. 내가 샀어야 하는데.”
“…네? 아, 네… 네, 드세요.”
아스트리드는 아주 약간 머뭇거리다가 레오폴트에게 오징어 꼬치를 내밀었다. 둘이서 하나씩 들고서 한입 먹으면, 쫄깃한 오징어 몸통에 듬뿍 바른 버터의 맛이 배어들어…
‘맛없네.’
알던 맛이 아니었다.
괜히 두 개를 샀다.
하나 사서 레오폴트랑 나누어 먹었어도 됐을 텐데.
원래라면 둘 다 아스트리드 본인이 먹으려고 했던 거지만 그게 어쩌다 보니 레오폴트에게 주었고, 하나 남은 거 한입 먹으니까 이게 맛이 맘에 안 든다.
“그러고 보니, 아슈레이는 안주나?”
“아, 그렇죠 참. 아슈레이, 이거 누나가 한입 먹었는데 너 먹어.”
“어, 그래도 됩니까?”
아스트리드는 들고 있던 꼬치를 아슈레이에게 내밀었다.
맛도 딱히 입맛에 맞는 맛이 아니었고, 그걸 억지로 먹고 싶지도 않았다.
아스트리드가 워낙 입도 작으니 한 입 먹었다고 해봤자 얼마 티도 안 난다.
아슈레이가 그 오징어 꼬치를 냉큼 받아들려고 손을 뻗자, 그 손보다 더 빨리 다가와 오징어 꼬치를 낚아채는 손이 있었다.
“…전하?”
“내 것이 아직 한 입도 먹지 않았다. 이걸 먹도록 하게, 아슈레이. 아스트리드가 먹던 건…”
레오폴트의 시선이 오징어 꼬치를 향했다.
정확히는 아스트리드가 한입 베어 문 작은 흔적을 향했다.
“내가 먹지.”
“어… 전하, 그거 제가 먹던 것입니다만. 하나 더 사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 이거면 된다.”
그 말이 맞다고 증명이라도 할 기세로 레오폴트가 한입 베어 물었다.
‘…황태자비가 될 사람이 먹던 걸 황태자가 먹는 게 뭐가 흠이라고.’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레오폴트는 오징어를 우물우물 씹었다.
맛없었다.
【이봐요. 당신 정말.】
‘왜 또? 뭐?’
【당신 정말… 숨 쉬듯이 여우짓을 하네요. 아주 여우가 사람으로 변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왜 또 시비야!?’
【…정말이지, 존경스러울 정도네요.】
갑작스럽게 또 시비를 거는 진짜 아스트리드.
뜬금없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그녀 때문에 슬슬 짜증이 난다.
‘도대체 뭐가 불만인 건데?’
【아니에요,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라.】
‘그럼 뭔데?’
【나중에 얘기해요, 나중에.】
묘하게 기운이 없는 듯한 목소리의, 진짜 아스트리드.
아스트리드는 그런 그녀의 기운 빠진 목소리에 은근히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신경이 쓰인다고 해서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서, 일단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그녀의 말에 그러라고 대답했다.
“누님, 저기 좀 보십쇼.”
“음?”
아슈레이가 가리키는 손끝에는 조그만 천막이 있었다. 그 주변에도 사람들은 왁자지껄 몰려있었는데, 잘 보면 천막에 사람이 몰려있는 게 아니라 그 앞의 다트 던지기 코너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모습이었다.
“다트잖아?”
“어, 그거 얘기는 아니었는데… 어쨌든 저거 한번 보실랍니까? 전… 아니, 매형도 같이 가시죠.”
넉살 좋게 웃는 아슈레이가 아스트리드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아스트리드가 날듯이 그 손길에 끌려 걸어가고, 그 뒤를 레오폴트가 못마땅한 눈길로 그녀의 손목을 쳐다보며 뒤이어 걸음을 옮겼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요?”
다트 던지기 코너의 주인은 갑작스레 등장한 거한의 모습에 잠시 몸이 굳어졌다.
“거, 장사하는 양반 어디 가셨나. 이거 어떻게 하는 거요?”
“아.”
그제서야 손님이라는 걸 안 주인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손님은 손님이니까.
“이 다트 열 개에 1실버고, 열 개를 던져서 상품을 맞추시면 그 상품을 드리는 거지요. 어디, 해보시겠수? 그짝에, 옆에 여자친구분 같으신데 좋은 모습…”
“여자친구 아니오.”
레오폴트가 보란 듯이 아스트리드의 손목과 그 손목을 잡은 아슈레이의 손 사이를 가르고 들어갔다.
“앗.”
아스트리드가 살짝 놀라는 사이, 레오폴트가 아스트리드의 허리를 한 손으로 감싸 안았다.
“이쪽은, 내 약혼녀.”
“아, 그, 그렇소? 실례했소이다. 허허.”
주인의 어색한 미소와 함께, 두 개의 접시가 아슈레이와 레오폴트 앞에 나란히 놓여졌다.
접시 위에는 다트가 각각 열 개씩 놓여져 있었다.
‘이거 분명 사기일 텐데.’
아스트리드는 이런 거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 세계가 아니라 원래 세계의 모습이기는 하지만 이런 놀이공원에 가보지 않은 게 아니니, 당연히 알고는 있었다.
게다가 이런 다트 던지기처럼 단순한 코너라면 그 앞에 아주아주 미세한 그물망 같은 걸쳐놔서 제대로 닿지 않는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거기에 2실버를 태우다니, 바보들인가?’
【소, 손이… 전하의 손이…】
지금은 어느샌가 풀어졌지만, 아까 분명히 레오폴트는 아스트리드가 자기 약혼녀라며 허리를 감싸 안았었다. 그 감촉이 여전히 남아있었고, 아스트리드는 그에 대해서 별 감흥은 없었지만 진짜 아스트리드는 아닌 모양이었다.
【확실해요.】
‘뭐가?’
【당신이 저보다 훨씬 더 요망해요.】
‘그거 칭찬이냐, 아니면 욕이냐.’
【칭찬이죠.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이런 특급 칭찬을 모르시다니.】
‘…네가 왜 친구가 없었는지 알 거 같다.’
저딴 걸 칭찬이라고 하는 걸 보면, 사교성 없다는 게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진짜 아스트리드의 망언에 한숨을 쉬며 앞을 보면, 벌써 아슈레이는 세 번째 다트가 빗나가고 있었다.
잘 보면 그물망 같은 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슈레이가 아무리 조준을 제대로 하고 던져도 다트는 영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곤 했다.
그리고 이제, 그렇게 빗나간 다트가 벌써 다섯 개째.
“저… 아니, 당신은…”
호칭이 애매해서 그냥 당신이라고 했는데, 레오폴트는 별로 신경 쓰는 기색은 아니었다.
접시 위에 남은 다트는 이제 네 개. 레오폴트도 아슈레이와 상황은 비슷한 모양이었다.
“아니, 제대로 던졌는데 이게 왜 저기로 날아가냐고! 이거 사기 아니야?!”
슬슬 짜증이 차오르는지 아슈레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자 얼굴이 꼭 대추처럼 보였다. 그런 붉어진 얼굴로 아슈레이가 씩씩대며 주인을 노려보자, 주인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연신 고개를 젓는 한편 손도 부지런히 내저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절대 사기는 아닙니다! 진짭니다!”
그런 소동이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레오폴트는 딱히 신경 쓰는 기색은 아니었다.
남아있던 네 개의 다트 중에서 하나를 집어 들어 적당히 던져보면, 여지없이 다트는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다.
“흠. 대충 알겠군.”
그러더니 턱을 잠시 매만졌다.
“아스트리드.”
“네, 저… 당신.”
“뭔가, 갖고 싶은 게 있나?”
【저거요, 저거.】
‘저거라고 하면 어떻게 알아?’
【아래에서 세 번째 칸, 오른쪽에서 두 번째!】
다트를 던져서 맞출 수 있도록 진열대가 여러 층으로 쌓여있고, 그 층층마다 상품들이 주르륵 진열되어 있었다.
아스트리드가 말하는 곳에는 새하얀 색의 표범 인형이 놓여있었는데, 아스트리드는 그게 마음에 쏙 든 모양이었다.
【저게 마음에 쏙 들어요!】
그렇긴 하겠지. 자기 이명이 설원의 하얀 표범이기도 하니, 저런 하얀 표범 인형이라면 갖고 싶을 만도 하다.
“저거요. 아래에서 세 번째 칸, 오른쪽에서 두 번째.”
“아, 저 표범 인형 말인가.”
“네.”
“…흐음.”
레오폴트가 다트를 집어 들면서 아스트리드를 잠시간 바라보았다.
“…왜, 왜 그렇게 보시나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레오폴트는 그 다트를 집어 들고는 거리와 함께 방향을 가늠해보는 듯 한쪽 눈을 찡그렸다.
“그냥, 너답다는 생각을 했을 뿐.”
그리고, 다트가 그의 손에서 던져졌다.
“보기보다 크기가 좀 있군.”
“그러게요.”
표범 인형은 생각보다 크기가 좀 있었다.
다트는 레오폴트의 손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영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날아가다가 궤적을 틀면서 표범 인형에 명중했다.
“거 보십쇼. 결국 사기잖습니까.”
“트릭이라고 하는 거다, 아슈레이. 장사하는 사람이 곧이곧대로 장사하면 망하기 십상이지 않겠어?”
“그래도 트릭이 곧 사기 아닙니까?”
“여흥이야, 여흥. 저 정도는 다들 양해해주는 수준이잖나.”
【저 자식은 꼭 지 대가리 나쁜 건 생각 안 하고. 우리 전하 말씀이 다 맞는데.】
‘니 동생이라고…’
하지만 표범 인형은 아스트리드도 마음에 들었다. 보기에는 잘 몰랐지만 막상 받아들고서 안아보니 보들보들하고 폭신한 게, 이걸 안고 있으면 잠들기에 딱 좋을 것만 같았다.
【누가 부르잖아요. 정신 차려요.】
‘응?’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좀 전에 보았던 다트 던지기 코너 근처의 천막이었다.
그 천막 안에는 보라색의 수정구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앞에는 후드를 깊게 눌러쓴 장신의 여성이 서 있었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일까. 곧 결혼하실 아가씨를 이런 곳에서 만나네요?”
‘어딘가 말하는 게 좀 어색한데.’
【그딴 건 상관없어요! 곧 결혼한다잖아요!】
‘자, 잠깐만!’
저런 거 보나 마나 순 사기질… 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였고, 아스트리드는 머릿속에서 난리를 쳐대는 진짜 아스트리드 때문에라도 어쩔 수 없이, 정말로 어쩔 수 없이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그 여자에게 걸어갔다.
“저보고 하신 말씀인가요?”
“네, 아가씨. 바로 그렇답니다. 제가 보기에, 아가씨는 곧 결혼하실 것 같은데. 잠시 점이라도 보시지 않겠어요? 같이 계신 저… 가발을 쓰고 계신 고귀하신 분도 함께 말이죠.”
레오폴트의 검은 머리 가발은 얼핏 보기에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황궁의 미용사들이 신경을 많이 쓴 가발인데 이렇게 티가 날 일은 아니었다.
“단순 흥미니까.”
레오폴트도 좀 신기하긴 한 모양이었다.
“그럼, 저는 좀 더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누님, 여기 계실 거지요?”
“그래, 다녀와.”
아스트리드와 레오폴트가 점을 보는데 그 옆에 아슈레이가 끼어있어봐야 딱히 좋은 풍경은 아니었다. 그걸 잘 알고 있는 아슈레이여서 얼른 자리를 비켜주고, 아스트리드와 레오폴트는 점쟁이의 인도에 따라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자자, 거기 맞은편에 앉으세요. 누구부터 봐 드릴까나?”
“여기, 제 약혼녀부터 봐주시오.”
“그럴까요?”
【약혼녀, 약혼녀라고 하셨어요! 세상에, 어떡해!】
‘약혼녀 맞잖아… 좀 진정하라고…’
아직 파혼 안 했다.
그러니까 약혼녀 신분이 맞다.
그런데도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대체, 아스트리드는 레오폴트를 얼마나 좋아하는 건가 싶었다.
“자… 이 수정구에 손을 올리시고, 제가 점을 보도록 할 테니… 응?”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스트리드가 오른손을 수정구에 올렸다. 수정구 안에서 번개 치듯 휘몰아치고 있던 뇌전이 순식간에 아스트리드의 손이 닿아있는 면으로 몰려들기 시작하고, 잠시 동안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던 점쟁이의 얼굴에 당혹스러운 빛이 어렸다.
‘이상한데? 뭐지?’
점쟁이도 당연히, 이번 달이 쌍아궁의 달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쌍둥이자리라서 보통 때보다 그 기운이 무척이나 강한 날이 바로 오늘이기도 했다. 쌍둥이들이라면 좀 더 명확하게 미래가 보이거나 다른 두 가지 길이 보이는게 쉬울 때.
‘왜 운명이 두 개가 겹쳐있지?’
분명 눈앞의 아스트리드는 한 명이다. 하지만 이 한 명에게 두 개의 운명이 겹쳐있었다. 명백하게 쌍둥이는 아닌, 하지만 운명이 두 개.
게다가 아예 떨어져 있던 운명이, 하나로 합쳐져 공존하고 있는 이 기이한 모습.
점쟁이로 위장하고 있는 베라시엔도 처음 보는 운명이었다.
‘…이상하네. 뭐지, 대체? 마계에서도 이런 건 없었는데. 대체…?’
일단 넘겨야 할까.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할까.
베라시엔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지금 더 알아보기 위해서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그동안 쭈욱 아스트리드를 관찰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흥미 본위, 지금처럼 본격적으로 이상한 점을 파고들기에는 여러모로 좋지 않았다.
“자, 그러면… 궁합을 위해서, 아가씨는 손을 떼시고 남자분 손 올려주세요.”
궁합을 위해서라고 하니 붉어진 얼굴 위로 슬며시 미소가 떠오르는 아스트리드에게서 레오폴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레오폴트는 딱히 별 표정 없는 얼굴로 수정구에 손을 올리고, 베라시엔은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남자분은, 어… 귀, 귀족이신가요?”
“그렇소만.”
“왜 그러시나요?”
눈앞의 점쟁이가 베라시엔이라는 걸 까맣게 모르는 아스트리드가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레오폴트 역시도 딱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의아한 표정이었다.
“아니…”
놀라운 건 오히려 베라시엔이었다.
지금 레오폴트에게서는, 그의 운명에서는, 아내가 둘 보였다.
지금 눈앞에 나란히 앉아있는 아스트리드는 분명 한 명인데도, 보이는 것은 두 사람.
“부인이… 둘이네요?”
“뭐, 뭐라고?”
당황하는 레오폴트.
아내가 둘이라는 것은 그로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일처제가 보편적이여도 일부다처제를 금지한 건 아니다. 후실을 들이는 것도 드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또 흔하다고 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인 크로이츠마저도 재혼을 하지 않았으니, 황제부터가 그렇게 하고 있으니 다른 귀족들도 일부일처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
그 상황에서 황태자인 본인이 아내가 둘이라고 하니, 레오폴트로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기에, 또 다른 이가 당황하고 있었다.
【뭐요?! 이거 순 돌팔이… 아니, 아니지. 아케밀라 그년 말고도 또 건방진 암캐년들이 둘이나 더 있으니…!】
“게다가… 둘 다 은발… 이고…”
【…은발이라고요?】
‘…….’
【이, 이봐요! 뭐라고 말 좀 해봐요!】
하지만 아스트리드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충격받은 이는, 아무래도 그녀일 것이기에.
“아이가… 일곱이네요…? 한 부인에게서는 셋… 다른 부인에게서는 넷… 아니, 이게 무슨…?”
【시, 심지어 애가 일곱이라고요?!】
상황이,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부인이 둘이라니. 우리 말고 또 있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은 어버이날입니다.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