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44화 - 이인자
“각하, 리무진이 정문을 빠져나갔다 합니다.”
“5분만 더 기다리게.”
5분의 침묵 후, S급 헌터의 청각 범위에서 자신이 완전히 빠져나갔으리라 확신한 박주관 대통령이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봤나?”
주어와 목적어가 생략된 함축적인 질문. 하지만 국가정보원 소속 각성관리부 부장 홍하린은 의미를 알아들었다. 애초에 그 질문은 사전에 계획된 바였으니.
“예. 무사히.”
홍하린은 각성자였다. 등급은 C급으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첩보에 특화된 각성 능력이 20대에 불과한 그녀를 국정원 부장의 자리까지 끌어올렸다.
그녀의 스킬은 ‘시야 공유’. 다른 이의 시야를 훔쳐볼 수 있는 스킬이었다.
박주관이 신재혁에게 메모를 읽도록 한 것은 전부 계산된 행동이었다. 상태창이란 단어를 발음하도록 유도해, 홍하린의 능력으로 상태창을 훔쳐보는 계획. 박주관의 집무실에 마나 감지를 제한하는 아티팩트가 있었기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이 작전에 걸린 헌터들은 모두 홍하린이 마나를 일으키는 것도 모르고 그대로 정보를 빼앗겼다.
“어땠나?”
홍하린은 머뭇거렸다. 머릿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갈등했다. 이건 친구를 팔아먹는 행동 아니냐? 하지만 위험 분자일 수도 있는 각성자를 관리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신재혁이 위험 분자 라고? 어릴 때부터 관찰해 온 녀석인데, 그 녀석의 성격에 그럴 리가 없잖아. 아니, 하지만….
그녀가 섣불리 말을 꺼낼 수 없었던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그녀 자신이스스로가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레벨 784에 업적이 7개라니. 어지간한 베테랑 S급 헌터보다 월등한 수치였다. 잘 못 본 걸까? 홍하린은 처음으로자신의 스킬을 의심했다.
‘아니…. 몇 번이나 썼는데, 이제 와서 스킬이 오작동할 리가 없지.’
그렇다는 건, 그녀가 본 믿기지 않는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는 의미였다.
전대미문의 사태였다. 학창시절엔 그렇게 얌전하고 외톨이였던 소꿉친구가 미등록 각성자라는 것도 놀라운데, 평범한각성자도 아닌 S급에 심지어 다른 S급보다도 훨씬 높은 레벨이라니….
그 소심한 녀석이 ‘초능자’나 ‘제우스’를 이기는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물론 S급끼리의 전투엔 상성이 큰 역할을 한다지만.
홍하린은 박주관이 의심하지 않을 시간만큼 고민하다 결국 축소된 진실을 고했다. 임무를 맡으면서 한 번도 꺾이지 않던 이성과 직업윤리가 양심에 타협했다.
“…레벨은 486에 위업은 3개였습니다. 달인, 사천왕 살해자, 혼원. 동일한 위업을 달성한 사람이 있는지 헌터 데이터베이스에서 대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주관은 자신의 충성스러운 사냥개를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홍하린이 초대면의 상대를 감싸줄 이유도 없었거니와, 의심하기엔 그녀가 여태껏 이룬 성과가 너무 훌륭했다.
박주관은 홍하린과 신재혁이 같은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부장급 인사의 정보는 국정원 및 국가 데이터베이스 내에서 전부 파기되기 때문이다. 같은 보육원 동기를 제외하고는 신재혁과 홍하린의 연결고리를 아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486이라…. 다른 헌터에 비하면 월등히 높지만, S급에 비교하면 살짝 낮군. 영상을 보고 최소 600은 되리라 예상했는데.”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른 S급에 비해 약할 것이라는 점이 나빴지만, 성장 가능성이 돋보인다는 점이 좋았다. 저레벨에 다른 S급 수준의 출력을 낼 수 있다면, 고레벨에는 다른 S급보다 훨씬 강해진다는 의미였으니까.
박주관은 생각에 잠겼다. 신재혁의 욕망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상대를 제 입맛대로 사용하려면 행동 목적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였으니.
본직이 뒷세계 해결사라 했던가. 필히 불법적으로 게이트에 입장해 레벨을 열심히 올렸겠지. 그런데 아직 게이트에 출입하고 싶어한다라.
“자네는저 친구의 목적이 뭐라고 생각되나?”
부? 그는 해결사로서건당 억씩 벌 수 있는 유능한 해커다.
명예?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그는 유명세를 피한다.
권력? 방금 신재혁과의 대화에서는 권력욕의 편린조차찾아볼 수 없었다.
“개인적인 이유가 아닐까요. 굳이 편한 길을 마다하고, 게이트에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
“개인적인 이유라….”
‘검귀’처럼 전투광인 것일까? ‘용사’처럼 어머니를 지키겠다는 이유? 어느 쪽도 신재혁과 연관성은 멀어 보였다.
복수라기엔 주변인도 지나치게 멀쩡했다. 애초에 게이트가 터지기 전에 그는 히키코모리여서 인물 관계도 넓지 않았다. 도대체 히키코모리에게 무슨 바람이 불었기에 적극적인 게이트 탐사자가 된 것일까.
단서가 너무 적었기에 신재혁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박주관은 곧 신재혁의 행동 동기를 추론하기를 포기했다.
“S급 미치광이의 생각은 쉽게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인가.”
쯧, 이래서는 사냥개로 써먹기도 힘들겠군…. 김재민을 억제할 장치로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박주관 대통령이 뒷말을 삼켰다. 이는 심복에게도 귀띔하지 않은 비밀스러운 생각이었다.
‘김재민은 위험하다.’
단순히 독재자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무력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었다. 물론 박주관이 첫 게이트 사태 때 S급 보스를 일격에 쓰러뜨리는 김재민의 모습을 보고 고위 헌터에 대한 일종의 공포심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김재민은 폭주할 가능성이 농후한 존재였다.
‘용사는 개뿔…. 안전장치도 없는 핵폭탄이지.’
비밀리에 김재민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 국정원 측 프로파일러는 그가 수많은 정신병을 달고 있다고 말했다. 한순간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말 그대로 ‘빡 돌아버릴’ 수도 있다는 경고와 함께.
언제나 사선을 넘나드는 직업 특성상 헌터가 정신병을 달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것도 S급이라면 더더욱. 오히려 정신병 하나 없는 ‘제우스’가 특이한 경우였다. 김재민은 편집성 인격장애, 불면증, 피해망상, 과민반응, 집착증 등등 유독 많은 정신병을 앓고 있기는 했지만, 유년기에 납치되었다는 불우한 과거를 떠올리면 그럴 법도 했다.
문제는 그가 폭주했을 때, 그를 막을 수 있는 자가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야생마에 고삐를 씌울 수는 있어도 기관차에 씌우기는 불가능한 법이다. 김재민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일곱 개의 기관차 중 하나였다. 독재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칠 것을 두려워했다. 부, 권력, 명예, 제가 이룬 모든 것이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허물어져 버릴 수도 있는 위기의 도래를….
심지어 김재민은 적극적으로 외국의 게이트를 공략하면서 실시간으로 강해지고 있었다. 일단 두 번째 S급인 신재혁을 최대한 지원하는 것으로 대항마를 길러봐야겠지만, 유사시에 신재혁 하나만으로 폭주한 김재민을 제압하기 충분할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 봐야겠어….”
“시키실 일이라도..?”
곰곰이 생각에 빠져 있던 대통령이 툭 혼잣말을 뱉자 자기에게 하는 이야기인 줄 알고 홍하린이 반문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만 나가봐도 좋네. 참, 나가는 길에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황희종에게 들어오라 일러주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
“30분이나 밖에 세워두다니! 나 바쁜 사람이야!”
중년인이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투덜댔다. 그가 집무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자육중한 무게에 깜짝 놀란 소파가 삐걱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두툼한 살집이 그를 평범한 동네 아저씨처럼 보이게 했지만, 사실 그는 생김새와 달리 대단한 사람이었다.
“얼마나 대단한 일이길래 나를 기다리게 하셨을까.”
“미안하네. 갑자기 급한 스케줄이 생겨서.”
놀랄노자였다. ‘그’ 박주관이 순순히 사과를 하다니! 이 사실만으로 상대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헌터 협회 한국 본부장, 황희종이 자기를 호출한 이를 가볍게 흘겨보았다.
“다음부턴 30분씩 늦게 오던가 해야겠네. 에잉, 쯧쯧.”
황희종은 한국에서 박주관을 앞에 두고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미각성자임에도 각성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회의 본부장이라는 점이 걸출한 정치적 수완을 시사했다. 탄탄한 외국 쪽 인맥으로 본부장 자리를 따냈다는데, 자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보다 이번에 인천에서 A급이 다섯 명이나 죽었다지?”
“안타깝게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실을 떠올리니 황희종은 속이 쓰려왔다. 협회 본부장으로서 헌터의 전력이 곧 자신의 권력이 되는데, A급이 다섯이나 사라지다니. 꽤나 출혈이 컸다. 안 그래도 한국은 인구수가 적어 헌터도 적었는데, 이제 한국의 A급 수는 고작 열여덟 명뿐이다.
“여동연이랬던가? 하필 방송하던 놈이 죽는 바람에 엠바고도 못 걸고, 군대 이미지도 무능한 쪽으로 기울어지고.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야…. 그러고 보니 여동연 군은 자네가 기획한 예능 연계 사업의 참가자던가.”
“어허, 그거 끝난 지가 언젠데. 여동연은 개인 방송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그리고 그놈 하나 때문에 헌터 연예인화 정책을 올 스탑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잖나?”
은근히 자기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발언에 황희종이 재깍 반박했다. 박주관도 더 몰아붙일 건더기가 없었다. 연예인화 정책을 취소한다면 박주관과 황희종 모두에게 타격이 컸으니. 둘은 경쟁 관계이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한배에 탄 사이였다. 그것이 한국 최고 권력자 1위와 2위의 기묘한 공생관계를 가능하게 했다.
상대에게 조금이라도 뭔가를 떼어내서 손해를 메꾸려던 계획이 실패한 박주관이 신경질적으로 툴툴댔다.
“애초에게이트 근처에서 전자기기는 박살 난다더니, 그놈은 어떻게 영상을 찍은 거야?”
“원래 옆 동네에 있었는데 영상 뽑을 기회라고 여동연이 카메라맨을 들쳐 매고뛰어갔다더군.”
그냥 재수가 없었단 의미였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박주관이 골머리를 앓았다.
“어차피한배에 탄 사인데, 이미지 쇄신을 위해 일 좀 해 주게. 협회에 지원금은 넉넉히쏴 줄 테니까.”
“안 그래도 징발한 미등록 각성자로 구호 사업이라도 하려고. 각성자들이 ‘자발적으로’ 무너진 건물도 짓고 사람도 구하고 하는 걸 보면이미지가 좀 좋아지겠지.”
“나쁘진 않은데, 좀 약해. 유례없이 강한 S급 보스 때문에 시선이 인천에 너무 몰렸어.”
“흠…. 연예인들 데리고 준비 중인 이벤트가 있는데, 거기로 관심을 돌려보겠네.”
“좋군. 부탁하지.”
두 너구리가 머리를 맞대자 그럴싸한 미봉책이 튀어나왔다. 이 정도면 군대측 과실을 덮고 각성자 이미지도 관리할 수 있으리라. 그제야 한숨 돌린 황희종이 소파에 축 기댔다.
“그보다 오늘은 어쩐 일인가? 내 속이나 긁으려 부른 건 아닐 테고.”
박주관이 황희종을 잘 아는 만큼이나 황희종도 박주관을 잘알았다. 눈앞의 독재자가 고작 조금 깎인 이미지를 회복하자고 자기를 청와대까지 불렀을 리가 없었다. 조금 더 은밀하고, 중요한 주제가 있을 터.
과연 박주관이 헛기침을 하더니 예상대로 본론을 꺼냈다.
“부탁할 일이 있어서 불렀지.”
“부탁?”
“명함 한 장 쓰겠네.”
명함이라! 명함 한 장에 부탁 하나. 이것은 정치인들 사이의 암묵적인 규칙이자 화폐였다. 진지한 기색에 황희종이 자세를 고쳐잡았다.
박주관이 지나가다 툭 던지듯이 무심하게 서류철을 탁자 위에 던졌다. 황희종이 그파일을 확인했다. 인물 신상명세 리스트였다. 김철수, 이진희, 이민준, 신재혁…. 이름이 꽤 많았다.
누구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이 박주관을 쳐다봤다.
“국정원 요원들이 이용할 헌터 신분이필요해서 말이야. 이 녀석들 위조 라이선스 좀 만들어 주면 좋겠군.”
“흐음, 물론 가능하긴 한데….”
그런데 타이밍이 참 공교로웠다. 오늘 새벽에 막 새로운 S급 헌터의 출현이 보도됐는데 갑자기 명함 한 장짜리 부탁이라…. 상당히 구린내가 풀풀 풍겼다. 저 이름 사이에 S급이 끼어있을 듯한 느낌. 황희종의 두뇌가쥐새끼처럼 빠르게 회전했다.
“국제 헌터 협회 본사에서 감사를 와서 기록을 대조해보면 위조 사실을 들킬 수 있단 말이지. 최소한 이 요원들이 시험장에 와서 각성 테스트받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데. 괜찮겠지?”
물론 개소리였다. 그 정도는 자기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였다. 이 변명은 단지 구실에 불과했다. 상대의 말을 제 판으로 끌어들일 구실. 협회는 제 안마당이었고, 협회에서 일어나는일은 모조리 자기 손안에 있었다.
박주관이 고목처럼 딱딱한 눈으로 그를 찬찬히 노려봤다. 그러나 상대의 속내는 짐작할 수 없었다.
“…허튼짓은 하지 마라. 요원들 신원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주의하고.”
황희종이 혀를 핥았다. 언제부터 독재자께서 이렇게 부하들을 챙겼을까. 그의 반응이 의심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황희종은 상대를 마지막으로 떠보고자 했다.
“그런데 이번 인천 참사, 새로운 S급의 정체가 누군지 보고받았나?”
“나는 모르네.”
은근히 물어오는 황희종에 박주관이 딱 잘라 부정했다. 황희종은 끈기 있게 졸랐다.
“에이, 그러지 말고. 국정원이 아직 그거 하나 확인 못 했겠나?”
“모른대도.”
황희종이 정색하며 박주관을 쳐다봤다.
“우리 사이에 이러긴가? 그냥 좀 속 시원하게 털어놓게. 아니면 내가 직접 알아볼까?”
눈치 빠른 새끼. 박주관은 점점 진의로 접근하는 질문에 경각심을 품었다. 경고가 필요해 보였다. 눈을 부릅떴다.
“-기어오르지마라. 지금 이 박주관이랑 파워 게임을 하자는 거야? 대한민국에서?”
박주관의 몸에서 태산 같은 기세가 뿜어지며 황희종을 압박했다. 분명히 박주관은 각성자가 아닌대도, 고등급 각성자를 마주쳤을 때와 비슷한 압박감에 몸이 저릿저릿했다.
두 정치인은 눈 겨루기를 하며 서로를 노려봤다. 황희종이 먼저 꼬리를 내렸다.
“워워, 표정 풀어…. 그냥 한 번 물어본 걸 가지고 너무 과민하게반응하신다.”
변검하듯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어선 실실 웃는 꼴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까의 정색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을까-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황희종은 속으로 굴욕감에 이를 갈고 있었다.
‘개새끼가…. 감히 나한테, 건방지게.’
안 그래도 며칠 후에 열리는 긴급 S급 회의에 자기를 초대해 달라는 요청이 단칼에 거부당해서 짜증이 났는데, 박주관까지 자기를 개무시하니 기분이 매우 더러웠다. 정말이지, 매우.
‘녀석을 어떻게 엿 먹일 방법이 없을까… 음?’
축객령을 받고 대통령 집무실을 나오면서도 이 굴욕을 되갚아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황희종이 돌연 울리는 전화음에 휴대폰을 확인했다. 비서의 전화였다.
“어, 나야. 왜?”
-본부장님. 연예인 각성 테스트 이벤트 말입니다. 보고 올린 대로 공문 보내면 되겠습니까?
연예인 각성 테스트 이벤트라…. 헌터 협회와 정부가 연계한 헌터 연예인화 정책 중 하나였다.
미등록 각성자를 방지하기 위해서 협회는 국민들이 각성자 테스트를 주기적이고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는데, 연예인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연예인은 관심을 먹고 사는 직업이다. 그들에게 각성이란 유명세를 탈 기회였기에, 기획사에선 테스트를 일종의 컨텐츠로 쓰고 싶어했다. 협회도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자연스럽게 의무 검사 정책을 선전할 수 있었으니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경호상의 문제도 있고 관심을 최대한 집중시키고자 5월 5일 어린이날에 연예인들이 한꺼번에 테스트를 받도록 했는데, 그것이 연예인 각성 테스트 이벤트였다.
이미 보고 올린 내용을 재확인하는 비서에게 신경질적으로 대꾸하려다-
“잠깐.”
그의 영리한 두뇌가 번뜩였다. 아주 괜찮은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S급 헌터의 정체를 밝혀 자신의 수중에 넣을 아이디어가….
“내가 지금 인물 리스트 보내줄 테니까, 이 녀석들도 그날에 테스트받도록 초대해. 물론 뒷조사도 철저히 해오고. 아주 철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