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8화 - 경찰서 (8/72)



〈 8화 〉8화 - 경찰서

신재혁, 김재민, 정말숙 세 사람은 관악경찰서를 향해 달렸다. 그동안 임프는 마주치지 않았다. 다행히 관악산 위쪽에는 지옥문이 열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여유롭게 길을 걸어가던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뛰어다니는  사람을 이상한 듯이 쳐다봤다. 물론 신재혁은 멈춰 지옥문이 열렸다고,  속에서 악마 대군이 튀어나왔다고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럴 여유도 없었고, 사람들이 믿기는커녕 정신나간 사람 보듯 행동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지금 도망치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정말숙 아줌마를 향해 그러듯이.

간혹 건물 사이사이로 보이는 새까만 실루엣을 사람들이 신기한  관찰했다. 멀리서 보면 지옥문은 마치 현실에 어설픈 CG를 입혀놓은 것처럼 보였다. 컴퓨터 그래픽에  입문한 초보자가 처음 만든 공 도형처럼 어설프고 비현실적인 검은 공. 사람들은 휴대폰을 들어  형상을 촬영했다.

‘다행이야. 이 정도 거리에서는 전자기기가 망가지지 않았군. 그렇다면 곧 군부대도 출동하겠지. 생각보다 금방 상황이 정리될지도 모르겠어.’

신재혁은  휴대폰을 빌려(그 사람의 관점에서는 뺏어서) 지인에게 경고 전화를 돌려야하나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가 그들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계획을 포기했다.

일행은 달리고 달려 마침내 경찰서에 도착했다. 경찰차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서를줄줄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신고를 접수받은 모양이었다.

‘젠장, 적절한 무장 없이는 힘들 텐데.’

대부분 인력이 투입되었는지, 경찰서 내부는 한산했다. 번호표를 손에 쥐고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태평하게 TV 뉴스를 시청하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방송국에까지 소식이 전달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신재혁은 곧장 창구로 향했다. 번호표도 뽑지 않고 접수원에게 가자, 앉아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불평을 내뱉었다. 창구 안쪽에서 소란을 듣고 나온 뚱뚱한 경찰관이 설득을 시도했다.

“선생님,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 보이시죠? 저기서 번호표를 뽑고 잠시 기다려주세요.”
“경찰입니다.”

신재혁이 주머니에서 경찰 배지를 들어보였다. 며칠 전 젓가락 살인마 곽태우에게 면회 가기 위해 준비한 경감 신분증이었다. 신재혁은 옷 갈아입기를 귀찮아한 과거의 자신을 속으로 칭찬했다. 자기보다 높은 직급을 보고 경찰의 태도가 급히 공손해졌다. 하지만 높은 직위에 비해 상대가 젊어보여 약간 의심하는 것 같은 눈초리였다. 신재혁이 흘끗 경찰의 명찰을 쳐다보았다.

“김정수 경장. 긴급 상황입니다.”
“네, 넵! 정보과 팀장 김정수입니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경감님?”
“지금 시내에 갑작스럽게 검은 구멍이 생기고 그 안에서 괴물들이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신고받았으니 알고 계시겠죠? 당장 군부대에 연락해서 전차랑 군인들을 투입해야 합니다.”
“아, 조금 전에 신고 들어온 것 말씀이시군요? 시내에 짐승들이 떼로 출현해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아마 멧돼지겠죠. 직접 알려주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정수가 머리를 긁으며 태평하게 대답했다. 답답한 소리에 신재혁이 확 소리질렀다.

“아니, 멧되지가 아니라 괴물! 경찰들부터 철수시키세요. 그들만으로는 못 막습니다. 빨리 복귀 명령 내리세요. 지금 당장!”
“네, 네엣?”

기다리는 사람들이 의아해하며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김정수가 더듬거리며 무전을 보냈다. 잘 전달됐을까?

“어, 어, 왜 그래? 뭐라고? 괴물?”
“이런 씨발! 벌써 늦었나.”
“야! 야! 똑바로 대답해! 아씨... 죄송합니다. 무전이 끊겼습니다.”

‘출발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심상치 않은 무전과 신재혁의 말을 연결 짓던 김정수가 불안한 얼굴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제야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눈치챈 듯했다.

그래, 지금은 화를 내기보다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 방법을 생각할 때다. 속으로 화를 꾹 내리누른 신재혁이 물었다.

“지금 서 안에 남은 전투 가능 인원은 얼마나 되죠?”
“멧돼지... 아니 괴물 수가 꽤 많다고 판단해 현장 투입 가능 인력들이 전부 출동해서... 지금 서에 남은 인력은 대부분 행정 담당입니다. 마침 서장님도 오늘 자리를 비우셔서, 현재로서는 경감님이 최고 직급이시군요.”

신재혁은 가짜 경찰이라 직접 군에 연락하거나 경찰을 동원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간 신분이 금세 들통날 것이다. 대신 그는 그가 알고 있는진짜 경찰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제2팀장 차은경 경찰관에게 연락하세요. 컴퓨터랑 전화기 좀 쓰겠습니다.”

구체적인 직위와 이름이 나오자 김정수도 신재혁의 말을 믿고 명령에 따랐다. 그가 차은경에게 전화를 거는 사이, 신재혁은 경찰서 컴퓨터로 딥웹에 접속했다. 불법 사설 의뢰 사이트 ‘게헨나’의 홈페이지에 로그인한 후, 미스터 B 직통 회선에 접속해 연락을 남겼다.

‘긴급. 서울 관악구 봉천동, 정체불명의 괴물 대량 출현. 당장 구원을 요청. 현재 위치는 관악경찰서. 가능하면 군부대 즉시 투입할 것.’

긴급 연락망이니 곧 미스터 B가 직접 메시지를 확인할 것이다. 그의 부하가 전세계 요직 곳곳에 침투해 있으니,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있을 것이다. 서둘러 딥웹에서 나오니 타이밍 좋게 연락이 닿았는지 직원이 전화기를 건넸다.

“네, 차은경입니다.”
“누나! 어디에요? 거기 멀쩡해요?”
“이 목소리는 신재혁이? 여기 종로구 사직동 서울지방경찰청이지. 멀쩡하다니? 무슨 말이야? 그리고 네가 어떻게 경찰서 전화를 쓰고 있고.”
“지금 그건 중요한  아니에요. 신고 들어온 거 없어요? 괴물이 출현했다고.”
“아, 그래. 갑자기 신고가  들어오던데. 검은 구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온다고. 우리도 무슨 일인지 파악은 못했는데, 현장으로 몇 명 나갔으니 곧 알게되겠지. 내가 볼 때는 산짐승이라도 튀어나온 것 같지만.”
“그거, 산짐승이 아니라 진짜 괴물이에요. 지옥문에서 튀어나온 악마.”
“악마? 농담이-”
“농담 아닙니다. 당장 군에 연락해서 부대 투입해야 됩니다. 심각한 일이에요. 지금도 실시간으로 사람이 죽고 있습니다. 의심되면 근방 CCTV 확인해보세요. 아마 구체 바로 근처의 CCTV는 고장났을 테지만, 조금 떨어진 곳의 CCTV는 멀쩡할 겁니다.”
“뭐..?”

차은경은 어처구니 없는 내용과 진지한 목소리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했다.

“... 그래. 네가 이렇게 진지한 목소리로 헛소리하는 놈은 아니지. 알겠다. 무슨 일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군에 먼저 연락하마. CCTV도 확인해보겠다.”
“... 믿어줘서 고마워요, 지금 당장 연락해요. 최대한 빨리.”

신재혁은 전화를 끊었다. 김정수가 괴물이라는 터무니없는 소리에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 신재혁이 그에게 지시했다.

“비품실로 안내하세요. 경찰 방패랑 진압봉이 필요합니다. 아니다, 비품실은 제가 찾을테니 방송으로 다른 경찰들, 지금 당장 하던 일을 멈추고 괴물이 들어올 수 있는 입구랑 창문부터 막으라고 하세요. 전투 가능한 인원은 무장시키고.”
“저, 경감님. 하지만,”
“당장 하라고!!”
“네, 넵, 알겠습니다.”

소심하게 반항하다 호통을 맞은 김정수 경장이 방송실로 뛰어갔다. 신재혁은 김재민과 정말숙씨에게 부탁했다.

“아이고, 재혁군. 너무 어려서 학생인 줄 알았는데, 경찰이었어? 대단하네.”

신재혁은 굳이 오해를 정정하지 않았다. 대신, 경감 신분증을 건네주며 그들에게 당장 할 일을 지시했다.

“듣고 계셨죠? 비품실을 찾아 경찰 장비 착용하고  것도 챙겨오세요. 여기 경찰 배지 빌려드릴게요. 누가 막으면 보여주세요.”
“알겠다. 너는?”
“저는지인들에게 연락해서 경고하려고요.”

그제야 정말숙씨도 주변인들까지 생각이 미쳤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김재민이 그 낌새를 눈치채고 권했다.

“엄마, 장비는 내가 가져올 테니, 엄마는 엄마 가족한테 전화하고 있어.”
“아... 알겠어. 고마워 아들. 부탁할게.”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는 김재민이 급히 뛰쳐나갔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의 냉정한 정신상태가 상당히 믿음직스러웠다. 아줌마는 근처 전화기를 집어 서둘러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신재혁은 인터넷에 접속해 백업해둔 전화번호부를 찾았다.

‘좋아...’

전화기를 들고 가장 먼저 고아원의 번호를 입력했다. 뚜르르, 뚜르르 하는 신호음이  번 울리더니 달칵하고 전화가 연결됐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유성하의 목소리.

“여보세요?”
“성하 누나! 다행이다. 다행이다. 나야. 무사하지?”
“어라? 재혁이? 무슨  있어?”

신재혁은 유성하가 목소리로 상대방이 자신임을 알았다는 사실에 작게 감동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었기에, 곧장 본론을 꺼냈다.

“누나, 성당 근처에 이상한 거 안 보여? 건물 정도 크기의 검은 구체 말이야.”
“검은 구체? 아니... 성당 근처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왜? 그게 뭔데?”
“누나, 만약 검은 구멍이 갑자기 생기면 절대로 그 근처에 가지 마. 위험해. 지옥문이야. 지금 거기서 악마들이 튀어나오고 있어. 수녀님, 신부님들이랑 보육원 꼬맹이들도 당분간 외출하지 못하게 막아. 성당 안에서 바리케이드로 입구를 막고 군대가 올 때까지 기다려. 그리고 지인들에게도 연락해서 경고해줘.”

유성하가 놀란  숨을 흡 들이마셨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역시, 믿기지 않겠지.

“.. 알았어. 믿을 수 없는 소리뿐이지만 믿을게. 네 말이니까.”
“..!”

신재혁은 그녀가 이 정도로 자기를 신뢰한다는 사실에  한 번 감동했다. 신재혁은 그녀에게 반복해서 당부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음 사람에게 연락했다. 자기 조수, 이유진에게.


***

이유진은 해커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 중인 23살의 천재 해커. 그녀는 10살 때 해킹을 독학하기 시작해 약 13년간 해킹을 공부했다. 그리하여 자기 스스로가 판단하기에도 뛰어난 실력에 자부심을 가졌다.

그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주 들락거렸는데, 그 과정에서 한 컨셉러를 알게 되었다. ‘마스터팔라딘’이라는 닉네임으로 10년 넘게 사이비 교주 컨셉을 유지한 미친놈. 그녀는  또라이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그 정체를 밝힐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녀는 꽤나 유능한 해커기 때문이다. 그녀가 그 사이트를 해킹해 ‘마스터팔라딘’의 ip를 따는데는 30분도  걸리지 않았다.그녀는 그 정체를 밝힌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ip 주소가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함정이었다. 일반적인 가정용 PC보다 보안이 월등히 강하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었어야 했다. 불붙어버린 호승심에 어떻게든 몸을 비틀어 보안을 뚫어버렸고, 그 사이에 상대방이 침입자의 존재를 눈치챈 듯했다.

상대는 굉장히 유능한 해커였다. 자신보다 훨씬 더. 독학으로 해킹을 배운 그녀는 해커  해커의 정보전에 익숙하지 않았다. 신상을 털기 위해 잠입했건만, 오히려 상대방에게 역관광을 당해 자기 컴퓨터가 털리는 경험은 그녀로서는 처음이었다.

손 쓸 틈도 없이 개인정보가 상대 손아귀에 쥐어졌다. 컴퓨터가 통제불능 상태가 되었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움직여도 반응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본체 전원 버튼을 눌러도 컴퓨터는 꺼지는 것을 거부했다.

그녀가 최후의 수단, 그러니까 전원 플러그를 강제로 뽑으려고 결심한 참이었다. 모니터에 메모장이 켜졌다. 인터넷 어딘가, 저 건너편에서 한글이 타이핑되고 있었다. 상대방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너, 꽤 유능하구나. 나랑 일 하나 하자.’

다행히 상대는 자기 컴퓨터를 해킹하려고 시도했던 침략자에게 긍정적인 관심을 보였다. 보안을 뚫은 자신의 실력이 퍽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이 제안이 굉장한 관용이라는 것을 알았다. 거부권은 없었다. 상대는 자신에 관한 모든 정보를 손에 쥐고 있으니.

그가 제안한 일은 불법적인 해킹 의뢰였다. 다행히도 심각한 범죄에 연루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수상한 조직의 뒤를 판다던가, 범죄 조직의 마약 판매 루트를 알아낸다던가 하는 비교적 ‘정의로운’ 의뢰였다.

보수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의뢰 한 건당 한 학기 등록금 이상을  수 있다니. 대학생에게 거절하기엔 너무 큰 돈이었다. 그리하여 그 기묘한 동업 관계가 지속되었다.

하루는 상대방이 정식으로 제안했다. 자기 조수가 되라고. 이유진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1년 동안 상대방의 행동거지를 관찰한 결과, 그는 딥웹을 전전하는 해결사치고는  정의롭고 상식적인 편이었다. 보수도 상당했으므로,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제안을 수락했다. 그러자 ‘직접 얼굴 보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기가 그녀에게 찾아오겠다고 했다.

학교 근처 카페에서 이유진은 상대방을 기다렸다. 약속 시간에 맞춰 카페 안으로 잘생긴 사내가 들어왔다. ‘마스터팔라딘’이라는 닉네임과 달리 비쩍 마른 사람이었다. 이유진은 10년 넘게 커뮤니티질을 했다는 점에서 상대가 나이가 많으리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자기 또래처럼 보였다. 둘은 통성명을 했다. 그는 자기를 신재혁이라고 소개했다.

생각보다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실력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았다. 그는 자기 보조 컴퓨터의 보안을 뚫을 수 있는 실력자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고 한다. 그로 인해 이유진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 것처럼, 자기도 그녀에게 흥미가 생겼다고.

이유진은 그 철저한 보안이 본업용이 아니라 취미용 PC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둘은 잡담을 나누었다. 양쪽  인터넷 커뮤니티에 빠져 산다는 것, 해킹을 좋아한다는 것 등 공통된 관심사가 많아 이야기가 잘 통했다.

이유진과 신재혁은 꽤 마음이 잘 맞는 상대였다. 해커로서 실력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이유진은 그를 선배라고 불렀고신재혁은 그녀를 조수라고 불렀다. 둘은 계약서를 쓰고 정식으로 동업 관계가 되었다. 신재혁이 갑, 이유진이 을. 신재혁이 받은 의뢰를 이유진이 보조하는 형태였다. 그리고 그 관계가 2년 넘게 이어졌다.

***

오늘도 이유진은 컴퓨터공학과 과방에서 인터넷 커뮤니티를 뒤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3시부터인가, 종종 이상한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먼 곳에서 나타난 검은 구체를 찍은 사진들. 처음에는 합성인 줄 알았는데,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들이 계속 올라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은 없었다. 이 사진들이 화제가 되어 각종 갤러리가 이 사진으로 불타고 있었다.

이유진은 호기심이 생겼다. 가까이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 념글을 먹을  있지 않을까? 해커는 즉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니까, 구체가 관측된 일대의 CCTV를 해킹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곧 근방의 CCTV가 모두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이상한데...’

좀 멀리 떨어진 곳의 CCTV를 해킹했다. 이곳에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충격적인 영상이. 웬 초록 생명체들이 사람들을 덮치는 모습.

“윽...”

뭐야 이게? 진짜야? 무슨 일이지? 몰래 카메라인가?

경악과 혼란 속에서 영상이 재생되었다. 그 괴생물체들은 점점 퍼지고 있었다. 영화 같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성이 이것이 현실이라고 일깨웠다. 사람들에게 이 참상을 알리고 경고해야 한다. 그녀는 재빨리 영상을 커뮤니티에 업로드해서 그 일대에 있는 사람이라면 빠르게 도망치라고 경고했다.

반응은 영 시원찮았다. 합성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호소는 몇 개의 게시글 ‘비추천’과 욕설 섞인 댓글로 돌아왔다. 그녀가 어떻게든 네티즌들을 설득하려고 시도하는 참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가 액정에 표시되고 있었다. 하지만 왠지 사태와 관련이 있는 전화일 것 같았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다행이다! 전화가 통하네. 나야, 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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