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50화 – 발견 (50/72)



〈 50화 〉50화 – 발견


“흐압-!”

콰아앙-!!

힘껏 내리친 메이스가 남아있는 마지막 악마의 골통을 부쉈다. 곧이어 울리는 레벨업 메시지. 몇 초 전보다 마나가 늘어난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후하!”
“수고했어, 재혁씨! 역시 힘 하나는 끝내주네!”

게이트 공략조 사이에서 김씨 아재로 통하는 B급 헌터가 보스를 마무리한 신재혁의 등을툭툭 두드려줬다. 갑옷과 장갑이 부딪히며 텅텅 시원하게 울렸다.  소리를 기폭제로 공략조 대원들이 기관총이니 도끼 따위의 무기를 내려놓으며 환호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햐- 드디어 끝이다!”

신재혁이 막타를 쳤음에도 불평하는 공략대원은 아무도 없었다. 어차피 보스몹을 죽이면 경험치는 게이트에입장 인원에게 골고루 들어온다. 몬스터가 최후의 발악을 할 수도 있는데 재생계열인 신재혁이 위험을 무릎 써 준다면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다. 낙원교에서공짜로 받은 포션을 막바지에 낭비하기는 아까웠으니까.

“오늘은 꽝이네! 아티팩트는 아무것도 없어! 그냥 몬스터 시체만 정산하자고.”

보스방 한 켠을 뒤적거리던 헌터 하나가 크게 외쳤다.

“에이, 아깝구만.”
“그래도 오늘은 평소보다 쉽고 빠르게 정리했잖아요?  재혁 씨가 버스 태워준 덕분이지.”
“맞아, 대단했지! B급이면서 포션도 총도 안 들고 그렇게 활약할 수 있는 사람은 재혁군 밖에 없을걸? 뜸뜸이부르지 말고 우리랑 계속 같이 다니면 좋을 텐데….”

삼, 사십 대 아저씨들로 이루어진 고구려 공략조의 헌터들이 신재혁의 활약을 치하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한다는생각에 다들 기분이 좋았다.

공략조 리더인 김씨 아재가 무기에 묻은 초록 피를 닦는 신재혁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정말 좋았어. 정산금은 늘 보내던 통장으로  주면 되지?”
“네.”

김씨 아재는 묵묵히 피를 닦는 신재혁을 흘깃 바라보더니 조심스레 제안했다.

“요  달간, 우리가 같이 일하면서 항상 느낀 건데, 우리랑 재혁 씨랑 참 합이 잘 맞는단 말이지… 혹시 고구려 공략조에 들어올 생각은 없는가?”
“죄송합니다. 저도 사정이 있어서….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정중한 거절에김 씨 아재가 황송하게 손사래 쳤다.

“아니, 재혁 씨가 미안해할 필요는 없지! 우리야 이렇게 가끔씩 버스 태워주는 것만 해도 항상 고마운데.”
“그래! 재혁 씨 솜씨를 이런 곳에서 썩히긴 아깝지! 우리 같은 틀딱들이랑 달리 재혁 씨는 충분히 A급 노려볼 만하다고!”

헌터용 개인 기관총을 점검하던 아재 하나가 김씨에게 핀잔을 주었다. 장난스런 핀잔에 다른 공략대원들이 즐겁게 와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건 그렇지. 내가 너무 우리 입장만 생각한 것 같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먼저 일어나 보겠습니다.”

평소에도 신재혁이 뒤풀이에 참가하지 않고 일찍 떠나는 것은 익숙했기에  씨도 더는 붙잡지 않았다. 고구려 공략 대원들이 떠나는 이에게 제각기 감사 인사를 건넸다. 게이트 밖으로 나가는 뒷모습에 대고  씨가 외쳤다.

“우리야말로 고맙지! 또 게이트 들어갈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

귀가하는 헌터용 택시 속에서 신재혁이 작게 중얼거렸다.

“상태창.”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레벨 810짜리의 상태창이 허공에 나타났다. 각성 후로부터 26만큼 오른 수치.

‘도대체 느린 건지, 빠른 건지….’

워낙 레벨이 높다 보니 레벨 하나를 올리려면 남들 수십 배의 막대한 경험치가 필요했다. 그렇게 열심히 게이트를 돌아다녔는데, 고작 숫자는 스물여섯 번밖에 변하지 않으니 허탈하기도 했다.

‘저등급 게이트만 많이 돌았으니 어쩔 수 없지. A급은 너무 자주 클리어하면 이목을 끌 수 있고, S급은 애초에  생기지도 않으니까.’

신재혁이 시무룩한 심정을 어떻게든 달래보고자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사천왕에게는 평범한 총화기가 통할 리 없으니 무기술을 연마하겠다는 이유로 굳이 편한 길을 마다하고  없이 싸우는 걸 고집했는데. 총 없이 개고생하던 지난 일 년을회상하고 고작 레벨 26이 올랐다는  생각하니 몹시 후회됐다.

‘포션 안 쓴 거야  스스로 재생이 가능하기도 하고, 악마 피로 만들었다는  찝찝해서 그런데. 총 안 쓴 건 진짜 억울하네. 차라리 총 쓰고 게이트 더 많이 돌아다녀셔 렙업에나 집중할걸….’



부우우웅-

신재혁이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이 택시는 목적지로 향했다. 멍하니 택시의 흔들림에 몸을 맡기자니 습관적으로 눈이 상태창 밑단으로 향했다.

‘문명 레벨 경험치는 벌써 70% 정도인가…. 확실히 빠르구나.’

입술을 잘끈 깨물었다. 상태창 위쪽의 숫자에 비해 아래쪽 숫자는 지나치게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어서 힘을 키워야 하는데….’

인천 참사가 발생하고 벌써 일 년이 넘었다.

그동안 신재혁은 사천왕의 침략을 대비해 레벨을 올리고자 열심히 수련하고 게이트를 돌았다.

유명해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계속됐다. 국정원 쪽에서 언론을 신경 써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할 일이었다. 이제 신재혁은 그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2인분은 확실한 B급 헌터’, ‘저등급 게이트 버스 기사’ 정도로 통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십 개의 게이트를 클리어하고도 신재혁은 아직 불안감을 느꼈다. 첫 번째 사천왕이었던 벨리알의 무력이 너무 강력하게 뇌리에 각인된 나머지 800에 근접한 미친 레벨에도도저히 안심할 수가 없었다.

에덴과 관련된 단서를 하나도 발견하지 못한 것도 초조함에 한 몫을 더했다. 한 번 만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던 크리스마스 게이트가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는 듯이, 어떤 작은 단서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간의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스물여섯 번의 레벨업 동안 마나량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 이젠 C급 최상위, 아니면 B급 하위권이라 해도 믿을 정도.

아쉽게도 각성 스킬인 통찰안이 보여주는 정보는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경험을 통해 몇몇위업의 효과를 예상할  있었다.

<달인>은 무기술을 보정해 주는 효과. 동작에서 군더더기가 사라져 효율적이고 깔끔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혼원>은 마나와 신성력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효과. 신체 강화를 중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성능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사천왕 살해자>, <아가페>, <운명이 주시하는 자>는 무슨 효과인지 도무지  수가 없었다. 원래 효과 따위 없는 장식용 업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신혈>은….’

신재혁이 손바닥 위에 의식을 집중했다. 손가락에서 흘러나온 빛의 입자가 뭉쳐 광구를 형성했다. 아리아 영창 없이 신성 주문 ‘라이트’를 발동한 것.

‘제어력이 더욱 늘었어. 신성력이  몸의 일부가 느낌….’

각성의 순간, 혈액 속 무언가가 자신에게 완전히 스며든다는 느낌을 받은 이후로 본래 자기 것이었던 것 마냥 신성력이 말을  들었다.

심지어 간단한 주문들은 아리아를 읊지 않고도 발동할 수 있었다. 꾸준히 연습한다면 더 위력적인 주문들도 무영창으로 발동할  있겠지. 싸우는 도중 아리아를 읊다가 실수로 혀를 씹어 주문이 취소되는 흔한 실수를 떠올리면 굉장한 메리트였다.

‘신혈… 역시 그거겠지.’

신재혁은 업적의 원인이짐작이 갔다. 각성 과정에서 전생엔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신성한 피를 제 영혼에 완전히 융화시킨 것이 틀림없었다. 론지노가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던 신의 일부, 무한히 샘솟는 제 신성력의 근원. 자신의 탄생 비화, 프로젝트 ‘갓핸드’, 그리고 배신자 이스카리옷까지 얽힌 귀물 중의 귀물….

‘게다가 묘하게 해킹 실력도 좋아진  같고. …이거랑은 상관없겠지.’

해킹하니 문득  본업이 떠올랐다. 해결사 업무. 신재혁은 스마트폰을 켜 오랜만에 ‘게헨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미스터 B가 직접 디자인했다는 깔끔한 인터페이스가 표시됐다.

‘..! VIP 등급 만료일이 얼마  남았네.’

게이트 클리어하느라 바빠서 아무 활동을 못 했기에 자동으로 강등 위기에 처한 것. 등급을 유지하려면 최소 하나의 의뢰를 수행해야 했다.

“최고 등급을 포기하기는 아까운데.”

VIP등급은 유사시에 이용할 수 있는 각종 혜택이 많았기에 가능한 한 유지하고 싶었다. 신재혁이 제가 받을 수 있는 의뢰 리스트를 주르륵 읽어봤다.


[신재혁! 반드시 확인할 것. - 미스터 B]

‘음? 이건?’

미스터 B로부터의 지명 의뢰. 무려 게헨나 회장이 직접 넣은 의뢰에 신재혁의 호기심이 동했다. 무슨 일일까? 신재혁이 의뢰를 클릭해 내용을 확인했다.

[요즘 내가 바쁘기도 하고 너도 접속이 뜸해서 전화 대신 쪽지 남긴다.

이번 의뢰는 내 개인적인 부탁인데 가능한  들어주면 좋겠네.

의뢰 보상은 소원권 하나로.]

‘소원권!’

미스터 B에게 대가 없이 부탁을 청할 수 있는 권리였다. 신재혁이 어릴 때부터 연락하고 지낸 친한 사이라서 그렇지, 미스터 B는 평범한 아재 대하듯이 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무려 뒷세계 최대의 범죄조직 ‘게헨나’의 보스였으니.

당연하게도 뒷세계의황제에게 소원을 빌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의뢰이길래 소원권 하나를 보상으로 건 것일까? 신재혁이 쪽지를 계속 읽어내려갔다.

[요즘 낙원교라는 사이비 종교가 전세계적으로 교세를 급격히 확산하고 있어. 민간인뿐만 아니라 정치계 고위인사, 군부, 범죄조직 등을 막론하지 않고.

그런데 침투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단 말이지. 뒷세계에도 슬슬 손을 뻗어오고 있는데, 이러다가  사업에 차질이 생길지 모르거든. 내 사업이 거의 대부분 종목에 문어발처럼 뻗은  생각하면 낙원교와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밖에 없지.

그러니 네가 낙원교를 약점을 조사해 줘. 탈세 혐의든, 중요 인물 리스트든, 사업 내용이든 내가 협상 카드로 쥐고 흔들 수 있는 증거물 말이야.

기한은 2주 이내로.
부탁한다.

추신 - 조언을 하자면, 포션 사업 쪽을 파 보면 좋을 것 같더라.
추추신 - 네 VIP 등급 만료일이 얼마 안 남았던데, 이번 건 처리해주면 10년연장해 줄게.]

소원권에 더불어 10년이나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말에 신재혁의 귀가 번쩍 뜨였다. 파격적인 보상이 신재혁의 마음속 천칭을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였다.

“요즘 깰 만한 게이트가 없기도 했으니… 이번 의뢰는 맡아보는 편이 좋겠네.”

결심을 굳힌 신재혁이 쪽지를 작성했다. 손가락이 망설임 없이 전송 버튼을 눌렀다.


[의뢰 수락할게요.]



***


더럽고 어두운 뒷골목,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시체의 품속을 뒤지는 사내가 있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TV에 자주 등장한 유명인이었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그의 얼굴을 한 번쯤은 봤을 정도로.

곽태우.

세간에서 이르기를, 젓가락 살인마라 하였다.

곽태우가 시체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냈다.

“이게 그 유명한 인식 저해의 반지인가. 이제부턴 숨어다닐 필요 없이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겠군.”

언젠가 암살황이라불리는 희대의 살인마가 되었을 시체 위에 걸터앉은 곽태우가 시체의 옷자락에 피 묻은 손을 쓱쓱 닦았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을 켰다.

4월의 인천 참사 이후로 틈만 나면 뉴스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날의 충격을 떠올리면 여전히 머릿속이 진정이 안 됐다.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로군.”

자신이 ‘아는 것’과 ‘일어난 일’이 너무나 달랐다.

‘어째서 인천 사태가 벌써 일어난 거지? 아니, 애당초 일어나선 안 되는 사건인데. 내가그 기업 회장 놈을 죽였으니.’

수정기업의 송수형. 자신이 이름을 잘못 외운 것일까? 자기는 ‘결사대원’이라면누구나 숙지해야  ‘타임라인’을 전부 외우지도 못했었다. 그런 멍청한 대가리라면 충분히 실수했을 법도 했다.

“나비 효과? 그렇다기엔 설명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은데.”

한국인에게 공포의 상징이 된 육백 육십 육 갈래 채찍도 없이 약화된 상태로 소환된사천왕. 멸망하지 않은 인천. 본래는 존재하지 않았을 정체불명의 S급 헌터….

기존의 역사와 너무나 다른 전개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고작 그 정도 피해로 사천왕을 잡다니…. 심지어 그 김재민조차 멀쩡하다. 원래 인천 대부분을 집어삼켜 미친 듯이 강해진 벨리알과 싸우다 치명상을 입었을 텐데.’

운명이 변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어린아이와 같은 운명의 변덕인 것일까? 이미 한번 던진 주사위의 눈이 바뀐 것만 같았다.

다행인 점은 주사위 눈이 1에서 6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본래 ‘빛의 용사’ 김재민이 폐에 입었을 영구적 손상이 사라졌으니, 앞으로의 싸움에서 큰 전력이 될 터.

“최후의 전쟁을 대비해야 하니 확실히 이득이긴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변수가 그를 두렵게 만들었다. 자신의 멍청한 머리로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자연스레 자기비하로 이어졌다.

‘씨발, 한심한 새끼…. 그녀라면 순식간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있을 텐데.’

대의라는 이유로 자신은 기꺼이 살인자가 되었다. 세계를 위해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은 거리낌이 없었지만, 더이상 그녀와 함께할  없다는 사실이 못내 제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함께 수많은 사선을 넘나든, 죽마고우나 다름없는 그녀.

‘그녀라면 나보다 더 잘했을 텐데… 어째서 내가.’

그녀와 자신은 너무 달랐다. 곽태우는 가장 친한 친구를 볼 때마다 뿌듯해하는 한편 깊은 열등감을 느꼈다.

그녀는 암흑기사에게서 마지막까지 생존한 S급이자, 검성이자, 최후의 결사대 대장이었다. 결사대원들을 이끈 최고의 지도자.

반면 당시의 자신은 외팔 병신이었고, 반드시 알아야 할 과거의 정보를 전부 외우지도 못한 무능한 빡대가리였다.  줄 아는 것이라곤 싸우고 죽이는 일밖에 없는, 누구나 대체할  있는 평범한 인간.

자신은 그녀보다 무력도 약했고, 지혜도 모자랐다. 자기가 그녀를 대신한 것은 예상치 못한 불가피한 재해 때문이요, 단지 운에 불과했다. 성배를 사용하는 건, 두 번째 기회를 얻는 건 자신이 아니라 그녀여야했다.


‘…아니. 이제와서 약한 소리 하지 말자. 이미 벌어진 일. 내가 그녀보다 못한 만큼, 그녀 이상으로 열심히 해야만 한다. 오직 나만이, 이 세계를 저주받은 운명에서 구할  있다..!’

참혹한 지식으로부터 태어난 강박이 곽태우를 더욱 채찍질했다. 그것은 그녀의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였다. 세계의 운명이 네 손에 달렸다. 이 길은 멈춰서는 안 되는길이다. 그 끝이 예정된 파멸일지언정.


“…그녀는 어떻게 지낼까.”

오랜만에 그녀의 소식이 궁금했다. 지금의 자신으로서 그녀에 관한 것을 찾아보기 두렵다는 이유로 그녀에 대한 것을 찾아보는 것은 일 년 만이었다. 그가 검색창에  여자의 이름을 입력했다. 지금은 아직 경찰관일 그녀의 이름을.

작년 5월쯤의 뉴스가 표시됐다.


[새로운 A급 등장! 차은경 경찰관 집중조명!]
[지난 5월 5일, 한국 현터 협회 중앙 본부에서 실시한 연예인 초청 이벤트에서… 특수 능력 처리반 소속 차은경 경찰관이 기존 B급에서 A급으로 승급에 성공해 화제가…]

‘벌써 A급이라니. 기존의 역사보다 잘 성장하고 있구나…. 짐 덩어리 같은 내가 곁에 없기 때문일까.’

다시금 자신의 무능함을 절감하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나는 언제쯤 그녀의 곁에  수 있을까. 오랜만에 본 소식은 곽태우의 낮은 자신감을 더욱 후벼팠다. 질투와 그리움, 열등감과 자랑스러움이 복잡하게 얽히며 뭐라 설명할  없는 감정으로 뭉뚱그려졌다.

복잡한 표정의 곽태우가 무심코 뉴스 영상을 재생했다. 협회 내부의 평범한 대기실처럼 보였다. 그녀가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귓속말했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


유심히 화면을 들여다보는 곽태우의 눈이 충격에 물들었다. 혹여나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어서 화면을 확대했다.

“이 녀석은..!”

그곳에 아는 얼굴이 있었다. 너무나  아는 얼굴이었다. 결코 잊어버리지 않고자 기억 속에 수백 번이고 새겨 넣은 얼굴이었으니.

그는 그토록 찾아다닌 저주스러운 원수으며,
최후의 작전에서 차은경을 죽인 당사자였으며,
자신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뻔뻔하게 감옥에 면회 온 인류의 배신자였다.

그의 이름은,

“암흑기사, 신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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