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2화 - 의뢰
대충 옷을 차려입은 신재혁이 주택 밖으로 나왔다. 두 달 만에 보는 햇빛이 그의 얼굴을 사납게 때렸다. 어두운 집에만 박혀있어 햇살에 익숙하지 않은 눈을 찌푸리며 한 손을 들어 햇빛을 막았다. 여름 아침이라 그런지 유독 햇빛이 강했다.
출근 시간이 지나 한산한 10시의 서울특별시 관악구 봉천동 거리가 광도에 적응한 눈에 들어왔다. 그 동네 지하철을 서울대입구역이라고 부르기엔 대학 정문과 너무 멀었지만, 그나마 대학과 가까운 상점가라 대학생 커플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종종 눈에 들어왔다.
후드티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쓰고 신재혁이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펑퍼짐한 후드티조차 비실비실한 몸매를 숨기지 못했다. 방에만 박혀서 신체 단련을 게을리한 결과였다. 애초에 악마도 존재하지 않는, 싸울 이유가 없는 세계에서 신재혁은 신체 단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고아인 그가 군대에 갈리도 없고.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은 그것 하나만큼은 쓸모가 있었다.
맨발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5분 정도 골목 사이를 어슬렁어슬렁 누비자 익숙한 국밥집이 나왔다. 집에서 가장 가까워 신재혁이 즐겨 찾는 단골 식당이다.(물론 히키코모리 기준으로 ‘자주 찾는’ 것이다.)
돼, 지, 국, 밥이란 스티커가 세로로 붙어있는 유리문을 열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을 먹기엔 늦은 시간이었기에 식당 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유리문에 달린 종이 딸랑거리며 손님의 등장을 알렸다. 그 소리를 들은 듯, 주방에서 파마머리 아줌마 한 명이 나오더니 신재혁을 보고는 호들갑을 떨었다.
“아이고~ 학생,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이야! 그 새 사고라도 난 줄 알았네.”
“하하... 안녕하세요.”
식당 아주머니인 정말숙씨다. 오랜만의 방문이 그리 반가웠는지 그를 격하게 반겼다.
“아휴~ 얼굴 못 본 지 두 달도 더 된 거 같은데 얼굴이 반쪽이 됐잖아. 뭐 하느라 바빠서 이제야 왔어?”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집에만 있었어요.”
“호호호, 농담도.”
‘진짜 집에만 있었는데.’
신재혁은 사람들이 자기 말을 너무 못 믿는 것 같다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구석의 2인용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의자 다리가 바닥을 가볍게 드르륵하고 긁는 소리가 식당 안에 울렸다. 자리에 앉은 신재혁은 돼지국밥을 하나 주문하고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읽으며 음식을 기다렸다.
「젓가락 살인마 3심 사형구형」
전세계의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사형이 확정 (...) 범행 동기조차 정확히 밝히지 못했는데 사형은 일주일 후로 결정되어 ‘범행에 대한 조사가 불충분하다’, ‘타국 정치인과 기업가의 눈치를 보며 최대한 빨리 사형시키는 것이다’ 등의 비판이 잇따르고 (...) 이에 정지인 대법원장은 “전세계 사람들과 국민들이 이 사건에 주목하는 만큼 재판을 빠르게 진행한 것은 사실이나”, “외부의 압력이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
「알파-센타우리 항성계, 중력 간섭 현상 갑작스러운 소멸?」
태양계와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알파-센타우리 항성계는 기존에 그 항성계를 둘러싼 원인 불명의 중력 간섭 현상으로 천체 관측에 난관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3일, 그 간섭 현상의 갑작스러운 소멸으로 전 세계의 천문학자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학계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 텍사스 주립 대학의 니콜라이 천문학 교수는 “거대 질량의 천체가 갑작스럽게 소멸되”었거나 “외계인의 소행”일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 앞으로 알파-센타우리 항성계의 관측이 수월해질 것이 확정적인 가운데, 항성계에서 생물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이나 외계 생명체가 발견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박주관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식은땀을 뻘뻘...」
국회 국무총리 인사청문특위는 14일, 박주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 공무 집행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고 (...) 야당에서는 육군 고위장성 출신을 꼬집으며 군부의 지나친 정치 개입을 지적했고 (...)
「루브르 박물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밀 공책 해석을 위해 언어학자들 고용」
지난 6일, 루브르 박물관이 서양 미술사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새로운 비밀 노트를 입수했다는 것을 알린 가운데 (...) 그 입수 경로를 밝히지 않아 일부 큐레이터들이 위작의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으나 (...)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다빈치가 창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언어로 쓰인 노트를 해석하기 위해 언어학자와 암호 전문가들을 고용해 (...)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비밀 문자를 만들서까지 경쟁자들에게서 숨기고 싶었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무엇일지 예술계의 호기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
그의 왼쪽 엄지가 화면을 휙휙 넘기며 흥미로운 소식을 쫓았다. 오른손은 젓가락을 움직이며 멸치나 깍두기 같은 주전부리를 집어먹었다. 아침을 먹으며 뉴스를 보는 일은 그의 오랜 취미 중 하나다. 전생과 달리 전국의 사건 사고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아무리 집에만 박혀있는 히키코모리라도 재밌는 일이 없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 정세와 정보를 파악하는 작업이 그가 돈을 벌기 위해 가끔 하는 ‘일’에도 도움이 됐고. 그사이 정말숙 아줌마가 테이블에 돼지국밥을 내려놓았다. 어째선지 양이 많았다.
“응? 저 곱빼기 안 시켰는데요?”
“서비스지, 서비스. 많이 먹어. 우리 아들 같아서 그러니까...”
아줌마는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말끝을 흐리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또 아들 생각이 났나 보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사연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법이지만, 신재혁이 생각하기에 그녀는 특히 불쌍한 사람이었다.
십 년 전, 그녀는 초등학생 아들을 잃어버렸다. 이 동네에 좀 오래 산 사람들이라면 그날 이후 그녀가 한동안 밤낮으로 미친 듯이 전봇대에 실종 전단지를 붙이고 다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남편 없이 홀로 힘들게 키운 아들이 실종된 이후, 그 또래 학생을 볼 때마다 아들인 것처럼 친절하게 대해준다. 자기 아들이 컸다면 지금쯤 저런 나이가 됐을 텐데, 하는 생각으로. 신재혁이 고아란 사실을 알게 된 후 특히 그녀는 그에게 마음을 썼다.
신재혁은 가끔 그 관심과 친절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고는 했다. 하지만 그녀가 베푸는 친절을 거부하기보다는, 감사하게받아들이는 것이 그녀에게 더 위로가 될 터라고 생각했다. 신재혁은 감사한 마음으로 조용히 숟가락을 들었다. 따뜻한 국물이 흘러내리며 텅 빈 위를 채웠다. 덩달아 속이 따스해지는 느낌이었다.
* * *
“또 와, 학생~”
계산을마친 신재혁은 유리문을 열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청명한 종소리가 울리며 그를 배웅했다. 이쑤시개로 이 사이를 긁으며 신재혁은 은행 애플리케이션으로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아침에 식료품을 대량 구매한 탓인지 생활비가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푼 두푼 모아 꽤 큰 금액이 된 비상금이 있지만 그건 심각한 비상 상황에 사용해야 할 돈. 백수처럼 두 달 동안 집에서 뒹굴거렸으니 슬슬 돈을 벌어야 할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그 인간한테 연락해야겠네.”
신재혁은 유쾌하지만 어쩐지 약간 꺼림칙한 지인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단독주택에 돌아온 신재혁은 벽에 달린 보일러 조절장치의 전원을 켰다. 위, 아래, 위, 위, 아래 그리고 전원 버튼을 순서대로 누르자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숨겨진 비밀문이 스르륵 열렸다. 비밀문이 옆으로 열리면서 나선형의 비밀 통로가 드러났다.
비밀통로는 지하로 향하고 있었다. 신재혁의 움직임에 맞춰 비밀 통로 양 옆의 형광등이 줄줄이 켜지며 길을 밝혔다. 그는 비품실, 서버실, 식품 저장고, 침대방, 피규어전시실, 영화 관람실, 작업실, 만화방, 신체단련실 등의 팻말이 붙은 방을 지나쳐 어떤 방문 앞에 도달했다. 문 옆에 작업실이란 팻말이 붙어있었다. 신재혁은 도어락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지하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방이었다. 놀랍게도 작업실 벽면 하나가 통째로 거대한 모니터였고 그 화면 아래의 커다란 컴퓨터 본체가 웅웅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반대편의 벽장엔 각종 전자장비와 대포폰 여러 대가 구비되어 있었다.
신재혁은 벽장 속 대포폰 한 대를 쥐고 ‘미스터 B’라고 저장된 번호로 전화를 연결했다. 전화는 뚜루루- 뚜루루- 하고 연결음을 몇 번 내뱉었다.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스피커에서 미청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미스터 B입니다.”
“여전히 정정하시네요.”
미스터 B.
가볍고 유쾌한 목소리와 달리 암흑가 최대 정보 조직이자 브로커 집단인 ‘게헨나’의 보스다. 게헨나는 딥웹을 통해 불법적인 일을 의뢰받아 직접 처리하거나 프리랜서 해결사들에게 소개하는 뒷세계 중개조직으로, 전세계 곳곳에 그 수하가 은밀히 침투해 있다. 수백 년이 넘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조직은 ‘길드’나 ‘B의 귀’라는 은어로 불린다.
특히 B의 귀라는 별칭이 유명한데, 게헨나의 역대 보스는 항상 스스로를 ‘미스터 B’라고 칭했기 때문이다. 그 의미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결사들은 보스 직위가 어떤 비밀스러운 가문의 장자에게 계승되며, 그 가문명이 ‘B’로 시작하기 때문이리라 추측했다. 미스터 B가 몇십 년마다 주기적으로 자리를 비우는 행동 패턴도 후계자 교육을 위해서라며 추론의 신빙성을 더했다.
고아인 신재혁이 어떻게 혼자 땅값 비싼 서울에 단독주택을 구입했고, 어떻게 그 집을 불법 개조해 비밀공간을 설치했으며, 어떻게 히키코모리 생활에 필요한 돈을 충당했는가. 그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 그 자체가 전화기 건너편에서 인사를 건넸다.
“오! 얼마만이야, 우리 MVP. 그새 돈이 다 떨어지셨나?”
“누가 들으면 제가 돈미새인 줄 알겠네요, 아저씨.”
“너 돈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거 맞잖아, 이 히키코모리야. 평소에는 좀 도와달래도 돈 충분하다고 거절하면서. 이번엔 무슨 일로 돈을 다 써버리셨나? 또 전부 던전 RPG에 꼬라박았나?”
한창 신재혁이 게임에 푹 빠져있을 때 의뢰금을 몽땅 사행성 게임의 랜덤박스에 사용했던 일을 꼬집아 비아냥거리자 신재혁이 발끈했다.
“제가 미친놈도 아니고...”
“역시 어릴 때 신재혁이는 미친 새끼였구나.”
“그땐 한창 컴퓨터 게임이 재미있었을 나이고요. 애초에 고아원에 컴퓨터 설치해준 사람도 아저씨잖아요.”
이 아저씨와의 질긴 인연은 신재혁이 성당의 지원으로 운영하는 고아원에 있을 때 시작됐다. 처음에 이 잘생긴 흑발 서양인이 경호원을 끌고 기부를 하겠다며 고아원을 찾아 왔을 때, 신재혁은 그가 평범한 젊은 갑부인 줄 알았다. 그는 막대한 현금을 기부하면서 고아원에 컴퓨터를 설치하고 프로그래밍과 정보보안 책을 잔뜩 사주었다. 물론 다 계산적인 선행이었다. 자신의 수족으로 부릴 수 있는 훌륭한 해커를 양성하기 위한 투자.
그는 몇 년 후 고아원을 다시 찾더니, 해킹에 재능이 있는 고아를 찾아 계약을 맺었다. 고아들이 당장의 암울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불공정계약을.
신재혁에게 전생의 기억이 없었다면, 그리고 해킹에 천재적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면 그 역시 미스터 B와 불공정계약으로 엮였을 것이다. 다행히 그는 아이답지 않은 조숙한 태도와 지나치게 훌륭한 해킹 실력 덕분에 해결사로서 브로커인 미스터 B와 동등한 관계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그래서 미스터 B의 전속 해커가 처리하지 못한 어려운 의뢰를 신재혁이 처리하는 관계가 현재까지 이어졌다.
“수녀님도 이 음습한 해커 양성 계획을 알았다면 절대 허락 안 했을텐데. 그레이스 수녀님은 아직도 제가 아저씨의 정보보안업체에서 일하는 줄 알아요.”
“그래서 해결사 일이 싫어?”
“그럴리가요. 편하게 큰돈벌 수 있는데. 덕분에 아저씨도 최고의 해커를 알게 되었잖아요.”
“그래... 마음만 먹으면 천조국 국방성도 털 수 있는 해커가 흔하진 않지.”
“고마우면 이름이나 좀 가르쳐줘요. 맨날 아저씨라 부르기도 뭣하고.”
10년 넘게 이어온 밀접한 관계였지만 신재혁은 아직 그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뒷조직 보스답게 신원을 철저히 감췄기 때문이다. 신재혁 정도 되는 해커조차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너 정도 해커한테 미쳤다고 본명을 가르쳐주겠니? 하루, 아니 한 시간이면 신상 다 털리겠다. 그냥 편하게 미스터 B라고 부르라고~.”
“에라이, 그럼 그 B가 무슨 의미인지나 가르쳐줘요.”
“브로커의 B지, 누누이 말했지만. 간단하고, 기억에 남기 쉽고. 브로커로선 얼마나 좋아!”
그러면 그렇지, 미스터 B는 평소처럼 능청을 떨며 질문을 회피했다. 애초에 신재혁도 대답을 바라고 던진 질문은 아니었기에 그다지실망하지 않았다. 신재혁은 슬슬 잡담을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가고자 일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튼 이름은 됐고, 의뢰 하나 받고 싶은데요. 생활비가 떨어져서. 할만한 거 없어요?”
청년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크크크. 역시 돈이 부족한 줄 알았어. 뭐, 너가 받을 만한 의뢰는 두 개 정도 있는데. 하나는 확실히 힘든데 페이가 쎄고 다른 거는 좀 까다로운데 성과에 따라 추가금을 받을 수 있는 거. 어느 쪽부터 들어볼래?”
“일단 전자부터.”
전화기 너머로 마우스를 클릭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미스터 B가 은근히 기대하는 말투로 의뢰를 설명했다.
“좋아. 우선 의뢰인은 낙원교라는 신흥 사이비 종교 단체인데, 보상은 수수료 떼고 20억!”
“1건에 20억이나? 사이비 종교가 무슨 돈이 있다고 그렇게 많이 준대요?”
“의뢰 내용이 바티칸 교황청 금서고(禁書庫) 최심부에 숨겨둔 금서 몇 권을 훔치는 거라서. 물론 실물은 추기경 이상만 접촉이 가능하니 무리고, 백업용으로 사설 서버에 올려둔 스캔본 파일을. 근데 보안 빡센 곳이 늘 그렇듯이, 이 서버도 서고 외부에선 물리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단 말이지. 그래서 의뢰를 받을 거면 직접 가지 않는 한, 서고 최심부에 잠입해서 중계기 설치할 해결사를 최소 한 명은 더 고용해야 돼. 당연히 보상은 그쪽과 적당히 분배해야 할 테고.”
신재혁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툭툭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추가고용을 생각해도 한 번에 최소 10억이면 나쁘지 않은 보수다. 최소 몇 년은 더 히키코모리 짓을 하며 쉴 수 있겠지. 아껴 쓰면 더 오래 갈 테고.
그때, 신재혁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직감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깊이 파고들지 말라고, 이 건을 받지 말라고 아우성쳤다.
‘그래, 의뢰 내용은 물론이고 의뢰인부터 수상하기 짝이 없는데. 애초에 사이비 종교가 파일 하나에 20억이나 내놓는다는 것부터 구린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괜히 잘못 엮였다가 바티칸에 찍혀서 좆되는거 아니야?’
한동안 신재혁에게 답이 없자 조급해진 미스터 B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래서 이 의뢰 받지 않을래?”
신재혁은 잠시 고민하다 말문을 뗐다.
“아뇨... 패스할게요. 좀 찝찝해서.”
“찝찝해? 뭐가.”
“그냥 감이에요. 감. 뭔가 알아서는 안 될 걸 알아버릴 듯한 느낌...”
미스터 B가 그를 설득했다.
“용기 있는 자가 진실을 움켜쥘 수 있다고. 그리고 20억이나 되는 거금을 포기할 거야? 고작 직감 하나 때문에?”
“왜 이리 아쉬워하는 목소리지? 꼭 이 의뢰를 하길 바라는 눈치네요.”
“그야 간만의 대형 의뢰니까... 수수료도 쎄고. 뭐, 싫다면 어쩔 수 없지...”
아쉬움을 숨기듯 하하 웃더니 미스터 B는 다음 의뢰를 소개하기 위해 말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