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쏴!!!!”
투두두두두두두두!!!!!!
맹수와 같은 기세로 자신들을 향해 내달리는 소년의 모습에 간신히 손가락이 멀쩡한 반 수의 남자들이 그에게 다시 총구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소년의 방해가 없었기에 그대로 탄피를 휘날리며 총탄이 소나기처럼 쏘아져 날아갔다. 허나…….
타타타타타타타탁!!
“맞질 않습니다! 맞질 않아요! 뭐야 저 괴물?! 어떻게 이런 탄막의 속을 내달릴 수 있는 건데?!”
“제길! 타임 룰러에 대한 보고서는 읽어봤을 거 아니야?! 상대는 우리랑 같은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고! 고작 총이 안 맞은 걸로 당황하지 말라고! 지금은 틈 없이 탄막을 형성하는 것에 집중해!!”
왼쪽으로 일보 내달리다가 노렸던 것처럼 발목을 틀어서 오른쪽으로 몸을 기울이는데, 그 상태에서 머리를 옆으로 숙이는 것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앞으로 나아갔다.
소년이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소년의 머리카락 옆으로 총탄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나, 이 소리 역시 이미 익숙하다 못해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본 소리. 오히려 자신의 판단이 맞았다는 합격 종과 같은 소리로 치부하며 소년은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총탄이 빗발치는 소리만 들려오는 것이 아니었다. 두근, 두근 하는 심장 소리가 멀어졌다가 가까워진다.
똑딱, 똑딱거리는 체내의 시계가 늘어졌다가 당겨졌다 변한다. 한 걸음마다 그의 시야의 시간이 한없이 느려졌고, 다시 빨라졌다.
타임 룰러라는 코드 명을 지닌 소년은 이 코드명답게 시간을 조작하여 자신에게 쏘아지는 탄환의 모든 궤적을 읽어내고 있었다.
아니,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년은 만들어진 인간 병기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사람이 병기를 압도하기 위해서, 사람이 전차와 같은 병기를 꿰뚫은 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위해서 만들어진 ‘인간병기’였다.
그렇기에 총탄을 상대하는 방법은 잘 알고 있었다. 본래라면 총탄을 보려고 하면 안 되었다.
총을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총구가 아닌 쏘려는 상대를 보는 것. 상대의 손가락을, 어깨 방향을, 시선을 보고 탄환의 궤적을 읽고 쏠 타이밍을 계산하여 쏘았을 때는 이미 그 자리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
그것이 탄환을 상대할 때의 가장 기초적인 요점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상대의 시선을 유도하고, 사격을 유도하여 가볍게 피해내는 기법까지 적용한다.
상대는 소년의 사용하는 무술을 건카타라는, 총을 든 자가 총을 든 자를 상대하기 위한 가상의 무술로 정의내리고 있었지만 그런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과학적인 이론을 망라하고 각종 무술을 배웠다. 거기에 소년이, 소년이 되게 만든 그 계기가 되는 특수 능력까지 합쳐짐으로써 총탄 속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적들이 건카타, 라 부르는 가상의 무술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겉멋이 잔뜩 든 이름이 아닌데 말이야. 이건! 좀 더 심플하면서도 기억에 딱 남는 이름이라고……!’
광기가 깃든, 사나운 미소를 지으며 총탄의 세례를 꿰뚫은 소년이 어느새 어썰트 라이플을 통해서 탄막을 형성하던 한 남자의 눈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으득! 괴물 자식!!”
“그 괴물을 만든 건 다름 아닌 너희라고! 너희! 그러니 이런 꼴 나기 싫었으면 만든 뒤에 잘 좀 간수하지 그랬어?! 캬하하! 도구는 도구일 뿐이라는, 만약을 대비하지 않는 너희들의 그 자만심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온 거라고! 그럼!”
총구를 자신의 머리를 향하려는 행동에 소년이 남은 한쪽 손으로 들고 있던 권총을 상태가 든 어썰트 라이플의 총구의 옆에 가져다가 대었다. 그리고…….
탕!!
“크윽?! 초, 총탄은 다 섰을 텐데?! 언제?! 설마?!”
“너희들은 밟은 수 없는 시간 안에서 말이지! 이미 장전은 끝난 상태였다고!”
총탄은 위력적이었다. 방탄조끼와 같이 총탄을 막아낼 수 있는 최첨단 방어구가 등장하고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총이라는 무기는 강했다.
방탄조끼라고 해도 입은 상태에서 총에 맞으면 내장이 곤죽이 되고 뼈가 부러질 정도의 데미지를 입었다.
방탄조끼는 어디까지나 탄환이 관통하는 것을 막는 것이지 총탄의 힘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맞으면 갈비뼈가 나가는 것이 기본인 만큼 그 작은 납덩어리에 얼마나 강력한 에너지가 깃든 것인지는 어린애라도 알 수 있으리라.
그런 상황에서 권총을 그대로 제로 거리에서 발사하여 어썰트 라이플을 쏜 것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단련된 무장집단의 일원이라고 해도 총을 놓치지 않은 쪽이 이상했다.
“일단 한 명은 끝내고!”
상대가 총을 놓침과 동시에 소년이 남자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서는 어느새 옆구리에 달린 홀스터에 권총을 넣은 소년이 한쪽 손으로 남자의 턱을 올려치는 것이었다.
퍽!
“퀘?!”
“최첨단 방탄 슈트라고 해도 탄환은 몰라도 내가중수는 못 견디나 보네. 총보다 주먹이 위험하다니 첨단 슈트가 울겠네!”
내가중수, 라고 해도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충격을 방해물이 매개로 관통하여 전달할 뿐인 수법.
하지만 오히려 이와 같은 수법이 탄환을 막아내는 것은 물론 충격까지 흡수할 수 있는 방탄 슈트에게 유효하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제길?! 뭐하고 있는 거냐?! 쏴!”
“하, 하지만 저 자식 아군을 방패로……!”
“같이 쏴버리라고! 상대가 타임룰러면 우리도 언제 당할지 알 수 없단 말이다!!”
“제기랄!!!”
순식간에 맨주먹으로 총을 들고 있던 건장한 남자 한 명을 쓰러트리고 그 남자의 그림자에 숨은 소년을 향해 남자들이 다시 총구를 들이밀려고 하였다. 허나…….
탕! 탕! 탕! 탕!!
“크악! 소, 손가락이?!”
또 다시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정확하게 그들의 손가락을 꿰뚫어 버리는 탄환의 앞에서 남은 인원이 총도 쏴보지 못하고 그대로 들고 있던 어썰트 라이플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의 상황에 하나의 무장집단이 제압당하는 그 광경에 그 모습을 만들어낸 당사자인 소년이 키득키득 웃으며 입을 열었다.
“킥킥! 그 살만 뒤룩뒤룩 찐 돼지 새끼들도 급하기는 급했나 봐? 일단 여기 중요시설인데 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즉각 폭격을 날리질 않나, 나에 대해서 제대로 된 대처도 안 되어 있는 녀석들을 투입하지 않나. 들어보니까 너희들은 어디까지나 선발대고 본대는 아직 도착을 하지 못한 모양인데 말이야.”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소년이 자신의 기절시킨 남자의 머리를 한 번 퍽! 하고 발로 찾다. 그러자 기절해 있던 남자의 머리에 씌워져 있던 방탄 헬멧이 벗겨져 날아가 버렸다.
대충 방탄 헬멧의 구조를 확인한 소년이 일부러 노리고 발로 차는 것으로 벗겨진 헬멧. 그리고 그렇게 헬멧을 벗겨버린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오히려 미소를 짓는 얼굴로 상대를 무참히 짓밟기 시작하였다.
퍽! 퍽! 퍽! 퍽! 퍽! 퍽!!!
“너, 너?! 무슨 짓이냐?! 당장 그만둬!!”
“흐음, 역시 몇 번이나 실패했지만 소설이나 영화처럼 발로 짓밟는 걸로 사람의 머리통을 박살 내는 건 힘든 일이야. 봐봐, 벌써 10번은 짓밟은 것 같은데 간신히 두개골을 으깼다는 느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남자들의 동료들이 손가락이 날아간 고통에 신음소리를 내다가 기겁을 하며 소년에게 소리쳤다.
허나, 오히려 소년은 발아래에서 밟을 때마다 으득으득 으깨지는 뼈가 맞물리는 소리를 감미롭다는 것처럼 감당하다가 자비도 없이 다시 한 번 발을 내리찍었다.
푸직!!
여러 번 짓밟는 것으로 이미 두개골이 으깨진 상태였던 남자의 머리는 마지막의 소년의 발 구름에 버티지 못하고 뇌가 뭉개지며 머리가 터져나갔다.
“음, 내 수준의 각력으로 꼴통을 깨려면 못해도 20번 이상은 밟을 필요가 있다는 소리인가? 이것 참 유쾌한 발견이군!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이 쓰레기 자식이……! 인간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자신의 발아래에서 으그러져 흰색 뇌수를 흘리며 짓뭉개지는 뇌를 북북 발로 바닥에 긁어내며 신기하다는 것처럼 중얼거리는 소년에게 한 남자가 소리치다 소년이 또 다시 광소를 터트렸다.
“캬하! 캬하하하하하하하!!! 그거 너희들이 말하기야?! 날 웃겨 죽일 생각?! 먼저 인간을 인간이 아니게 대한 건 너희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개소리를……, 테러리스트가……!”
“아, 그렇구나. 역시 너희들은 선발대에 불과했어. 나에 대해서도,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버림 말. 하긴, 그 돼지들이 내가 왜 이런 장소에 왔다는 걸 알자마자 어째 폭격부터 쏟아내더라, 내가 여기에 올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던 모양이야. 그래서 급해지니까 시간이라도 끌려고 폭격을 쏟아 붓고 오합지졸인 너희들을 보내서 시간이라고 끌려고 한 거겠지. 파트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버, 버림 말……. 우리처럼?
“워, 워. 파트너. 아무리 파트너라고 해도 이 녀석들이 불쌍하다고 말해도 살려줄 생각 없으니깐 말이야? 애초에 말했잖아. 이 녀석들은 시간을 끌기 위한 버림 말. 괜히 살려줬다가 시간을 끌면 안 된다는 거지. 그러니 깔끔하게 도륙하자고, 말살하자고, 참살하자고! 괜찮지? 응?”
-……미안해.
자신의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당장에라도 끊어질 것 같은 가느다란 사과의 목소리에 소년이 크하하! 하고 폭소를 토해내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아니. 파트너가 사과할 필요가 없지. 파트너가 이 녀석들을 동정하는 건 당연한 거야. 오히려 내 쪽이 이상한 거지. 암 그렇고말고. 오히려 파트너는 그렇게 정상적으로 있어주는 거야말로 내 바람이야. 난 그를 위해서 존재하는걸?”
자신의 발아래 터져나간 뇌를 자근자근 짓밟으며 홀로 중얼거리는 소년의 모습에 손가락이 날아간 청년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두려움에 떨었다.
어떻게 봐도 눈앞의 소년은 정상이 아니었다. 저게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특급 지명수배범. 단독으로 움직이는 재앙이라 불리는 테러리스트. 타임 룰러라는 이의 광기란 말인가?
“제기랄!!!!! 죽어!!!!!!!!!”
그 광경에 두려움에 떨다 못해 더 이상 참지 못한 한 남자가 양손잡이였던 것인지 멀쩡한 왼쪽 손으로 방아쇠를 당기며 소년에게 사격을 계시하려고 하였다. 허나…….
탕!!
“크악!!”
사내가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히 홀스터에 끼워져 있던 소년의 권총이 그에게 조준되어 탄환을 토해내는 것으로 그나마 멀쩡했던 다른 한쪽의 손가락도 날아가 버렸다.
“정말이지…….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죽여줄 거란 말이야. 나의, 우리의, 내 ‘동생’을 위한 원대한 계획을 방해하지 말라고 잡졸.”
그리고서는 방금 전까지의 광소가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싸늘하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왼쪽 손가락도 잃어버리는 것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서는 남자가 놓쳐버린 어썰트 라이프을 그대로 들더니 이리저리 흔들어보다가 한쪽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남자의 머리를 향해 겨냥했다.
“그, 그만…….”
“자, 그럼 너부터 시작해서 빠르게 처형을 하고 여길 빠져나갈까? 목표까지 얼마 안 남았어. 괜히 이런 장소에서 시간을 끌다가 실패해버리면 ‘우리’의 인생이 너무 허무해져 버리잖아? 그러니까 이왕이면 인류를 끌고 가자고. 인류를.”
그 말과 함께 사늘한 미소를 지은 소년이 들고 있던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긴다. 총은 반동이 심하다.
본래라면 이렇게 한손으로 쏘는 일 따위 가능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소년은 무수한 해부를 경험하고 각종 약을 통해 인체 개조를 실행했으며, 또한 수십 가지가 넘는 현대의 무술을 두루 섭렵한 병기.
권총 정도는 한 손으로도 충분히 사격할 수 있고, 어썰트 라이플이라고 해도 정밀 사격은 무리라도 사격하는 것 자체만은 가능했다.
또 이렇게 머리에 바짝 총구를 들이민 상태에서는 정밀사격이고 뭐고 필요할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소년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총구를 당겼다.
아니, 그냥 당긴 것도 아니었다. 당긴 상태에서 놓지 않고, 장전되어 있는 탄창이 전부 빌 때까지 탄환을 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