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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32/194)



〈 32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악수를 하자는 의미로 내밀었던 손을 공선자가 잡아줄 생각을 하지 않자 거두어들인 뒤 다른 쪽 손과 함께 깍지를 끼고 무안한 것처럼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이야기하는 소녀의 목소리에 공선자가 다시금 당황해서 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니……. 딱히 그런 이유로 손을 피하거나 한 건 아닙니다! 그, 뭐냐……. 무슨 의미로 손을 내미신 건지 알 수가 없어서…….”

“아, 혹시 악수의 의미를 모르는 거야?”

“아니, 악수의 의미는 알고 있습니다만……, 어, 어째서 이 타이밍에 악수를……?”

확실히 소녀가 악수를 청한 타이밍은 매우 애매하기 그지없는 타이밍이기는 했다. 소녀 자신도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공선자의 의문에 제대로 된 답을 못 돌려주고 시선을 피하는 것이었다.

“아……, 그……. 왜, 왜인지 모르게야! 왜인지 모르게! 아마도 내가 기억을 잃기 전의 습관 같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데……. 아니지, 습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이상하려나. 요컨대 일단은 같은 처지인 만큼 잘 지내보자는 의미라는 거지. 타이밍은……,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는 거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

요약하자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이 소녀는 기억을 잃기 전에도 꽤나 친화력이 있는 타입이었던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 막 만난 사람에서 이런 식으로 악수를 요청하는 경우는 꽤나 드물 테니깐 말이다.

기억상실 전부터 친화력이 있는 타입이었기에 일단 새롭게 만난 사람과는 악수부터 하는 습관이라는 게 무심코 튀어나왔다는 상황인 것 같다고 공선자는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 잡을 거야, 말 거야?! 계속 이렇게 손을 내밀고 있는 거, 상당히 창피한 일이거든?!”

한 번 거두었던 손을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금 내미는 그녀. 이 어두운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출구를 찾으며 걸어가면서도 용케 자신을 향해 계속해서 손을 내밀고 있었다.

왜인지 반쯤 악수를 하라고 강요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거기에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밝았다면 아마 창피함에 얼굴을 붉히고 있는 소녀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을 터.

이 정도까지 오면 보통 사람이라면 혼자서 손을 내밀고 있는 소녀가 안타까워서라도 일단은 손을 마주 잡아 악수를 행할 터였다.

……그러나 공선자는 보통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성격은 지극히 소심하고 여린 보통사람이었지만 그의 경험이 보통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아니지, 그러면 성격을 넘어서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게 올바를 터. 여하튼 그런 이유로 공선자는 그 상황에서도 손쉽게 소녀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저, 저기……. 그게……, 제, 제가 딱히 손을 마주 잡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공선자가 손을 마주잡고 싶지 않은 것이 맞았다. 상대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섣불리 손을 붙잡았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알 수가 없지 않은가?

이 어두운 장소에서 손에 슬쩍 숨겨놨던 독침이라도 악수하는 순간에 찔러 넣으면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처음 만나는 사이에 설마 그런 일이 생길 일은 없겠지만 말했다시피 보통이 아닌 경험을 살아온 공선자로서는 0.01%조차 안 되는 확률이라고 해도 ‘불가능’이 아닌 이상 본능적으로 경계를 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구에서 공선자에게 아군은 없었다. 그냥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스쳐 지나가던 사람이 다짜고짜 배때지에 칼을 쑤셔 넣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생을 살아온 것이 공선자였다.

설령 이곳이 다른 세계라고 해도 갑자기 경계심을 갖지 않게 되는 쪽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그러니 이성적으로 이 손에 대답을 해주어도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도 본능이 거부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공선자는 생판 남인 사람과 피부를 접촉한다는 사실 자체에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으윽……! 돼, 됐어! 잡기 싫으면 잡지 말든가! 정말! 생각 이상으로 소심한 건지 경계심이 강한 건지 모르겠네. 뭐가 되었던지 나랑은 친해지기 싫다는 이야기지? 칫, 걱정해줘서 손해만 봤다는 느낌이야.”

“어, 그, 그러니까……. 거, 걱정해주신 건가요? 저를? 거기에 친해지기 싫다니……. 딱히 그런 건…….”

까놓고 말해서 그런 게 맞기는 했다. 현재의 공선자는 여러 가지 요소로 소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도 결코 친해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런 공선자라고 해도 소녀의 중얼거림은 조금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설마 오늘 처음 본 사람이 자신을 걱정해줄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

“따, 딱히? 그냥 어째 사과하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여서 저래도 괜찮을까 싶었을 뿐이야. 눈앞에 곤경에 처해 있는 사람이 있으면 괜찮을까 싶어서 걱정하는 게 사람의 본성이잖아?!”

왜?! 뭐, 잘못되었어?! 라는 눈빛이 어두운 동굴 속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하게 쏟아지자 공선자는 그저 전력으로 고개를 끄덕여 소녀의 발언을 긍정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조금 과했다는 느낌이 없지는 않았지만 너한테 시비를 걸었던 녀석의 말이 아예 틀린 것도 아닌 것 같았고 말이야. 나도 무슨 정보가 없을까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이동하다가 알아차린 사실인데, 너 말이지, 혼자서 무슨 딴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하게 뒤처지고 있었다고?”

그렇기에 일단 공선자가 걱정되어서 소녀가 직접 이렇게 나서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소녀의 발언에 공선자는 깨달을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소녀는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사람 좋은 타입의 소녀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공선자는 더욱 소녀가 거북해질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자신과는 연이 없을 것 같은 타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

“저, 저기 걱정해주신 건 감사합니다. 그, 그리고 그런 사실도 모르고 실례되는 반응을…….”

“됐어. 사람마다 성격의 차이라는 게 있는 거고. ……거기에 우리들은 기억상실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에 비하여 꽤나 다른 생활방식을 살아온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거든. 봐봐. 당장 서로가 가지고 있는 상식이라던가 말이야. 꽤나 차이가 있어 보이잖아?”

소녀의 이야기대로 공선자와 소녀와 마찬가지로 이 장소에 모여 있는 수십의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는 선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굴인 만큼 목소리가 울려 엿들으려고 한다면 엿들을 수 있었는데, 그를 통해서 공선자는 소녀의 이야기처럼 이 장소에 있는 이들이 가진 상식이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어떤 이는 마법 같은 것이 당연히 존재한다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어떤 이는 그것이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요소라고 이야기했다.

어떤 이는 귀족과 같은 신분제도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어떤 이는 그와 같은 신분제도를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라고 단언하고 있었다.

……또 어떤 이는 사람이 우주를 개척했다는 것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였지만 어떤 이는 우주가 뭔지도 몰랐고, 어떤 이는 우주를 알고 있었지만 그걸 사람이 개척하기 위해서는 머나먼 세월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말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상식이 다르다는 사실은 공선자 역시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요소였다. 그리고 그 원인을 공선자는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각자 다른 세계에서 끌려온 거겠지. 보, 보아 하니까 나란 비슷한 세계에서 끌려온 사람도 있고, 파, 판타지처럼 느껴지는 세계에서 끌려온 사람도 있는 것 같고…….’

그뿐 아니라 자세히 확인해보면 무협처럼 느껴지는 세계, 거기에 sf 세계나 공선자의 입장에서는 근 미래 시대로 느껴지는 세계에서 끌려온 사람들도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공선자는 그런 자신의 추측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공선자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다른 이들도 충분히 추측할 수 있는 사실.

하지만 기억상실의 영향인지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자신들의 상식이 어째서 다른 것인지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과는 다른 상식을 가진 상대 이야기를 믿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며 은근히 적대하고 있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공선자는 섣불리 그들의 상식이 어째서 다른 것인지 자신이 추측한 원인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것이었다.

괜한 말을 꺼냈다가 어째서 공선자가 그와 같은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는지 캐물어 오면 골치 아프지 않은가?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차이가 있다는 건 사실이잖아? 그렇다면 우선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지. 그러면 뭐……, 네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어. 너랑 나와의 상식이 다르다. 그렇다면 내 악수를 받아주지 않는 것도 이해를 하지 못할 건 아니야. 서로 악수라는 행위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

“아, 네…….”

그리고 동시에 공선자는 눈앞에 소녀가 상당히 머리가 좋은 타입이라는 사실도 유추할 수 있었다.

공선자야 기억이 남아있으니 서로의 상식이 다른 이유를 유추할 수 있었지만, 이 소녀는 그렇지 않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상식과 다른 상식을 지닌 이를 이해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이해하기 위해서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하려고 하고 있었다.

“……으윽. 하지만 악수라는 행동을 어떻게 해석하면 위협하는 행동이 될 수 있지? 아니, 말하는 걸 들어보면 딱히 내가 알고 있는 의미랑 다른 게 없어 보였는데? 그러면 역시 그냥 내 손을 잡는 건 기분이 나쁘다, 그런 건가……?”

단지,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 주제에 공선자의 대응에 상처를 입지 않은 것은 아니지 어깨를 늘어트리는 모습이 조금 재미있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 아니……. 여, 역시 악수는 조금 더 서로 가까워진 다음에 하는 게…….”

“그런 건가? 나는 오히려 친해지면 굳이 악수를 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오히려 비즈니스적인 관계끼리 더 많이 악수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는데…….”

공선자의 발언은 요컨대 그거였다. 아직 우리들은 비즈니스적인 관계조차 아니지 않은가? 라는 의미.

그러나 소녀는 적어도 공선자와 같은 입장에 처한 사람인 만큼 비즈니스적인 관계 정도는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

그리고 그런 인식의 차이가 있었기에 지금과 같은 반응의 차이가 나오는 것이었지만 이 이상 이 화제를 파고든다고 해도 이야기에 진전이 없었다.

그렇기에 소녀는 더 이상 그 부분은 따지고 들지 않고 일단은 이야기의 진전을 위해서 화제를 전환하는 것이었다.

“뭐, 좋아. 지금은 악수조차 안 받아줄 정도로 경계를 하는 건지, 거부감을 표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 왠지 너하고는 이후에도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은 기분이니깐 말이야!”

“아, 아뇨……. 저 같은 사람하고 어울려서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것보다 이제는 슬슬 자신에게 관심도 끊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공선자였지만 소녀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공선자가 마음에 들었다……, 라는 기색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그가 또다시 무리에서 낙오하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지켜본다는 기색이 강했으니깐 말이다.

이는 공선자의 실수였다. 에볼루션 시스템이 무엇인가,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창과의 관계가 무엇인가를 고찰하다가 본의 아니게 동굴에서 탈출하려는 무리에서 낙오할 뻔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아까의 사내에게 한 소리를 들었던 거고 지금의 소녀 역시 공선자를 지켜보려고 하는 것 아닌가?

‘아……! 그, 그러고 보니까 나 그걸 확인하려고 했었지!’

그렇게 자신의 실책을 떠올리고 자책을 하려고 하던 공선자는 문득 사내가 말을 걸어와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에볼루션 시스템이라는 것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게임에서나 볼법한 시스템과 무엇인가 관련이 있지 않을까? 라는 추측을 통해서 시도해보려고 했던 것.

문제는 그 시도를 하기 전에 남자가 말을 걸어왔기에 놀라 여태까지 깜박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에라도 떠올랐으니 당장 시도해보려고 했던 것을 시도해보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공선자는 일단 머릿속에 떠올린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었다.

“그, 그러니까 일단은……. 스테이터스 창……?”

게임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유저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서포트 해주는 시스템들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를 들자면 다름 아닌 유저가 플레이하는 캐릭터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스테이터스 창, 줄여서 스텟 창이라고도 불리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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