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어, 어어어??! 모, 모험가 길드의 길드장님이 어쩐 일로…….”
“말하지 않았나. 손님을 맞이하러 왔다고. 거기 있는 50명. 그들은 내 손님이네. 데리고 가도 되겠나?”
“네……? 네……? 하,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기억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수상한 단체입니다만…….”
“기억을 잃었다는 건가. 확실하군. 내 손님이야. 그러니 자네는 여기서 그만 신경 끄게. 이들의 신분은 내가 책임지고 보장할 테니 말일세.”
“아, 아니, 하지만 혹시라도 도시로 들여보냈다가 이들이 사고라도 치면 제가…….”
“쯧, 내가 말했을 텐데? 이들의 신분은 내가 책임진다고. 이들이 사고를 치면 그 책임은 나한테만 짊어질 것이야. 자네한테까지 갈 일은 없어. 그러니까 걱정 말고 하던 업무나 마저 보시게.”
한편, 공선자에게 두려움. 그래, 두려움을 각인시킨 그 사내는 뭔가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인 것인지 이 자리를 담당하던 경비의 리더로 보이는 이를 하대하며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영문을 알 수 없는 50명의 사람들은 그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는 상황에 멍하니 경비병과 그 경비병이 길드장이라고 부르며 대화하고 있는 남자를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고 말이다.
“그, 그렇지만 제가 그 수호대장님을 이미 호출해버리고 말아서 이들은 그냥 이대로 보내면…….”
“수호대장한테는 내가 나중에 이야기해두지. ……이 이상 나를 귀찮게 하면 자네가 툭하면 받아먹던 쪽의 이야기도 덤으로 해버릴 수가 있는데 말이야?”
“흐익?!”
물론 길드장이라는 남자와 경비병의 리더로 보이던 사람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50명의 사람들은 별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다른 도시였다면 그대로 감옥에 가도 할 말이 없는 행위지. 그러나 이 도시는 워낙 다양한 사정을 지닌 이들이 몰려드는 장소. 애초에 치안수호대의 경비만으로 모든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한 일.”
길드장이라는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들이 도착한, 아마도 소나타라는 이름을 지닌 이 도시는 뭔가 다른 도시와는 다른 점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공선자 역시 그와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그가 길드장이라는 남자가 등장한 순간부터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점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역시 싫어도 몸에 각인된 버릇은 남 주지 못한다는 것인지 길드장이라는 남자가 하는 대사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게 용하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그 사이에 껴서 자네가 뭘 얼마나 얻어먹어도 다른 이들은 별 신경을 안 쓰지. 애초에 워낙 신분 미상의 이들이 숨어서 들어오거나 하는 도시니깐 말이야. 거기에 자네를 통해서 들어온 이들 한두 명이 섞인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지 않아? 거기에 나는 개인적으로 감사하고 있네. 모험가가 용병만큼은 아니지만, 워낙 위험한 직업이지 않나? 경우에 따라서는 용병보다 더 위험하고 그러니 과거와 상관없이 사람이 계속해서 충원되는 건 감사한 일이지.”
다른 도시들과 다르게 이쪽 도시는 신원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사람들 역시 비교적 도시 내부로 쉽게 들어올 수 있다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신분을 증명한 수단이 명확하지 않은 이들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일은 무엇일까?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신분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보통 새로운 신분을 만들려는 사람들은 모험가나 용병이 되는 걸 선택하지 덕분에 우리 도시의 지부는 다른 도시보다 비교적 일손이 많아. 뭐, 그만큼 죽어가는 녀석들도 많지만 적어도 공급 쪽이 더 많아서 일손이 부족하지 않은 건 자네처럼 융통성이 있는 수호대원들 덕분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하, 하하하……. 그, 그렇죠. 저도 모험가 길드에 도움이 되었다고 하니까 기, 기쁩니다.”
“그래, 그러니 난 자네가 계속해서 수호대원으로 있어줬으면 하네. 거기에 처자식도 있을 텐데 옥살이를 하게 되면 앞날이 막막하지 않겠나?”
“처, 처자식은 없지만 모시는 부모님은 계시죠. 예, 그, 그렇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길드장의 압박에 이기지 못한 경비병이 리더로 보이는 이가 결국에는 일행들을 포위하고 있던 경비병들에게 시선을 주자 그들도 마지못해서 물러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자신들을 포위하고 있던 이들이 물러나자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 시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동시에 정황상 자신들을 구해준 것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시선을 모으는 것이었다.
상황을 보면 어떻게 봐도 자신들을 도와준 것으로 보였기에 그 남자에게 날이 선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없었다.
그 대부분이 감사의 의미를, 그리고 동시에 기대를 담은 시선을 보내주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럴 것이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저 남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저쪽도 마찬가지일 터.
그러나 그렇지가 않았다. 자신들을 저 남자가 누구인지 모르는데 저 남자는 50명에 달하는 사람을 손님이라고 표현했을 정도.
요컨대 그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 영문 모를 상황을 저 남자가 설명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기대를 담아서 그 남자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도움에 감사한다. 하지만 감사와는 별개로 묻고 싶군. 우리가 기억상실에 걸렸다는 건 결코 거짓말이 아니어서 말이지. 그렇기에 도와준 건 감사하지만 어째서 당신이 우리를 도와준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말이지. 당신은 우리들을 알고 있나?”
그리고 그런 일행들의 대표로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길드장이라는 남자에게 일행들이 묻고 싶어 하던 질문을 대신해서 던져주는 마초남.
경비들이 물러가자 그들에게 다가오던 길드장은 마초남이 나서서 자신에게 무엇인가 물어오는 모습에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서 멈추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일행들이 길드장이라 불린 남자가 어떤 대답을 할지 기대하고 있는 순간에 약 1명, 안색이 창백해진 사람이 있었다.
‘미, 미친?! 저 사람 죽고 싶어서 환장을 한 건가?!’
……길드장이라는 남자가 등장한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저자는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하고도 ‘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었던 공선자.
그는 직감적으로 저 남자가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을 전부 죽이려고 든다면 제대로 반항도 못해보고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설명하기는 힘들었다. 어디까지나 감이었으니까. 하지만 공선자는 그런 자신의 감을 신뢰했다.
세계를 멸망시키려고 할 때 몇 번이나 궁지에 몰렸던 그였다. 이는 지혜, 없는 지혜 다 끄집어내도 결국에 자주 수 싸움에서는 공선자가 한 발씩 질 수밖에 없었다.
공선자의 적대적인 이들 사이에는 그만큼 천재들이 무수히 넘쳐났으니까. 허나, 그렇게 궁지에 몰렸던 순간에서도 공선자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말했다시피 악운이 강했기 때문.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악운을 끌어낸 것은 그의 직감이었다. 뭐라 근거를 설명하기 힘든 직감.
결코 이것만은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직감이 공선자의 뇌리에 경종을 강하게 울렸던 것. 그리고 그 직감에 따라서 행동하면 어떻게든 궁지를 돌파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허? 저게 말이 돼?’ 라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직감이 지금 공선자에게 경고를 해주고 있었다.
저기 앞에 있는 것은 ‘인간의 탈을 썼을 뿐인 다른 무엇인가’라고. 그런데 마초남이 그런 인외의 괴물로밖에 안 느껴지는 자에게 태평하게 말을 걸고 있으니 식겁할 수밖에.
혹시라도 마초남이 뭔가 실언이라도 해서 저 괴물이 다짜고짜 자신들을 죽이려 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흠,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특별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야.”
공선자가 그렇게 겁을 먹고 있을 때 길드장이라고 불린 남자는 마초남의 질문에는 대답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조금 거리를 두고 그들을 살펴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길드장의 태도에 마초남이 팔짱을 끼며 신음과 함께 심기가 불편한 것을 표하는 것이었다.
상대가 노골적으로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에 항변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길드장은 그런 마초남의 태도를 초지일관 무시했다.
그저 뭐가 목적인 것인지 이 자리에 있는 50명의 이들은 차분하게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을 뿐. 그러던 중 길드장과 공선자의 시선이 마주치는 것이었다.
“호오? 이거 참 대단하군. 도대체 무슨 수로 그 정도의……. 아니, 내가 간섭할 건 아닌가.”
공선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공선자는 당연히 겁을 먹고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그랬음에도 길드장은 공선자에게서 무엇인가를 발견한 것인지 한순간 그에게 흥미를 보이는 것.
허나, 이내 고개를 흔들더니 공선자에게서도 시선을 거두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맹수의 시선에서 벗어난 기분이었던 공선자는 간신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약 2분 정도의 시간 만에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대충 전부 살펴본 길드장은 이게 무슨 의미냐는 의미를 담아 자신을 노려보는 마초남에게 다시 시선을 두더니 피식 실소를 짓는 것이었다.
“겁도 없군. 무지하기 때문인가?”
“……그쪽이야말로 초면에 예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아니면 혹시 우리는 초면이 아닌 건가?”
“아니, 초면이다. 그렇기에 겁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거지만……. 뭐, 좋아. 무지가 잘못은 아니지. 거기에 애초에 난 너희들한테 해를 끼칠 수도 없으니 이런 일로 감정이 상해봤자 나만 손해라는 거겠지.”
일단은 일행을 이끄는 대표에 가까운 입장인 만큼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한테 꿀릴 수도 없다는 생각에 마초남이 조금 강하게 나가자 길드장이라 불렸던 남자가 혀를 찬 뒤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혀를 찬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눈앞의 마초남의 무지가 어리석다고 느껴서인지, 아니면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뭘 하고 있는 건지, 라는 느낌으로 혀를 찬 것인지 말이다.
중요한 것은 공선자가 당장에라도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죽일 수 있을 것이라고 느끼고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고 있는 저 남자가 딱히 그들을 해칠 의사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너무 겁을 먹으면 먹는 대로 문제일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야. 아니, 여기서는 ‘아무것도 모를 터인 녀석’이 어떻게 알았는지 수상하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이야기하면 슬쩍 공선자를 쳐다보는 길드장. 그 시선에 공선자는 또다시 맹수에 앞에 선 것처럼 움찔 몸을 떠는 것이었다.
“상상했던 것보다 눈에 띄는 녀석도 있어. 과연 이라고 말해야 할지……. 뭐, 좋아. 일단 내가 해야 할 일을 할까. 나를 따라오도록.”
그리고서는 뭐가 그렇게 흥미롭다는 것인지 홀로 중얼거리기까지 하는 길드장이었지만 이내 공선자에게서 다시금 시선을 뗀 뒤 뒤를 돌아 도시 쪽으로 걷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다짜고짜 자신을 따라오라고 이야기하는 길드장. 그런 중년 남성의 태도에 사람들은 어찌할 줄 모르는 것이었다.
“따, 따라가야 하나?”
“하지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함부로 막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거나 해도 되는 거야?”
“그렇다고 따라가지 않으면 어쩔 건데? 잘못하면 또 방금 전처럼 경비들한테 붙잡힐 수도 있다고.”
그렇게 서로 웅성거리며 따라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일행들. 그러자 앞서 가려던 길드장이 뒤를 돌아보더니 한마디 하는 것이었다.
“따라올지 말지는 너희들 선택이다. 하지만 따라오지 않을 사람은 그 나름대로의 각오를 하도록. 아마 이 도시에 들어오는 것도 힘든 일이 될 테니깐 말이지.”
“……일단 따라가도록 하지. 어쨌든 도시 내부로 들어가야 할 것 같으니깐 말이야.”
설마 이 정도로 사람이 모여있는 장소에서 무슨 일이 있겠느냐는 생각에 마초남이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나둘씩 길드장을 따라 성문을 지나 도시 내부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공선자도 일단은 따라 들어가는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저 인간처럼 느껴지지도 않는 존재에게서 거리를 벌리고 싶었지만 보아하니 진짜로 해를 끼칠 생각은 없는 것 같았기에 정보를 얻을 겸 얌전히 따라가는 것.
그리고 그렇게 공선자를 비롯한 챌린저들이 도시, 소나타에 발을 들이는 순간이었다. 공선자는 이미 몇 번 들은 적 있는,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한 번밖에 듣지 못했던 효과음이 같은 것이 뇌리에 울리는 것은 말이다.
띠링!
‘……메인 스트림이 클리어 되었어. 즉, 이 도시에 메인 스트림에 나왔던 소나타가 맞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