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초능력자는 희귀했다. 그렇기에 양산을 위해서 그들을 샘플로 연구를 최우선시 하기는 했지만 그 말은 즉, 양산을 하려고 발버둥칠 정도로 초능력이라는 희귀한 능력이 매력적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니, 아무리 연구샘플로서 의미가 사라진 존재라고 해도 초능력이라는 매력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제는 필요 없다고 투자자들이 쓰레기통에 처박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뭐에 사용했는가? 간단하다. 그 희귀하면서도 매력적인 초능력을 자신들을 위해서 휘두르는 ‘도구’로서 사용하면 되는 이야기였다.
그러기 위해서 공선자라는 소년을 납치한 투자자, 대한민국 정부는 곧바로 공선자라는 소년의 세뇌와 개조에 들어갔다.
공선자라는 소년는 이렇게 눈을, 뇌를, 신경을 해부 당하고 조작당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완전히 잊어버렸다.
아니,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 고통을 참지 못해서 완전히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까지 몰렸다.
애초에 보다 편하게 세뇌를 할 목적으로 한국이라는 나라의 정부가 정신의 붕괴를 노리고 수술 도중에도 마취를 안 해주는 잔혹함을 내보이기도 했었으니깐 말이다.
그 결과, 완전히 정신이 붕괴된 소년을 세뇌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여기에 세뇌가 완료된 소년의 신체를 그대로 개조해버리기 시작하는 정부.
대한민국 정부는 이미 5명이 좀 안 된다고 해도 초능력자들을 납치해서 이용해 먹은 전적이 있었다.
그런 전적이 있는 그들의 경험상 초능력자에게서 뽕을 뽑을 대로 뽑을 수 있는 루트는 다름 아닌 해부를 통한 정보수집.
그리고 세뇌를 통해서 한국이라는 나라의 그림자로써 이용한다. 그 특수능력을 한껏 동원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이렇게 초능력자라는 희귀한 자원을 손쉽게 요리해서 최효율적으로 이용해먹을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한 대한민국 정부는 사람의 인체를 개조하는 것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각종 약물의 도핑을 통해서 소년에게 범인을 뛰어넘는 신체능력을 부여했다. 거기에 근골을 구성하는 성분을 아예 다른 것으로 바꾸어버리거나, 독에 대한 내성을 기르겠다는 이유로 각종 극독을 소년에게 주입하기도 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한국 정부가 수집한 각종 무술을 과학적으로 분석, 분해, 재구축하는 것으로 만들어낸 무술을 극한까지 단련시켰으며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그 베이스가 되는 각종 무술 역시 그 몸에 익히도록 하였다.
그야말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은 도구로 만들기 위해서 그야말로 철저하리 만큼 공선자라는 존재에게 투자를 하였다.
애초에 공선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소년은 자신의 과거 기억마저도 잃어버리고 정신이 붕괴되어 대한민국 정부의 세뇌를 그대로 받아버린, 그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장난감이었다.
그러니 그들은 공선자라는 소녀를 괴물로 만들기 위해서 안심하고 각종 자원을 들이부어서 그라는 존재를 인간을 뛰어넘는 괴물로서 만들어간 것이었다.
그렇게 대한민국 정부는 코드 네임 타임 룰러라 불리는, 시안(時眼)이라 명명된 초능력을 오직 나라를 위해서 휘두르는 괴물과 같은 첩보요원을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래, 성공한 줄 알았다. 만약 그들이 성공 했다고 한다면 공선자라는 소년의 손에 의해서 Z바이러스가 퍼져 나가 지구가 멸망하는 일도 없었을 테니깐 말이다.
완벽하게 초능력자인 공선자라는 소년을 지배했다고 자신했던 대한민국 정부의 실수는 다름 아닌, 공선자라는 소년이 초능력을 해명하기 위한 해부라는 과정을 거치던 도중, 정신이 붕괴하기 직전까지 몰렸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정신이 붕괴한 것이 아닌 ‘직전’까지 몰렸던 것이다. 이렇게 정신이 완전히 붕괴하기 직전에 몰린 공선자는 인간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존을 위한 방어적인 본능에 따라 한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다름 아닌, 공선자라는 소년의 인격을 나누어버린 것이다. 이는 소년을 해부하던 이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완전히 예상을 벗어난 사건이었다.
정신의 붕괴를 노리고 소년을 혹독하게 몰아쳤는데, 설마 인격이 나누어졌을 줄이야. 아니, 공선자라는 소년의 내부에서 일어난 일은 인격이 나누어진 것이 아니었다.
생존을 위해서 심상 깊숙한 곳에 몸을 숨긴 인격이 자신을 보호해줄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하나의 나라를 이끄는 정부의 암부가 예견하지 못한, 훗날 세계를 멸망시킬 천추의 한이 되어버렸다.
소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인격은 정부가 원하는 대로 충실하게 세뇌되어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주었다. ……일시적으로. 그래, 일시적으로 말이다.
공선자라는 소년의 인격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표면 인격. 공선자가 생각하는 자신의 이상의 보호자를 구현해놓은 그 인격은 공선자라는 ‘동생’을 대신해서 정부의 세뇌를 받아들였다.
자신이 누군지 조차 잊고, 고통을 느끼는 감각조차 박탈당한 상태로, 오로지 정부의 의사에 따라 암지에서 어떤 더러운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기계가 되어서.
인격이 완전히 말살 당해서 초능력이라는 보기 좋은 힘을, 자신의 수명을 바쳐가며 정부를 위해서 휘둘렀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과거조차 잊고, 자신이 인간이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소년이 도달했어야 했을 최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옥과 같은 늪에서 소년은 하나의 기적을 발하였다. 백업 시스템. 중요 파일의 파손을 막고자 그 파일의 복제를 어딘가에 저장에 두는 행위.
그와 같은 방식을 통해서 공선자라는 존재는 정부의 세뇌에서 자신의 자아를 되찾는 것에 성공했다.
……말하지 않았는가? 소년이 인격을 보호하기 위해서 본래의 인격을 심상 깊숙한 곳에 숨기고, 본래의 인격을 지켜줄 이상적인 ‘보호자’, 즉, ‘형’에 해당하는 인격을 만들어 자신을 대신하여 정부의 세뇌를 받도록 하였다고.
그렇다. 본래의 공선자라는 인격을 일종의 백업 시스템으로서 심상 내부에서 작용하여, 본래의 인격을 대신하여 신체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완전히 세뇌되어 정부의 노예가 되었던 ‘형’에 해당하는 인격을 회복시킨 것이었다.
무엇보다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에 새롭게 만들어진 인격은 정부가 노렸던 대로 피폐해진 상태의 인격이 아니었다.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졌기에 정신적인 방벽이 피폐해져 심상 깊숙한 곳으로 도망친 본래의 인격보다 튼튼했다.
그렇기에 정부의 세뇌 자체가 약하게 먹혔던 이유도 있어서 결국 본래의 인격의 도움을 받아 ‘형’에 해당하는 인격은 정부의 세뇌에서 벗어나는 것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때를 시점으로 정부에게 좋을 대로 이용만 당하던 코드명 타임 룰러라는 요원은, 테러리스트 타임 룰러로서 자유, 그리고 복수를 위한 길을 걷기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세뇌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형’의 인격을 그 부작용으로 광기에 휩싸이고 말았다.
자신의 본래 인격인 ‘동생’의 인격을 제외한 모든 것에 무자비해졌으며,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만, 수십만, 수천만, 할 수만 있다면 수억의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갈아 넣을 수 있는, 변명할 수도 없는 ‘악’이 탄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악은 교활했다. 동시에 철저했다. 세뇌가 풀린 직후, 당장 우리‘들’의 과거를 빼앗고, 그‘들’을 지옥에 처박은 이들에게 복수를 하고 싶다는 감정을 극한까지 죽였다.
그들이 아무리 인간을 벗어난 신체능력과 전투능력, 그리고 초능력이라는 희귀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하나의 나라를 상대로는 승산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복수를 포기했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교활하고 철저한 만큼 현실적으로 가능할 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복수를 포기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자유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라에 복수를 하지 못할지라도, 지금과 같이 장난감으로서, 사냥개로서 다루어지는 개 같은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기회를 엿봤다.
세뇌가 풀렸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고, 어떻게든 탈출해 자유의 몸이 될 기회를 엿보던 그‘들’은 또다시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해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설령 한국이라는 나라를 벗어난다고 해도 그 뒤에는 다른 나라의 표적이 되어 도망치고 도망치다가 끝내 구석에 몰려 잡힐 수밖에 없는 운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탈출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 그들이 탈출함으로도 공선자라는 소년에게 세뇌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부가 알게 된다면 그들은 틀림없이 말살된다.
그렇기에 철저할 정도로 절대적인 기회를 엿보던 그들이었지만, 인간들이 수천, 수만 년 동안 구축한 사회를 견고한 시스템 앞에서는 그 어떤 발버둥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었다.
그 사실에 공선자의 ‘형’의 인격과 ‘동생(본래)’의 인격은 절망하고, 결국 끝에 가서 이 비루한 지옥과 같은 인생을 스스로의 손으로 끝내려는 결단을 내렸다.
……하지만, 우습게도 신이라는 존재가 정말 있기라도 하다는 것처럼 그들에게 마지막 희망을 내려주었다.
그들이 세뇌에서 벗어나고 기회를 엿보기 시작하고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때, 지구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 내려왔다.
운석에는 탈라스라는 이름이 붙어졌으며, 유례없이 거대한 크기에 지구 종말론까지 불거지게 만들었던 초거대 운석.
하지만 놀랍게도 평범한 운석이 충돌했을 때와 같은 가벼운 여파만 남기고 아프리카의 한 사막지대에 착탄 한 미스테리한 물건.
동시에 지구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신물질이 우르르 쏟아져 내리는 보물창고. 그것이 바로 운석에 대한 전 세계의 인식이었다.
……그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운석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한 나라는 한군데가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는 세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초능력자 이상으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이 신물질 덩어리를 각 나라는 어떻게 해서든지 조사를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해당 운석이 떨어진 위치는 말했다시피 아프리카 대륙에 존재하는 사하라 사막 지대였다.
즉, 해당 운석의 소유권은 선진국이 아닌, 아프리카의 후진국들이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 이 사실에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세계단위의 권력을 이용해서 한 가지 꾀를 냈다.
당시에는 농담이 아니라 고작 운석 하나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세계가 냉정 사태에 빠져 있던 상황이었다.
그야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는, 운석에서 발견된 신물질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서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과학기술이 발전된다는 것은 이용하기에 따라 해당 국가의 국력이 발전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라의 국력은 곧바로 세계정세에 간섭하는 권력이 되었다.
그런 만큼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들이 운석을 조사한 권리를 원했다. 그 권리를 위해서라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과격한 의견을 내보이는 나라들도 다수 존재했을 정도.
그야 운석을 통해서 다른 나라들을 앞서 갈 수 있다면 전쟁 정도야 감수할 법한 일 아닌가?
그런 상황이었기에 UN이라는, 세계 평화를 위해 설립된 기구는 한 가지 안건을 제시하였다.
UN에 ‘가입’한 나라들 전체에 동등하게 운석을 조사할 권리를 주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이런 UN의 제안에 UN에 가입한 상태의 선진국들은 그 제안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다.
……물론 그들이 이 의견에 동의한 이유는 전쟁을 막겠다는 숭고한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말했다시피 운석은 아프리카 대륙의 사하라 사막에 떨어진 상황.
즉, 애초에 선진국들이 속한 UN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위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전쟁을 막게 다는 이유만으로, 본래라면 아프리카 대륙에 자리 잡은 후진국들이 독점했어야 할 운석 조사에 대한 권리를 자신들이 가로채 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떨어져 내린 운석은 하나의 산이라고 해도 충분할 정도로 거대한 크기였다. 그런 만큼 몇 개의 나라에서 조사단을 파견한다고 해도 어느 나라에서 독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다른 나라에게 조사의 권한을 나누어준 것은 그저 후진국들에게서 운석을 조사할 권리를 빼앗을 명분에 불과했다.
특히, UN의 중심에 있는 미국은 자신들만 운석을 조사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다. 그야 그들은 자신하고 있었으니까.
다른 나라들과 동시에 조사를 시작한다고 해도 자신들의 뛰어난 기술력이라면 그들보다 더 앞서 운석에서 뽕을 뽑을 대로 뽑아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말이다.
그렇게 세계는 우주에서 찾아온 손님에 의해서 한바탕 들끓기 시작했다. ……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세간에서는 정확하게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단지 이렇게 알려졌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