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39화 - 낮은 곳에서
“아.”
어느새 신재혁의 의식은 백사장 위에 서 있었다.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가 그를 반겼다.
해안선 너머로 타오르는 노을이 하얀 모래사장과 그 앞의 얼음 바다를 비췄다.
신재혁은 이곳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심상공간이었다. 무의식이 형상화한 세계. 얼어붙은 바다는 신성력이요, 저무는 해는 자신의 생명이었다.
과다출혈 때문에 뇌가 가사 상태에 빠져들며 자연스럽게 심상 세계로 이동한 것이었다. 일종의 트랜스 상태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 현상을 주마등이라고 불렀다.
“주마등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네.”
신재혁이 태평하게 중얼거렸다.
밖의 소란과 동떨어진 별세계는 너무나 평화로웠다. 끼룩거리는 갈매기 하나 없이 오직 물거품 부서지는 소리만이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전부였다. 그 고요가 신재혁을 안심시켰다.
여기서는 아무 생각도 안 해도 된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해변을 감상했다. 백사장에 그가 걸어온 흔적이 남아있었다. 인생의 발자취. 발자국 하나하나에 그가 살아온 추억이 담겨있었다.
신재혁이 인생의 족적을 따라 터벅터벅 걸었다. 모래에 아로새겨진 발자국에 차례대로 발을 가져다 댈 때마다 기억이 하나씩 재생되었다.
교황청에서 태어난 기억,처음으로 친구를 사귄 기억, 스승에게 훈련을 받은 기억, 정식 성기사로 임명된 기억, 악마와 싸우던 기억, 사람의 목숨이 무가치함을 알게 된 기억, 죽지 않을거라 믿은 동료가 죽은 기억, 지옥에 쳐들어간 기억, 배신당한 기억,
그리고 끝내는 목숨을잃고 만 기억.
주마등이 고통과 회한을 되새김질했다. 후회와 슬픔으로 점철된 길이었다. 다시는 걷고 싶지 않은 절망의 현장들. 비극의 나날들.
“이 길도 마침내 끝이 나는구나….”
발자취는 모래사장에서 바닷속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다 건너, 빙원 너머, 따스한 노을이 비쳐오는 곳으로.
“하, 하하…. 하하하하하….”
허탈하게 냉소를 터뜨리며 백사장을 누볐다. 울음기 섞인 웃음이었다. 제 삶을 되돌아보니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지랄 맞은 운명이 있을 수 있는가?
평생 싸우고, 지고, 잃었다. 잃지 않으려고 어떻게든움켜쥐려 해도 소중하게 여긴 것은 언제나 손가락 사이로 도망쳤다.
죽음의 목전에 이르르니 오히려후련했다. 마침내 모두 놓아버리고, 전부 잊어버릴수 있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오히려 고맙기까지 했다. 더는 싸우지 않아도 된다. 더는 누군가 죽는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 더는 고통스럽지 않아도 된다. 미처 덜어내지 못한 마음 한 켠의 짐을 애써 억눌렀다.
울고 웃으며 아무 생각 없이 나아가는 그의 앞에 문득 세 인영이 보였다. 발자국 길 위에 일렬로 서 있는 세 개의 형체.
뭐지?
자신의 심상세계에 무언가 있었다. 그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간 신재혁은 그것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모래로 만들어진 세 개의 동상이었다. 생전의 모습대로 선명히 조각된 모래상들.
신재혁은 동상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봤다. 모두 전생의 인연이었다.
이스카리옷, 스승, 그리고 오르테시아.
신재혁의 인생을 지탱한,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세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신재혁은 이 동상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비참한 삶을 이끈 세 가지 원동력.
복수, 의무, 그리고 행복.
그에게 남은 마지막 미련. 일말의 생존기제였다.
“포기하지 말라고설득이라도 하려는 거냐? …이미 늦었어.”
신재혁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첫 번째 동상 앞에 섰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었다.
이스카리옷.
그를 만들고, 길러준 이.
자신과 함께 지옥에 들어간 12 영웅의 일원.
그러나 최후의 순간에 동료를 배신한 흑마법사.
동상의 입이 움직였다. 늙은 노인의 목소리가 비웃었다.
론지노여, 복수를 포기하는 거냐?
“너는 이미 내 손에 죽었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손에 직접.”
오, 그렇지. 하지만 다른 원수는? 너와 네 가족을 죽인 바알제불은? 마왕은?
너의 고향을 짓밟은, 게이트 건너편에 살아있을 무수한 악마들은?
흑마법사가뱉은 단어들이 비수가 되어 신재혁의 가슴을 찔렀다. 제 기억으로 재구성된 이스카리옷의 말은 모두 신재혁 자신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이었기 때문에.
“…모두 엘로아흐의 뜻대로 될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모든 책임을 신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 말을 뱉은 자신조차 그 말에 확신을 담을 수 없었다.
세월에 지친 성기사가 복수의 상징물을 지나쳤다. 동상은 형체를 유지하던 응집력을 잃고 모래 알갱이로 허물어졌다. 신재혁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몇 발자국 걷지 않아 신재혁은 다음 동상을 마주했다. 의무를 상징하는 동상. 성기사 스승이었다.
동상임에도 그는 신재혁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성기사의 표본답게 완벽하고 정갈한 자세로 서 있었다. 화려한 백금 갑옷의 무게를 묵묵히 지탱하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성서 속 성기사 그 자체였다.
백금면갑이 그의 표정을 가렸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스승의 꾸짖는 얼굴을 바라볼 용기가 없었다.
투구 속의 시선이 소리 없이 물었다.
론지노, 의무를 저버리는 건가?
무언의 다그침에 신재혁이 울컥했다.
“저보고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적은 지나치게 강하고, 저는 이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사의 모래상을 지나쳤다. 보이지 않음에도 양심을 찔러오는 눈길을 애써 외면했다.
이스카리옷의 동상처럼 스승의 동상 역시 모래로 흩어 무너지며 백사장의 일부가 되었다.
떳떳하지 못한 마음에 발걸음이 더 무거워졌다. 모래사장이 늪처럼 발목을 붙잡는 것 같았다.
성기사가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 마지막 미련을 마주했다. 아아, 그리운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성녀 오르테시아.
12 영웅의 치유사. 세계수를 지키던 하이엘프.
온몸을 다해 아끼고 사랑한, 그의 연인.
모래 발자국을 밟자 생전의 기억이 머릿속에 재생되었다. 얄궂게도 오르테시아와의 추억이 담긴 발자국이었다.
아름다운 화원에서 만난 기억, 엘로아흐께 예배를 드리던 기억, 함께 시집을 읽던 기억, 사랑을 나누던 기억….
론지노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나의 론지노. 행복을 떠날 셈이야?
“…………….”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차마 그녀까지도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추억이 주는 행복이, 충족감이 너무 컸다. 발을 떼어 이 행복을 떨쳐버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르테시아를 생각했다. 그녀는 꽃을 좋아하는 것 만큼이나 시를 좋아했다. 단순히 엘프의 문화에 시를 낭송하며 청혼하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는 시가 상처입은 영혼을 치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힘겨운 전투가 끝날 때면 그녀는 자신에게 시를 읽어주곤 했다. 천사와도 같은 자애로운 손길로 그를 쓰다듬으며….
“최후의 원정이 끝나면 청혼하려 했는데….”
평정을 가장하던 얼굴이 비로소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기억에 매몰된 남자가 모래상 앞에 털썩 무릎 꿇었다. 무릎과 함께 마음이 꺾인 사내가 흐느꼈다. 자신의 무력감에 몸서리치면서.
나는, 어째서, 이런 운명을.
사제들은 자기더러 신의 사랑을 받는 자라고 했다. 교황과 추기경의 신성력을 합친 것보다 자신 한 명이 지닌 신성력이 수십, 수백 배는 더 많았다. 사람들은 신의 관심을 받는 자신을 질투했다.
하지만 론지노는 결코 그 관심이 기껍지 않았다. 인간에 비해 신은 너무나도 거대해, 작은 선의마저도 인간에겐 재앙으로 다가왔다. 마치 태양과 반딧불처럼….
신의 지극한 관심을 받는 자신은 재앙을 부르는 태풍의 눈이었다. 자신은 재난을 넘길 수 있을지언정, 주변에 머무른 사람은 거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재액의 희생자가되었다.
온 세상이 기를 쓰고 자신을 넘어뜨리려 했다.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발목을 붙잡는 질척한 운명의 손길에 일곱 번 넘어져야만 했다. 넘어진 그의 귓가에 대고 운명이 종용했다.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소중한 이는 언제나 그보다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가 든 방패도 소용이 없었다. 교활한 악마는 언제나 후열을 덮쳤다. 그가 지키고자 한 사람은 예외 없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그는 방패를 버리고 메이스를 들었다. 지키는 걸 포기하고 대신 원흉을 부숴버리려고 했다. 창과 메이스를 들고 야수처럼 싸우는 모습은 성기사라기보단 흡사 광전사에 더 가까웠다. 미쳤다는 점에서는 틀린 표현이 아니었다. 그는 미친 채로 죽었다.
그리고 미친 채로 다시 태어났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 그를 괴롭혔다. 어째서 죽음 이후에도 과거에서 도망칠 수 없는가? 어째서 자신에게는 망각의 축복이 존재하질 않는가? 전생을 저주했다.
트라우마로 전생 후에도 사람들을 멀리했다. 자신의 저주받은 운명으로부터 소중해질 수 있는 이를 떼어놓고 싶었다. 결코 소중한 이를 만들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게 그는 히키코모리가 되었다.
하지만 밀어내고 아무리 밀어내도, 그럼에도 끝내 손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었다. 20년이 넘게 이어진 평화가 그의 결심을 약화시켰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운명이 자신의 선택을 비웃기라도 한 듯이 지옥문이 열렸다. 평화는 너무하리만큼 쉽사리 무너져내렸다.
가까스로 현대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이 있었지만 이젠 자신이 먼저 그들을 떠날 참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에 휩쓸려버린 이들도 결국 같은 결과를 맞이하겠지….
지구에 지옥문이 열려버린 것도 본래 에덴인인 자신이 이곳에전생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불안감이 늘 마음 한구석에 맴돌았다.
사람이 죽고, 경제가 무너지고, 사회가 붕괴하고. 세계는 내리막길을 계속했다. 자신도 그 내리막을 따라 운명의 밑바닥까지 굴러떨어졌다.
이제 자신은 두 번의 생 속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었다.
가장 낮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신조차 자기를 외면한다는 사실이 최후로 자신을 절망케 했다. 가슴속에서 어두운 불꽃이 피어나려고 있었다.
차라리 아주 타락해버리면. 엘로아흐를 거부하고 로힘을 받아들이면-
「소중한 사람을 떠올려 봐. 네가 지켜야 하는 누군가를. 네가 고통스러운 고비를뛰어넘어야 할 이유를.」
“..!”
문득 유성하의 말이 생각났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묻는 말에 돌아온 대답이었다. 두려움에 떠는 그를 안심시킨 위로….
왜 갑자기 이 말이 떠올랐을까.
눈물 흐르는 얼굴이 옛 연인을 올려봤다. 모래상의 주인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듯이 그저 자애로운 미소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랑. 행복.
비참한 삶 속에서도 기어이 놓치지 못하는 미련이 있었다.
그 자리에, 담담히.
신재혁이 무심코 무릎을 짚었다. 서약받는 기사처럼 한 발을 꿇은 자세. 곧게 세운 다리가 발자국을 건드렸다.
별똥별이 나뭇가지를 스치듯 행복한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옛 연인, 새 인연.
보육원을 방문할 때 그레이스 수녀님이 지은 반가운 미소, 마음을 두근거리는 유성하의 장난, 크리스마스 이브 이유진과 나눈 즐거운 이야기.
새해 첫 일출을 지켜보는 웅장함, 활짝 만개한 봄꽃의 아름다움, 발을 간질이는 파도의 산뜻함, 저무는 황혼이 색칠한 하늘의 그라데이션, 닿지 않는 별을 올려본 아득함, 호흡 사이를 파고드는 시의 감동….
"이런걸 보여주면,"
론지노도 오르테시아처럼 시를 좋아했다. 시읽기는 세상살이에 지친 성기사의 유일한 취미였다. 오르테시아 때문에 읽기 시작한 것이었지만, 나중엔 스스로 시를 묵상하면서 문장 속에 숨겨진 의미를 되새기고는 했다.
"포기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삶의 가장 낮은 곳에서 시 하나를 떠올렸다. 유독 기억에 남는 시가 있었다.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국어 시간에 읽었던 시였다. 평생 그의 부름에 답하지 않는 야속한 신에 대한 회의감이 자신을 지배하고 있을 때 읽었던 시.
그 문구가 늘 마음에 걸렸다.
“엘로아흐시여….”
혈관에서 무엇인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아주 신성한 무언가가 자신의 영혼에 완전히 흡수되고 융화되는 느낌. 지금이라면 이때까지 불가능했던 일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것이 이렇게 묻고 있었다.
무엇을 바라는가?
물음에 답하듯 시를 읊었다.
아리아를 읊듯이.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물처럼 고여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얼어붙은 바다에 금이 가더니 콰지직 깨지기 시작했다. 음절마다 파도가 출렁였다.
26년간 그를 괴롭힌 신성력 동결의 저주가 마침내 풀리고 있었다.
파도를 가로막는 얼음이 녹아내렸다. 한번 물꼬가 트이자 빙원이 터져나가며 파고가 높이 치솟았다.
신재혁이 손을 들어 올렸다. 신성력이 호응했다. 지휘자의 지휘에 따르는 오케스트라처럼 그의 손길에 따라 바닷물이 움직였다. 심해의 냉수마저 의지에 답하기 위해 바닥을 들썩거렸다. 바다가 그의 손안에 있었다.
굳게 닫힌 문을 잡아 열 듯이 성기사가 양팔을 천천히 벌렸다. 홍해처럼 바다가 좌우로 쫙 갈라지며뭍이 드러났다. 발자국이 이어진 한 갈래의 길. 양옆에서 드높은 파도의 벽이 부글거렸지만 물 한 방울조차 그 길로 침범할 수 없었다.
신재혁이 발자국을 따라 갈라진 바다 사이를 통과했다. 주마등이 고통스러운 순간을 보여줬다. 이 끔찍한 길을 다시 걷기로 선택하겠냐고 묻는 듯이. 하지만 그의 걸음은 이전과 달리 결심에 차 있었다.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바다 한가운데에 만들어진 파도의 길은 수평선 너머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 너머를 바라보았다. 따스한 노을이 비쳐왔다.
직감적으로 발자국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았다.
자신이 그토록 바랐던 영원한 안식. 천국에는 분명 과일과 온갖 극상의 행복이 기다리고 있겠지. 일 초라도 빨리 주께 달려가 자비롭고 포근한 품에 안기고 싶었다.
하지만,
신재혁이 우뚝 멈춰 섰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뒤를 돌아봤다. 자신이 걸어온 외길의 끝에, 백사장에 남아있는 여인의 형상이 보였다.
거리가 멀어서 형체가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오르테시아로도, 유성하로도, 이유진으로도 보였다. 하지만 누구여도 상관없었다. 누가 되었든, 사람을 지키는 것이 성기사의 역할이니까.
일곱 번 넘어졌기에 여덟 번 일어선 성기사가 묵묵히 각오를 고했다.
“잠겨 죽어도 좋다.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갈라진 파도가 한순간 통제력을 잃고 날뛰었다. 붙잡아 두던 힘이 사라지자 바다는 본래의 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하나로 합쳐지며 외길로 몰려들었다.
출렁이는 해류가 쓰나미처럼 신재혁의 몸을 덮쳤다.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거대한 신성력이 신재혁의 몸을 마구 때렸다. 팔다리를자르고 혀를 뽑는 것보다 더한 통증이 전신을 쥐어짰다. 아팠다. 성기사가 고통스러운 신의 사랑을감내했다.
거친 물살에 몸을 맡겼다. 높이 솟구친 파도가 몸을 위쪽으로 떠밀었다. 몸을 휩쓰는 해일과 함께 정신도 어지러이 휩쓸리며 위로, 현실으로 부상했다. 요동치는 시야에 흐릿하게 웬 글자가 보이는 것도 같았다….
***
「===
축하합니다.
당신은 각성하셨습니다.
모든 부상과이상 효과를 치유합니다.
그대의 앞길에 무한한 축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