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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7/194)



〈 7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자신의 신체의 시간에 손을 대는 고유시조작을 사용할 때마다 피를 토하고 내부 장기가 쥐어 짜이는 통증을 느끼는데 모르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기에 공선자라는 소년이 태생부터 지니고 태어난 초능력은 터무니없어 ‘보이는’ 능력이라고 말한 것이다.

능력 자체는 어마어마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때마다 공선자라는 이름의 소년은 빠른 속도로 죽어가기 때문이다.

오히려 없는 것보다 못하는 능력. 인생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는 정도로만 사용한다면 공선자는 그저 다른 이들보다 동체시력이 압도적으로 빠를 뿐인 소년에 불과했다.

제대로 사용하면 몸을 망가트리며, 몸이 망가지지 않는 정도로만 사용하면 동체시력이 빠를 뿐인 초능력.

하지만 자신의 동체시력을 담당하는 신호 전달 속도의 시간에 간섭하여 ‘가속’시키는 것만으로도 공선자는 자신의 시간을 소모되는 감각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소년은 1초를 사용할 때마다 고작 1초라는 시간을 소비할 뿐이었지만 이렇게 소비될 때마다 소년의 심력이 깎여나갔기에, 시안(時眼)이라는 이름의 이 초능력은 시간을 볼 수 있다는 터무니없음과 비교하면 현실적으로는 그다지 대단한 초능력이 아니었다.

당장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간신히 4자리 숫자를 넘나드는 초능력자들 중에서는 의지만으로도 반경 수백미터를 불태워버리는 초능력자도 존재했다.

염력으로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 수 있는 초능력자 역시 존재했다. 그들과 비교하면 공선자가 지닌 초능력은 솔직하게 말해서 그다지 대단해 보이는 초능력도 아니었다.

아니……, 잘만 숨기면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는 초능력이 공선자 본인의 초능력이었다.

그 역시 대한민국 정부에 발견되어 그들에게 끌려가기 전까지는 자신이 초능력자라는 거창한 이름의 능력자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년이 지니고 있던 능력이 아니었다. 소년이 어떤 능력을 지녔든지, 초능력을 지닌 초능력자라는 사실이 중요했다.

말했다시피 대한민국 정부에서 발견한 초능력자는 공선자를 포함해야 간신히 한 손으로 샐 수 있는 숫자를 넘을 정도.

그만큼 희귀한 ‘샘플’인 초능력자를 대한민국 정부가 그냥 놔둘 리가. 없었다. ……그래, 나둘 리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세계의 멸망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도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야 대한민국 정부가, 이 희귀하다는 초능력자 한 명을 발견한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으니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공선자라는, 눈에 띄지 않는 초능력을 지닌 소년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소유한 5명이 안 되는 초능력자들 중 초능력자를 파악하는 초능력자가 존재했기 때문.

그리고 그 초능력을 지닌 존재를 쉬지 않고 갉아 넣으며 펼친 한국 정부의 레이더에 공선자라는 소년이 걸렸을 뿐인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렇게 레이더에 걸린, 자신이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소년을 발견한 대한민국 정부가 한 일은 간단했다.

……납치, 그리고 해부. 초능력자들은 희귀했다. 그래, 희귀한 것이다. 당장 10년에 1명 발견해도 운이 좋다고 말해야 할 정도로 희귀했다.

그렇기 때문에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인 것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초능력자라는 존재를 숨기기에는 그 적은 숫자가 도움이 될지 몰라도, 초능력자를 이용해서 무엇을 해보려고 할 경우에는 그 적은 숫자가 방해가 되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 정부는, 아니,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의 정부들이 초능력자들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파헤쳐서 밝혀낸 뒤 초능력자를 양산하고자 하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개 개인이 대대를 가볍게 박살 낼 수 있는 무력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초능력.

그 초능력의 비밀을 밝혀내면 초능력자를 양산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렇게 양산이 가능해진다면 초능력자들을 가장 먼저 양산에 성공한 나라가 세계를 리드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정부들이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라면 이용해먹기 힘든 소수의 초능력자들의 인권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의 목적은 오로지 초능력자들의 양산, 그를 위해서라면 나라라는 대를 위해서 초능력자라는 극단적인 소수를 희생, 아니, 희생도 아닌 단순히 도구로서 갈아 넣는 것에 꺼림직 함 따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거리낌 없이 아무것도 모르던 한 소년을 납치한 뒤 머리의 두개골을 절단하여 열어 본 뒤 그대로 소년의 뇌를 뒤집어놓은 것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어떻게든 돌연변이, 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초능력이라는 현상에 대해서 해명을 해내려고 하였다.

초능력이 왜, 어떤 원리로 발현하는 것인지 밝혀낸다면 그 원리를 재현하는 것으로 초능력자를 양산하는 것이 꿈만이 아니었으니깐 눈에 불을 켜고 소년의 머리를 미친 듯이 헤집었다.

각종 실험을 통해서 소년의 초능력이 눈을 매개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그들은 가장 처음 소년의 두 눈을 척출했다.

세간에는 밝혀지지 않은, 정부의 고위직에 오른 이들에게만 개방된 시대를 앞서나가는 오버테크놀로지.

그 중에서도 의술을 분야를 마음껏 발휘하여 소년의 두 눈을 아무런 손상 없이 척출한 뒤, 다른 이에게 이식해보았다.

하지만 선자의 능력이 시안이라는, 눈을 매개로 발동되는 능력이라고 해서 어디의 눈깔 대전(?)처럼 눈깔을 뽑아서 이식한다고 해서 선자의 능력을 다른 이가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 결과 그들은 다른 초능력들처럼 단순히 소년의 눈이 초능력이라는 힘을 가진 것이 아닌, 소년 자신이 초능력이라는 힘을 가지고, 그 힘을 단순히 눈으로서 발현할 뿐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을 뿐이다.

그래, 단지 그 사실을 파악하기 위해서 그들은 마취도 하지 않고 그대로 소년의 두 눈을 도려내는 수술을 진행했다.

눈을 감고 싶어도 감을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눈에 천천히 다가오던 메스가 그대로 자신의 한쪽 눈을 도려내며 시야가 암전되는 상황…….

평범한 사람이라면 공포에 정신을 놓아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에서 모종의 수단으로 통증에 기절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선자라는 아이는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두 눈이 척출당했고, 그다음에는 시신경이 척출당했다. 눈과 시신경을 이식해도 초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을 파악한 그들은 이번에는 소년에게 다른 이의 눈과 시신경을 이식해 보았다.

그 결과 놀랍게도 소년은 다른 신체에서 이식받은 눈을 통해서도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 실험을 통해서 그들은 과거 그들의 손에 걸쳐간 초능력자들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었던, 초능력은 매개가 되는 신체를 타인에게 이식한다고 해도 빼앗을 수 있는 종류의 힘이 아니다, 라는 사실만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그래,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그들은 이미 소수이지만 정부가 확보한 초능력자들을 통해서 이 사실을 확인해보았다.

하지만 워낙 초능력자들의 숫자가 적다 보니까 확인을 해왔던 작업의 숫자도 적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사실을 ‘확고히’ 하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서 다시 한번 소년에게 각종 실험을 실행한 것이었다.

……그래, 고작 자신들의 이론을 확고히 하고자 하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소년의 눈과 시신경을 도려냈고, 다른 이의 눈과 시신경을 소년에게 이식해버린 것이었다.

그 뒤 공선자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눈이 아닌, 타인에게 이식받은 눈과 신경으로 세상을 보며 살아왔다.

정말로 웃기는 놈들이 아닌가? 타인의 눈과 시신경을 마음대로 척출하고 이식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지닌 놈들이었다.

이 기술력이 세상에 공표되면 얼마나 많은 맹인들이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허나, 그들은 이와 같은 기술력을 세상에 공표하지 않고 숨겼다. 이 뛰어난 기술력을 숨기는 것으로 일부의 최상위층의 인물들에게만 공개하는 것으로 보다 뛰어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기술이 희귀하면 희귀할수록, 그리고 고객층이 부유하면 부유할수록 한 번의 수술을 행할 때마다 그들의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오버테크놀로지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기술을 그들은 자신들만 독점한 채로 지내왔다.

그래놓고서는 고작 거창해 ‘보이는’ 초능력을 지닌 아이를 해부하고 신체를 뒤지는 과정에서는 그 오버테크놀로지에 해당하는 의술을 아낌없이 베푼 것이다.

정말로 웃기는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그와 같은 뛰어난 의술이 없었다면 소년은 해부가 되는 과정에서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뛰어난 의술은 죽고 싶어 하는 공선자를 억지로 이 세상에 붙들어 놓는 것이었다.

각종 불치병에 걸려서 간절히 생을 소망하는 이들이 아닌, 정신이 붙들린 채로 뇌의 일부가 도려내 지고, 각종 장기가 타인의 장기로 교체되는 등의 인체실험을 경험하며 생에 미련을 놔버린 소년이 뛰어난 의술을 통해서 그 혜택을 받게 되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과연 어디가 초능력의 근본이 되는 장기인지 알아보겠다는 의지로 소년의 내부에 있던 각종 장기를 타인의 장기로 뒤엎어 버렸다.

척출된 공선자의 장기는 다른 이에게 이식되거나 연구의 샘플 표본으로서 다루어졌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포르말린에 담가진 상태로 말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 소년은 태어나면서부터 지녔던 자신의 장기가 아닌, 타인의 장기를 그 신체에 지닌 채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 빌어먹을 정도로 수준 높은 의술은 이식된 장기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난다고 해도 각종 약물과 재수술을 통해서 거부반응을 소실시킬 정도에 도달해 있었다.

그렇기에 소년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 채로 살아갔다. 이와 같은 각종 해부와 실험 결과, 결국 초능력은 현재의 과학으로서는 어떻게 해도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라는 결과만 나올 뿐임에도.

……불가사의, 라는 매우 단순한 답을 얻기 위해서 소년은 그야말로 자신의 신체 그 자체를 장난감처럼 정부의 손에 가지고 놀려진 것이었다.

아무리 신체의 장기를 뒤바꾸어도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공선자, 자신뿐이었다. 공선자라는 소년에게서 척출한 장기를 표본으로 만들어 아무리 원자 단위로 해부해 봐도 무슨 원리로 초능력이 발동되는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개인이 그와 같은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지니는 것이 가능하고, 또 그 능력을 발휘할 때 어디서 그 에너지 보존 법칙을 무시하는 양의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인지 도저히 밝혀내는 게 불가능했다.

불가사의, 극히 희귀하게 발생하는, 지금의 과학으로는 해명할 수 없는 돌연변이. 고작 그와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정부는 한 명의 소년을 말 그대로 갉아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의술을 동원했다는 것은 그만큼 공선자라는 존재를 해부하는 것에 대량의 투자가 이루어졌다는 이야기.

그런 상황에서 결과가 고작 ‘불가사의’라는 단어뿐이라고? 그런 것을 투자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권혁을 해부한 과학자들이 ‘표본 샘플이 부족해서 결과가 안 나올 뿐이다!’ 라는, 늘 초능력자를 해부하면서도 주야장천 주장하는 지겨운 변명에 투자자들은 이를 갈 뿐이었다.

초능력자들의 비밀이라는 달콤한 과실에 취해서 어마어마한 액수의 자원을 투자했지만 늘 나오는 결과는 ‘모르겠는데? 꼬우면 니들이 해부해보던가?’ 라는, 학을 뗄 수밖에 없는 결과뿐.

그렇다고 투자를 그만두자니 여태까지 여기에 처박은 돈이 아까웠다. 거기에 초능력자라는, 어쩌면 인간이라는 수명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는 미지에 대한 욕망이 가라앉질 않았다.

그렇기에 투자자들은 아무런 이득도 없으면서 멈추질 않았다. 드물게 발견되는 초능력자를 샅샅이 해부하여 그 원리를 해명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돈을 투자하고, 오버테크놀로지를 개방했다.

그야말로 미친 짓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일임에도 그들의 광기는 그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바보같이 아무런 결과가 없다는 사실을 끝으로 손을 떼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연구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적어도 실질적인 이득이라도 챙기자. 그렇게 판단한 이들은 이미 연구 샘플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 빈 깡통과 같은 공선자라는 소년을 아주 사골국물 우려먹듯이 우려먹기 시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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