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15화 - 동기부여
턱.
신재혁이 문을 닫고 차에서 내리자, 택시가 매연을뿜으며 시내로 돌아갔다. 옆집에서 수탉이 꼬꼬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신재혁이 눈앞의 대문에 노크를 하고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 마당 한구석에 작은 언덕이 있었다. 그의 눈이 언덕 위의 비석을 잠깐 흩고는 다시눈 앞의 건물으로향했다.
어떤 시골의 대장간앞에서신재혁은 어쩌다 자신이 이곳에 왔는지 떠올렸다.
***
하루 전.
악마의 위협이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온 현재, 신재혁은 보신용 무기를 장만할 필요성을 느꼈다. 경찰 갑옷, 경찰방패와 임시로 만든 창은 고위 악마와 싸우느라 모두 부서졌기에 무기를 새로 구해야 했다. 물론 그가 도검 소지 허가증을 가지고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래서 신재혁은 자신의 도라에몽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스터 B, 도와줘요!”
“오! 재혁. 역시 살아있었네. 군대는 빨리 왔나?”
“아, 제가 남긴 메시지를 봤군요. 어쩐지 군대가 빨리 도착했더라.”
“후후. 돈은 웬만한 일을 해결해주지. 해결할 수 없는 일은 돈이 부족해서고….”
“대가는 어떻게 치르면 될까요?”
“네 빠른 신고 덕에 일찍 상황을 파악해 몇 가지 이익을 챙긴 사업이 있으니, 대가는 치른 걸로 해 주지. 난 양심적인 사업가니까. 그래서, 오늘은 무슨 부탁을?”
혼란스러운 시국이라 미스터 B도 바쁜지 잡담 없이 곧바로 본론을 물었다.
“무기가 필요해서. 실력 있는 대장장이를 소개받고 싶습니다.”
“호오, 무기라. 어째서지? 직접 괴물들이라도 때려잡으려고?”
“몸을 보호할 최소한의 수단은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그런데 아무 무기나 쓰기는 좀 그렇고, 합법적으로 날붙이를 살 수도 없으니 대장장이한테 직접 주문제작하려고요.”
차를 몇 번 홀짝이는 소리가 끝나자 대답이 돌아왔다.
“…좋아. 한국에 있는 장인 하나를 소개해주지. 독일에 있는 실력 좋은 녀석을 소개해주고 싶지만, 전 세계가 임프 때문에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외국까지 나가기는 힘들겠지. 그에게 미리 연락을 보내두겠어.”
“대금은?”
“대장장이한테 지불할 필요는 없어.대신 내 부탁 한 가지만 들어주라고.”
“뭔데요?”
“게이트. 전세계의 게이트 위치를 원해. 저게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 찾는대로 나에게 보내줘. SNS를 뒤지든, 다른 정보기관을 해킹하든 상관없이 어떻게든. 건당 가격을 붙여줄 테니, 최대한 많이.”
“좋네요. 거래 성립입니다.”
***
“계세요? 오늘 방문하기로 한 신재혁입니다.”
대장간 안으로 들어간 신재혁이 주인을 찾았다. 카운터 뒤쪽의 작업장은 너무 어두워서 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어둠으로 덮인 안쪽에서 우락부락한 덩치의 대머리가 나왔다. 거친 콧수염과 덥수룩한 턱수염이 인상적이었다.
‘오우, 금방이라도 손이 미끄러질 것 같은 사람이네.’
“음? 아, 그렇군. 네가 미스터 B가 부탁한 사람인가. 반갑다. 장팔덕이라 불러라. 여기 주인이지.”
그가 신재혁의 손을 붙잡고 거칠게 악수했다. 상당히 거칠고 굳은 살이 많은 손이었다. 한 번의 악수만으로도 그가 상당한 수준의 장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드워프 녀석 생각나는군. 대장장이 주제에 12영웅이 되어서는…. 따라오지 않는 편이 더 좋았을 텐데.’
“그래, 무기를 주문하러 왔다고?”
신재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종이를 편 장팔덕이 유심히들여다보았다.
“갑옷, 경찰용 진압 방패 모양의 전신 방패, 창, 단검에 이건 메이스인가? 많기도 하군. 네 비실비실한 몸으로 이걸 다 들고 다닐 수는 있나?”
신재혁이 말없이 신체를 강화해 옆에 놓인 철 덩어리를 한 손으로 들어올려 공중으로 던졌다 받았다 했다.
“과연. 각성자라는 것인가. 직접 보는 건 처음이라 신기하군.”
그는 각성자가 아니고, 신성력으로 신체를 강화한 것이었지만 굳이 그 오해를 정정하지 않았다.
“전부 제작 가능하겠습니까?”
“뭐, 갑옷은 잘 모르겠는데, 다른 건취미로 몇 번 만들어본 적 있어서가능할 것 같군. 갑옷도 충분히 가능하겠지. 나름 한국 최고의 대장장이라 자부하고 있으니. 대신 다 만들려면 시간은 꽤 걸리겠지만.”
호승심이 붙은 듯 장팔덕이 두꺼운 팔근육을 불끈거렸다. 티셔츠 소매가 터질까 불안할 정도로 부풀었다. 그가 종이랑 펜, 줄자를 가져오더니 종이에 뭔가를 쓱쓱 썼다.
“자, 줄자로 네 신체 치수를 재서 여기 기입해라. 갑옷이랑 무기를 만드려면 필요하겠지.”
“혹시 제 현재 몸집보다 더 크게 만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몇 개월 동안 벌크업을 할 예정이라.”
“으음, 네 몸이 얼마나 성장할 줄 알고? 나중에 사이즈 안 맞다하면 곤란한데.”
“괜찮습니다. 기입한 치수만큼 벌크업한 후에는 더 근육을 안 키울테니까.”
한때 성기사장으로 수많은 수습생을 단련시킨 적 있는 신재혁이었기에 자기 몸이 어디까지 자랄지 예측할 수 있었고, 성장을 조절할자신도 있었다.
장팔덕이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난 네가 갑옷이 크다고 할까봐 그런건데. 뭐, 어련히 하겠지. 사이즈 안 맞아도 내탓하지 마라.”
신재혁이 목표 신체 치수를 종이에 써장팔덕에게 건넸다. 그는 수치를 읽더니 대략 감이 잡히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봐도 몇개월 만에 이 정도로 키우기는 힘들 것 같은데…. 각성자 몸은 각성자가 더 잘 알겠지. 자, 이제 네가 그려온 디자인에 대해 좀 더 설명을 들어야겠는데.”
두 사람은 신재혁이 그림 그린 종이를 탁자 위에 펼쳐놓고 의자에 앉았다. 장팔덕이 주문사항을 메모지에 필기하려고 귀를 기울였다.
“판금 갑옷은 움직이기 편하게 관절 부분을 신경 써 주시고. 투구는 최대한 시야를 방해받지 않게 만들어주세요. 방패는 전신을 가릴 수 있게 크게, 사각형으로. 단검은 이 모양대로 음각을새겨서.”
신재혁이 종이에 신성문자, 룬을 그렸다. 파마破魔의 룬이었다. 이 룬을 각인한 단검은 주변에 마魔가 접근하면 스스로 진동함 경고를 하는 능력이 있다.
“흠? 특이한 문양이군. 뭐, 화려한 장식을 넣어 달란 손님은 꽤 많았으니. 무기는 어떻게 해 줄까?”
“창은 바람보다 가볍게, 메이스는 산보다 무겁게.”
“무리한 부탁이군…. 어제까지였다면.”
자리에서 일어난 장팔덕이 잠깐 대장간 뒤쪽으로 들어갔다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윤기 흐르는 흑회색 금속 덩어리를 손에 들고 있었다.
“저건!”
“어제 미스터 B의 부하가 마음대로 쓰라고 잔뜩 가져다 주더군.수십 년간 대장장이 일을 했지만, 나도 처음 보는 금속이다. 신기하게 강도는 강철보다센데, 굉장히 가벼워. 네가 원하는대로 이 금속을 가공하면 튼튼하고 가벼운 창도, 압축하면 무거운 메이스도 만들 수 있겠어.”
신재혁은 저것을 알고 있었다. 마계철석! 지옥의 뜨거운 열기를 버텨 만들어진 최고의 금속. 전생에는 마스터급의 실력자들이나 되어야 쓸 수 있을 희귀하고 강력한 금속이었다.
“게이트 속에서 채굴했다는 것 같은데, 그놈은 도대체 어떻게 이 짧은 시간 사이에 그런 미친 짓을 했는지 모르겠네…. 몇 년 전에 찾아왔을 때만 해도 미치광이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귀가 번쩍 뜨였다. 미스터 B가 직접 찾아왔다고?
“여길 직접 찾아왔다고요?”
“그래. 전속 계약을 맺자면서. 거절하기엔 너무 큰 돈이었어…. 그전까지는 자체적으로 의뢰를 받아 고객들한테 물건을 만들어 줬는데, 이제는 그 녀석 부탁으로 물건을 만들어주고 월급을 받고 있지. 돈도많이 주지, 재료도 공급해주지, 자유 시간에는 마음대로 원하는 물건 만들면서 취미 생활할 수 있지. 아주 훌륭한 직장이었는데, 보아하니 지금부터는 빡시게 일해야 될 것 같네. 각성자들 무기 만들어주려면.”
장팔덕이 과장스럽게 한숨을 쉬었다. 비밀스러운 조력자의 정체를 밝히는데 도움을 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재혁이 흥분하여 물었다.
“그 사람 어떤 사람이었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어떻게 보였어요? 특이한 점은 없었나요?”
“어떻게 보였냐니? 그냥 평범한 외국인이었는데.외국인이면서 한국어가 유창하다는 점이 특이하다면 특이했지. 잘생긴 흑발 청년. 아니, 청년은 아닌가? 나이는 많은 것 같은데 보톡스 맞은 사람처럼 동안이었지.”
이미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기억에 있는 모습과 특별히 다를 것 없는 정보에 신재혁이 약간 힘이 빠졌다.
“아무튼 시간은 꽤 걸릴거야. 양도 많고, 저 금속을 가공하는 건 처음이라 연습도 해야되고. 네가 육 개월 정도 벌크업한다고 했으니 그때까지는 맞출 수 있겠지. 너도 무기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 완성되는 대로 하나씩 미스터 B 부하를 통해서 택배로 보내주마. 갑옷은 마지막에 만들거니 혹시라도 신체 치수를 고칠 의향이 있으면 연락하고.”
“네, 알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기대하라고. 걸작으로 만들어주지.”
갈라지는 목소리. 대장간 문을 나서던 신재혁이 멈칫하고 뒤를 돌아봤다. 가게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듣는 목소리였다.
악마보다 더 악귀처럼 일그러진 표정이 보였다.
“아들의 원수를 쳐죽여야 할 무기니까.”
증오로 충혈된 눈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두가닥 핏자국을 닦지도 않은 채, 대장장이는 자신의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볼을 타고 흐르는 두 줄기 핏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며 피의 길을 만들었다.상처 입은 짐승과도 같은 흔적이었다.
신재혁은 한동안 그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둠속으로 그 형체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
날은 어느덧 저물어, 해가 지평선에 걸리고 가로등이 깜빡거리며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택시 안에서 신재혁이 심란한 마음을 다독였다.
그가 대장간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전생의 사람들을 상기시켰다.
괴물을 죽이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된 자들. 어둠을 무찌르고자 어둠의 힘을 받아들이고 타락한 암흑기사들. 악신의종을 베고자 악신의 개가 되어버리는 이들 중에는 한때 그의 동료였던 성기사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말로는 언제나 좋지 않았다. 악마의 피에 취하고 어둠의 힘에 미쳐 결국 동료들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는 운명….
심란한 마음을 감추고자 고개를 차문에 기대고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도시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환하게 빛나는 가로등, 빵빵 경적을 울리며 지나치는 차량들. 악마가 침공했음에도 여전히 높은 건물들.
찬란한 문명의 숲.
그러다 무심코 그의 시선이 반대편 창문을 향했다.
불이 꺼진 상점가, 출입이 통제된 골목들, 거리를감시하는 군인들. 악마 시체를 치우는 청소부들,그 시체 더미에서 사람의 몸을 골라내는 노동자들.
인도 한복판에 주저앉아 빨간 리본을 끌어안고 여성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는 누군가의 어머니.
잔혹한 현실이 성기사의 눈으로 들어왔다.
그 모든 광경을 담은 눈을 감았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울부짖는 어머니 위로 불타는 마을의형상이 겹친다.
오늘은 악몽을 꿀 것 같았다.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잘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멀쩡한 이성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집 지하의 체력 단련실에 있었다.
불을 켜고 환기를 하니 오랫동안 이용하지 않아 쌓인 먼지가 날렸다. 먼지가 흩날리며 몇 년 만의 방문객을 비웃었다.
오랜만에 보는 벤치 프레스 머신 앞에 섰다. 바벨 철봉과 의자에 먼지가 가득했다. 손으로 먼지를 털어냈다. 손에 닿는 감각이 꽤 서늘했다.
바벨 양 끝에 플레이트를 꽂고 의자에 누웠다. 바벨을 들어올리자 근육이 팽창하며 부들부들 떨렸다. 현재의 신체 능력으로는 명백히 무거운 중량이었다. 하지만 무게를 조절하지 않고 그대로 팔꿈치를 내려 바벨을 아래로 당겼다. 중력을 견디는 얇은 팔이 부들거렸다.
그러나 신성력으로 신체를 강화하지는 않는다.
얼굴에 피가 몰려 붉게 물들었다. 차마 뜬눈으로 버티기에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눈을 감았다.
검게 칠해진 시야로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들의 고통이 흘러지나간다. 택시 창 밖으로 보았던 모든 파괴와 죽음의 흔적이 되새겨진다. 그 번뇌와 고통의 무게가 바벨에 더해져 신재혁을 짓누른다.
내려가는 10 센치에 절망,
다음 10 센치에 고통,
마지막 10 센치에 회한.
자기가 전생 후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이기적인 이유로 힘을 숨기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이 살았을지도 모른다. 인류 전체의 삶의 무게가올라간 것처럼 가슴이 무겁다.
힘들다, 너무 힘들다.
포기하고 싶다.
주위는고요하건만, 스승의 호통소리가 들린다. 그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성기사의 표본.
그 모습을 떠올리자, 암흑 속에서 황금으로 빛나는 성기사의 형상이 나타난다. 황금으로 장식된 백색의 판금 갑옷을 입은 덩치 큰 성기사. 투구의 얼굴 가리개를 내려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신재혁을 혼내지 않았다. 단지 신재혁을 지긋이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게 어둠속에서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무슨 기분인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이 너의 의지인가?
눈을 번쩍 떴다.
-그럴 리가!
힘을 준다.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에 강제로 힘을 넣어 근육을 수축한다.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근섬유가 찢어진다. 팔과 가슴에 격통이 치닫는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계속해서 팔을 밀어올린다. 불합리한 삶의 무게를 들어올린다.
“으─오오오─”
올라가는 10 센치에 회한을 덮는 선의,
다음 10센치에 고통을 견디는 용기,
마지막 10 센치에 절망을 부수는 희망을 담는다.
점점 팔이 펴진다. 심마의 유혹을 뚫고 고통을 자처한다. 눈에서 실핏줄이 터져 피가 흘러나온다. 육체의 고통이 정신의 고통을 덮는다.
이윽고 고비가 왔다. 120도 굽어진 팔이 더 이상 펴지지 못하고 떨린다. 기억 속의 스승이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나를 노려본다. 안다. 나도 알고 있다. 여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성기사는 멈춰서는 안된다.
성기사는.
“으아아아──!”
성기사는 신의 의지를 대변하는 자다.
신의 뜻을 대신해 생명을 지키고 치유하는 자다.
악에서 인류를 구하는 자다.
악마와 마귀와 악령에게서 영혼과 생명을 지키는 자다.
그리고 자신은 성기사의 상징이다. 성인의 지위를, 마스터 팔라딘의 칭호를 약속받은 자다. 그 이름을 짊어진 성기사는 언제나 타의 모범이 되어 언제나 올곧고, 언제나 최강이어야 한다.
피가 흘러 따끔거리는 눈으로 어느새 쭉 펴진 팔을, 바벨의 무게를 지탱하는 팔을 노려본다. 성취감과 함께 찢어진 근육에서 참기 힘든 고통이 몰려온다. 상처입은 부위로 신성력을 흘려보내 근섬유를 잇고 부상을 치유한다. 근육이 더 탄탄하게 이어진 것을 느낀다.
성기사는 다시 한 번 지옥을 떠올린다.
자신의 망설임으로 고통 받았을 영혼을 생각한다.
그 고통을 장작으로,
다시 바벨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