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2화 〉52화 - 공항 (52/72)



〈 52화 〉52화 - 공항

“와, 몇  만이야!”

김포공항에 도착한 신재혁은 고등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처음 보는 낯선 풍경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공항에  일이 없었던 히키코모리의 눈에도 공항에 옛날보다 확연히 사람이 줄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뉴스에서 말하기를, 사방에 들끓는 몬스터 때문에 관광 산업이 위축된 결과라고 했다.

신재혁이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0시 반쯤. 뉴욕행 비행기가 11시 20분 출발이었으니, 아직 여유로웠다. 신재혁은 스마트폰 로밍 작업만 끝내고 곧바로 휴대품 검사 구역으로 입장했다. 미스터 B 편으로 무기를 옮기는 참에 옷가지나 노트북 그리고 업무용 도구 이것저것 등의 개인 짐까지 한꺼번에 부쳐서 수하물도 없었다.

“호텔 방에 미리 도착해 있을 거라 했지.”

미스터 B의 일처리는 확실하니 신뢰할 수 있었다. 장비를 모두 챙겼다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했다. 언제든 전투를 대비할 수 있으니, 예상치 못한 교전 상황이 발생해도 이번엔 인천 때처럼 낭패를 보지 않으리라.

보안 검사대 직원이  선 사람들에게 지시했다.

“상자에 소지품 넣어주세요. 벨트도 풀어주시고 금속제 물건이면 전부 넣어주세요.”

금속탐지기를 통과하며 신재혁은 새삼 미스터 B에 대해 생각해봤다. 20년 넘게 알고 지낸 인연이었지만 막상 그에 관해 알고 있는 사실은 적었다.

가끔은 그를 직접 만나보고 싶었지만 뒷세계 반절 이상을 먹은 범죄조직 게헨나의 보스라 정보 노출을 꺼리는 건지, 그냥 그 스스로가 원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인지, 미스터 B는 한사코 만나기를 거절했다. 신재혁과 마지막으로 면 대 면으로 직접 마주한 것도 신재혁이 아주어렸을 적, 보육원에서 해결사 계약서를 작성할 때뿐이었다.

‘여태껏 집 구해달라는 부탁도, 신분 위조해달라는 부탁도 전부 전화나 메일로만 연락했었지….’

신재혁은 미스터 B가 가끔은 자기에게 과한 호의를 베푼다고 느끼기도 했다. 단순히 제가 뛰어난 해커라서라기엔 지나칠 정도로. 고마운 일이지만, 동시에 이해할  없는 행동이기도 했다.

‘그 같은 장사치가 이유 없는 호의를 베풀 리는없는데. 미스터 B의 목적은 무엇일까? 뒷세계를 완전히 먹는 것? 세계 제일의 갑부가 되는 것? 아는 게 없으니 도무지 짐작이  가네….’

신재혁이 미스터 B의 생각을 헤아리려고심하는 사이 출국 심사대의 대기 줄이 짧아졌다. 그리고 이내 신재혁의 차례가 왔다.

“다음  들어와 주세요!”

공무원의 목소리에 생각이 끊겼다. 신재혁은 여권을 꺼내 심사대 앞으로 갔다.

“여권이랑 티켓 주시고, 측정기 위에 손 올려 주세요.”

소형 마나 측정기. 마나량을 계산하지는 못하지만, 마나를 소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기다. 몸 자체가 흉기나 다름없는 테러리스트 각성자가 정체를 숨기고 비행기에 탑승하면 대참사가 발생할  있기에 이런 식으로라도 신분을 숨기지 않았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아직 신성력 각성자에 대한 대처 방안은 설립되지 못한 듯하지만. 나로서는 다행이야.’

신성력은 몹시 특이한 기운인지라 과학자들이 에너지에 물리적으로 간섭할 방법을 찾지 못한바, 누구도 검출기를 발명하지 못했다. 사실상 검출방법은 검사자보다 고등급의 각성자를 데려놓고 직접 탐지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공항의 출국심사대마다 고위 각성자를 배치하기엔 인력과 비용을 감당하기 불가능했다.

‘하기야 마나는 몸에 저장되는 기운이고 신성력은 영혼에 머무르는 기운이니 검사법을 찾지 못할 법도 하지.’

우우웅-

신재혁이 검출기에 손을 올리자 기기가 작동했다. 신재혁은 마나와 신성력을 모두 지니고 있었기에 검출기에 마나가 검출되었다. 신재혁이 준비한 위조 신분은 재생계열 마나 각성자였으므로 그는 별문제 없이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심사대 직원은 신재혁의 여권에 도장을 쾅 찍어주곤 다음 승객을 불렀다.

“여기구나.”

탑승구로 이동한 신재혁은  의자를 찾아 앉았다. 대기석 앞 전광판에 비행 정보가 표시되어 있었다.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11시20분 비행기. 그가 탑승해야 할 비행기 대기석이 맞았다.

신재혁이 탑승 시간을 기다리는 사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는 가운데 마침 광장의 거대한 TV에서 뉴스 오프닝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 때우기에 아주 좋아 보였다. 신재혁이 의자에 편안히 기대고는 아나운서의 말에 집중했다….

***

“…요새 김재민 헌터가 미국에 파견된 것을 두고 말이 많은데요, 시청자분들의 궁금증을 해결해드리기 위해 특집 코너를 마련해 봤습니다! 이쪽은 국내외 고등급 헌터를 집중 취재하시는 이상민 기자님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상민 기자입니다.”

“우선 시청자분들께서 가장 많이 궁금해하실 질문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미국은 S급 헌터인 ‘스카이스크래퍼’를 보유하고 있다고압니다만, 미국에서 굳이 김재민 헌터를 고용한 사유가 무엇인가요?”
“이번 파견에서 김재민 헌터가 처리할 S급 게이트는 총 두 개입니다. 공교롭게도 두 경우 모두 스카이스크래퍼, 그러니까 헨리 클라크 헌터가 처리하기 힘든 경우라 김재민 헌터가 출동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미대륙 극서쪽의 로스 엔젤러스에 열렸는데, 헨리 클라크 헌터의 거주지인 뉴욕과 지나치게 거리가 멀어 본인이 그곳까지 가기를 거부한 듯합니다. 아시다시피 그는 웬만해선 뉴욕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으니까요.”

“아내를 잃은 PTSD 때문이던가요…. 저번 S급 특집에서 다룬 내용이었죠. 그렇다면 뉴욕 자치구인 브루클린에 열린 게이트는 어째서 직접 처리하지 않은 건가요? 위치도 가까우니 충분히 스카이스크래퍼가 해결할 수 있지 않나요?”
“브루클린 게이트의 경우 등장하는 몬스터가 비행형이라 합니다. 스카이스크래퍼는 강체계 각성자라 원거리 공격이 전무합니다. 몬스터가 스카이스크래퍼의 공격이 닿지 않는 곳까지 고도를 높여 하늘에서만 공격하면 아무리 S급이라도 어찌 대응할 방법이 없죠.”

“상성상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군요. 단순히 원거리 공격이 문제라면 자국의 마법계 헌터로 클리어해도 될 것 같은데요? S급 게이트가 주는 막대한 경험치를 포기한다는 미국 측 선택이 저로서는  이해가  가네요.”
“몬스터 수가 너무 많은지라 아무리 화망을 촘촘히 형성해도 몬스터가 게이트 밖으로 도망칠 가능성이 높답니다. 게이트와 멀지 않은 거리에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이 있는데, 자칫 몬스터가 게이트를 빠져나가 비행기의 이착륙을 방해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확실한 실력자에게 일을 맡긴 듯하네요.
마침 김재민 헌터의 필살기인 <폭풍의 시>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기도 했고, 김재민 헌터도 로스 앤젤러스 게이트를 처리하러 미국까지  김에 브루클린 게이트도 같이 처리해주기로 한 모양입니다.”

“아, 첫 게이트 사태 때 S급 보스를 일격에 쓰러뜨린 것으로 유명한 기술 말이군요…. 그런데 몬스터의 탈출이 우려된다면 브라질의 S급 헌터인 ‘텔레포터’를 고용해도 되지 않나요? 그녀의 공간 조작 스킬이라면 게이트 주변을 틀어막아 몬스터의 탈출을 방지할  있을 텐데요.”
“아드리아나 마노엘라도 긍정적인 의향을 드러냈습니다만,  정부측에서 거절했습니다. 그녀가 제시한 금액도 금액이지만, 아드리아나는 게이트 안에 몬스터를 가두고 핵을 밀어 넣어 몰살시키는 방식을 선호하는지라 몬스터 부산물이나 아티팩트를 획득할 수 없는 단점이 있습니다. 더구나 핵은 의뢰국이 준비해와야 하고요.”

“말 그대로 클리어해주기만 한다는 의미군요. 그래서 위급하고 극단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다들 일을 맡기기엔 아드리아나 마노엘라보다는 김재민 헌터를 선호하는 것이겠죠….”
“아무래도 그렇죠. 미국 입장에선 기왕 비싼 돈 들여 의뢰하는 거 클리어 보상이라도 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잠시 이야기가 샜군요. 다시 본제로 돌아와서, 앞으로 김재민 헌터의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로스 엔젤러스에 열린 S급 게이트는 어젯밤 11시경에 클리어했다고 하고, 지금쯤 브루클린으로 이동하고 있을 듯합니다. 브루클린 게이트마저 처리한 다음에는 김재민 헌터를 환영하는 파티에서 스카이스크래퍼와 친목을 다지는 행사가 있다는 듯하네요.”

“베테랑 헌터 수십이 며칠간 달라붙어야 겨우 클리어 가능한 S급 게이트를 벌써 클리어했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심지어 김재민 헌터는 언제나 게이트에 혼자 입장한다는데 그렇게 빠른 속도라니, 과연 한국의 자랑이 아닐  없습니다.

그나저나 S급끼리의 만남이라니, 의외로 헌터 협회에서 허가를 내주었나 보군요. 충돌을 우려한다는 이유로 S급 간 최대한 거리를 두도록 권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죠. 문제를 거의 일으키지 않고 몬스터 처치에만 관심이 많은 두 헌터의 성향상 만나도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되었나 봅니다. 아마 협회에서도 서로 노하우나 경험을 공유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겠죠.무튼, 이번 기회로  많은 S급 헌터들이 교류를 다지게 되었으면 좋겠군요.”

“네, 저도 그렇습니다. 두 헌터가 친분을 다지면서 한미 협력 관계가 공고히 되기를 바라면서 이번 코너는 이만 끝을 내도록….”

***

촤악!

늘씬한 검신이 악마의 목을 베었다. 단면에서 피가 거칠게 튀었으나 반투명한 막에 막혀 옷을 더럽히지 못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혐오스러운 몸뚱아리는 바닥으로 추락해 산처럼 쌓인 사체 더미의 일부가 되었다.

“이걸로 끝이군.”

브루클린의 S급 게이트 속에서 김재민이 5 위계 마법, 레비테이션(Levitation)을 해제했다. 허공을 부유하던 신체가 천천히 지상으로 착지했다. 바닥에 고인피 웅덩이 때문에 착지하면서 운동화에 피가 약간 튀었다.

“더럽게.”

김재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신성력을 발했다. 약식 정화 주문이 운동화에 묻은 더러운 자국을 지웠다.

“어머니가 직접 골라주신 운동화인데 악마 따위가….”

듣는 이는 없었고,  자신도 귀가 들리지 않았으나 김재민은 습관적으로 혼잣말했다. 한국말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에덴에서 백 년간 버티는 동안 생긴 습관이었다. 육성으로 말하는 법을 까먹지 않기 위해서.


김재민이 날개 달린 악마 시체로 즐비한 바위산을 구석구석 둘러봤다. 예리한 눈으로 살펴도 거대한 새 둥지에 아티팩트 따위는 아무것도 없었다.

“쯧. 역시 없나….”

김재민이 그토록 열심히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이유는 어머니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과 레벨업이었지만, 부차적으로 귀의 장애를 치료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힐러나 포션으로 제 귀를 치료하려  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당대 최고의 치유사였던 에덴의 2대 성녀 아이샤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가 소드마스터와 대마법사의 경지에 도달해 두 번 환골탈태를 겪었을 때도 육체의 부상이 모두 회복되고 외견마저 20대의 모습으로 어려졌으나 여전히 귀는 들리지 않았다.

 장애를 연구한 에덴의학자들은 용사 소환 과정에서 영혼에 영구적 손상을 입어 청각 기능을 상실했다고 했다. 그리하여 귀가 멀쩡하더라도 정신이 소리를 아예 인지하지 못한다고.

그럼에도 김재민은 청각을 되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음성을  번이라도 다시 듣고 싶었다. 외로운 백 년을 버티게 해준 그리운 목소리….


“젠장, 이번에도 꽝이야.”

게이트에서 별의별 물건이 튀어나오는 시대였기에 혹시나 보청기 아티팩트나 온라인 게임의 엘릭서 같은 비약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는데, 그런 건 로또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무릇 로또란 결코 당첨되지 않는 법이었고.

김재민이 화풀이로 보스몹의 대가리를 걷어찼다. 날개가 잘린 거대 익룡이 바닥에서 피투성이로 꿈틀거리다  대 맞고 움찔 경련했다. 몸이 비늘로 덮인 형태가 날개 달린 파충류 같았는데, 전설 속의 드래곤이 에덴에서 멸종하지 않았다면 이리 생겼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보스는 무시무시한 외견과는 다르게 저항은커녕 도망칠 의지조차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 동족이자 부하가 죄다 학살당한 믿을  없는 전투로 상대의 무력에 잔뜩 겁을 집어먹은 것.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놀라 자빠질 만한 반응이었지만, 그런 반응쯤이야 숱하게 봐온 김재민은 무심하게 성검을 들어올렸다.

“망할 아룡 새끼. 이제 그만 뒤져라.”

김재민이 그 숨통을 끊으려다 멈칫했다.

“…보스는 죽이지 말라 했던가.”

김재민이 미 정부 측의 부탁을 떠올렸다. 부디 보스는 생포해주십사 당부하던 정중한 요청. 조건으로 막대한 액수를 달아 포기하기는 아까웠다. 이후로도 미국에 게이트 처리를 의뢰받을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더욱.

S급 보스의 경험치와 일조 원에 달하는 돈, 그리고  정부와의 관계를 저울질하던 김재민이 이내 성검의 소환을 해제했다.

‘어차피 경험치야 금방 벌 수 있으니…. 그나저나 보스를 생포해서 어디 쓸 생각이지?’

S급 보스를 가지고 연구라도 하려는 걸까. 아니면 게이트의 핵이 되는 보스를 살려두는 것으로 게이트를 닫지 않으려는 심산일 지도 모른다. 게이트 내부에 어떤 값비싼 지하자원이 숨겨져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자기와는 일절 관계없는 이야기였다. 미 정부의 의도에 신경을  김재민은 제가 잡은 몬스터 수를 세기 시작했다. 게이트에 입장했을 때, 총알마저 슬로우 모션으로 볼 수 있는 자신의 동체 시력으로 관측한 살아 움직이는익룡의 수는 총 삼백여든 세 마리였다.

한때 회색 안개로 가려진 하늘에 빼곡히 날아다니던 악마들은 이제 만년설처럼 바위산을 뒤덮고 있었다. 특유의 보호색 능력이 시체에도 적용되는지 바닥과동화된 몸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귀찮은 은신 능력 같으니…. 이런 능력이 있다고는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정찰조 놈들이 똑바로 일을 안 했군.”

브리핑 때는 일언반구도 없던 은신 능력 때문에 상대하기 꽤 성가신 녀석들이었다.
그러나 김재민의 불평과 달리 악마 비장의 클로킹 능력은 비루한 목숨을 몇 분이나마 연장하는 메리트 밖에 되지 못했다. 마왕마저 벤 김재민을 맞닥뜨린 이상 익룡의 몰살은 예정된 소산이었다.

김재민은 미세한 윤곽을 더 잘 캐치하기 위해 눈을 찌푸린 채로 보호색 입은 시체를 하나씩 세었다.

“삼백여든 하나, 삼백여든둘… 음?”

마지막 시체를  김재민이 의문을 표했다. 시체는 삼백여든둘, 처음에 셌던 수는 삼백여든셋. 하나가 모자랐다.

“보스에 정신 팔린 사이 한 마리가 도망친 건가.”

김재민이 성검으로 부하를 몰살하자 겁먹은 보스는  시간 동안 도망치기만 했는데, 그사이 살아있던 잡몹 하나가 게이트 밖으로 도망친 모양이었다.
게이트를 빠져나간 비행형 몬스터로 인해 민간인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김재민은 태연했다.

“고작 한 마리인데 괜찮겠지.”

김재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만일을 대비해 게이트 밖엔 군대가 빼곡히 포진하고 있었고, 게이트 내부의 모든 악마를 처치할 수는 없어도 탈출한 악마  마리쯤이야 충분히 요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재민은 악마의 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백 년간 악마를 학살한 그가 끔찍히 강한 것이지, S급 게이트에 나오는 잡몹이 결코 약한 것이 아니었다. 백 년간의 외로운 사냥이 그를 무딘 사내로 만들었다. 약간 상식이 결여되고, 어머니에게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이는.

김재민은 가벼운 마음으로 바위산을 내려갔다. 자신이 너무나 쉽게 간파한 스텔스 능력이 군 레이더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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