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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28/194)



〈 28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그런 이들이 이 장소에서 움직이는 것이 올바른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올바른지 파악할 수단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자신들이 조난을 당한 것인지, 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감금을 당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 외의 이유로 이 장소에 모여 있던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요약해서 움직이는 게 결코 정답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소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소에 모여 있던 수십의 사람들은 일단 움직이자는 사내의 말에 찬성하는 것이었다.

그야 가만히 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불안했으니까. 당장 스스로에 대한 것조차 기억에 떠오르지 않는데 이런 어둠 속에 죽치고 앉아 있겠다고?

면벽 수행의 달인이라고 해도 공포와 불안, 그리고 초조함을 느낄 수밖에 없으리라. 그나마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다행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차라리 혼자인 게 편할 수도 있는 것. 자신과 같이 기억을 잃은 이들이라고 해도 새빨간 타인인 것이다.

그런 이들과 이런 어둠 속에서 같이 있는 것이 과연 안정감만을 가져다줄 것 같은가?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과 저들이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움직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동굴이 탈출구가 없는 동굴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필사적으로 외면하며.

혹은 탈출구가 있어도 너무 깊은 장소이기에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외면하며 초조함을 필사적으로 속여 넘기기 위해서 움직이기로 한 것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기억상실임에도 인격이 원래 그랬던 것인지 어느 정도 집단을 통솔할 능력이 있는 남자가 나섰다는 점.

그리고 그가 나선 뒤 그냥 무작정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적어도 동굴과 같은 내부에서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 게 탈출 확률이 높다, 라는 식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자를 선별해냈다는 점이었다.

무작정 움직이려고 했다면 오히려 동굴 내부 깊숙이 파고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치명적으로 작용될지도 몰랐다.

당장 그들은 먹을 식량과 물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당장 막 정신을 되찾았기에 그 부분에 관해서는 신경을 못 쓰고 있었지만 적어도 아무것도 없는 이런 동굴에 너무 오래 머물게 된다면 좋을 꼴은 볼 수 없었을 것이란 소리.

그런 만큼 사내가 나서서 어떻게 움직여야 동굴에서 벗어날 확률이 높은지 알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앞장세운 것은 상당히 괜찮은 수완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띠링!!

“……어?”

“엄마! 뭐, 뭐야?! 갑자기?! ……내 눈이 이상한 게 뭔가 허공에 글자 같은 게 떠올랐는데?”

“홀로그램? 말도 안 돼. 홀로그램이라는 기술은 아직 실현이 되지 않았을 텐데?”

“그건 또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야? 홀로그램이냐 진작 실현되었잖아. 그러니까 이 정도 일 가지고 놀랄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나는 오히려 아무런 장치도 없이 이런 정교한 홀로그램을 떠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이상하다? 눈을 뜬 뒤에 마인드 라인 기계가 없는 건 확인했는데?”

“홀로그램은 또 뭐야? 딱 봐도 이건 정신에 간섭하는 마법 계열이잖아?! 젠장! 역시 우리들은 어디 흑마법사한테 끌려와서 실험 같은 걸 당했던 거야!”

“아니, 그러니까 마법 같은 게 어디 있냐고? 실험당했다면 당연히 어디 거대 기업이 숨겨왔던 기술 같은 걸 실험하는 식으로 인체실험을 당했던 거겠지!”

……그리고 그런 사내의 수완 덕분에 일단은 사람들이 진정하고 움직이려는 그 순간이었다.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눈앞에 갑작스럽게 정체불명의 반투명한 창이 떠오른 것은 말이다.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창. 건너편이 비쳐 보였지만 창 위에 떠올라 있는 글자들은 똑똑히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영문을 알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다 당연하게도 막 사내의 유도에 따라서 일단은 이 자리에서 움직이려고 했던 사람들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내의 지식을 통해서 어떻게든 지금 이 현상을 설명해내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그러면서도 일단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창에 써져 있는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떠오른 창이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눈이 갈 수밖에 없었고 또 눈이 가면 당연하게도 그 내용을 읽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심지어 누가 ‘그 글을 읽지 마! 죽는다!’ 라고 소리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눈앞에 떠오른 긁을 읽지 않을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당황하면서 일단 눈앞에 떠오른 투명한 창에 써져 있는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공선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기억을 잃지 않았기에 자신의 전생……, 이라고 해야 할 전의 세계에 대한 기억을 모조리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떠오른 순간 멍한 표정으로 그것을 읽으며 한 가지를 연상할 수 있었다.

‘게, 게임? 가상현실게임이니 할 때의 나오는 거라 비슷한…….’

그것은 다름 아닌 게임. 타임 룰러라는 이름의 에이전트로 살아왔기에 공선자는 게임과 그렇게 큰 연이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아예 게임에 대해서 무지한 것도 아니었다. 예전에는 평범한 학생으로 상당한 명문고에 잠입한 적도 있기에 명문고에 다닌다고 해도 평범한 학생의 축에 속하는 아이들과 대화를 위해서 게임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적어도 게임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그런 공선자였기에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창을 읽어 내려가며 더욱 큰 당혹감을 감추기 힘들었던 것이다.

-갈래: 메인 스트림

-내용: 챌린저 여러분, 정신을 되찾은 것을 축하드립니다. 어둠에 익숙해졌으며 안정을 되찾은 여러분께 첫 번째 목표를 내비게이션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눈을 뜨신 동굴에서 벗어나 가장 가까운 위치에 존재하는 도시, 소나타에 도착하십시오. 소나타에 도착해야 비로소 챌린저로서의 새로운 삶이 시작됩니다.

-달성 조건: 소나타에 도착.

-보상: 진명, 챌린저 및 에볼루션 시스템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

-변동률

⤷초기 변동률: 0%

⤷시간 경과에 따른 변동률: 5년 당 1%의 변동률.

공선자의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으로 보이는 반투명한 창에 적혀 있는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그리고 그 글을 전부 읽어낸 공선자는 어떻게 해도 한 가지 개념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게임. 그래, 이미 한 번 언급했지만 마치 게임에서나 볼 것 같은 퀘스트 창이 아니던가? 마치 지금 자신이 처해 있는 이 상황이 현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지금 공선자는 무슨 가상현실 갇혀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은 죽었다가 살아난 것이 아닌 지구에서 죽었을 터인 공선자의 뇌만이 어딘가에서 또다시 인체실험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런 의문이 떠오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공선자는 재빨리 자신의 머리를 흔들며 그 생각은 부정했다.

지구에서 공선자가 죽음에 처하게 만든, 알라의 요술봉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이름을 지닌 RPG에 의한 폭발.

그 폭발에 휘말린 이상 아무리 단련되고 각종 인체실험 끝에 인간의 한계에 도달한 신체능력을 얻게 된 공선자의 신체라고 해도 그 형체조차 남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에는 뇌도 포함되어 있었다. 공선자의 뇌만이 무사하게 그 형상을 유지할 확률은 한없이 제로에 수렴하는 것.

그리고서 설령 뇌가 무사하다고 해도 과연 누가 그 뇌를 회수해서 또다시 실험을 한단 말인가?

그 지구는 이미 공선자의 복수의 희생양이 되어서 지금쯤이면 좀비 천국이 되어버린 상황일 터인데 말이다.

그러니 가뜩이나 정신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쓸데없는 억측으로 스스로의 정신을 무너트리는 짓을 하지 않기 위해 생각을 전환하는 공선자였다.

‘뭐, 뭐가 되었던지 지금 이게 내가 처한 현실이야. 어, 어떻게든 제대로 직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 ……하지만 형이 없는 내가 도대체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정신세계에서 홀로 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시간을 통해서 정신을 회복했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간신히 이성을 회복할 수 있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수준까지만 회복된 상황. 그렇기에 공선자는 다시금 닥쳐온 현실에 또다시 무너질 것 같은 상태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지금 자신이 죽으면 형의 소멸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어떻게든 그와 같은 생각으로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도대체 뭘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 또다시 정신의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 진정해. 일단 생각, 생각하자. 이, 이럴 때 형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하는 거야. 우선은 안전한 장소에서 가서 휴식을 취해야 해…….’

누가 이야기해주지 않아도 공선자는 지금의 자신이 상태가, 정확히는 정신 상태가 엉망진창이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까놓고 말해서 언제 정신줄을 놓고 또다시 정신세계의 깊숙한 곳으로 가라앉아버릴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그저 간신히 회복된 이성으로 어떻게든 정신줄을 붙잡고 있는 상황에 불과했다. 신체의 상태는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그 어느 때보다 최고조였다.

허나, 정신이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그야 현대의 지구에서 죽음을 겪은 뒤로 천사와 대면했을 때부터 공선자의 정신의 거의 쉰 적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정신세계에서 어떻게든 정신을 되찾기 위해 보냈던 시간은 공선자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이나 마찬가지다.

그야 의식을 잃고 있었을 때는 시간의 흐름을 못 느끼니까.

거기에 완전히 망가진 정신을 이어붙이기 위해서 의식을 잃고 있었음에도 정신력이 회복된 것 같은 느낌이 없었다.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회복되었던 정신력이 곧바로 무너진 정신을 복구하기 위해서 소모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기에 현재 공선자는 그야말로 당장에라도 정신을 잃은 것 같은 짙은 피로에 휩싸여 있었다.

기억을 잃고 이제 막 눈을 뜬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은 정도로 정신이 몰려 있는 상태라는 것.

그렇기에 한시라도 빨리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서 휴식을 취해야 했다. 적어도 며칠간은 말이다.

썩어도 준치라고 현대의 이면에서 살아오는 것으로 날카롭게 단련된 그의 생존본능이 그렇게 외치고 있었으니까.

‘안전한 장소, 도시……. 소나타? 이 동굴에서 벗어나면 근처에 소나타라는 이름의 도시가 있는 건가?’

그리고 그 장소에 도착하면 챌린저와 에볼루션 시스템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주겠다. 지금 공선자의 눈앞에, 아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창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우리는 이 동굴에서 나가려고 했던 거잖아? 그리고 뭐가 되었던지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한 것도 자명한 사실. 그렇다면 우선은 이 소나타라는 도시를 찾아보는 게 어때? 이 반투명한 창이 말하는 대로 움직여도 안전할지는 알 수 없지만 처음부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한테 선택지 따위 없는 거나 다름없으니깐 말이야.”

“하, 하지만 이게 무언가의 함정이라면?! 이런 영문도 모를 현상에 내 목숨을 맡기는 거나 다름없는 행동을 그렇게 섣불리……!”

“그러면 뭐, 다른 선택지라도 있어?! 이 홀로그램의 명령을 안 따른다고 해도 어차피 우리는 일단 이 어두운 동굴을 벗어나야 해! 그리고 벗어난 뒤에는 당연히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장소. 마을이나 도시를 찾아야 하지. 즉, 애초에 우리가 이제부터 해야 할 행동은 이 홀로그램의 명령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는 거야!”

“그, 그건 그렇지만……!”

공선자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난 영문을 알 수 없는 홀로그램 창에 적혀 있는 글을 읽었다. 그리고 그렇게 글을 읽은 뒤 각자의 의견을 내놓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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