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 〉48화 - 테스트 (2)
어느 날 나그네가 물었다.
나는 스스로 꽤 훌륭한 마법사라고 자부하고 있소.
그런데 어째서 나는 당신의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거요?
그러자 현자가 대답했다.
개미는 코끼리를 보지 못하오.
상대가 너무 거대한 나머지, 보고 있음에도 단지 배경으로 착각하고 마는 것이오….
***
“이쪽으로 입장해 주세요!”
“입장 허가서랑검사 신청서 들고 오신 분만 입장해 주세요! 아줌마, 거기 밀지 마시고!”
5월 5일.
신재혁은 각성 테스트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의 헌터 협회 한국 중앙 본부에 방문했다. 오늘 연예인들이 잔뜩 협회에 모인다는 소식에 드넓은 광장은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몬스터 때문에 반쯤 전시상황이나 다름없었는데 팬들의 반응은 게이트가 열리기 전보다 더 극성맞았다. 박주관 대통령의 정책으로 연예인의 입지가 기존보다 상승한 까닭이었다.
신재혁은 붐비는 인파를 뚫고 간신히 건물 내부로 입장했다.
“와, 겨우입장했네…. 오늘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꾸깃꾸깃해진 각성 테스트 신청서를 펼치며 신재혁이 중얼거렸다.
“왜긴, 어린이날 특집이라고 협회에서 실시한 이벤트 날짜랑 겹쳐서 그렇지.”
“시발, 깜짝이야!”
되돌아온 답변에 깜짝 놀란 신재혁이 상대를 돌아봤다. 홍하린이었다. 면전에 욕설을 얻어맞아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네가 여긴 왜?”
“…왜긴. 너도 케어해줘야 되고, 일단 국정원 후배들도 오늘 검사받는 날이라 통솔차 왔지.”
그렇군. 신재혁이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장이란 높은 직급인 만큼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바쁠 것이다.
“생방송 한다고 연예인들이랑 방송국도 왔으니, 눈에 띄는 행동하지 않게 주의해. 나는 바빠서 이만 먼저 가볼게.”
홍하린은 신재혁에게 짧게 주의를 주고 빠른 걸음으로 대강당으로 향했다. 황희종이 헛짓거리 못하게 감시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였다. 일단 후배들에게 방송국 카메라가 신재혁에게 향하지 못하게 주의 줬으니 미친 짓만 안 하면 관심을 끌지는 않을 것이다….
홀로 남겨진 신재혁은 입구에서 배부받은 팸플릿을 확인했다. 오늘 열린다는 이벤트 때문에 특별 제작된 안내서였다.
“행사 일정이… 우선 황희종 본부장의 개회사부터인가.”
대강당에서 협회 본부장의 연설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벤트를 위한 일정이라 반드시 참가할 필요는 없었다. 테스트만 받고 얌전히 돌아갈 신재혁은 곧장 검사실 창구로 향했다. 교장 훈화 말씀 같은 연설은 지긋지긋한 이유도 있었다….
“환영합니다! 신청서 여기로 제출해주시고 잠시 앉아서 대기해주세요.”
검사실창구에서 직원이 그를 반겼다. 안내에 따라 집에서 준비해 온 서류를 건네주고 대기실 소파에 앉았다.
자기처럼 검사만 받고 돌아가려는 심산인지 먼저 도착한 열 명가량의 사람들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대기실 한쪽 구석엔 웬 방송국 카메라 뒤에서 기자가 지루한 듯 하품을 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신재혁이 팸플릿을 들여다봤다.
‘이쪽에 연예인들 오려면 몇 시간 남았을 텐데, 벌써부터 방송 준비 중인가 보네. 대부분 강당에 몰려갔을 때 좋은 자리를 선점하러 일찍 온 건가? 부지런하구나.’
신재혁은 카메라가 찍는 범위를 피해 구석진 곳으로 갔다. 자신은 눈에 띄지 않는 편이 좋았다. 만에 하나라도 어이없게 S급이라는 것을 들키면 곤란했으니. 조용히 검사만 받고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신재혁은 의자에 기대 스마트폰을 켜려-
“-야!”
누군가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에 신재혁이 화들짝 놀랐다. 뜨거운 입김이 귓속으로 파고들어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장난의 주인을 찾기 위해 휙 뒤돌았다. 의외의 인물.
“차은경 누나?”
“오랜만이다! 너 맞구나? 몸이 너무 좋아서 긴가민가했는데.”
예기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신재혁의 두 눈이 멍청하게 끔뻑거렸다. 하루에 우연히 지인을 둘이나 만나다니, 흔치 않은 사건이었다. 홍하린이라면 일 때문이라지만 경찰인 차은경은 어째서 협회에 방문한 것일까?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여긴 무슨 일이에요?”
“아, 나는 승급 신청하러. 오늘 비번이거든. 너는 검사 받으러 왔나 보지?”
“네. 저도 최근에 각성해서….”
이번엔 차은경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 정말? 축하한다. 이야, 근육 붙은 거 봐라. 안 그래도 방에만 박혀 있어서 비실비실한 게 걱정이었는데.”
문자 그대로 근육을 찢는 트레이닝으로 기른 근육을 각성의 효과라고 지레짐작한 차은경이 시원하게 등을 팡팡 두드렸다. 떨떠름하게 신재혁이 맞장구쳐줬다.
‘하긴, 젓가락 살인마 곽태우 면회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날 이후로 누나를 직접 본 건 처음이지? 전화로만 연락했고….’
차은경이 갑자기 변한 자신의 체형을 신기해할 법도 했다. 자기 같아도 헬스장 광고에 Before After로 제 사진이 걸려있었으면 절대 믿지않았을 것이다. 멸치 중의 최약체 멸치가 근육 빵빵 슈퍼맨이 된 격…. 신성력을 이용한 회복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미친 벌크업이었다.
‘그러고 보니 곽태우는 어떻게 됐으려나? 교도소가 무너졌다던 것 같은데.’
요새는 사건 사고가 너무 많아서 일개 범죄자에 대한 소식은 전부 묻힌 것 같았다. 기자들도 매일같이 허공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마당에 고작 연쇄살인범 하나의 소식은 뒷전이겠지.
‘좀 찝찝하긴 한데, 뭐 별일이야 있겠어? 어차피 나랑 관계도 없는 타인이고.‘
직원이 대기실 내에선 정숙해달라고 핀잔을 주는 바람에 기다리는 동안 이야기를 더 나누기 위해 두 사람은 복도로 나왔다.
“아무튼, 얼마 전에 고맙다. 부탁 들어준 거. 그때 바로 그랜절 박아야 했는데 너무 바빠서 이제야 고맙다고 인사하네.”
흑사파 체포를 위해 정보를 해킹해 준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제 실수로 벨리알의 소환으로 이어져 버린…. 신재혁의 낯이 잠시 어두워졌다가 빠르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천만에요. 그 정도 간단한 작업쯤이야…. 그런데 수사는 어떻게 됐어요?”
차은경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듣는 이가 없는지 확인했다. 경찰이 민간인에게 수사 정보를 함부로 흘리는 것은 일단 위법이었으니.
“네가 보내준 조직원 명단으로 간부를 미행해서 아지트를 알아냈거든? 보고를 올렸더니 위쪽에서 웬일로 허락이 떨어져서 비밀리에 흑사파 본거지를 급습했는데,”
큰 범죄 조직은 썩어빠진 윗대가리 꼰대들이랑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토벌 계획은 보통 허락을 잘 안 해주거든- 차은경이 짧게 덧붙이곤 말을 이었다.
“의외로 간단히 일망타진에 성공했어. 저항이 거의 없는 수준이더라고? 나중에 알아보니 조직 상태가 말이 아니더라. ‘인천 참사’가 발생한 날부터 갑자기 흑사파 회장인 류창근이 실종되는 바람에 조직이 갈기갈기 찢어졌더라고. 원래 흑사파가 류창근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여러 크고 작은 조폭 조직이 규합된 형태였는데, 선장이 사라지자마자 일등항해사끼리 대판 싸움이 난거지.”
자기가죽인 류창근의 이야기가 튀어나오자 신재혁이 뜨끔했다.
“그, 그래서요?”
“그래서 네가 보내준 ‘거래 내역’이라는 파일을 가지고 조금 더 조사를 해봤는데, 놀랍게도 흑사파가 수정기업이랑 뒷거래한 흔적이 있더라고. 송수정 회장이랑 송수권 부회장이 ‘그’ 날에 동시에 사라져서 풍비박산이 난 기업 말이야. 너도 알지?”
이것도 자기가 벌인 일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였다. 뉴스를 봤던 신재혁은 송수정이란 인물과 게이트 안에서 본 악마 소환자가 같은 얼굴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신재혁은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네, 아주 잘 알죠….”
“일단 상부에서는 셋 다 인천 참사에 휩쓸렸다고 결론을 내리긴 했는데, 솔직히 세 명 다 그 이유로 사라졌다기엔 좀 공교롭단 말이지…. 내 생각엔 모종의 이유로 거래가 틀어지는 바람에 류창근이 송수정이랑 송수권을 담그고 외국으로 튄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송수권이 회장직을 물려받으려고 류창근에게 송수정 암살을 의뢰했다가…”
‘휴….’
망상에 가까운 추측이 주절주절 흘러나왔다. 차은경도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지 못해 답답한 눈치였다. 신재혁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스럽게도 자기와 관련된 증거나 연구소에 관한 것은 하나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게헨나의 ‘청소부’를 통해 뒤처리를 부탁한 덕분이겠지. 신재혁은 자신이 VIP등급임을 감사했다.
“그나저나 승급이라고요?”
“아, 응. 그 토벌 작전에서 꽤 성과가 있어서 말이야.”
쑥스러운지 차은경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한 왈가닥하게 생긴 그녀는 의외로 칭찬에 약한 성격이었다. 신재혁이 감탄했다.
“와, 대단한데요! 그러면 몇 급이 되는 거-”
“신재혁 예비 각성자님, 안쪽으로 들어와 주세요!”
대기실 안쪽에서 신재혁을 찾는 직원의 호출이 대화를 끊었다. 아쉬운 타이밍이었다. 아직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이런, 벌써 제 차례인가 보네요. 죄송하지만 먼저 들어가 볼게요.”
“어어, 얘기야 나중에 시간 날 때 해도 되고. 먼저 들어가 봐! 다음에 보자!”
***
오병태는 황희종의 비서다.
다듬지 않은 머리는 삐쭉삐쭉하고 외모도 볼품없지만, 남에게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면 다들 깜짝 놀라서 새삼스레 자신을 다시 보고는 한다.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다. 박주관을 제외하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정치인의 개인 비서니.
하지만 명예만큼이나 이 일자리가 훌륭한가-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 일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누군가는 실직자가 넘쳐나는 마당에 복에 겨운 소리라 할지 모르지만, 자기로서도 나름의 고충은 있는 법이다. 일하랴, 아부하랴, 늙은이 까탈스러운 성깔 맞춰주느라 없던 탈모마저 생길 지경이다.
“에라이…. 나도 김예리 보고 싶었는데.”
각성 테스트 대기실, 직원용 창구 뒤편에서 오병태가 투덜댔다.
황희종이 ‘자기가 연설하는 사이 S급이 검사를 받을 수도 있으니 네가 가서 대기실을 지키고 있어라’고 지시를 내리는 바람에 강당에 모여있을 연예인들 구경은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
솔직히 설마 그 짧은 시간 사이 검사를 받으러 오겠나 싶지만, 그놈의 철두철미한, 다른 말로는 깐깐한 성격에 익숙해진 오병태는 그저 까라는 대로 깔 뿐이었다. 연예인을 못 보는 건 몹시 아쉬웠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그 너구리 같은 황희종이 자기를믿고 계획을 맡긴 거잖아?’
자신의 능력을 입증받고 신뢰를 확고히 받을 수 있는 찬스였다.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면 협회 이사 자리는 물론이고 차기 본부장 자리까지 노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행복한 상상이이때까지 쌓인 업무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늙은이 똥꼬를 헐 때까지 빨아주며 아득바득 이 자리까지 올라온 보람이있었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더니! 승진은 따 놓은 당상이로구나!'
오병태가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사실 이번 임무는거저먹는 기회였다. 제 생각에도 이 계획이 실패할 리가없었다.
황희종 본부장의 계획은 방송국 카메라앞에서 S급의 정체를 까발려 박주관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하는 것. 그의 성격답게 계획은 빈틈이 없었다.
직원용 창구 안쪽, 사무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들 뒤쪽에서 오병태가 슬쩍 창구 밖을 바라봤다. 대기실 건너편에 HBS 소속기자가 대기 중이었고, 자기 뒤에는 협회 직속 A급 헌터인 고감호 씨가 대기 중이었다.
고감호 헌터는 감지계 스킬 각성자로 이능의 기운을 감지하는데특화된 각성자였다. 원래는 게이트 정찰조 소속이지만 경호상의 이유를 명목으로 오늘 하루는 검사실에서 일하도록 임시 배치했다.
미지의 S급이 기운을 숨긴다 한들, 고감호의 스킬 앞에선 꼼짝없이 들키고 말겠지. 그러면 바로 낙장불입, 게임 오버였다.
“신재혁 예비 각성자님, 안쪽으로 들어와 주세요!”
마침 창구 직원이 대기자를 불렀다. 들어본 듯한 석 자에 오병태가 관심을 돌렸다.
‘신재혁? 명단에 있던 이름 같은데….’
오병태가 S급 의심 인물 리스트를 확인했다. 찾았다. 명단에 있는 이름이었다.
‘설마 진짜 S급일까?’
사람이 적은 타이밍을 노리다니, 황희종의 예측대로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꺼려 지금 온 것일까?
오병태가 검사실 내로 들어오는 인물의 행색을 살폈다. 운동 꽤 해 본 티가 나는 다부진 몸매의 사내였다. 생긴 것만 보면 꽤 강해 보였다. 하지만 외모만으로 각성자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각성자의 강함을 결정하는 건 마나라는 이능과 각성 스킬. 검사기를 이용해 마나량을 측정하기 전까진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상대는 마나가 아니라 신성력 각성자일 확률이 높으니-'
오병태가 스마트폰 게임 삼매경에 빠진 고감호를 툭툭 쳤다. 집중이 끊긴 고감호가 삐딱하게 대꾸했다.
"뭡니까?"
"저 사람, 한번스캔해 줘요."
"그 '이유를 밝힐 순 없지만, 오늘 올 것이틀림없는 수상한 사람 후보'입니까? 예, 예 물론 해드립죠…."
영문도 모르고 끌려온 고감호가 비아냥거리며 스킬을사용했다.
기감 강화. 아무리 멀고 미세한 기운이라도 감지할수 있는 스킬. 자신을 정찰조 에이스로 만들어준 능력이었다. 어떤 악마라도 찾아낼 수 있는 그의 능력은 기습에 대비하기도, 숨어있는 악마를 발견하기도, 보스방을 찾아내기도 유용했다.
A급 헌터의 기감이 확장되며 상대를 덮었다. 몸 구석구석을 탐지하며 수상한 점이 없는지 찾기 위해.
'이건 원래 자연에 떠도는 배경 기운이고, 이건 입구에 경호원 친구 기운이고, 이건 마나 탐지기 기운이고, 이건..!'
뭉뚱그려진 정보를 하나하나 걸러 가던 고감호의 감각에 무엇인가 느껴졌다. 오병태 비서가 가리킨 남자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
단전에 모인,미약한 마나.
'에이, 뭐 별거 없구만…. 귀찮게스리.'
김이 팍 샌 고감호가 스킬을 해제했다. 짜증 나는 놈이 물어왔다.
"어때? 뭔가 느껴져요?"
"각성자긴 하네요. D급 정도 되는 마나 각성자."
코끼리를 보지 못한 개미는 의욕 없이 대답하곤 다시 스마트폰 화면에 고개를 처박았다.
고감호는 몰랐다. 상대의 신성력이너무나 거대한 나머지, 자신이 대기에 잔류하는 기운으로 착각했다는 것을.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보는 고감호로서는 현미경처럼 섬세한 제 능력이 태양을 관찰하기는 부적절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몸 쓰는 직업 주제에 퉁명스럽고 건방지기 짝이 없는 고감호를 흘겨보면서 오병태가 혀를 찼다.
'쯧. 이번은 꽝인가….'
명단에서 신재혁이란 이름에 빨간 줄을 죽 그었다. 대략 사십 회 정도를 더그어야 했다.
'하긴, 첫 번째 검사자부터 곧장 걸릴 리가 없지.'
괜찮다. 아직 명단에 남아있은 이름은 많았으니. 이 중 누군가는 S급 헌터임이 틀림없었고, 그가 이 덫에서 빠져나갈 방법 역시 없었다.
‘빨리 걸려서 내 출세의 기회가 되어다오..!’
황희종을 제치고 협회의 일인자 자리까지 올라간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오병태가 히죽히죽 웃었다. 자기가 지금 막 일생일대의 기회를 날려 먹었다고는 상상도 못 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