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도달한 비극의 끝에서 (1/194)



〈 1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도달한 비극의 끝에서

그건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기회였다. 이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에 모든 것을 잃어버렸던 우리(내)가 그 기적 끝에 잡아낼 수 있었던 천금과도 같은 기회.

그렇기에 보여주고 싶었다. 너희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지렁이라고 해도 밟히면 꿈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나)의 희생으로, 강요된 희생으로 쌓아올린 거짓된 평화에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 저 빌어 처먹을 국민이라는 새끼들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아닌, 나라는 존재가 여기에, 이 나라에, 이 세상에 있었다는 사실을 그 누구라도 알 수 있도록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우리(나)는 결의했다. 하자고. 지옥에서 빠져나와도 지옥이라면, 그래, 어딜 가도 지옥이라면 나를 재물로 이 지옥 자체를 끝장내주겠다고.

그 결의를 안고 자기 자신을 탄환으로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깨부쉈다. 나아갔다. 돌파했다. ……그리고 도달했다.

그래, 모든 것을 바쳐서. 지키고 싶었던 동생(나)마저 희생시키면서 이루어냈다.

어떻게 해도 구원받지 못한다면, 차라리 구원해주지 않는 이 지옥을 나와 동생(나)을 제물로 바쳐서 우리(나)들이 끝장내 주겠다는 생각으로 시도하여 성공했다.

캬하하하! 꼴좋구나! 너희들이 벌레라고 생각했던 존재 때문에 초가삼간 전부 태워 먹은 꼴이 아주 기똥차게 기분 좋아!

미안하자 동생(나)놈아! 자유를 주겠다고는 했는데, 아무래도 이 지옥(세상)에서는 자유를 찾는 게 무리인 것 같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전부 끌고 가자고! 우리들이 갈 지옥으로 말이지!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끌고 가자고!

그렇게 생각해서 일을 저지른 뒤, 눈을 감았다. 그 자리에서 직감했다. 우리(나)의 이야기는 이렇게 비극으로 끝날 거라고.

빛 한 점 없는 밑바닥 지옥에서 시작해 결국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말이다. 그렇게 직감했고, 실제로 그렇게 끝났다. 그런데…….

……눈앞에 나타난 이 천사(악귀)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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