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7화 - 개문開門
전쟁의 불씨는 아들과, 아들의 아들에게 대물림되어 에덴의 대륙을 황폐화했다.
일방적인 전쟁이 계속되었다. 악마가 인류를 압도적으로 유린하는 전쟁이. 인류에게 전쟁이란 단지 악마에게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이었다.
창조신 엘로아흐를 섬기는 사제와 성기사들은 신성력으로 기적을 일으키며 악마를 물리쳤다. 그러나 그 비대칭 전력조차 인류의 열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악마의 수가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
태초에 악신 로힘에 의해 지옥이 탄생한 이래, 지옥에 갇힌 악마들은 물질계를 침략하는 미래를 꿈꾸며 무수한 생식을 거듭했다. 둘에서 넷이, 넷에서 여덟이, 여덟에서 열여섯이 태어났다. 그 과정이 반복됐다.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긴 시간 동안.
그리하여 마침내 에덴의 대륙에 최초의 지옥문이 열렸을 때, 지옥문은 문이라 부르기보단 펌프나 수도꼭지라 부르는 편이 더 어울릴 광경을 연출했다. 피와 살점에 굶주린 악마의 파도를 쏟아내는 지옥의 수도꼭지.
비록 대부분이 최하위 악마에 불과했으나, 신성력을 휘두르는 자들조차 압도적인 인해전술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 십상이었다.
그리하여 첫 번째 지옥문이 에덴에 열렸을 때, 에덴은30%의 인구와 40%의 영토를 잃었다.
***
겁 없는 사람들이 호기심에 구체 주위로 몰려들었다.
개중에는 구체 바로 앞까지 가서 무슨 재질으로 만든 것인지 신기해하며 툭툭 건드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 손이 저항감 없이 구체 속으로 쑥 들어갔다 빠져나왔다. 사람들이 신기한듯 너도나도 구 안으로 손과 발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물론 직접 그 구체 안에 들어가 볼 만큼 용기있는 사람은 없었다. 둘러싼 인파가 이 신기한 현상을 최초로 sns에 올리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었다.
“어? 왜 갑자기 작동을 안하지? 조금 전까지 멀쩡했는데….”
“그쪽도요? 전 폰 배터리가 다 된 줄 알았는데.”
신재혁은 그 터무니없이 여유로운 모습을 보고 다급하게 모두에게 위험하다고, 물러서라고 경고하려고 했다.
그 순간, 문 속에서 튀어나온 무언가가 문 앞에선 사람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몇몇 사람들도 그 물체를 발견했는지, 어어- 하며 당황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물체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신재혁 알았다. 그는 볼 수 있었다. 단련하지 않았음에도 전생의 영향으로 일반인보다 우월한 동체시력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진 꼬리였다. 신재혁은 그 꼬리가 누구의 것인지, 그 꼬리의 출현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최하급 악마이자 최악의 악마.
지옥문이 열리면 최초로 쏟아지는 지옥의 척후병.
지옥의 바퀴벌레.
임프.
어떤 중년 남성이 그 날카로운 꼬리가 스친 목을 두 손으로 부여잡고 켁켁거렸다.
“켁, 켁…. 어?”
봇물 터지듯 피가 쫙- 하고 아스팔트 도로 위에 흩뿌려졌다. 배불뚝이 남성의 몸이 실 잃은인형처럼 힘을 잃고 쓰러져 도로 위에 널부러졌다. 손으로 가리고 있던 두꺼운 목에 깊숙한 상처가 베여있었다.
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다 정면에서 피를 맞은 사람들이 현실감각을 되찾은 듯 비명을 지르며 문에서 멀어지기위해 도망쳤다.
그 비명이 신호탄이 되었다. 문에서 임프가 쏟아져 내렸다. 한두마리가 아니었다. 메뚜기 떼처럼 쏟아져 나온 살덩어리의 폭포가 문에서 흘러나왔다. 바닥에 깔린 임프들은 그 위의 무게에 짓눌려 죽었다. 그 시체 위를 밟고 기며 꾸역꾸역 임프의 군단이 지옥문에서 빠져나왔다. 성공적으로 지구의 땅을 밟은 악마들이 도망치는 인간의 등을 덮쳤다.
한 여성이 등에 달라붙은 임프를 떼어내기 위해 바닥을 굴렀다. 등 뒤에 붙은 조그만 악마가 떨어져나갔다. 그 얼굴이 환희에 물든 것도 잠시, 쫓아 오던 다섯 마리 임프가 그녀를 덮쳤다. 얼굴이 다시 절망에 잠식됐다. 살점이 찢기고 창자가 흩뿌려진다. 그 대열에 임프 열 마리가 더 합세했다. 총원 열다섯의 소악마가 그녀를 해체하며 놀았다. 갈매기처럼 끼룩끼룩거리는 소리를 냈다. 웃음소리 같았다.
어느새 지옥문을 빠져나온 임프의 수는 백 단위를 넘어서 네 자리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하늘에서 촬영한다면, 마치 물컵에 떨어진 잉크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초록색 점을 찍을 수 있을 것이었다. 초록색 점들이 개미처럼 아스팔트 위를 덮어나갔다. 서울의 도로가, 인류의 영토가, 짓밟히며 함락당하고 있었다.
뜨거운 햇살이 그 살육경(殺戮景)을 달구었다.
바야흐로 여름이었다.
***
신재혁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발을 멈추지는 않았다. 자신의 현상태, 그러니까 비쩍 마른 몸에 거지 같은 체력, 움직이지 않는 신성력으로는 저 악마떼를 퇴치할 수 없다. 오히려 최하급 악마들에게 모욕적으로 다굴당하다 놀잇감이 될 뿐. 시민들의 희생은 안타깝지만 지금은 도망쳐야 할 때였다.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애썼으나 신재혁은 죄책감이 뭉실거리며 피어올랐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머릿속에서 스승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호통쳤다. 시민을 버리고 도망치는 성기사라니. 우습구나.
무의식적으로 신재혁은 자신이 잡고 있는 손을 꽉 쥐었다. 그 손의 주인, 김재민이 그를 흘끗 쳐다봤다.
신재혁은 김재민과 정말숙씨의 손을 잡고 달리고 있었다. 지옥문에서 멀어지기 위해. 정말숙씨는 달리다 가끔 뒤를 돌아보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으나, 김재민은 의외로 침착한 모습이었다.
정말숙씨의 달리기 속도가 느려 계속 뒤처지자 김재민이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들고달렸다.
‘굉장한 체력이군…. 역시 아까 안 싸우길 잘했어.’
신재혁은 달리면서 생각을 이어나갔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 악마 떼로부터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어디로? 사악한 지옥의 군세가 닿을 수 없는 곳이 지구 상에 있기는 한가?
‘그래, 집으로 가자. 집에, 내 비밀 지하실에. 거기라면 비상식량도 있고 임프도 들어오지 못하겠지. 적어도 당분간은….’
***
임프. 에덴에서 아주 잘 알려진 악마 종이다. 길쭉하고 뾰족한 귀와 광인처럼 툭 튀어나온 눈, 뾰족한 코, 머리 위에 달린 두 개의 작은 뿔, 세 갈래로 갈라진 긴 꼬리, 작고 마른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큰 손. 어린아이들도 아는 에덴의 상식이다.
본래 악마란 악마 개개인이 모두 다른 종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좀비나 구울 등의 언데드 같이 인위적으로 만든 특이한 케이스가 아닌 이상, 같은 종류의 악마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임프만큼은 달랐다. 임프는 머릿수라는 관점에서 지옥의 최대 전력이다. 그들의 수는 에덴을 침공한 악마의 90프로 이상을 차지했다. 지옥문이 열렸다 싶으면 임프의 파도가 쏟아져나왔다. 그들은 척후병, 돌격병, 보병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훌륭한 자살돌격대다.
전생에서도 그 압도적인 머릿수의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다. 임프에게는 생식기관도, 그에 따른 성의 구분도 없기 때문이다. 저명한 학자들조차 어떻게 임프가 태어나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신재혁이 잘 알던 악마학자는 ‘원본’인 임프 퀸이 존재하며, 그 여왕이 모든 임프를 낳는 것이 아닌가 추정했다. 마치 여왕개미처럼.
하지만 저 유명세와 달리, 임프는 약하다. 신체 능력도 약할뿐더러 지능도 낮다. 초등학생만큼이나 작은 이 소악마들은 개체 하나하나는 무섭지 않다. 오히려 일반인도 무기만 있다면 임프 하나는 손쉽게 죽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교활하고 독했다. 임프는 혼자 싸우지 않는다. 혼자 인간을 맞닥뜨리면, 자기가 그 인간을 케이크 조각 먹듯이 쉽게 죽일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반드시 무리에게 돌아가 증원을 끌고 온다. 그리고 약한 꼬리 근육 때문에 자의로 휘두를 수 없는 긴 꼬리를 삼지창처럼 손에 들고 찌른다.
***
신재혁은 혼란스러웠다. 악마가 지구까지 침략하다니. 정말, 정말로 에덴은 악마에게 멸망해버린 것일까? 아니, 지금 당장의 일에 집중하자. 상념을 뚫고 김재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
“우리 집! 지하실에 숨어있으면 당분간 괜찮을 거야.”
신재혁이 두 사람 앞에서 달리고 있었으므로, 김재민이 그의 입모양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김재민에게 안겨있던 정말숙씨가 그 말을 되풀이했다. 김재민이 독순술으로 그 뜻을 이해하고 계속 골목길 사이를 뛰었다.
그때 갈림길이 나왔다. 한쪽에서 임프 두 마리가 튀어나왔다. 그의 집으로 향하는 방향이었다.
‘이런 씨이발. 식당 쪽에서 우리보다 빠르게 여기까지 올 수는 없을 텐데…. 젠장, 다른 곳에도 지옥문이 열렸구나!’
어떡하지? 김재민은 지금 자기 어머니를 안고 있느라 싸울 수 없다. 신재혁의 신체 능력으로 둘을 상대할 수 있을까? 아니, 신재혁이 한 놈을 상대하는 사이, 다른 놈이 분명 증원을 끌고 올 것이다. 그러면 일행은 무조건 몰살당한다.
설령 두 마리를 모두 무찌른들, 저 방향에서 임프가 출현했다는 것은, 신재혁의 집 근처에도 임프가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의미였다.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반대 방향으로 뛰어! 관악구청으로 간다!”
신재혁이 반대쪽 갈림길로 달렸다. 김재민도신재혁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는지, 그 뒤를 따라 전력으로뛰었다. 발소리로 인간의 존재를 눈치챈 임프들이 그들을 따라왔다. 아직 거리는 멀다. 괜찮다. 신재혁은 계획을 재점검했다.
“내 집 근처도 이미 위험한 것 같고, 일단 언덕 위쪽으로, 관악경찰서로 가자! 거기엔 총, 총이라도 있겠지.”
“안 돼! 재민아, 위험해!”
갑작스러운 비명에 신재혁이 빠르게 뒤를 돌아봤다. 어느샌가 자기 엄마를 내려놓은 김재민이 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임프를 향해.
“재민아! 뭐하는 거야!돌아와! 안 돼!”
‘이런 씨발, 뭐야 갑자기!’
정말숙씨가 아들의 돌발행동에놀라 새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물론 귀머거리인 김재민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임프 두 마리도 그 갑작스러운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키르륵 하는 소리를 지르며 계속 달려왔다. 상황 파악을 마친 신재혁도 급히 뒤돌아 그를 향해 뛰었다.
임프 한 마리가 높이 뛰어 그의 얼굴을 덮쳤다. 그 몸뚱아리가 시야를 가린 사이, 뒤에서 달리던 임프가 그의 다리를 노렸다. 전형적인 이중 협공이었다. 신재혁은 악마의 협공을 처음보는 그가 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젖먹는 힘까지 짜내며 다리를 움직였다.
악마를 향해 달려가며 30년의 전투경험이 만들어낸 습관이 무의식적으로 신성력을 운용해 신체를 강화했다.그 의도대로 미약한 신성력이 그의 몸을 타고 흘르며 다리 근력을 강화했다. 마른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신재혁의 몸이 솟구쳐나갔다.
하지만 신재혁은 24년만에 처음으로 신성력이 움직이는 감격스러운 현상에 놀라지 못했다. 정확히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다음 순간 일어난 일이 믿기지 못할 만큼 놀라웠기 때문이다.
김재민이 재빠르게 손을 횡으로 휘둘러 체공 상태의 임프 머리통을 오른손으로 붙잡았다. 정면에서 날아오는 피구공을 옆에서 잡는 듯한 묘기였다. 그리고는 오른발을 내딛으면서 상체와 함께 오른팔을 돌렸다. 휘두르던 속도 그대로 임프의 머리통이 벽에 처박혔다. 쾅- 하며 벽이 움푹 패이더니 역겨운 초록색 대가리가 박살나면서 뇌수와 피가 튀었다.
김재민은 멈추지 않고 내딛은 오른발을 축으로 회전력을 유지하며 왼발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아래쪽에서 달려오던 임프가 복부를 얻어맞고 뒤로 날아갔다. 김재민은 땅바닥에 널부러져 고통에 정신못차리고 있는 임프를 향해 뛰어가 발을 힘껏 내리찍었다. 두 번째 두개골이 부서지며 김재민의 나이키 운동화에 초록색 피가 흠뻑 묻었다.
“아…. 엄청 잘 싸우네. 내가 도와줄 필요도 없었구만.”
냉정한 표정으로 시체를 내려보던 김재민을 향해 정말숙씨가 달려오더니 그 등짝에 손바닥을 갈겼다. 위험하게 무슨 짓이냐, 이번엔 운 좋게 저 괴물들을 죽였지만 다음부턴 절대 이러지마라, 같은 잔소리가 들렸다.
‘평범한 신체능력이 아니군. 노예 생활이 아니라 실험실에 끌려가서 신체 개조라도 당했나? 담력도 쎄고, 자세도 깔끔하고. 아무튼 지금 상황으로선 다행이야. 만약의 상황엔 1인분은 충분히 하고도 넘치겠어.’
“미안하군. 뒤에 더 따라오는 악마가 보이지 않아서 그냥 지금 처리하는 편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어…. 일단 잘했어. 근데 다음부턴 나한테 신호라도 주고 움직여. 위험할 수 있다고.”
신재혁은 김재민의 사과를 받았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득인 상황이었다. 뒤따라오는 임프가 없으니 일행은 체력을 관리하며, 더 안전하게 경찰서로 향할 수 있을 터였다.
게다가 뜻밖의 소득도 있었다. 신재혁은 마침내 자신이 신성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마음속으로 깊이 환호했다. 신재혁은 손으로 신성력을 모아보았다. 아쉽게도 영혼에 잠든 막대한 양을 전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의 신성력을 바다에 비유한다면,사용할 수 있는 양은 물양동이 하나 정도 수준이었다.
‘지옥문이 열리면서 주 엘로아흐와의 연결이 미약하게나마 복구된 것인가? 적어도 기본적인 신체 강화와 간단한 신성 주문은 사용할 수 있겠어.’
신재혁은 이 정도에 만족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신성력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던 지난 24년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다. 계속 수련하다보면 운용할 수 있는 신성력도 점차 많아질 터였다.
‘그래도 당분간 힘은 숨겨야겠지. 이런 상황에서 대놓고 신성력을 사용하면 누구라도 수상하게 생각할 테니. 최대한 티안나게 신체 강화 정도만….’
일행은 잠시 숨을 고르며 계획을 점검했다. 다행히 김재민의 말대로 일행을 따라오는 임프는 더 없어서 추가적인 습격은 없었다.
“원래 저희 집 지하실에서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버티기로 했는데, 방금 집쪽 갈림길에서 임프가 튀어나온 걸로 보아 집 근처에도 다른 지옥문이 열렸나보네요.”
‘씨발, 맞다. 내 피규어….’
신재혁은 집에 있는 각종 피규어와 만화책 등을 생각하고는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일단 경찰서가 무기도 많고 가장 안전할 것 같으니, 거기서 버텨보죠…. 근처에 식당도 많으니 식량 수급도 어떻게든 될테고.”
“임프? 지옥문? 그 쪼그만 괴물들을 임프라고 부르는가? 학생은 어떻게 그걸 알아?”
신재혁은 정말숙씨의 의문에 ‘아차’ 했다. 이런 기초적인 말실수라니.
“아, 그게 제가 하는 던전 온라인이란 게임에 나오는 악마에요. 그리고 그 악마들이 튀어나왔으니 지옥문이겠죠.”
“콤퓨타 게임에 나오는 괴물이라니…. 말세구나 말세.”
그 말을 순순히 믿은 아줌마가 부처님을 찾으며 한탄했다.
“상황이 진정될 수 있다고 보나?”
“아마도…. 사람들은 많이 죽겠지만,결국 군대가 오겠지.”
‘하지만….’
지옥문이 열리며 마나 파동이 지구를 휩쓴 순간, 주변의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었다. 최악의경우, 군대의 전차와 무기가 무력화됐을 가능성도 있다. 신재혁은 자신의 불길한 짐작을 말하지 않았다. 말을 꺼내는 순간,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이었다.
‘맞다, 성하, 그레이스 수녀님, 보육원 꼬맹이들. 그리고 조수 녀석!’
신재혁의 생각이 몇 없는 지인들의 안전에까지 닿았다. 신재혁은 전화를 돌려 안부를 확인하고 지옥문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라고 경고하려 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처럼 스마트폰이 망가졌는지 작동을 하지 않았다.
“이런 좆, 같은.”
‘안 돼. 제발. 또, 또 잃을 수는 없다.’
신재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눈에 띄게 초조해하고 있었다. 잊고 싶은 기억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전생의 기억들. 동료들의 얼굴들. 그리고, 그녀의.
“그만. 휴식은 여기까지. 다시 달리죠.”
“어, 어…. 그래 학생.”
신재혁이 일행을 재촉했다. 그리하여 세 인영이 다시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