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17화 - 반년 (17/72)



〈 17화 〉17화 - 반년

띵동-

“택배 왔습니다.”

문 밖에서 배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식탁에서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던 청년이 일어나 문을 열었다. 건장하고 탄탄한 근육이 도드라졌다.

“네, 신재혁님 맞으시죠? 여기 싸인하시면 됩니다.”

근육질청년, 신재혁이 배달원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슥슥 서명을 했다. 아주 무겁고 커다란 상자를 번쩍 들고 주택 안으로 들어왔다. 점심을 마저 먹은 그는 상자를 들고 지하의 체력단련실로 향했다.

“아, 벌써 반년이나 흘렀나.”

상자를 열자, 그가 6개월 전에 주문한 판금 갑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게이트 사태 후 반년 동안, 그는 외출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신체 단련과 신성 주문 수련만 계속했다.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 만반의 준비를 마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당장이라도 지옥으로 쳐들어가 에덴의 안위를 살피고자 했다. 그러나 첫 게이트 사태에서 고위 악마의 일격에 그대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본능을억제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먼저였다.

‘내 상처, 분명 김재민이 치료해준 거겠지.’

6개월 사이, 그가 알던 귀머거리 청년은 세계적인 유명인이 되어있었다. 세계에서 채 10명도 안 되는 S급 헌터 중 하나. 그 중에서도 최강의 일각으로 평가받는 인류의 영웅. 소위 그의 필살기, <폭풍의 시>로 어떤 강대한 보스라도 일격에 쓰러뜨리는 것으로 유명한 성검의 용사.

신재혁은 그의 전투 영상을 보고, 김재민의 검을 둘러싼 힘이 신성력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의 각성 능력이 신성력이라면, 정신을 잃은 사이 상처가 치료된 것도 납득이 갔다.

‘나를 몰래 따라왔던 모양이야…. 짜식, 틱틱거리더니 걱정해준건가.’

근처 건물 속에 숨어있던 생존자가 찍은 전투 영상은 SNS로 퍼지며 급속하게 유명해졌다. 게이트의 전자기기 교란에서 무사했던  좋은 촬영기기는  사람의 것뿐이어서 신재혁의 활약은 묻히게되었다.

‘다행이야. 마나도 없는, 각성자도 아닌 사람이 이능력을 발휘하면 분명 의심을 샀겠지.’

정신을 차린 이후, 신재혁은 김재민을 찾아가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했지만, 그날 이후 정말숙 아줌마의 식당은 전투의 여파로 박살이 나서 문을 닫았다.  사람의 연락처를 지니고 있던 것도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연락은 끊기고 말았다.

굳이 연락하려 했다면 해킹으로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의심병 말기 환자인 상대방이 불편하게 생각할 것 같아 그러지 않았다.

‘안 그래도 기자들 때문에 정신 없을 텐데, 나까지 그럴 수는 없지.나중에 언젠가 만날 일이 있을 테니, 그때 감사를 전하자.’

신재혁이 다시 상자 안의 갑옷을 바라보았다. 갑옷 위에는 편지가 한 장 놓여 있었다. 봉투를 열어 편지를 읽었다.

‘장팔덕이다. 예상보다 완성이 늦어져서 미안하군. 저번에도 설명했지만, 다른 의뢰인으로부터 우선순위가 높은 주문이 들어와서 말이야. 나도 자네 것부터 만들고 싶었지만, 상사 명령이니 까라면 까야지. 나 같은 월급쟁이가 어떻게 반항하겠어. 그래도 미안해서 갑옷은 굉장히 신경 써서 만들었으니, 네 요구대로 겉은 수수해 보이지만 성능은 아마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갑옷 중 최고일 거다. 잘 사용하고, 망가지면 수리해줄 테니 택배로 부쳐라. 아마 부서질 일이 없을 같지만.’

갑옷의 완성이 예상보다 늦어진 것에 대한 구구절절한 변명이 들어 있었다. 저번에 연락받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시험 삼아 신재혁은 갑옷을 착용해봤다.

“오…. 꽤 까리한데.”

전신 거울 속에서 검은 갑옷을 입은 흑기사가 신재혁의 행동을 따라했다. 신재혁은 손과 다리를 빙글 돌리며 여러 각도에서 자신의 흑갑을 관찰했다. 마계철석으로 만들어 판금갑옷 치고는 무게도 가벼웠다.

신재혁이 구석에 진열된 단검, 메이스, 방패와 창을 들고왔다. 몇 달에 걸쳐 대장장이 장팔덕이 보낸 무기들. 통째로 마계철석으로 만든 무기들이었다. 실제 전투에 나간 기사처럼 보조 무기를 완전히 무장하고는 왼손에 방패, 오른손에 창을 들었다.

“좋아. 당분간은 갑옷과 무기에 익숙해지도록 이 상태로 수련해야겠다.”

오른손이 뻗어지며 창을 내질렀다. 창끝이 거울 한 치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멈췄다.

신재혁은 팔을 당기고, 다시 전방으로 쏘아보냈다.

***


 번째 게이트가 열리고 6개월 동안,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각국의 게이트가 닫힌 후, 국가 정상들은 급하게 회의를 열었다. 인류의 존속을 위협할지도 모르는 존재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안하고, 각성자의 처우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였다.

각종 군사 전문가, 동물학자, 종교 지도자와 국가 지도자 등이 회의에 참가했다. 북한처럼 직접 국가 원수가 회의에 참가할 수 없거나 한국처럼 지도자가 사망한 나라들은 대리인이 출석했다.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용어가 공식적으로 통일되었다. 검은 구체와 구체에서 튀어나오는 괴물들의 명칭은 각각 게이트와 몬스터라고 명명되었다. 특히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 중 유독 강한 녀석은 ‘보스’, 가장 많은 개체 수를 보인 몬스터는 ‘임프’라고 명명되었다.

일각에서는 보스전 메시지가 괴물을 악마라 불렀기에 게이트와 몬스터가 아니라 지옥문과 악마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종교계의 무수한 반발로 기각되었다. 종교 지도자들이 자기네 성서와 기록에 등장하지 않는 악마의 모습을 보고, 이들을 악마라 공식적으로 인정했을 때 발생할 신도의 유출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도 게이트와 몬스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첫 번째는 그러는 편이 더 친근하기 때문이요, 두 번째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다양한 게임과 소설에 등장하는 몬스터, 그리고 게이트라는 용어는 직관적이면서 확실하게 의미를 전달했다.

  용어의 사용은 인류의 적을 ‘악마’라는 초자연적인 존재에서 ‘몬스터’라는 상대할 수 있는 존재로 격하시켜 공포를 희석했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사후세계에대한 고민이 실질적으로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바, 저 괴물들을 악마라 인정했을 때 사후에 자신의 영혼이 떨어질 지옥의 모습을 두려워하며 괴물이 악마라는 것을부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개인적이든, 종교적이든 저마다의 이유로 악마와 지옥문이란 용어 대신 몬스터와 게이트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사회의 암묵적인 합의가 되었다.

아무튼 이 첫 번째 정상 회담에서는 어떻게 몬스터를 처리하느냐가 주된 논제로 떠올랐다. 게이트가 이번 한 번만 열린다는 보장이 없었으니,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언제, 어디서게이트가 열릴지 인류가 미리  수 없었기에, 게이트가 열린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

문제는 게이트가 열릴 때 일어나는 국소적 EMP 효과 때문에 전자기기가 마비되어 통신망을 사용할  없다는 것이었다.

CCTV 같은 전자 시스템이 마비된 구역을 역산해 게이트의 위치를 추정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쏟아지는 몬스터를 막을 수 있는 군대가 제때 게이트에 도착할 수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였다. 구역마다 군대를 조금씩 배치해봤자, 화력이 분산되어 몬스터에게 각개격파 당할 뿐.

여기서 각성자들이 해결책으로 주목받았다.

분대의 무력을 몸 하나에 압축시킨 존재들. 이후 헌터라고 불리게 되는 이 초인들은 혼자 게이트를 닫지는 못할지언정, 군대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 가능했다. 몇몇 강력한 초인들은 군대가 처리하지 못한 강력한 보스 몬스터를 무찌를 수 있었다.

권력자들에게 이 초인들은 이용할  있지만, 언제든 자신들의 권력을 위협할  있는 독사과처럼 보였다. 각성자들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에 대해서 반응이 두 가지로 갈라졌다.

미국의 대통령은 친화론을 꺼내 들었다. 헌터 한명 한명을 분대급 용병이나 특수부대처럼 대우해 각종 혜택과 편의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제아무리 미국이라도 그 넓은 땅덩어리를 군대만으로 커버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심지어 땅이 넓었기에 열리는 게이트 수도 타국보다 많았다. 미국은 각성자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미국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캐나다나 호주 등의 나라도 이에 동의했다.

반면,중국의 국가 주석은 통제론을 주장했다. 이 사태를 기회로 헌터를 나라에 귀속시키고 강제 징용해 국가의 무력을 끌어올리고자했다. 애초에 쏟아지는 몬스터보다 국민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나라였기에, 각성자 없이군대만으로도 충분히 게이트를 닫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음에 만약 게이트가 열린다면, 대군을 게이트 안으로 보내 적진을 초토화시키겠다고 자신만만하게 호언장담했다. 초인이라는 매혹적인 힘을 국가의 손에 쥐고 싶었던나라나 군부 독재가 이뤄지는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의견에 찬성했다. 러시아, 북한, 인도 등이 대표적이었다.

그 회의에 참석했던 박주관 임시 대통령은 친화론에 붙었다. 그는 서울 관악구에 있어났던 충격적인 사건을 알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하고 강력한 보스가 등장한 사건. 군대가 결코 죽일  없었던 불타는 악마를 초인 한 명이 물리친 사건.

다른 국가 원수들은  사건을 헌터 혼자서, 최단 시간으로 보스를 물리쳤다는 점에서 ‘초인이 강하다’는 결론보다는 ‘보스가 약했다’라는 결론을 도출하고 별거 아닌 듯이 넘어갔다. 반면, 박주관은 ‘초인이 강하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그 무력을 보고도 헌터를 탄압하거나 통제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결국 분열된 의견은 하나로 합쳐지지 못했다. 회의장을 나가며 중국 국가 주석은 자신만만하게 다음 게이트 사태를 기대하라고 선언했다.

거짓말처럼 4일 후, 두 번째 게이트 사태가 터졌다. 장담대로 주석은 베이징에 열린 게이트에 육군 군단 하나를 통째로 파견했다.

정확히 4시간 후, 군단의 전멸 소식과 베이징 게이트의 역류 현상이 중국 전역에 퍼졌다.

그리고 1시간 후, 한 초인에 의해 중국의 국가 주석이 바뀌었다.


***

「네~ 오늘의 물리학, 진행자인 상수건입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은 특별한 게스트를 모셔봤는데요, 얼마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받아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서울대학교 물리학 교수, 박정광 교수님입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네, 반갑습니다.」

커다란 TV 화면 속에서 흰머리가 무성한 노인이 인사했다. 신재혁은 소파에 누워서 프로틴바를 씹고 있었다. 단련을 마치고 하루 끝에 TV를 보며 몬스터와 게이트 사태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 그의 일과가 되었다.

뉴스를 보다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채널을 돌렸는데, 마나를 물리학으로 해석해 유명해진 박정광 교수가 예능에 등장하고 있었다. 갑자기 흥미가 돋아 채널을 고정한 채 교수의 말을 기다렸다.

「요 몇 달 사이 교수님께서 발표하신 여러 편의 논문으로 물리학계가 뜨거운데요,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첫 번째 논문이신 ‘마나의 실체와 전자기 간섭 현상에 대하여’가 좋을 것 같습니다.」
「네. 우선 마나는 빛처럼 특이한 성질을 띠고 있습니다.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지닌다는 것이죠. 빛이 광자이면서 동시에 전자기파이듯이, 저는 마나의 기본 단위를 각각 ‘마력소’, ‘마력파’라고 정의했습니다. 다른 평범한 입자들처럼 자연 상태의 마나는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확산됩니다. 이때 농도차로 인해 마나가 급격하게 이동되는 현상이 발생하면, 마나의 이동이 전자기파에 영향을 줍니다. 농도차가 클수록 전자기파를 더 요동치게 만들어서, 주변의 전하를 움직이고 와전류(eddy current)가 발생합니다.」
「아, 박정광 효과라고 이름 붙은 현상이군요!  현상 때문에 게이트가 열렸을 때, 주위의 전자기기가 먹통이 되는거죠?」
「예, 그렇습니다. 패러데이 법칙의 연장선상에 있는 현상 같아서 제 이름을 붙이기는 조금 민망하지만, 진행자님의 설명이 맞습니다. 비슷한 효과로, 게이트 속에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를 가지고 들어가면 먹통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죠.」

'과연. 게이트가 열릴 때 내 스마트폰이 망가진 것도 그런 원리였나.'

신재혁이 교수의 설명과 자신의 사례를 연결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행자가 능숙하게 화제를 넘겼다.

「교수님께서는 이 박정광 효과를 이용해 게이트 탐지기도 개발했다고 하셨죠? 헌터들 사이에서는 나침반이라고 불리면서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되던데요.」
「네. 게이트 탐지기는 파동의 간섭 현상을 이용해 작동합니다. 게이트가 열릴 때 게이트 속의 높은 밀도의 마나가 지구로 확산되는데, 그때 발생하는 마나 파동이 탐지기 속에 충전된 마나에 간섭해 영향을 줍니다. 그 영향을 역산하면 마나 파동의 세기와 방향을 알아내 게이트의 대략적인 위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게이트 내부에서 사용하면 출구의 위치를 알 수 있죠.」

신재혁도 저 나침반이 무엇인지 알았다. 헌터의 필수품 중 하나로 유명한 물품이었다. 게이트가 열리면 그 위치를 빠르게 파악하고 게이트 속에서 출입구를 찾기 위해 헌터와군인이 사용하는 물건. 이 발명품 덕분에 수십만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지 않았다는 예측도 있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게이트 탐지기를 소지하는 민간인들도 종종 있었다. 대신 나침반에 마나를 직접 충전하지 못했기에, 구입처나 각성자 지인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마나를 충전받아야 했다. 얼마 전에 신재혁도 하나를 장만했기에, 각성자 지인에게 부탁하려던 참이었다.

「발명품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교수님의 걸작품 중 하나인 헌터 등급 검사기도 헌터 협회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죠?」
「등급 검사기도 마나의 파동성을 이용하는 장치입니다. 각성자들이 구체 장치에 손바닥을 올리고 마나를 불어넣으면, 장치와 각성자 사이에 마력 패스(path)가형성됩니다. 그러면 검사기가 패스를 거쳐 각성자의 몸 속으로 마나 펄스(pulse)를 빠르게 쏘아보냅니다. 아시다시피 각성자들의 마나는 신체에 쌓이는데, 몸의 부피는 한정적이니 마나가 많을수록 마나 밀도가 커집니다. 그 밀도 때문에 장치에서 쏜 마나 펄스가 몸 속에서 느려지죠.」

진행자 상수건이 손뼉을 짝 치며 말을 이었다.

「끈적끈적한 물에서는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것 같은 원리군요. 그러면 마나 펄스가 몸속에서 반사되어 다시 장치로 돌아오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네요.」
「그렇죠. 그 시간과 각성자의 신체 치수를 측정하면 마나 밀도와 마나량을 대충 파악할 수 있죠. 물론 어느 정도 오차는 있지만요.」
「그래도 협회도 그 오차를 감안해 마나량 말고도 여러 테스트를 진행해 각성자의 등급을 판정하는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S급 헌터의 조건 중 하나가 검사기에서 ‘측정불가’ 결과가 나와야 하는 것이군요. 그건 어떤 원리로 측정불가가 되는 건가요?」
「S급 헌터분들의 경우에는 몸속에 마나가 지나치게 많아 마나 밀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그래서 마나 펄스가 느려지고 느려지다 결국 신체 안에 머물고 검사기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그 경우 검사기가 측정 불가란 판정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과연 인류의 희망이라 부를 법도 합니다….」

이후로 시시콜콜한 물리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고등학교 때 깨어있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더 많았던신재혁에게는 이해할  없는 이야기였다. 그냥 대충 멍을 때리며 설명을 듣다 보니 시간이 꽤 지나 진행자가 마무리 멘트를 쳤다.

「슬슬 방송을 마무리할 시간이 다 되어 가는군요. 마지막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교수님께서는 마나는 어떻게 발생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뜻밖의 추상적인 질문에 박정광 교수가 잠깐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거기까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열이 마나로 환원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열 말씀이신가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엔트로피는 계속 증가한다는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열은 에너지의 최종 상태가 아닌가요?
「네, 좀  전문적인 공식과 자세한 수치가 필요해 여기서 설명드리기는 어렵지만, 제 현재로서 추측은 그렇다는 것입니다.」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마나가 엔트로피를 역행하는 물질일 수도 있다는 것이군요!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 마나를 이용해 시간을 역행하는 타임머신을 개발하는 것도 꿈이 아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의 물리학 방송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모두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