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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30/194)



〈 30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자신처럼 기억을 유지하고 있지도 않은 이들이 자신 이상으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 이쪽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당연히 포기했다. ……결코, 공선자가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에 포기한 것이 아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게 맞기는 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직접 타인과 대화를 해본 적이 없는 공선자다.

그가 의사를 나누었던 이는 자신의 반신이었던 형이 전부였다. 그가 자아를 가졌을 때부터 쭉 공선자라는 존재의 커뮤니케이션은 형의 인격이 담당해왔으니깐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타인에게 말을 걸라고 하다니, 진정한 방구석 폐인, 아니, 마음구석 폐인인 공선자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허들이 너무 높았다.

그러니 어차피 얻을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걸 수 있을 리가 없는 것.

때문에 공선자는 곧바로 다른 정보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 다른 정보는 다름 아닌 챌린저와 에볼루션 시스템에 대한 정보.

갑작스럽게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그 홀로그램 창은 마치 게임에서나 볼법한 퀘스트 창을 연상케 하였다.

그리고 퀘스트에는 늘 보상이 준비되어 있는 것처럼 실제로도 보상을 준다고 명시되어 있고 말이다.

문제는 그 보상이라는 게 공선자에게 매우 익숙한 단어라는 것이었다. 아니, 매우까지는 아니어도 바로 얼마 전에 들어본 적이 있는 단어였다.

다름 아닌 천사가 언급했던 단어들인 것. 때문에 공선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잃어버리지 않은 자신의 기억을 통해서 굳이 보상을 받지 않아도 어느 정도 챌린저와 에볼루션 시스템에 대해서 추측을 할 수가 있었다.

‘어째서 우리들을 챌린저라고 부르는 것인지, 에볼루션 시스템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퀘스트 창처럼 생긴 게 에볼루션 시스템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해.’

그렇다면 이 정보들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는 새로운 정보가 있다면 무엇이지? 첫 번째의 경우와 다르게 이쪽은 새로운 정보가 없다고 해도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만으로 새로운 정보를 유추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이 보였다.

그렇기에 세 번째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공선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통해서 우선은 더 뽑아낼 수 있는 정보가 없나 본능적으로 확인해보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 그러니까……. 혀, 형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했더라? 분명히 연상 게임을 하는 것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통해서 떠올릴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을 떠올린 뒤에 그렇게 떠올린 것들은 서로 연결해 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우선은 챌린저라는 단어에 대해서. 챌린저는 직역하자면 도전자. 다시 말해서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자라는 의미.

그렇다면 천사는 어째서 공선자를 포함한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챌린저라고 지칭했는가? 도대체 무엇에 도전하기에?

세계의 멸망에? 아니면 지금 눈앞에 떠올라 있는 반투명한 창이 지시하는 명령에 따라 그 내용에?

……여러 추측을 내놓을 수는 있었지만 무엇하나 마음에 다가오는 게 없었다. 무엇보다 추측을 확증으로 바꿀 정보가 부족했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일단 챌린저라는 단어를 고찰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에볼루션 시스템에 대해서.

이것 역시 직역하자면 혁명 시스템이라는 건데……. 이쪽은 챌린저보다 더 단어 그 자체를 통해서 유추해낼 수 있는 게 적어 보였다.

단지,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퀘스트 창 비슷한 것이 에볼루션 시스템이라는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떠올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스템이라는 것은 보통 정밀하게 짜인 어떤 구조를 묘사할 때 쓰이는 단어이기 마련이었다.

그 예로 게임 시스템과 같은 표현이 있지 않은가? 물론 이것 외에도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곳은 많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선자는 이 에볼루션 시스템에 대해서 고찰할 때 가장 먼저 게임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눈앞에 떠올라 있는 퀘스트 창 비슷한 것이 마치 게임에서 볼법한 퀘스트 창을 연상케 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본래라면 공선자에게 이런 반투명한 창이 보일 리가 없었다. 그런데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공선자에게 이런 창이 보이기 시작하나? 아니, 이 자리에 있는, 자신들이 챌린저라 불린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들 전원에서 자신과 같은 창이 보이기 시작하는가?

저 사람들과 공선자의 공통점은 무엇이지? 어떤 공통점이 있기에 갑자기 보이지 않았을 터인 홀로그램 창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지?

그 공통점은 간단했다. 저들 역시 공선자와 마찬가지로 에볼루션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시스템을 각인 받았을 것이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기억을 잃었다. 천사가 이야기하기로 기억상실은 에볼루션 시스템을 각인한 결과의 후유증이라고 했으니까.

그래, 공선자와 저들의 공통점은 에볼루션 시스템을 각인 받았다는 점. 그리고 그 공통점은 본래 보일 터가 없었던 반투명한 창이 이 장소에 있는 사람들 전원의 시야에 비치는 것의 근거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에볼루션 시스템과 이 반투명한 창이 확실한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이 반투명한 창은 말했다시피 어떻게 해도 게임에서나 볼법한 퀘스트 창을 연상시켰다.

그렇기에 에볼루션 시스템*퀘스트 창 비슷한 것*게임 시스템, 이라는 구조를 떠올렸고 이것을 축약해서 에볼루션 시스템=게임 시스템, 이라는 관계를 떠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 물론 이건 너무 비약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단,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게임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연상한 공선자도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감. 에볼루션 시스템과 게임 시스템이 무엇인가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으니 감에 가깝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 외에는 더 이상 연상되는 것도 없으니 일단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연상한 것을 통해서 새로운 정보를 얻어 보려는 시도 정도는 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기에 공선자는 자신이 연상한 이 게임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뭔가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려고 할 때였다.

“저기 너, 아까부터 혼자서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거야? 혹시라도 잃어버린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고 있는 거라면 헛수고야, 헛수고. 나도 아까부터 떠올리려고 하는데 전혀 기억나는 게 없어서 진작 포기해버렸다고. 괜히 고민한답시고 행렬에서 이탈해서 혼자 남는…….”

“히이이익?!!!!!!!!!”

“우아아아악?! 뭐, 뭐야?! 갑자기?! 왜 비명을 지르고 난리인데?! 내가 더 놀랐잖아?!”

갑작스럽게 공선자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공선자가 아닌 그의 형이었다면 아무리 생각에 잠겨 있었다고 해도 인기척을 놓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선자는 형의 모든 것을 계승 받았다고 해도 아직까지 그것은 전부 소화했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상대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상대가 갑작스럽게 말을 걸었을 때 기겁하며 공포에 질리는 반응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역으로 그것이 오히려 상대를 더욱 놀라게 만들었고, 그 덕분에 공선자와 그에게 말을 걸어온 상대는 졸지에 함께 이동하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게 된 것이었다.

“뭐냐, 갑자기?! 뭔가 문제라도 생긴 거냐?!”

“아, 아니, 문제가 생긴 건 아니고……, 이 녀석이 딴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걷고 있기에 혹시라도 일탈해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말을 걸었는데 완전히 몬스터라도 본 것 같은 반응을 돌려주잖아? 그래서 나도 덩달아 비명을 질렀을 뿐이야.”

“……쓸데없는 일로 소란을 일으키거나 하지 말도록. 가뜩이나 다른 사람들의 신경도 예민해져 있는 상태다. 괜한 소란으로 문제를 일으키면 본의 아니게 제재를 가해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씁!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가, 갑자기 말을 걸어오셔서 놀란 거예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 소란에 선두에 서서 사람들을 인도하던 마초남이 경고를 해오자 경고를 받은 사내가 어둠 속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인상을 구기는 것이었다.

그는 그저 공선자에게 경고를 해줄 생각이었을 뿐이었지만 그로 인하여 경고를 받은 게 상당히 못마땅했던 것 같았다.

그에 정신을 되찾은 공선자가 황급히 그 사람과 주위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자 일단은 주변의 사람들은 별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는 것이었다.

“너무 그렇게까지 다른 사람을 몰아붙이거나 하지 마. 이런 어두운 곳에서 갑자기 말을 걸면 놀랄 수도 있지. 인기척 정도는 내라고.”

“아, 진짜! 누가 사람을 몰아붙였다는 거야?! 난 딱히 이 녀석한테 신경질을 낸 게 아니거든?! 내가 짜증을 낸 건……. 쯧, 됐어. 말을 말자.”

그 때 공선자가 머리를 숙이고 사과하는 모습에 한 소녀로 보이는 목소리가 나서는 것이었다.

그 목소리는 공선자가 아니라 공선자에게 말을 걸었던 사내에게 핀잔을 던지는 것이었는데 그 목소리에 반박을 하려던 사내였지만 이내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그만두는 것이었다.

“뭐가 되었던지 행렬에서 낙오하지 않게 조심해. 갑자기 사라지면 괜히 다른 사람에게 민폐니까.”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내 사내는 공선자에게 한 마디만을 남긴 채로 다시금 행렬 속으로 모습을 감추는 것이었다.

그 뒤에 공선자는 더 이상 자신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이었다.

‘가,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솔직히 말해서 사내가 말을 걸었을 때 자신만 기억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에 찔리는 것이 있어서 더 크게 반응을 한 것도 있었다.

요컨대 도둑이 재발 저렸다는 이야기. 때문에 남자가 별 의심 없이 거리를 두자 안도하고 있던 그에게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다가왔다.

다행이도 이쪽은 인기척을 내면서 다가왔는데, 그, 아니, 그녀는 방금 전 공선자에게 말을 걸었던 사내에게 한소리 했던 소녀였다.

“정말이지. 이런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들한테 시비를 걸려고 하는 녀석들이 꼭 있단 말이지. 타인을 짓밟는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우월감을 통해서 공포를 숨기고 싶은 거려나?”

자신에게 다가오며 그와 같은 중얼거림을 들려주는 소녀의 목소리에 공선자는 다시금 몸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했다시피 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매우 떨어졌다. 형 인격의 경우에는 그나마 에이전트로 활동할 때 어딘가에 잠입하며 여기로나마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능력을 기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을 지켜볼 뿐이었던 공선자에게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온다는 상황에 대응하기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렇기에 소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전원이 함께 기억상실에 걸린 이들이라고 해도 새빨간 타인.

아니, 오히려 기억상실에 걸렸기에 과거에는 아는 사이였다고 해도 지금은 타인이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처럼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소녀의 행동을 공선자에게 충분히 경계심을 유발시킬 수 있는 행동이었다.

“너, 괜찮아? 갑자기 시비가 걸려서 놀란 거야 이해하겠지만 그렇게까지 정중하게 사과할 필요는 없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저 자세로 나가면 다른 사람들한테 얕보일 수도 있다고?”

“에, 어……. 저, 저기?”

때문에 공선자는 소녀가 말을 걸어오자 도저히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해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공선자의 모습을 본 소녀는 뭔가 이해가 되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두운 상황이었기에 서로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공선자의 단련된 안력은 그런 소녀의 표정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아아……, 과연. 대충 그런 성격이라는 건가. 뭐, 세상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너 같은 성격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상당히 귀찮은 성격이라고밖에 이야기할 수 없겠네. 너 그런 식으로 해서 살아남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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