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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19/194)



〈 19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물론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었다. 이미 죽었다. 여태까지 않은 이들을 죽이고 결국 세계마저 죽여 보였던 공선자이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의 소녀는 이미 죽은 시체였다. 그렇기에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이해가 가질 않으니까, 죽은 자마저 살려낼 수 있는 힘을 존재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죽이려고 했지만 진짜로 천사가 죽는 것은 전혀 상정 외의 상황이었다. 때문에 형의 인격은 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유일하게 자신 외의 존재인 천사가 죽어버림으로써 이제부터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왜 넌 죽은 거지? 네가 죽으면 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나는 공선자라는 존재는 도대체 무엇을 하면 되는 거지?

-……우, 우리 이제 단둘이서 이런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살아가야 하는 거야?

‘크하! 그것참 걸작이군! 간신히 바라던 자유를 손에 넣었는데 하마터면 이런 뭣도 없는 공간에 평생을 갇혀 살게 되었다고? 아니, 이러면 이건 자유도 뭣도 아닌가!’

설마 일이 이렇게 돌아갈 줄은 몰랐다. 죽이려고 들었지만 진짜로 죽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렇기에 천사를 죽일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살의조차 품지 않았다. 때문에 공선자의 공격을 천사는 끝까지 예측하지 못해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다.

죽이려고 들었지만 진짜로 죽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그렇기에 죽일 수 있었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공선자가 평소의 광기 어린 웃음이 아닌 헛웃음을 터트리려는 순간이었다.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분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대단하군요. 당신은 몇억이라는 시간 만에 그분의 전지에 가까운 예지를 뛰어넘는 겁니다. 그 사실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축하해 드리도록 하죠.”

“……뭐야?”

갑작스럽게 바로 뒤쪽에서 들려올 리가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선자는 목소리로 사람의 구분하는 훈련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목소리라면 약 95%의 확률로 그 목소리가 어떤 사람의 목소리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때문에 목소리가 들려온 순간 산전수전 다 겪고 마지막에는 세계마저 멸망시킨 공선자라고 해도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내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 목소리는 결코 들려와서는 안 되는 목소리, 들려올 수 없는 목소리. 그럴 것이 이 목소리의 주인은 지금 공선자의 눈앞에 ‘시체’가 되어서 나뒹굴고 있었으니깐 말이다.

“죽었다가 소생되어 이 공간으로 넘어온 이들은 강제적으로 진정이 될 때까지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설령 죽기 전에 어떤 경지를, 격을 이루었던지 이 공간으로 소생되는 순간 이성적인 사고를 진행할 수 있을 때까지 어떤 움직임도 취할 수 없죠. 그렇기에 저는 당신이 처음 이 공간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당신은 모습을 드러내는 그 순간부터 ‘움직일 수 있었으니깐’ 말이죠. 즉, 당신은 죽음을 겪고도 소생된 그 순간부터 ‘냉정한 상태’였다는 이야기.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니깐 말이죠.”

“캬, 캬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그럼 그렇지! 일 이렇게 쉽게 풀릴 리가 있나! 캬하하하! 여태까지 그렇게 당해놓고서 난 또다시 세상을 얕봤다는 건가?!”

공선자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즉시 고개를 돌렸다.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지만, 현실을 부정하며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짓 따위 하지 않았다.

지금 들려온 목소리는 명확한 현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대처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즉시 고개를 돌리고 확인한 그 광경에 그는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즉, 다시 말해서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저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진정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그렇게 진정된 상대에게 에볼루션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죽을 것인지, 아니면 살 것인지를 선택하게 만듭니다. 죽음을 겪음으로 인해 찾아온 공황상태에서 벗어난 이들은 ‘냉정하게’ 이 제안에 대해 생각하며 동시에 자신의 현재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되죠.”

“이봐 아가씨. 하고 싶은 말이 뭔지 대충은 알겠어. 요컨대 그거잖아? 그거? 이성을 되찾은 자들이 무모하게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지니고 있을 확률이 높은 천사를 습격할 확률은 0%에 수렴한다는 소리? 하지만 0%는 아니지. 웬 미친놈이 돌아서 공격할 수도 있잖아? 지금처럼 말이야!”

소생된 직후라면 공황상태에 빠져서 눈앞의 천사를 아무런 생각 없이 공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성을 되찾은 뒤라면? 과연 어떤 인간이 인외의 외모를 지닌 천사를, 그것도 자신의 목숨을 쥐고 있는 천사를 공격할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장소로 소환되는 이들은 전부 확실하게 ‘죽음’을 겪은 이들. 그리고 그 기억을 간직한 이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죽은 자신들을 눈앞의 천사가 되살렸다는 말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천사와 자신들이 서 있는 이 공간. 이 공간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었다. 천사와 소환된 이밖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

이런 공간을 구축할 수 있는 존재. 그 사실만으로도 눈앞의 천사가 평범한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심지어 천사는 이후 냉정을 되찾은 이들에게 제안을 한다.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살아갈 수 있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을 것이라는 제안을.

그것은 다르게 말하자면 천사가 원할 경우 언제라도 자신들이 소생시킨 이들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모든 사실을 소생 직후의 패닉에서 빠져나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평범한 사람이라면 결코 천사를 공격할 리가 없었다. 자신에게 쥐여준 정보만으로 그것이 곧 자신의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할 테니까.

무엇보다 패닉에 빠져 날뛰어도 이상한 게 없는 순간에 자신의 신체가 단 한 치의 움직임도 취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한 이들이라면 더욱더 말이다.

그야 그것은 천사가 원하면 얼마든지 자신들의 움직임을 멈출 수 있다는 사실의 증명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공선자는 공격했다. 실패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공격했고, 그 결과 천사는 죽어버렸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눈앞의 이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아가씨! 아가씨는 분명히 죽었잖아? 자, 봐! 여기 분명히 시체가 있다고! 그런데 어떻게 거기에 서 있는 거지?! 어?!”

“그 말 그대로 돌려 드리죠. 죽어버린 제가 멀쩡하게 살아있는 것도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그러니 두 가지 이미 벌어진 일들 중, 보다 가치가 있는 일을 이야기하죠. 당신이 절 죽이려고 시도했던 일, 그리고 그것이 성공한 일에 대해서 말입니다.”

“캬하! 이거 참 골 때리네! 죽었던 사람이 살아나는 것보다 내가 널 죽일 수 있었던 게 더 대단한 일이라는 거야?! 극찬 고마운데!”

“사실입니다. 그야 저는 ‘사람이 아니니깐’ 말이죠. 죽었다가 살아나는 것 정도는 별거 아닌 일이에요. 오히려 죽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분의 예측을 뛰어넘어 절 죽인 당신이 더 대단하다고 할 수 있죠.”

……기준이 달랐다. 공선자의 입장에서는 죽었던 사람이 되살아나는 게 더 대단했다. 그러나 눈앞의 천사에게 있어서 그건 ‘당연한 일’인 모양.

그 사실에 공선자는 정말로 헛웃음을 터트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가? 죽었던 공선자도 소생시켜 이렇게 여기 서 있게 만드는 녀석들이었다.

죽었던 천사를 되살리는 건 일도 아닐 수도 있겠지. ……그런가, 그렇기 때문에 공선자는 천사를 죽일 수 있었던 건가?

-주, 죽어도 되살릴 수 있으니까 죽일 수 있게 내버려두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참 취향 한 번 고약한 신님이네. 안 그래? 그리고 우리는 그야말로 그 신의 손바닥에서 놀아나는 손오공이었고 말이야! 캬하하하!!’

공선자가 그 사실을 눈치 채고 분노가 깃든 미소를 지을 때 그런 공선자의 표정을 읽은 천사가 말을 이어갔다.

“눈치 챈 모양이군요. 그래요. 저는 죽어도 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죽이는 것’이 가능했던 겁니다. 죽어도 죽지 않으니 굳이 물리적으로 죽일 수 없도록 만들 필요가 없었던 거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이야기. 위대한 그분께서 자신의 메신저를 함부로 죽일 수 있도록 내버려둘 거라고 정말로 생각하시나요?”

“과연……. 물리적으로 가능할지 몰라도 정신적으로 가능할 리가 없다는 이야기군?”

“그 말대로. 말씀드렸다시피 평범한 사람이라면 결코 저를 헤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애초에 물리적으로 절 보호할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죠. 절 죽일 수 있도록 내버려둔 것이 아닌, 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니까 굳이 쓸데없는 기능은 추가하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죽었잖아? 자, 봐봐. 여기 아가씨 시체. 내가 생각해도 깔끔하게 목을 꿰뚫었는데 말이야. 역시 새로운 몸을 좋아! 평소보다 컨디션 만땅이었다고?”

공선자가 낄낄거리며 죽어서 나뒹구는 천사의 시체를 한 번 발로 차 그녀를 향해 굴려버렸다.

공선자의 발길질에 허공으로 비산하는 피. 그러나 천사는 그런 자신의 시체조차 무표정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갈 뿐이었다.

“그게 가능할 확률이 몇 퍼센트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다? 내가 성공했으니 못해도 1%는 되지 않을까?”

“아뇨, 한없이 0%에 수렴합니다. 오히려 단, 0.000000000000000001%의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야 위대하신 그분이 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한 것입니다. 불가능하다고는 말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는 했죠. 하지만 워낙 낮은 가능성이어서 고려조차 하지 않았던 가능성. 기적이라고 말해도 부족하지 않을 가능성. 그렇기에 위대한 존재께서는 현실적으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야기한 가능성. 그리고 그게 당연합니다. 말했죠? 이 공간으로 불려 오는 존재들의 조건을.”

……생에 대한 강한 집착. 죽어가면서도, 아니, 죽어가기에 더욱더 강하게 삶에 집착하던 이들.

그런 이들만이 이 공간에 불려 와 거래를 제안받는다. 그런 이들만이 그 위대한 존재라는 이가 원하는 것을 달성할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게 강하게 생명에 집착하는 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쥐고 있는 존재에게 이를 드러낸다? 그게 정말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애초에 제안을 거절하고 죽음을 선택한다는 선택지를 고르는 가능성조차 거의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입니다. 물론 절 죽이려고 들 것이라는 가능성보다는 높았기에 그분도 거기까지는 예상했지만 말이죠. 하지만 누군가가 절 죽이려고 들 것이고 또 죽일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은 하지 못하셨습니다.”

즉, 공선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위대한 존재라는 이조차 예측하지 못했던 기적을 달성했다는 소리.

그리고 천사는 그 사실을 극찬하고 있었다. 물론 당사자인 공선자로서는 전혀 와 닿지 않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자신을 죽인 존재에게 저렇게 극찬을 한다는 사실부터가 공선자에게 강한 괴리감을 선사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거지?”

“전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 몰라요. 제 일은 그저 소환된 이에게 위대한 존재의 제안을 전하는 것뿐. 그렇기에 굳이 당신이 죽기 전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이능이 완전히 봉인된 공간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신체 능력을 지닌 절 일격에 죽일 정도의 그 움직임. 분명히 평범한 삶을 살아왔던 것은 아니겠죠.”

“……이능?”

“말하지 않았나요? 죽이려 들지도 않을 것이지만 죽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고. ……확실히 전 물리적으로 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능하다’라는 이야기지 ‘손쉽다는 이야기’는 아니죠. 실제로 지금 당신이 절 죽이려고 들어도 전 대응 가능…….”

퍽!!!!!!!

천사의 말이 이어지는 그 순간 공선자의 기습이 또다시 그녀를 덮쳤다. 시안을 쓸 수 없다고 해도 그의 움직임은 이미 인간이 보일 수 있는 극한의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그렇기에 그야말로 한순간 눈앞의 천사에게 돌진한 공선자는 순식간에 그녀의 턱밑을 노리고 또다시 손날을 찌르고 들어가는 것.

직선으로 천사를 향해 달려드는 가속도를 전부 일격에 담아서 솟구쳐 올린 일격이었다. 심지어 상대의 사각을 파고들기 위해서 일부로 최대한 낮은 자세로 달려들어 가한 일격이었다.

상대의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공격이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보일 정도의 일격. 그러나 놀랍게도 천사는 이번에 공선자의 그 공격을 두 팔을 교차해 턱밑을 방어하는 것으로 막아냈다.

“……와우! 진짜네? 이번에는 제대로 반응했잖아? 흠, 하지만 죽이지 못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대응 가능하다고 했지만 죽지 않을 거라고는 안 했습니다. 저에게 부여된 신체능력은 어디까지나 저라는 존재가 만들어지며 기본적으로 부여된 능력의 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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