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6/194)



〈 6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즉, 다시 말해서 Z바이러스가 퍼져 나가면 인류가 살아가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물’이라는 요소가 감염되어 버린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물은 증발하고 구름이 되었다가 비로 내리는 등, 순환을 걸치기에 전 세계의 물이 감염되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좀비가 된 인간의 피가 한 방울이라고 물에 섞이면 일정 범위의 물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정화하기까지 마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걸 모르고 물을 마신다? 여기 좀비 한 명 추가요! 라는 상황이 펼쳐지는 게 당연했다. 단순히 하수도에 흘려버리는 것만으로도 그대로 하나의 마을이 좀비가 되어버리는 위험한 바이러스.

그걸 서울이라는 대국민이 살아가는 도시 각종 공간에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 시설에 부려버렸으니…….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서울의 시민 중 30% 이상이 좀비가 되어 있지 않을까?

1천만 이상의 국민 중 3백만에 해당하는 숫자가 좀비가 된다. 단순히 수십 명에서 시작하는 것과 3백만에서 시작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심지어 이 좀비 바이러스,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감염된다. 그렇게 될 경우 상상이 가는가?

시뮬레이션에서는 한국이 고작 일주일 만에 좀비에 점령되고, 반년이라는 시간 후면 세계가 좀비에게 집어삼켜 진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만약 바이러스를 채취할 수 있었던,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에 떨어진 운석이 사막 한가운데가 아니라 상수도 시설에 떨어졌다면?

그날로 인류 멸망이 시작될 정도로 위험한 바이러스. 그게 Z바이러스였다. 그리고 소년은 그 바이러스로 세계를 멸망시킬 생각으로 각종 정보를 모아온 이.

그렇기에 잘 알고 있었다. 이걸로 세계는 끝장났다는 사실을. 그러니 만족한다.

자신들을, 공선자라는 인물의 모든 것을 빼앗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으로 만든 돼지(대한민국) 새끼들에게 복수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우리는 이걸로 보여준 거야. 너희들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놈이, 지나가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밟아서 죽여도 밟아 죽인지조차 알 수 없는 개미 같았던 녀석이, 너희들의 그 잘난 세계를 부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거라고!’

-이게……, 형이 말했던 경고야?

‘그래, 경고야. 자신들을 갑이라고 생각하고 만만한 상대를 을이라고 생각하는 존재들에게 하는 경고. 인간에게 인간만큼 위험한 존재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경고! 너희들의 옆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당장 화풀이로 때려도 돈으로 무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시민으로밖에 안 보이는 이가 사실을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는 괴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경고!’

그래, 이건 경고였다. 자신과 같은, 고작 초능력이라는 특이한 능력밖에 없는 존재라고 해도 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이런 위태로운 세계 따위 멸망시킬 수 있다는 경고 말이다.

그러니 알아서 조심하라고, 소리치는 경고.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존재가 이 세계를 붕괴시킬 수도 있는 괴물일지 모르니까 알아서 사리라는 경고.

‘……그러니까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만들어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동생아?’

-……응, 그들이 우리를 납치하지 않았다면, 세뇌하지 않았다면, 도구로 만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그들은 우리들의 미래를 빼앗았다. 그게 당연하기라도 하다는 것처럼 양심의 가책도 없이 빼앗았다.

그렇다면 우리도 빼앗아주마. 너희들의 미래를 자신들에게는 당연하게도 활짝 열려 있다고 생각했던 그 미래를 빼앗아주마!

그 사실만큼은 연약한 ‘동생’역시 동의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아니, 조금의 자비라도 있었다면 이런 일 따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당연하다는 것 마냥 우리들의 미래를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서 빼앗아 갔다. 우리들 ‘소수’를 당연하다는 것처럼 다수(나라)를 위해서 희생시켰다.

그렇다면 보여주마! 너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시킨 소수라는 녀석의 복수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그 위험성을!

다시는 다수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소수를 희생할 수 없도록, 소수 때문에 다수가 멸망하는 광경을 그 두 눈에 똑똑히 새겨 줄 것이다!

‘자, 이것으로 세계의 멸망이 시작되었다. 너희들이 만든 비극에 의해서 우리들이 또 다른 비극을 불러오게 되었지. 크흐흐! 네가, 너희의 가족들이 좀비가 되어 미쳐 날뛰는 광경을 볼 때 너희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거 저세상으로 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오히려 즐거워서 당장 죽을 상황임에도 웃음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다. 너희들이 단체로 저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말이야!

이것으로 우리들의 비극은 비극으로서 끝나며 또 다른 비극을 끌고 나올 것이다.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며 기꺼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로켓 런처들을 향해 팔을 벌리며 죽음을 기다렸다.

……단지,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있던 단 하나의 소망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며.

‘너한테만큼은 자유를 주고 싶었는데 말이야. 파트너.’

-……아니, 난 이걸로 만족해. 응, 그러니까 이만하자. 이만하면 충분하니까. 정말로 고마워. 형.

‘네가 그걸로 만족하면 뭐, 나도 만족하지만 말이야. 그럼 우리도 이만 가보도록 할까. 저승사자께서 마중을 나와 주신 모양이니깐 말이야. 캬하하하!’

끝의 끝까지 놓을 수 없었던 미련을 마음속에 고의 접어 넣으며 진홍빛으로 빛나는 자신들의 죽음을 눈을 감으며 맞이해 주는 하나이자 둘인 존재.

콰과과과과과과과광!!!!!!!!!!!

그렇게 그날, 대한민국에서 특급 지명 수배범으로 지명되어 있는 테러리스트, 코드명 타임 룰러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동시에 서울 곳곳에서 다발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좀비라는 존재에 하루도 지나지 않아서 서울이라는 도시 기능이 마비되었고, 이내 군대가 동원되어 서울을 제대로 봉쇄하기도 전에 서울은 좀비에게 완전히 점령되었다.

그로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기능의 거의 반쯤 마비되다시피 되었고, 그 상태로 퍼져 나가기 시작한 좀비 바이러스는 뭘 어떻게 해볼 시간도 없이 일주일 만에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져나가,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그대로 전멸해 버렸다.

또한 한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한 Z바이러스는 한국을 허겁지겁 봉쇄해버렸다고 해도 잠잠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시뮬레이션보다 빠른 3개월 만에……, 전 세계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빠르게 좀비에 뒤덮여 인류는 멸망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자신들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병기로서 육성해왔던 코드명 타임 룰러라는 이름의 초능력자에 의해서 세계는 황당할 정도로 쉽게 멸망해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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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공선자. 나이 22세. 성별 남자. 태어나면서부터 시안(時眼)이라는 특이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소년.

그게 바로 하나의 세계를 멸망시킨 소년의 이름이었다. 공선자(共善者).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선한 자, 라는 의미의 이름을 지닌 자가 세계를 멸망시키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도 다 있었다.

하지만 그의 사정을 아는 이들이 있다면 누구도 공선자라는 이 소년의 선택에 딴죽을 걸 수 없을 것이다.

그래, 소년은 선한 자가 되라는 기도 끝에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을 가지고도 세계의 멸망이라는, 선택지를 선택한 것이다.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과연 무엇 때문에? 무엇 때문에 소년은 이 세계를 증오하고 증오한 끝에 세계 자체를 멸망시켜버린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일까?

그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소년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소년, 공선자는 태생부터 특이한 존재였다.

……현대에서 초능력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발전된 과학으로조차 그 정체를 해명할 수 없는 특이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는 존재들.

그 태생의 확률은 0.00001% 미만. 중국조차 하나에 100명이 넘지 않는 극히 소수만이 가지고 태어나는 돌연변이에 가까운 존재들이 바로 초능력자라 불리는 존재들이었다.

인구수가 넘쳐나는 중국과 인도에서조차 100명이 넘질 않았다. 한국이라는 자그마한 나라에서 공선자라는 초능력자가 ‘비공식’적으로 정부에게 확인되던 순간.

그 전까지 발견된 대한민국의 초능력자의 숫자는 간신히 5명이 안 될 정도로 극단적으로 적은 숫자라고 말한다면 그 희귀성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공선자는 그와 같은 매우 희귀한, 돌연변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특수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초능력자였다.

지니고 태어난 능력은 눈을 통해서 시간을 보고, 시간이라는 현재 그 일부에 간섭하여 조작할 수 있는 능력.

공선자를 발견한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시안(時眼)이라 명명한 능력이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공성자의 눈은 시간을 본다.

미래를, 과거를 꿰뚫어 볼 수 있으며 동시에 그렇게 들여다본 시간에 간섭하여 조작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공선자의 능력이었다.

크게 나누어서 미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미래시(未來示),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시(過去示), 그리고 자신의 시야에 존재하는 존재의 고유 시간에 간섭하게 만들어주는 고유시(孤遺時)조작으로 나누어졌다.

미래시는 말 그대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이 능력 역시 2가지로 나누어졌는데, 단기간의 미래를 꿰뚫어보는 미래시와 장시간 너머의 미래를 꿰뚫어보는 미래시가 존재했다.

구체적인 설명은 넘어가고, 과거시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과거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든지, 공선자의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무엇인가라면 그 ‘무엇’의 과거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

마지막으로 고유시(孤遺時)조작. 앞서 이야기한 미래시와 과거시를 의미하는 한자가 示(보일 시)자인 것에 비하여 이 고유시조작의 한자에서 ‘시’자가 時(때 시)자인 것은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와 다르게 이쪽은 특수한 계열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본 ‘현재’라는 시기에 존재하는 ‘시간’에 간섭한다. 그 간섭이 가능한 영역은 자신의 시야 내부에 존재하는 ‘무엇’이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라는 존재에 한정해서는 보지 않아도 시간에 간섭하여 조작하는 게 가능했다.

그야말로 터무니없어……, 보이는 능력이었다. 그래, 어디까지나 터무니없어 보일 뿐, 진짜로 터무니없는 능력은 아니었다.

과학으로 어떻게 해서 설명이 불가능한 특이능력을 지니고 태어나는 초능력자들. 도대체 무엇은 어떻게 해서 개인이 저런 비정상적인 힘을 휘두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돌연변이.

하지만 이런 돌연변이들의 능력이라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개념이 존재했으니 다름 아닌 ‘등가교환’이라는 개념이었다.

이 개념은 초능력자들이 휘두르는 초능력에도 존재했다. 원리는 알 수 없지만 초능력자들은 초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대가로서 무엇인가를 지불했다.

어떤 이는 이성을, 어떤 이는 수명을, 또 어떤 이는 피를 초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요구되었으며 그 요구에 맞춰주지 않으면 초능력을 사용하는 게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것은 공선자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시안을 사용할 때마다 그의 초능력이 그에게 요구했던 대가는 다름 아닌 ‘시간’이었다.

……그는 시안을 사용할 때마다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의 시간이 점점 단축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수명을 대가로 마치는 것과도, 또 늙어가는 것과도 다른 감각.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서서히 빼앗겨 가는, 전신이 공포로 잠식되어 가는 감각이었다.

초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빼앗겨가는 시간을 극히 적었다. 가볍게 능력을 1초 동안 사용할 때마다 1초라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감각?

즉, 하루 종일 사용한다고 해도 고작 하루라는 시간이 줄어들 뿐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을 빼앗긴다는 그 감각 자체는 어마어마하게 이질적이고 정신이 나갈 정도로 괴상한 느낌이었기에 공선자는 자신의 초능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고유시조작의 경우에는 어떻게 사용 하냐에 따라서 1초가 아닌 그야말로 엄청난 시간을 요구하기도 하였고, 시간뿐 아니라 다른 대가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가장 심각한 요구는, 신체의 ‘수명’이 줄어드는 요구였다. 시간과는 달랐다. 말 그대로 신체 그 자체가 망가져 가는 요구.

고유시조작으로 자신의 신체의 시간 자체에 손을 대어 자신만이 다른 시간의 속에서 움직일 때마다 소년은 자신의 신체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망가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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