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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41/194)



〈 41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즉, 게임에서나 쓸 수 있을 법한 판타지적인 기술을 현실에서도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모종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스테이터스 창에서 오라라는 이름의, 딱 봐도 마나나 마력 같은 마법에 사용될 것 같은 모종의 단위를 확인하는 것으로 그런 확신은 더욱 굳어졌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솔직히 살짝 스킬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자신이 무슨 강력한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대한 기대감은 아니었다.

……자신이 여태까지 살아온 인생이 있으니 자신의 지닌 기술들이 스킬로서 등록되거나 하는 경우를 기대하기는 했지만, 텅텅 빈 스킬창을 목격하는 순간 그 기대는 접었다.

그렇기에 공선자가 하고 있던 기대는 스킬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기대. ……요컨대 가능성에 대한 기대였다.

과거 초능력자이기도 했던 공선자는 이쪽, 요컨대 오컬트 쪽으로는 상당한 내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스킬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이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스킬이라는 게 있으면 개인의 능력을 좀 더 강하고 다채롭게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었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는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라 스킬이라는 ‘개념’에 대한 기대감이었다는 소리.

그렇기에 텅텅 빈 스킬 창을 보면서도 약간의 기대감을 품었다. 여기를 다채로운 스킬들로 채워 넣으면 더 이상 무력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그러나 그런 기대감은 공선자가 자신이 일야몽이라는 영문도 알 수 없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뒤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각성’스킬을 확인하는 순간 혼란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시안? 시안이라면 그? 어째서 이게 여기에?!’

당장이라고 입 밖으로 내버리고 싶은 말을 어떻게든 씹어 삼켰다. 바로 옆에서 공선자가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무슨 일인가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최대한 태연한 척을 했다. 그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중얼거림이었다는 척을 했다. 허나, 속으로 그는 패닉에 빠져 있었다.

‘……내가 지니고 있는 그 어떤 기술도 스킬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어. 그런데 어째서 시안이? 아니, 그것보다 이 시안은 내가 알고 있는 그 시안(時眼)이 맞는 건가?’

혼란스러웠다. 동시에 도대체 스킬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영문을 알 수가 없게 돼버렸다. 그러던 도중 공선자의 뇌리에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까 나……, 시안을 쓸 수 있는 상태던가?’

워낙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서 잊고 있었다. 공선자가 어째서 지옥 같은 인생을 겪어야 했는가? 그것은 다름 아닌 그가 지니고 있던 초능력, 시안 때문이었다.

천사와 만났을 때 시안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 장소에서는? 다른 차원이라는 이 장소에서는 시안을 사용할 수 있나?

‘아니, 사용해도 되나? 시안을 내 수명을 소모하는데……? 하지만 사용할 수 있나 없는 확인하는 건 중요한 일이야.’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사실이 상당히 중요한 사실이라면 확인을 해두는 것이 좋았다.

……사용 유무의 확인만이라면 해봤자 몇 초 정도밖에 수명이 깎여나가지 않을 터. 그렇기에 공선자는 일단 자신의 초능력을 확인해보기 위해서 의식을 전환했다.

초능력을 사용할 때 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의식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관측하기 위한 의사를, ‘하고자 하는 의사’를 내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뭐, 뭐야? 이건?!’

공선자는 다시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시안을 발동시킬 수 없다, 라는 것이 아니었다.

시안은 발동되었다. 하지만 달랐다. 그래, 이건 그가 알고 있던 시안이, 시간을 보는 눈이 아니었다.

‘수명이……, 소모되고 있지 않아?! 아니, 그 외의 뭔가가……?! 이건 뭔데?!’

시안은 발동했다.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시간을 관측하는 눈은 작용했다. 단지, 달랐다. 자신이 알고 있는 시안이 발동할 때 전신을 휩쓸던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것은 여태까지는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던, 몸 안 속의 ‘미지의 무엇인가가’ 깎여나가는 것 같은 감각.

수명이 아니었다. 공선자가 수명이라고 명명한 자신의 존재가 깎여나가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건……, 그래. 마치 몸속에 내재되어 있던 모종의 영양소가 소모되어 가는 기분? 아니지, 영양소와는 달랐다. 그런 물리적인 무엇인가가 소모되는 느낌이 아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허나, 공선자는 일단 시안의 발동을 멈췄다. 느낌상 시안을 발동시키는 순간 깎여나가기 시작한 그것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을 보인다, 그런 느낌이었기 때문.

본능적으로 그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공선자는 시안의 발동을 멈추는 것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변화도 알아차렸다.

‘지쳤어……? 몸을 지치지 않았는데 이건……?’

피로하다고 해야 할까? 이미 정신이 한계까지 몰려 있어서 몸은 만전이어도 당장에라도 자고 싶다는 느낌이었는데 그 느낌이 더 강해졌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신체도 꽤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신체는 멀쩡했다.

하지만 갑자기 몇 킬로그램을 되는 듯한 추가 신체 곳곳에 출현한 것 같은 그런 감각이었다.

요컨대 만전이었던 신체가 빠른 속도로 피로해지기 시작하는 느낌이 들고 있다는 소리. 신체가 만전이어도 전신에 무거운 갑주를 입고 있으면 쉽게 지치기 마련 아닌가?

‘……뭐가 뭔지 모르겠어. 애초에 왜 스킬 창에 시안이라는 게 있는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지금은 우선 할 수 있는 해야 해.’

시안에 대해서 고민하다가는 얼마 없는 제한 시간이 전부 지나갈 것이다. 이것에 관련된 고민은 조금 미루어두어도 괜찮았다.

제한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판단했다. 애초에 당장 고민한다고 해도 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일단은 다른 시스템 창에 대해서 파악하기로 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이상 이 건에 대해서 고민하다가는 그의 정신이 버텨주지 못할 것 같기에 생각하는 것을 그만둔 것에 가까웠다.

다행이라는 점을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는 점이겠지. 그렇기에 공선자는 일단 스킬창에 대해서는 접어두었다.

이 부분은 적어도 어느 정도 안정을 취하고 제대로 된 정신 상태를 회복한 뒤에 확인하는 게 뭐가 일어나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일야몽……. 이 이름을 같은 스킬이 뭔지도 신경 쓰이지만 일단은 도시에 도착하기 전에 에볼루션 시스템의 대략적인 부분을 파악해두는 게 우선이야. 도시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니까.’

공선자가 스킬창에 존재하는 한 가지 스킬에 충격을 받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것일까? 공선자는 어느새 시야 끝에서 흐릿하게 인공적인 건축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성벽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거 사람에게는 결코 범접할 수 없는 요소가 몇 가지 있었다.

그중에서 하나인 하늘. 허나, 사람은 문명을 발전함에 따라서 하늘에도 도달할 수 있었다. 헬기나 비행기와 같이 사람이 하늘을 날게 해주는 탈것들.

그리고 그것들은 당연하게도 사람과 사람들의 분쟁 구도를 일변시키는 역할을 해주기도 하였다.

요컨대 적의 침입을 막는 성벽이라는 것의 효율이 거의 없다시피 해졌다는 이야기. 그전에도 강력한 폭탄이 등장하며 성벽이 거의 의미가 없어지기는 했다.

허나, 거기에 비행체에 의한 폭격이 성벽의 존재의미에 완벽하게 종지부를 찍었다는 이야기.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그전부터 각종 이유로 거의 효용이 없어진 성벽이기는 했지만, 더욱 사용할 의미가 없어졌다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21세기에 이르러서 전쟁에서 성벽과 같은 요소를 활용하는 나라는 찾는 것은 지극히 힘든 일이었다.

기본적으로 할 수 있다면 전투기를 통한 폭격전, 아니, 이제는 서로에게 미사일을 사출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삼는, 서로에게 화력을 쏟아 붓는 화력전이 우선시 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결과 상대의 화력을 무력화시키는 기술도 발전해서 오히려 진짜로 전쟁이 나면 미사일이 쏟아 붓는 일은 드물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현대에서는 성벽이라는 것의 의미가 완전히 사라졌다시피 하다는 점. 그런데 지금 공선자의 시야 저 멀리에는 분명히 ‘성벽’이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한 물체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통해서 공선자는 한 가지 사실을 또다시 유추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을까 싶기는 했다.

하지만 그 혹시나 라는 것이 역시나, 라는 느낌이라는 소리. 공선자가 도달한 새로운 세계는 그가 예상했던 대로 ‘성벽’이 아직까지 의미를 갖는 수준의 ‘문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는 정보였다. 어느 정도 자신이 이제부터 살아가게 될 세계에 대해서 유추해낼 수 있었으니깐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금 전에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벌였던 설전. 그 중에서 어떠한 주장대로 흘러갈지도 대충 예상이 되었고 말이다.

‘……아마 제대로 신분을 증명하지 못하면 도시에 들어가지 못할 확률이 높을 것 같은데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혼자서 이탈해야 하나?’

성벽이 의미를 가질 정도의 문명. ……어떻게 생각해도 중세시대 정도의 문명이라고밖에 추측할 수 없었다.

현대에서는 뭘 해도 도저히 성벽이 의미를 가지지 못할 테니깐 말이다. 혹시라도 공선자가 모르는 요소가 있기에 현대에서도 성벽이 의미를 가진다, 라는 경우가 있을지 몰랐다.

허나, 그렇게 된다면 설령 현대라고 해도 신분 확인을 철저하게 할 가능성이 높았다. 21세기에서 도시 간의 이동 정도로 신분확인을 철저하게 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안전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성벽을 쌓아서 각각의 도시가 분리될 정도의 상황이라면 결코 ‘안전하지는 않다’라는 의미가 아닌가?

그런 상황인 만큼 들어오는 사람을 선별하기 위한 신분확인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안전을 위해서 말이다.

여하튼 뭐가 되었던지 공선자는 시야 저 멀리에서 성벽이 들어오는 순간 결코 쉽게는 도시 내부로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다.

공선자와 마찬가지로 멀리 존재하는 성벽을 확인하는 순간 진짜로 근처에 도시가 있었고, 또 그 도시에 가까워져 간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사람들 역시 존재했다.

아니, 대부분이 그런 사람들뿐이었다. 공선자처럼 위험을 느끼는 이들의 숫자는 거의 없었던 것.

설령 방금 전에 함부로 도시에 접근하는 게 위험하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이라고 해도 불안해하던 상황에서 확실한 문명의 이기를 발견하게 된 만큼 기쁜 마음에 그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도시가 보이기 시작하는군! 적어도 이 투명한 창이 하는 이야기는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소리겠지. 그러면 일단 최대한 속력을 내서 도시에 접근하도록 한다!”

성벽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닐 터. 당연히 그 안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도시도 있을 것이다.

그런 희망을 품고 단체로 기억을 잃은 사람들이 더욱 사기를 높이며 눈앞의 도시를 향해 접근하는 것이었다.

성벽이 둘러져 있기에 어디가 입구일까, 하는 고민을 할 수도 있었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들이 걷고 있는 길은 도시의 성문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즉, 길을 따라 걷기만 하면 되었기에 50명을 넘는 사람들은 안도감에 심취하여 빠르게 도시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지금이라도 일행들에게서 일탈하며 혼자서 움직여야 하는 거 아닐까 고민하던 공선자는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뭐가 되었던지 도시에 도착하면 서브 스트림이 종료된다. 그 전에 스트림을 클리어해둘 필요가 있어.’

굳이 아직 정체도 모를 서브 스트림이라는 것을 클리어하는 것에 연연할 필요가 있는가? 하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공선자는 오히려 정체를 알 수 없었기에 서브 스트림을 우선은 한 번 클리어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진짜로 반투명한 창에서 이야기한 ‘보상’이라는 것을 주는 것인지, 또 이 스트림이라는 것을 클리어해도 문제가 없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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