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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화 〉61화 – 스카이스크래퍼 (3) (61/72)



〈 61화 〉61화 – 스카이스크래퍼 (3)


“헉, 헉. 눈에 띄지 않을 만한 곳이….”

아무도 없는 심야의 센트럴 파크에서 신재혁은 몸을 피할 장소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트인 공터와 듬성듬성 서 있는 나무 사이에 숨기 적합한 장소가 있을 리 만무했다.

‘젠장, 숨을 곳이 없잖아. 그렇다고 도시로 피할 수도 없고….’

시내 안쪽, 빌딩의 숲 사이로 도망치는 경우도 고려해봤으나 추격자가 쫓아온다면 폭이 좁은 도로보다는 넓은 공원에서 싸우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되었다. 더구나 추격자가 스카이스크래퍼라면 지리에 해박한 뉴욕 토박이를 떨쳐낼 수도 없으리라.

“답은 하나 뿐이다. 누가 오든 여기서 쓰러뜨리고 내일 아침 비행기로 곧바로 뉴욕을 빠져나간다….”

그것이 신재혁이 떠올릴 수 있는 최선의 수였다. 결심한 신재혁이 창을 굳게 쥐었다.
의뢰도 완수했겠다, 굳이 뉴욕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다. 미스터 B에게 긴급 연락을 넣으면 내일 아침엔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뉴욕에서 깔끔하게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최대의 난관은 지금 이 순간이었다. 당장 닥쳐올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

쿵, 쿠웅, 쿠우웅-!

때마침 멀리서부터 폭음이 울렸다. 폭음은 주기적으로 들려오고 있었으며, 점점 크기가 커졌다. 신재혁은 소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발소리.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했다.

“...온다!”

습격의 전조를 인식한 신재혁이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키며 마나와 신성력을 함께 끌어올렸다.

‘누구냐..! 곽태우? 스카이스크래퍼?’

신재혁이 초조하게 침을 삼켰다.

콰아앙-!!

멀리서 여태까지 들었던  중 가장 커다란 폭음이 한 번 울리더니, 이내 진동이 멎었다.

‘멈췄어..?’

간헐적으로 발생하던 소리가 잠잠해지자 신재혁이 순간 의아해했다. 상대가 전력 질주 중에 정지한 것인가?

‘아니, 그게 아니다.  소리는-!’

신재혁이 고개를 퍼뜩 치켜들었다.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는 너머에서 거대한 기운이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신재혁은 일전의 소리가 무슨 의미였는지 눈치챘다.

‘도움닫기..! 이 정도 도약력이면, 상대는 분명 스카이스크래퍼!’

신재혁은  초인 간 전투의 승자를 짐작할 수 있었다. 스카이스크래퍼가 곽태우를 쓰러뜨린 것이 틀림없었다.

자기를 습격한 범인이 패배했다는 희소식에도 신재혁의 얼굴은 밝아지지 못했다. 순간이동에 가까운 이동력. 끔찍이도 강력한 2 미터 50 센치의 거인이 보여준 신기를 신재혁은 기억하고 있었다.


“WOORAAAAAAA-!!!”

신재혁이 감지한 대로 습격은 위로부터 왔다. 나뭇잎을 뚫고 거인이 떨어졌다.

쿠아아아아아앙-!!!

신재혁은 몸을 뒤틀며 공격을 회피했다. 곽태우와 달리 신재혁은 명백히 S급 이상의 경지였기에 섬광 같은 움직임을 포착해 피할 수 있었다. 물론 피하는 것과 맞상대하는 것은 다른문제였지만.

첫 공격이 무산되자마자 곧이어 다음 공격이 날아왔다. 신재혁이 외쳤다.

“지키소서!”

부지불식간에 전개된 천상의 보호막이 대검을 튕겨냈다. 하지만 막대한 충격력은 남아있어 보호막째로 신재혁이뒤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것은 신재혁이 의도한 것이기도 했다. 계획대로 스카이스크래퍼에게서 거리를 벌리는 가운데 신재혁이 이어서 영창했다.

“내 손에!”

서른여섯 발의 번개가 공기를 파지직 태우며 쏘아졌다.

‘-!’

스카이스크래퍼가 공격이 너무나 쉽게 막혔음에 당황하는 차에 번개가 날아왔다. 반응이 늦었음에도 스카이스크래퍼의 대응은 지독히 빨랐다. 채찍보다 날카롭고 정확한 검격이 공격을 튕겨내기 위해 움직였다.

“WOOOAAAAAAH!!!”

동시나 다름없는 열두 번의 칼질이 번개 무리를 모조리 쳐냈다. 데스웜의 척추뼈로 만든 검은 강력한 마력을 품고 있었고, 그렇기에 형체 없는 번개를 패링하는 것이 가능했다.

“크으윽..!”

직격타는 면했으나 스카이스크래퍼라도 대검을 타고 흐르는 고압 전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뇌기가 근육에잔류하면서 움직임을 불편케 했다. 마비에 걸린 거인의 공격은 한층 대응하기 쉬웠다.

‘좋아! 이거지! 그놈의 곽태우가 이상한 거고. 이게 정상이지!’

곽태우와 달리 뇌창이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 신재혁이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안도한 한편 쉴새 없이 신성력을 운용하며 뇌창을 연거푸 쏘았다.

‘나를 이리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이를 하루에  명씩이나..!’

스카이스크래퍼는 여러 생각에 머리가 복잡한 상태였다. 찰나에 수많은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번개가 스킬인 줄 알았는데 보호막은 뭐지? 게다가 상대에게선 B급 각성자 정도의 마나만 탐지되는데, 어째서 보호막에서 신성력이 느껴지는 거지? 마나와 신성력을 둘  쓸 수 있는 건가?

물론 생각을 이어갈 수는 없었다. 당장 눈앞에 번개가 날아오고 있었으니. 목전까지 이른 위기에 직면하느라 의문은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스카이스크래퍼는 몸이 마비될수록 더 많은 번개를 맞을 수밖에 없음을 알았다. 이대로 가면 전기가 육체에 계속 축적되어 꼼짝도 못 하게 된다. 최악의 사태는 피해야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 상대도 지근거리에서 함부로 번개를 날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 판단한 스카이스크래퍼가 옆의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뽑았다. 몇바퀴 회전하며 나무를 붕붕 휘두르더니, 회전하는 속도 그대로 신재혁에게 집어 던졌다.

아무리 가벼운 견제로 던진 것이라도 던진 이가 S급 강체술사인 이상 그것은 전혀 가볍게 받아넘길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신재혁이 영창을 잠시 멈추고 날아오는 나무를 걷어내기 위해 창대를 저었다. 시야를 가린 장애물을 걷어냈을 때, 신재혁은 비로소 장애물 뒤에 숨어서 달려오던 거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발!”

사각에서 불쑥 튀어나온 거인은 악몽과 같았다. 은밀하게 감추었던 기세가 신재혁을 압박하기 위해 뿜어졌고, 살기와 함께 방출된 급류 같은 마나가 전자기파를 교란하여 가로등이 깜빡거렸다. 공원이 어두워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하며 명멸하는 가운데 신재혁이 시야를 확보하고자 외쳤다.

“빛이여-!”

신성력으로 강화한 창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지며 상대의 모습을 밝혔다. 야차 모양 탈과 선명한 근육질 육체에 뚜렷한 음각이 새겨지며 더욱 무시무시하게 느껴졌다. 어깨 근육이 폭발적으로 꿈틀거렸다.

공격의 전조를 목격하곤 신재혁도 창을 움직였다. 느려졌다지만 여전히 총알만큼 빠른 움직임에 대응하려면 우선 움직여야 한다. 생각은 나중이었다….

몇  사이,  없는 공세가 교차했다. 신성의 열기로 타오르는 창끝이 대검을 튕기고 비틀었다. 신성 어린 창날이 악마 사체로 이루어진 검을 마모시키자 칼날에서 듬성듬성 이가 빠졌다. 초인의 공격이 격돌할 때마다 대기가 터지며 굉음이 울렸다.

고막이 찢어졌다 회복되고, 다시 찢어졌다. 귓가에 피가 흐르는 신재혁은 합을 나누면서도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느꼈다. 출력을 최고한도까지 끌어올린 신체 강화가 스카이스크래퍼와의  대결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격돌마다 마력이 썰물 빠지듯 사라지고 있어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팔을 움직이는 와중에 신재혁이 생각했다.

근력은 비슷하지만, 내구도마저 스카이스크래퍼의 수준은 아니다. 한 방만 맞아도 위험하다면 한 방도 맞아선  된다. 그러나 잇따른 연격을 모두 패링하기는 마력이 부족하다. 연쇄를 끊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쳐내는 건 차라리 상대의 팔이어야 한다. 그리고 창은 검보다 리치가 긴바, 상대의 팔을 건드릴 수 있다.

거인이 횡으로 대검을 휘둘렀다. 눈을 부릅뜬 신재혁이  움직임을 관찰하는 동시에 창을 움직였다. 본능과 계산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경로를 이끌어 냈다. 대검의 궤적을 피해 교묘하게 안쪽으로 파고든 창끝이 스카이스크래퍼의 손목을 지긋이 내리눌렀다. 달인의 창놀림은 몹시 오묘해서, 힘줄을 눌린 손이 손에서 무기를 놓칠 지경이었다….

“검이-!”

공격이 무산으로 돌아갈 뿐 아니라 무기마저 놓친 스카이스크래퍼는 대경실색했고,그 틈에 신재혁은 곧바로 읊조렸다.

“광휘여-!”

신성한 충격파가 몸에서 터져 나왔다. 악마에게 큰 효력을 가지는 신성 주문은 데스웜의 뼈로 만든 대검을 튕겨내다 못해 녹이고 부식시켰다. 안 그래도 신성력을 머금은 무기와의 격돌에 약화될 대로 약화된 차였다. 스카이스크래퍼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대검이 볼품없이 절반으로 뚝 부러지며 저 멀리 날아갔다. 고물 덩이가 된 검을 주워 다시 사용하기는 요원해 보였다.

“그렇지!”
‘이럴 수가…. 내가, 진다고?’

예상보다 큰 성과에 신재혁이 기뻐하는 한편, 헨리 클라크는 망연자실했다. 상대를 이기기는커녕 건드리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무기마저 잃다니. S급이 된 이후로는 처음 느끼는 완연한 패색.

신재혁은 창 놀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곧장 얼굴을 노렸다. 죽이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일곱밖에 없는 S급을 죽이면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다.

‘시야만 봉인한다!’

그리하여 창끝은 스카이스크래퍼의 눈을 찔러 갔다. 정확히 눈만 찔러 시야를 봉인하면 도망치기 수월할 것이다….

창술에 문외한인 스카이스크래퍼로서는 이해할  없는 기이한 각도로  내질러진 창날은 정확히 야차탈의 눈구멍에 안착했다.

“크악-!”

아무리 몸이 단단하더라도 눈은 인체에서 가장 약한 부위인 법이다. 야차탈을 부수며 눈을 찌른 창은 뇌에 손상 없이 정확히 안구만을 손상입힌 후 빠져나왔다. 피가 철철 흐르는 눈구덩을 부여잡으며 스카이스크래퍼가 몸을 내뺐다.

“허, 허억..!”

그는 이제 극히 초조하다 못해 공포심마저 느꼈다. 각성자를 상대하면서 자신이 이렇게까지 몰린 적이 있었던가? 떠올릴 수 없었다.

투구만 걸친 우스꽝스러운 모양새에서 천지를 누르는 압박감을 느꼈다. 스카이스크래퍼는 이런 느낌을몇 번 받지 못했더랬다. S급 보스를 상대할 때나 느껴본 압박감….

“Shiiiiiiit!”

위기감은 움직임이 본능에 따르도록 만들었다. 신재혁은 상대가 이 정도 상처로 물러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스카이스크래퍼는 광폭화해 달려들었다. 광폭한 움직임에서는 규칙이 사라졌으며, 규칙이 없다는 말은 예측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성이 날아간 광전사의 논리답게 스카이스크래퍼의 움직임은 의식의 흐름을 따랐다. 손에 무기가 없다.무기를 잃었으면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 스카이스크래퍼는 나무를 양손에 뽑아들어 몽둥이처럼 내저어댔다. 신재혁도 맞서 창을 힘껏 질렀다.

신재혁이 생각했다. 상황은 더없이 유리하다. 신체 능력은 호각이나 기교와 무기에 있어서 신재혁이 상대보다 월등히 유리했다. 상대는 고작 몇 년 전에 검을  반면 신재혁은 거의 평생 창을 단련해왔다. 기량 차는 누가 봐도 명백했다.

무기에 있어서도 신재혁의 우위는 변함이 없었다. 신재혁이  것은 마계철석으로 장인이 만든 창이었고, 스카이스크래퍼가 든 것은 단지 흔하디 흔한 나무일 뿐이었다. 당연히 충돌마다 부서지고 잘려나가는 쪽은 나무였다.

‘좋아! 이대로 공세를 유지하기만 하면..!’

승리의 가능성을 엿본 신재혁은 희망에  상대를 힘껏 몰아쳤다. 스카이스크래퍼는 끈질기게 버텼다. 이곳은 공원이었고, 뽑을  있는 나무는 많았다. 스카이스크래퍼는 무기가 부서질 때마다 계속 새로이 무기를 뽑으며 합을 나눴다.

근방의 나무가 바닥날 때마다 거인은 뒤로, 나무가 있는 곳까지 물러나며 새로운 무기를 쥐어 들었다. 신재혁이 가까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듯 종종 원거리에서 나무를 날려댔는데, 견제랍시고 날리는 나무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약화된 상태라고는 믿을 수 없이 섬뜩한 공격에 신재혁이 식은땀을 흘렸다.

“-!!”

가까스로 신재혁이 공격을 피하며 거인에게 접근하는 가운데, 돌연 스카이스크래퍼가 땅을 내리찍었다. 과격한 나무 뽑기로 지반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였다. 굉음과 함께 지반이 거미줄처럼 쫙 갈라지며 엄청난먼지구름이 분사됐다. 투구 속으로  들어온 갑작스런 먼지에 신재혁이 기침했다.

“쿨럭쿨럭! 젠장, 앞이-”
‘지금이다!’

연막 속에서 스카이스크래퍼가 돌진했다. 마지막 기회다. 감전 상태의 몸은 점점 느려지고 있었고,  물러설 곳도 마땅치 않았다. 지금 놈을 잡아 쓰러뜨려야 한다. 어떻게 확실하게 쓰러뜨리지?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아야 한다.

거인이 팔을 좌우로 크게 벌린 채로 달렸다. 흙먼지 안개를 뚫고 신재혁 앞에 당도했을 때, 스카이스크래퍼는  팔로 와락 안으며 신재혁을 붙잡으려 했다.

‘위험!’

신재혁은 짙은 흙먼지 속에서 튀어나온 기척을 느끼곤 화들짝 놀라며 몸을 뒤로 박찼다. 그러나 2.5 미터의 거인은 팔마저 지나치게 길었기에 신재혁의 거리 감각에 혼란을 일으켰다. 가뜩이나 투구 속에 자욱한 먼지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피한다고 피하려 했으나 결국 필사적으로 뻗은 거인의 손가락 끝이 신재혁의 옷자락에 걸리고 말았다.

“잡았다-!”

스카이스크래퍼가 손끝의 감각을 느끼고는 팔을 위로 힘껏 부웅 휘둘렀다. 신재혁이 ‘아차’하는 사이 그의 몸은 이미 갈고리에 걸린 물고기처럼  끌려 하늘에 던져진 후였다.

‘어, 어엇-’

암막 속의 시야에서 신재혁은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서늘한 밤바람이 옷 속을 헤집었다. 급격한 가속도와 부양감을 느끼며 신재혁은 비로소 자신이 하늘로 날려졌음을 알아챘다.

눈이 보이지 않았기에 신재혁은 기감으로 스카이스크래퍼의 위치를 탐색했다. 떨어지는 야구공을 기다리는 야구선수처럼 스카이스크래퍼가땅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확실한 마무리 일격을 가하고자 주먹을 꽉 쥔 상태였는데,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주먹질  번으로 하늘을 부수려는 마냥 파천황과 같은 기세가 앙다문 주먹으로 모여들었다.

‘시발, 진짜 죽이려는 건가?’

신재혁이 공중에서 팔다리를 허우적거렸다. 그러나 그의 몸은 저항할 틈도 없이 중력의 영향에 따라 낙하하기 시작했다. 스카이스크래퍼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이대로는 위험..!’

***

“위험하군.”

4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둘이 싸움을 지켜보던 미스터 B가 중얼거렸다.

“젠장. 뉴욕에 김재민이 있는 줄 알았으면 한국에서 곽태우와 신재혁이 치고박는 한이 있더라도 신재혁을 이곳으로 보내지 않았을 텐데.”

큰 실책이었다. 요새 일이 너무 바빠 김재민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했더니, 우연히 김재민과 신재혁의 위치가 겹칠 줄이야. 미스터 B가 초조하게 의자 팔걸이를 두드렸다.

미스터 B에게 김재민은 상당히 껄끄러운 상대였다. 둘은 예전에 만나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좋지 않은 이유로. 지금 김재민이 자신을 봤다간 전력으로 덤벼올 게 분명했다. 그것은 결코 미스터 B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김재민의 기감은 지나치게 예민하다. 내가 끼어들면 곧바로 눈치채겠지.’

조금이라도 힘을 드러냈다간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김재민이 자신의 존재를 눈치챌 거 같아서 최대한 힘을 감추는 마당이었다. 그래서 곽태우가 신재혁을 습격했을 때도 미스터 B는 개입하지 못하고 손가락만 빨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곽태우와 신재혁의 추격전에선 딱히 위기다운 위기는 연출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정말로 위기 상황이었다. 스카이스크래퍼가 신재혁을 신변을 확보하기 일보직전이었으니. 이번만큼은 반드시 개입해야 했다.

“쯧….  번 정도는 괜찮겠지.”

그가 먼 곳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


신재혁은 좆됐음을 직감했다.

‘이대로 떨어지면 뒤진다..!’

밑에서 절호의 기회를 붙잡은 거인이 온몸의 근육을 수축시키며 최후의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세가 어찌나 강력한지 대기의 마나가 그의 의지에 동조해 스스로 몸을 떨고 꽉  주먹 주위로 돌풍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젠장, 앞이 안 보이니 피할 수도 없고! 아리아를 읊기엔 이미 늦었나-?’
“WHRAAAAAAAAH-!”

전력을 끌어모은 스카이스크래퍼가 추락하는 신재혁을 조준하고 팔을 뻗었다.

이변이 일어난 것은 그때였다.

신재혁과 스카이스크래퍼 사이, 빈 허공에 갑작스레 검은 점이 피어났다. 칠흑보다 새까만 점.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스카이스크래퍼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저것을 모를 리가 없다.

“뭐-?”

순식간에 확장된 검은 구체가 떨어지는 신재혁의 몸을 집어삼켰다. 눈이 보이지 않는 신재혁은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구체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신재혁의 몸이 떨어져야 했을 자리를 목표물 잃은 주먹이 헛되이 때렸다.

그러나 스카이스크래퍼는 그에 실망할 틈도 없었다. 거인의 안면에 충격이 번지며 거구가 역동적인 모습그대로 얼어붙었다. 스카이스크래퍼가 멍하니 중얼댔다.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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