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34화 – 케르베로스 (2)
“빛이여-!”
마침내 상대의 총을 무력화시키는 데 성공하고 접근전을 펼치게 되자 신재혁이 제 메이스를 강화했다. 신성한 기운으로 휩싸인 메이스가 류창근의 가슴을 노렸다. 마기를 전신에 공급하는 흉험한 심장을 박살 낼 생각이었다.
류창근은 성수에게서 몸을 지키려 애쓰는 와중에도 양쪽 머리의 시각 정보로 공격을 눈치챘다. 그는 성수를 막는 것마저 포기하고 적의 접근을 저지하고자 했다. 그의 양어깨에서 솟아난 두 마리의 개 대가리가 양편에서 신재혁을 깨물려 했다.
신재혁은 어쩔 수 없이 심장 공격을 포기하곤 메이스를 휘둘러 머리 하나를 쳐냈다. 그 사이에 다른 머리가 그의 지척까지 다가와 면전에 대고 브레스를 뿜었다. 내쉬는 숨에 섞인 염무炎霧가 신재혁 등 뒤로 스쳐지나갔다.
“크으으!”
그 사이 류창근은 성수로 갉아 먹힌 제 몸을 회복하기 위해 검은 심장을 닦달했다. 심장 박동 소리가 한층 더 빨라지며 심장에서 생성되는 마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늘어난 마기는 성수에 녹아내리는 전신을 회복시키기에 충분했다.
그의 피부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가 재생하고 다시 녹아내리고 또 회복되었다. 겉보기에는 피해가 없는 것 같았지만 온몸이 화끈거리는 통증은 여전했기에 류창근이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산전수전을 겪은 조폭 두목은 그 고통을 감내하며 싸우기를 선택했다. 허리 숙여 달려오는 적이 보였다. 옷이 살짝 타서 피부가 훤히 드러난 등이 상당히 무방비해 보였다. 마기로 검게 물든 손이 깍지를 끼고 그의 등을 내리찍으려 했다.
“빈,틈!”
“삿된 것을 물리치는 광휘여-!”
콰앙! 신재혁의 몸에서 발생한 신성한 폭발이 류창근의 내려찍기 공격을 튕겨내며 그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돌풍에휩쓸린 듯 그의 팔이 확 젖혀지며 정면에 빈틈이 훤히 드러났다. 신재혁은 거리를 가늠하며 스텝을 밟았다. 그리고 열린 품속으로 쑥 파고들어- 왼손 바디블로우!
“크악!”
강화된 주먹이 류창근의 갈비뼈를 때렸다. 달리는 자동차만큼 강한 충격이 그의 폐를 때리고 늑골을 부쉈다. 뼛조각이 폐를 찌르니 숨쉬기가 힘들었다. 신재혁이 상대의 경직을 놓치지 않고 철퇴를 올려쳤다. 류창근이 헐떡거리며 가까스로 허리를 뒤로 젖혔다. 메이스 끝이 그의 턱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음에도 신재혁은 실망하지 않고 곧바로 제 팔꿈치를 세워 상대의 목을 찔렀다. 균형이 전부 무너진 류창근은 이를 피하지 못했다. 엘보우 기술이 목에 작렬하며 숨구멍을 틀어막았다.
류창근은 넘어질 듯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개싸움에 익숙한 그는 이대로라면 자신이 반격도 못한 채 얻어맞기만 할 것이라는 잘 알았다.
그래서 그는 필사적으로 반격을 시도했다. 좌측의 염견두炎犬頭로 지팡이처럼 땅을 짚어 넘어지는 것을 막고, 우측의 독견두毒犬頭로 상대를 견제했다. 지옥견의 목구멍에서 위험해 보이는 녹색 독안개가 토해졌다.
“헉!”
퇴각하는 류창근에게 달려들던 신재혁은 돌진 경로에 끼어든 맹독 공기를 보고 기겁하며 몸을 옆으로 굴렀다. 불안개 공격이라면 화상을 감수하고 달려들었겠지만, 위력을 짐작할 수 없는 독은 함부로 맞기 위험했다. 그는 전생에 바알제불과 싸울 때 각종 맹독으로 인해 상당히 고생한 바가 있었기에 독의 위험성을 잘 알았다.
몸을 일으킬 시간을 번 류창근이 태세를 정비했다. 그가 쿨럭거리며 토혈을 뱉었다. 마기를 돌려 몸을 회복시키고 있었지만 바디블로우를 정통으로 맞아 폐를 다친 데미지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크흐, 제법이군.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인 녀석은 얼마 만인지.”
류창근이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며 말을 걸었다. 회복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신재혁도 그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대화에 응했다. 그의 목적과 배후를 알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네 목적이 뭐냐?”
“위대한 분의 명에 따라 계획을 완성하는 것! 너로선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하고 강력한 분이시지.”
위대한 분? 허 부장과 계약했다는 악마인가! 그 악마는 흑사파 회장마저도 제 손에 넣은 것 같았다. 필히 허 부장이나 류창근 말고도 다른 계약자들이 있겠지.
신재혁은 싸움을 시작하기 전 류창근이 VIP라는 자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VIP가 누구지? 너와 마찬가지로 악마와 계약한 동료인가?”
“…흐. 거기까지 알아냈나. 상당히 영리하군. 영리해. 우리가 이런 관계로만 만나지 않았더라도 너를 바로 스카웃해 최측근으로 삼았을 텐데. 정말 아쉽군.”
그가 뻐근한 손목을 빙글빙글 돌렸다. 마인답게 거친 호흡이 벌써 정상적으로 돌아와 있었다.
“내가 막 수도권의 조폭 조직들을 흡수하고 규합할 즘이었나. 부산에서 각성자들이 뭉쳐 적룡파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나도, 내 부하들도 위기감을 느꼈지. 각성자가 적은 우리 조직이 이대로 가다간 그들에게 먹히고 말겠다는….”
“그래봤자 총 한 방 맞으면 일반인이나 각성자나 똑같은 거 아니냐?”
“각성자도 총 맞으면 죽는다는 게 무슨 소용인가. 흑사파가 총기 보급을 늘려봤자 상대 역시 총기 밀수를 늘리면 말짱 도루묵인데. 결국 일반인과 각성자 사이의 전쟁에서 누가 이길지는 불 보듯 뻔했지.”
그가 전투 자세를 풀며 잠시 말을 멈췄다. 어떤 순간을 회상하는 눈이 감격과 경외심에 흠뻑 젖었다. 스프링클러에서 떨어지는 성수가 치이익거리며 그의 몸을 녹였다. 하지만 류창근은 지금 그 고통조차 잊은 것 같았다.
“그때 그분이 오셨다. 몸통에 입이 달린 거미를 전령으로 삼아 계약을 제시했지. 그분께선 본신의 힘이 너무 강대하신 나머지 현세로 강림하기 위해선 특별한 의식이 필요하다 하셨다. 그분은 내게 다른 계약자들과 협력해 의식을 완성하라 명하셨고, 그 대가로 각성자 못지않게 강력한 부하들을 주겠노라 약속하셨다. 어떤 멍청이가그 제안을 거부하겠나? 그분은 허 부장을 통해 인간을 악마와 융합해 마인을 제작하는 지식을 전수하셨고, 허 부장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옥의 지식을 이해하려 노력했지.”
류창근이 돌연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어려운 연구가 마침내 궤도에 올라 믿을만한 부하 몇 명을 마인으로 만드는데 겨우 성공했는데, 네놈이 전부 죽여버렸지. 마인을 만들 수 있는 허부장과 함께! 마침내 적룡파에 대항할 힘을 얻을 기회였건만!”
힘줄이 불거진 목에서 검은 핏줄이 울룩불룩거렸다. 분노에 찬 악귀가 원수를 노려봤다. 하지만 신재혁의 관심은 다른 쪽에 쏠려 있었다.
“항구 컨테이너에 있던 사람시체는 악마 소환을 위한 제물이었군..!”
“그래. 내 위대한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는데, 네놈이 전부 망쳤어….
─하지만, 네놈이 더 큰 계획까지 망치진 못할 거다!”
VIP! 류창근이 보낸 문자로 정체불명의 동료가 악마 소환을 서두를 것이틀림없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신재혁이 메이스를 고쳐잡았다.
“서둘러 네놈을 처리하고 의식을 막으러 가야겠군.”
“크크크. 할 수 있으면 해, 봐-라-!”
그 말과 동시에 류창근이 도약했다. 원수를 찢어발길 흉폭한 마기가 주먹에서 날뛰었다. 성수를 맞으며 싸운다는 디메리트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제는 오로지 신재혁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그가 주먹을 휘둘렀다. 그렇기에 이전보다 주먹은 더 빠르고 위협적이었다.
신재혁도 맞서 격투 자세를 잡았다. 메이스는 오른손에 바꿔 잡아 어깨 뒤로 늘어뜨렸고, 왼손은 얼굴 앞으로 복싱 자세를 취했다. 왼손으로 상대를 견제하고, 오른손으로 큰 한 방을 노리는 자세.
“하압!”
왼팔을 이용해 류창근이 뻗은 오른손을 밖으로 쳐냈다. 화기를 입에 머금은 염견두가 신재혁을 뚫을 듯이 날라왔다.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왼팔 훅으로 개의 눈을 때렸다. 안구가 터지며 개가 괴성을 질렀다.
A̴̢̧͔̣̺̪̠̠͎̭̼͋͑̕͠ȁ̵̦̳̩̜̣̞͉̦̯̟̙͉̬̥̋̓̋̌å̷̟̓̐͑̽́̉̈́́a̸̲͎͍͂́̽̈́͌̓̏̏͘͘͝ä̷̗̥̻͓́͛͝r̷̛̛͈͎̙̠̈̈͆͋͒̈́̈̒́͊̽͜ŗ̵̧̻̫̹͎̱̰̹̦̥̲̙̦͂̈͗̈́͜r̷̼̐̐̄̽̓̃r̵̥̖̩̠̤͇͎̜̻̞͕̰̔̑̒̑̾̕͜r̴̡̼͙̰̘̤̖̲̻̰͖̪͆̑̓͋̏͗̆̅͐r̵̨̝͍͍̩͐͆̿̋̍̏̍͠f̵͍̣͇̥͈̈́͂̀͑̐̀̉̄̌̃̈f̵̥̤̊̽̆̒̔̂̎̈́̆͘͝͝f̵͍͉̀̈́͊̽͐̅̉͌̍̐̎̈́̈͂͝ͅf̵̭͕͂̌͋̆̌̆̋̽̀̓͐̉f̴̘̹͎͊́̀̾̀͐̌͂̐̂̔͋͋̕͠!̷̡͔̦̰̼̆̾͂̈́͊͘͜!̷̛̲̇̊̈̈́͌̈́̀͑̋͜͝!̷̧̧͓̳̣̠̪̟͕̠͍̣͆̾̊ͅ
한 번의 격돌마다 이득을 보는 것은 신재혁이었다. 팔과 무기에 서린 신성력이 상대와 닿을 때마다 마인의 피부를 태우고 근육을 찢었다. 하지만 제 3자가 보기에는 오히려 신재혁이 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류창근은 두 팔과 두 다리뿐이 아니라 두 개의 악마 머리까지 사용했기 때문이다.
신재혁이 주먹을 한 번 뻗을 동안 류창근은 주먹을 두번 휘둘렀고, 신재혁이 메이스를 한 번 휘두를 동안 류창근은 지옥견 두 마리로 공격해왔다. 류창근을 상대하는 것은 혼자서 동시에 두 명을 상대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마음이 아주 잘 맞는 두 달인의 합공을.
“총이 없다고 내가 약하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큭!”
신재혁은 공방이 교차할 때마다 점점 초조해졌다. 어떻게든 그를 쓰러뜨리고 VIP라는 작자가 고위 악마 소환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VIP를 쫓기는커녕 류창근을 쓰러뜨리는 것부터 애를 먹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체되다간 인천 한복판에 최상급 악마가 소환될 판이었다.
하지만 단숨에 상대를 쓰러뜨리기엔 그의 기세가 너무 매서웠다. 제 생명을 불태우며 팔과 머리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모습이 마치 팔 네개 달린 아수라 백작을 상대하는 것만 같았다.
공격을 막고 피하면서 빈손을 쥐락펴락했다. 주무기인 창이 없는 게 아쉬웠다. 사방에 스파크를 튀기는 뇌창은 투척하는 용이었지, 잡고 휘두르는 용이 아니었다.
메이스 하나만으로 류창근을 상대하자니 죽을 맛이었다. 쏟아지는 성수에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가 약해지긴 하겠지만, 시간은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그를 쓰러뜨리기 위해선 자신도 승부수를 걸어야 했다.
“여기서 죽어라아아-!!”
손목 스냅으로 잽을 쳐내고, 종아리로 로우킥을 막고, 메이스 자루 끝의 둥그런 폼멜로 개 눈을 찍었다. 눈이 또 하나 터져나갔다. 메이스로 반격하려는 순간 곧바로 하이킥이 날아왔기에 신재혁은 황급히 상체를 숙여야만 했다.
그가 허리를 굽히자마자 개 머리가 등 위의 허공을 덥석 물었다. 개거품 낀 불티가 머리에 튀었다. 바닥을 내려본 시야에 물웅덩이가 비쳤다. 스프링클러에서 떨어진 성수가 바닥에 차올라 고인 것이었다.
이거다! 발끝으로 물웅덩이를 차올렸다. 의도대로 얼굴을 향해 튄 성수 물방울들이 류창근의 눈에 맞았다.
“크아악, 눈이!”
‘좋았어!’
본체의 눈이 잠시 멀자 류창근은 양쪽 개머리의 시각으로 제 시야를 대체했다. 하지만 교전에서 양쪽 머리의 눈알이 하나씩 터지는 바람에 시각 정보가 불안정했다. 혼란스러운 원근감이 그를 어지럽혔다.
상대가 맥을 못 추는 것을 확인하곤 신재혁이 거리를 벌리며 뒤로 펄쩍 뛰었다.
“엘로아흐여. 당신의 빛을, 나의 손으로!”
아리아를 읊은 신재혁이 체공 상태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뇌창을 투척했다. 달인의투창 솜씨는 혼전에서도 명료하다. 성스러운 빗줄기를 가르며 번개가 날아갔다.
“이 주문은?!”
익숙한 주문을 듣고 류창근이 황급히 개대가리로 제 몸을 보호했다. 창이 어디로 날아오는지 볼 수 없었기에 머리와 몸통을 가렸다. 류창근의 심장을 노리던 뇌창이 대신 독견두의 두개골에 박혔다. 부드럽게 두개골을 관통한 번개가 뇌를 태웠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개 대가리 하나가 박살나자 통증을 공유하던 류창근과 염견두가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그는 마치 본체 머리가 부서진 것처럼 제 머리통을 붙잡고 고통스러워했다.
단번에 마무리하지는 못했지만 몸조차 가누기 힘들어하는 상대를 보며 신재혁의 눈빛이 사냥감을 포착한 매처럼 날카로워졌다.
‘지금이다!’
그로기 상태에 빠진 적을 향해 신재혁이 신형을 날렸다. 고통스러워하던 염견두가 적의 접근을 알아차리고 본체의 위험을 막기 위해 스스로 목을 쭉 뻗어왔다. 궁지에 몰린 개는 위협을 물어뜯으려고 한다.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
신재혁이 메이스를 훤하게열린 아가리 속에 던졌다. 일직선으로 날아간 입천장을 때리고 뇌를 흔들었다. 목구멍에 신성한 메이스가 틀어박힌 개 머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즉사했다.
“아아아아악! 놈-!”
연이은 상실의 충격에 류창근이 몸을 크게 경련했다. 기껏 사그라들던 고통이 또 한 번 몰려오니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마인의 육체는 본능적으로 마기를 회전시키며 부상을 회복하려 했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그가 몸을 회복하는 것을 막으려면 심장을 터뜨려야 한다. 신재혁은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근접전을 대비해 배운 맨손 격투술의 비기, 침투경.
“뒤져!”
그가 손바닥 위로 신성력을 집중해 소용돌이치는 빛의 파도를 형성했다. 무방비한 상대의 가슴팍을 향해 회오리 두른 손을 내질렀다. 품으로 깊숙이 파고든 장법이 가슴 위에 닿자 접촉면을 통로로 농후한 신성력이 마인의 체내에 급류처럼 쏟아졌다!
터어어엉!
쿠당탕!
직격타! 심장에 침투경을 얻어맞은 류창근이 멀리 나가떨어졌다. 신성력이 내부를 갈기갈기 찢어놔 낙법조차 취할 수 없었다. 걸레짝처럼 바닥을 구르는 몸뚱아리는 장애물을 만나고서야 비로소 멈췄다.
“끄으윽, 쿨럭.”
기둥에 몸을 기대고 쓰러진 류창근이 핏물을 왈칵 토했다. 단 일격에 심장이 파괴되고 내장이 진탕이 되었다. 일반인이었다면 이런 극적인 효과가 없었을 테지만, 그는 제 몸의 장기를 반절 이상 악마의 것으로 대체한 상태였기에 몸 내부로 침입한 신성력이 치명적이었다.
“이 내,가, 이렇,게….”
심장이 파괴되어 마기를 생성하지 못하게 되자 피부가 재생을 멈췄다. 성수로 흠뻑 젖은 온몸이 추하게 녹아내렸다. 시체는 소리 없이 녹아내려 혼탁한 웅덩이가 되었다. 여기저기 찢어진 옷자락만이 한때 누군가 존재했음을 암시했다.
한때 인천을 호령한범죄 조직의 회장치고는 정말이지 추레한 최후였다.
신재혁은 그 모습에 눈길 하나 주지 않고 반쯤 무너져 내린 바텐더 테이블로 달려갔다. 마음이 급했다. 빨리 VIP란 작자를 추적해야 한다! 머리 없는 바텐더의 손에서 전화기룰 뺏어 그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
「일이 틀어졌다. 방해자는 고등급 각성자로 추정된다. 이르지만 당장 계획을 실행해.」
“큭!”
젠장, 최악의 상황이었다. 류창근은 싸우기도 전에 자신의 패배를 직감했는지 이미 동료에게 계획을 실행하라는 문자를 보내고 시간을 끌고 있던 것이다. 동료는 지금쯤이면 벌써 의식을 실행하고 있을지도….
신재혁이 다급히 가방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를 연결했다. 상대는 그의 충실한 조수, 이유진이었다.
“어, 선배? 한밤중에 무슨 일이에요?”
“급한 일이 하나 있는데, 좀 도와줄래?”
“아, 한타 중이었는데…. 에라이. 뭔데요?”
“번호 하나만 추적해 줘.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