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6화 〉26화 - 온기 (26/72)



〈 26화 〉26화 - 온기

어느 날 세상은 전쟁터가 되었다.

전쟁에는 영웅이 없다. 현실에는 주인공이 없다.
하지만 악마와의 절망적인 전쟁은, 피로 물든 현실은 영웅을, 주인공을 필요로 했다.

그리하여 인류는 전쟁을 쇼로 만들었다.

언론은 정부의 가장 강력한 홍보 기관이자 언론 통제 기관이 되었다. 언론은 능숙하게 국민을 달래기도, 때리기도 하며 그들의 생각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했다. 정부는 게이트 이전부터 개돼지를 길들이는 일에 익숙했다. 게이트 후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손아귀의 언론을 이전보다 더 강하고, 촘촘하게 쥐었을 뿐.

하지만 정부가 채찍질로 국민을 다스린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그들은 국민에게 당근을 배가 터질 때까지 먹였다. 절망적인 현실을 잊을 수 있도록.

예능 프로그램이 활기를 띠었다. 헌터의 연예인화가 핵심적인 정책이었다. 헌터들은 각종 예능에 출연하며 민간인들의  속에 녹아들었다.

이는 헌터에 대한 우화책이기도 했다. 헌터라는 직종의 이미지를 무섭고 위험한 3D 업종에서 대단하고 존경받을만한 위치로 우상화시킨 것이었다. 과연 정책의 효과는 예상보다 뛰어났다.

헌터와 각성자의 위험성과 규제책을 부르짖던 시민단체들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비슷한 업종의 헌터들이 뭉치며 다양한 이권단체를 만들었다. 연예인의 기획사처럼 헌터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와 길드가 출범했고 무기 산업, 포션 산업과 같은 다양한 산업이 활성화됐다.

긍정적인 효과에 따라 친헌터정책을 펼치던 박주관 대통령의 지지율도 덩달아 상승했다. 이는 다시 박주관이 언론을 더욱 꽉 죌  있는 힘을 부여했다. 선순환인지 악순환인지  수 없는 사이클이 계속됐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한국의 혼란을 안정시킨다는 관점에서 순환의 결과만큼은 좋아 보였다.

이 정책의 결과를 좋게  집단  하나가 헌터 협회였다. 헌터 협회는 친헌터정책의 성과에 흡족해하며 헌터의 연예인화化에 기꺼이 협조했다.

그들이 취한 첫 번째 액션은 헌터의 계급을 나누는 것이었다.

협회는 헌터의 등급을 가장 낮은 F급부터 가장 높은 A급까지,  6등급으로 나누었다. 마침 박정광 교수가 각성자의 마나량을 검사할  있는 마력측정장치를 발명한 것도 이 사건에 영향을 줬다. 수가 적고 강력한 고등급의 헌터일수록 더 유명세를 얻었고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일반적인 헌터의 강함이라는 상식을 깨부수는 존재들이 있었다.

어떤 이는 단신으로 S급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도, 다른 이는 홀로 대도시를 지킬 수도, 또 어떤 이는 검 한 자루로 하늘을 벨 수도 있었다. 이들은 기존의 6등급으로는 감히 재단할 수 없는 강함을 몸뚱아리 하나에 쥐고 있었다.

협회는 그들을다른 헌터들과 같은 묶음으로 분류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좀  가치 있게 사용될 수 있었다. 자기들의 권력을 위해서든, 헌터의 상징을 위해서든.

헌터 협회 상층부에선  헌터들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가를 안건으로 회의가 열렸다. 회의는 만장일치로 결론이 났다. 세계 최강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초인들을 위해 새로운 등급을 만들기로.

그날, 7명의 S급 헌터가 탄생했다.

***

“에이 씨, 목소리 때문에 큰일  줄 알았잖아.”
“후후, 너도 나한테 장난 많이 치면서, 호들갑은.”

유성하가 신재혁의 투정을 가볍게 받아넘겼다. 그녀의 입가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맴돌고 있었다.

“읏차!”

신재혁과 유성하는 자기들이 자란 보육원에서 책더미를 옮기고 있었다. 두 명 다 손에 들린 책이 얼굴 높이까지 올라와 앞이 보일락말락 했다. 모아 놓은 기부금으로 보육원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겠다고 주문한 책이 잔뜩 도착했는데, 책을 정리할 일손이 부족해서 유성하가 전화로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유성하가 위험에 처했다고 착각하고 전력으로 달려온 신재혁은 유성하가 자기를 부른 이유를 알고는 허탈함을 숨기지 못했다.

“그래도 무섭게 그런 장난 치지 마. 요즘 게이트 때문에 난리인  알면서.”

신재혁이 유성하의 장난을 진지하게 나무랐다.귀여운 동생의 충고를 들은 그녀가 눈꼬리를 가늘게 휘며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응답했다.

“걱정해 준 거야? 우리 재혁이 다 컸네~”

유성하가 어린애 다루듯이 능숙한 손길로 신재혁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급하게 뛰어오느라 바람에 날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섬세한 손질에 정리되어갔다.

신재혁은 그녀에게 꼬맹이 취급을 당하는 것이 왠지 부끄러워져서는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나를 긴급호출할 정도로 일손이 부족했어?”
“응… 게이트 사태 이후로 그만두신 분들이 꽤 있으셔서….”

그녀의 얼굴에 살짝 그늘이 졌다. 그러고 보니 신재혁이 어릴 때부터 봐왔던 주방 아주머니와 수녀님 몇 분이 보이질 않았다. 신재혁은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대충 예상할  있었다. 허공에서 괴물이 튀어나오는 미친 세상에서 그들이 어떻게 됐을지는.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신재혁은 속으로 그들의 명복을 빌었다. 슬쩍 쳐다본 유성하의 얼굴이 어두웠다. 괜히 주제를 바꾸다가 지뢰를 밟아버린 신재혁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건넸다.

“그, 그런데 홍하린은  불렀어?”

홍하린. 그녀는 신재혁과 동갑인 보육원 친구다.

홍하린, 신재혁, 유성하는 보육원에서 함께 자랐지만, 그녀의 까칠한 성격 때문에 신재혁은 그녀와 그리 친한 편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유성하를통해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 정도.

사실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사는지도 잘 모르겠다. 저번에 게이트 사태가 처음 발생했을 때, 그녀에게도 직접 연락해 경고할까 고민했는데, 성하 누나가 주변인에게 연락할 것 같아 굳이 전화하지 않았었다.

“아, 하린이? 걔는 일하느라 바쁘잖니. 공무원이잖아.”
“공무원? 그 녀석이 공무원이라고?”

신재혁이 중학생 시절의 홍하린을 떠올려 봤다. 시험마다 항상 전교1등을 할만큼 똑똑했지만 정작 자신은 그 성적을 받고도  감흥이 없다는 듯이 냉막한 표정을 짓는 미소녀. 머리는 항상 뒤로 틀어 올려 꽁지머리를 하고 있었고 분위기는 늘상 차가웠으나 의외로 학교에서 인기는 많았었다. 왠지 그녀는 남자친구 사귀는 일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지만.

그런 냉미녀가 공무를 처리하는 모습을 상상해 봤다. 그녀가 살갑게 웃으며 주민들의 민원을 받는 모습이 도무지 그려지지를 않았다. 차라리 매일 냉정한 얼굴로 야근을 시키는 악덕 직장 상사라면 광경이라면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었지만.

‘이미지가 너무맞는데…’

어리둥절해하는 신재혁의 다채로운 표정 변화를 관찰하며 유성하가 쿡쿡 웃었다. 그녀가  한 권을 책장에 꽂으면서 이야기했다.

“몰랐어? 무슨 일을 하는진 정확히 모르겠어도  높은 자리인  같던데.  잘 버는 모양이더라. 대신 그만큼 바빠 보이지만.”
“진짜 놀라운 소식이네. 몇 년간 연락도 안 하고 살았으니,  사이 성격이 바뀌었을 법도 한가….”
“너도  하린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살렴. 그래도 같은 보육원 동기인데, 서로 의지하며 지내야지.”

그녀가 신재혁에게 가볍게 핀잔을 주며 그를 흘겨보았다. 그렇게 둘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어느새 대부분의 책이 책장에 나란히 진열되었다.

“자, 이쪽은 대충 정리가 된 것 같네. 마무리는 내가 테니, 가서 아이들 만나고 있을래?”
“아, 응.”

신재혁은 뒷정리를 성하 누나에게 맡기고 보육원 아이들을 보러 갔다. 아이들은 티비 주변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다.

“얘들아, 형 왔다!”
“아 형! 잠시만, 이것만 보고….”

아이들이 신재혁의 인사에도 건성으로 대답하곤 다시 티비 화면에 집중했다. 평소엔 그렇게 인기가 많은 신재혁이 이렇게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받다니, 지금 방영 중인 프로그램이 어지간히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신재혁은 한창 재미있을 때 집중을 끊으면 짜증난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얌전히 아이들 뒤로 가서 무슨 프로그램을 하는지 지켜봤다. 매화마다 새로운 헌터가 게스트로 출연하는 “헌터의 하루”라는 예능이었다.

요즘은 헌터가 연예인처럼 등장하는 예능 프로가 급격히 인기를 얻는 추세였다. 초능력을 쓰고 괴물을 잡는, 마치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만 같은 히어로들의 일상은 누구나 궁금했으니까.

이번 회차에선 A급 빙결술사 여동연이 출연한 모양이었다. 지옥이 워낙 뜨거워 대부분의 악마가 냉기 저항이 낮다 보니, 그의 능력이 게이트에서 상당히 빛을 발한다는 듯했다.

방송에서 그가 냉기를 흩뿌리며 몬스터와 싸우는영상이 흘러나왔다. 본방이 시작하기  게스트가 누구인지 소개하기 위한 일종의 프로필이자 그의 화려한 이력을 모아 놓은 매드무비였다. 교묘한 편집 기술이 악마와의 혈투에서 잔인한 장면은 삭제하고 화려한 순간을 부각했다.

“와… 지린다.”
“쩔어….”
“멋있다! 나도 커서 A급 헌터가 될래!”
“나는 S급!”

아이들이 저마다 감탄사를 뱉으며 헌터에 대한 동경을 드러냈다. 정의로운 헌터가 사악한 악마를 쓰러뜨리는 모습이 그들에게는 마냥 멋있어 보였다. 자신이 저 헌터처럼  미래를 상상하며 아이들의 눈이 빛났다.

“나도 몬스터를 무찌를 거야!”

그 말에 신재혁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전생의 기억. 아침에 인사를 나눈 소년병. 성루에서 울리는 종소리. 몰려드는 악마의 군세. 콧속을 파고드는 혈향, 그리고 멈추지 않는 광기. 저녁에 발견한 시체. 눈알이 터진, 팔다리가 뽑힌, 내장이 뜯어먹힌,

“안 돼!”

신재혁이 발작적으로 소리 질렀다.

 소리에 깜짝 놀란 아이들이 티비에서 눈을 떼고 그를 돌아봤다. S급 헌터가 되겠다던 아이가 불만 어린 표정으로 그를 뚱하게 쳐다봤다.

“왜? 돈도 많이 벌고 인기도 많은데.”
“위험하니까…”
“S급 헌터가 되면 되잖아! 누구보다도 강한!”

신재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강하다고 전부가 아니다. 신재혁은 과거 바알에게 당해 죽어가는 자신을 떠올렸다. 그토록 강인한 성기사였음에도, 그는 결국 꺾이고 말았다. 그가 괴로운 목소리로 힘겹게 변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S급 헌터라도 언젠가 상대할 수 없는 적을 만날지도몰라….”
“그럼 그런 적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돼?”

어떻게?

치기 어린 질문이 신재혁의 마음에 깊숙이 박혔다. 질문의 의도는 한없이 순수했으나물음을 받아들이는 신재혁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부메랑처럼 되돌아온 질문이 제 마음을 헤집었다.

어린아이의 철없는 물음에 그는 새삼 자신의 처지를 자각했다. 엘로아흐의 성기사, 인류를 지켜야 하는 수호자, 세계의 존망을 짊어진 12 영웅. 마스터 팔라딘, 론지노.

하지만 동시에 그는 26살짜리 대한민국 청년이었고, 미스터 B의 해결사였고, 이유진의 선배였고, 유성하의 동생이었으며, 청춘의 반절 이상을 방에 틀어박힌 채로 보낸 히키코모리였다.

그는 덜컥 겁이 났다.

나야말로 에덴의 인류가 어떻게 됐는지 밝히겠답시고 게이트를 전전하다 죽어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남겨진 이들은?
나로서는 상대할 수 없는 강대한 적을 만났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떻게.

신재혁은 끝내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은 이미 바알을 극복하지 못해 한번 죽어버린 패배자였으니까. 정체성의 혼란과 두려움이 물감처럼 혼탁하게 섞이며 신재혁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가 대답도 없이 가만히 있자 아이들은 금세 신재혁에게서 관심을 끄고 다시 티비 화면을 향해 몸을 돌렸다. 호화로운 저택, 아름다운 아내, 주위로부터의 인정. 티비는 헌터의 화려한 삶을 보여줬다. 사회의 밑바닥에 살고있는 고아라면 누구나 바라마지 않을 멋진 삶을.


***


“재혁아?  그러고 있어?”

문득 불려오는  이름에 신재혁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책장 정리를 끝내고 돌아온 유성하가 멍하니 서 있는 그를 발견한 것이었다. 어느새 방송이 끝이 나서 아이들은 밖으로 놀러 나가고 없었다.

“아, 아니… 생각할 게 좀 있어서.”

신재혁이 떠듬떠듬 대답했다. 털어놓을  없는 비밀과 관련된 고민을 그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십 년 넘게 돌봐온 동생의 망설임을 놓치지 않았다.

“고민이 있구나. 뭔데? 말해 봐.”

한참을 침묵하던 신재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는 유성하 앞에 있었지만, 그의 눈은 먼 과거를 바라보고 있었다. 가장 증오스러운 악마 앞에서 죽어가는 자신을.

“…만약 삶에서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 오면, 어떻게 해서도 극복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 고난이 닥치면, 절대 이길 수 없을 상대를 마주하면. 그때는 어떡해야 할까?”

신재혁의 목소리는 답지 않게 시무룩하고 힘이 없었다. 유성하는 신재혁이 갑작스럽게 던진 이상한 질문에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다만  호수처럼 잔잔한 눈동자로 겁에 질린 아이처럼 두려움에 떠는 동생을 고요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가 신재혁의 뺨을 쓰다듬었다.

“소중한 사람을 떠올려 봐. 네가 지켜야 하는 누군가를. 네가 고통스러운 고비를 뛰어넘어야 할 이유를.”

볼에 부드러운 살갗이 느껴졌다. 자신이 곁에 있다는, 안심을 주는 온기.

신재혁이 그녀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오르테시아의 생각이 났다. 12 영웅에서 성녀라 불리던 하이엘프이자 전생의 연인. 누구보다도 시와 신과 자신을 사랑하던 여인이었다.

그녀 생각이  것은 단순히 유성하가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라 말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유성하를 바라볼 때면 언제나 그녀가 생각났다. 유성하는 오르테시아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포근하고, 감싸주고, 보듬어주는 부드러움. 둘에게선 그런 성스러운 분위기가 은은히 흘러나왔다.

동시에 신재혁은 유성하를 볼 때마다 오르테시아에게 이유 모를 죄책감을 느꼈다. 그 죄책감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신재혁 자신도 알 수 없었다. 과거의 인연에 대한 미련일까, 지켜주지 못함에 대한 후회일까. 어쩌면 그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

'소중한것…'

신재혁이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 하지만 전생의 자신이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여전히 떨칠  없는 심마心魔로 남아 그를 괴롭혔다. 무저갱에서 소용돌이치는 해묵은 감정이 그의 영혼을 짓눌렀다. 그 모든 불안과 두려움을 담아 신재혁이 반론하려 했다.

"하지만-"
“괜찮아.”

무엇이 괜찮다는 의미일까.

신재혁이 고개를 들어 상대의 눈을 마주했다.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은 호박빛 눈동자가 신재혁을 다독였다.

그것은 서투른 위로였다. 이유도, 의미도, 맥락도 알  없는 문장.
하지만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한마디가 신재혁의 어둠을 꿰뚫고 심금을 울렸다.

신재혁이 그녀의 손을 포개 잡았다. 손이 잘게 떨렸다. 맞잡은 손이 힘을 주어 그 떨림을 진정시켰다.

"괜찮아."

그곳에 온기가 있었다. 소중한 사람이 있었다. 전생이 아닌 현재의 삶에서 그가 지켜야 하는 누군가가.
자신이 고통스러운 고비를 뛰어넘어야  이유가, 그곳에 있었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한참이고 그렇게 서 있었다.

제자리에 주저앉아 우는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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