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그리고 도시에 도착한 순간 메인 스트림이 클리어 되는 것으로 드디어 챌린저들이 최소한 기초가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공선자뿐 아니라 다른 이들 역시 드디어 무엇인가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살짝 들뜨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재빨리 자신들의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창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었는데 그런 그들의 행동을 앞서 가던 길드장이 막는 것이었다.
“잠깐. 지금 보아하니 자네들의 눈앞에 뭔가 일제히 이상한 게 떠오른 모양인데 그걸 확인하는 건 나중으로 미루어두고 일단은 날 따라오며 내 설명에 집중해주었으면 하는군.”
“……어떻게 알았지?”
단순히 말로만 그들의 행동을 막는 것이 아니었다. 길드장의 목소리에는 그들이 자신들의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창을 확인하는 것을 막는 정체 모를 ‘힘’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50명에 달하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길드장의 말을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하지 않은 것이었고 말이다.
그리고 특히 공선자는 길드장의 목소리에 담긴 정체불명의 힘을 더욱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기운이라고 해야 할까? 아까 전의 길드장의 이야기했을 때와는 명백하게 무엇인가가 달랐다.
평범하게 대화할 때와 다른 무엇인가, 길드장이 처음 그들 앞에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목소리에 무엇인가 깃든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계속해서 길드장이 목소리에 어떤 힘을 깃들게 하였으면 몰랐을 것이다. 허나 길드장은 필요할 때, 보다 정확히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할 때만 목소리에 힘을 담았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길드장이 목소리에 힘을 담을 때와 담지 않을 때를 명확하게 감각적으로 비교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길드장의 목소리에 담긴 ‘힘’을 인식할 수 있었다.
비교대상이 있으니 둘을 비교해서 차이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 허나, 단순히 그런 이유만으로 상대의 목소리에 담긴 힘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디서 느껴본 것 같은 감각이야.’
길드장의 목소리에 담긴 힘은 분명히 공선자가 어딘가에서 느껴봤던 무형의 힘과 닮아있었다.
어디에서 느껴본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기억이 명확한 것이 아니라 느껴본 적이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때 느껴봤던 감각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들었던 것.
그 때문에 자신이 전에 느껴봤던 감각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떠오르지 않았다. 남아있는 것은 그저 느껴봤던 것 같다, 라는 애매모호한 감각이었으니까.
“경계할 것 없네. 자네들의 반응을 보면 유저 수준의 전사나 4서클 이하의 마법사가 보아도 무엇인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으니깐 말이야. 나 수준의 전사가 된다면 단순히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넘어서 자네들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대충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눈치 챌 수 있지. 우리 전사들은 상대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니깐 말이지.”
“……당신, 우리들한테는 눈길도 안 주고 앞만 보고 걷고 있었을 텐데?”
“큭! 역시 무지해. 상대를 확인하는 방법은 굳이 시각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지. 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해줄 의무 같은 건 없으니 자네들이 직접 이 도시를 경험하며 깨달도록 하게.”
그렇게 공선자가 길드장의 목소리에 깃든 힘에 대해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각에 작은 혼란을 느끼고 있을 때 마초남과 길드장의 대화가 끝나는 것이었다.
마초남은 좀 더 길드장이라 불린 남자에게서 정보는 얻기 위해서 심문 같은 것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왜인지 그 이상 따지고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그 역시 무의식적으로 이 이상 따지고 들어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위험하다, 라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공선자가 보기에는 마초남이 하는 짓은 토끼가 호랑이 앞에서 자신을 잡아먹어 달라고 춤을 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으니깐 말이다.
공선자와 다르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마초남이라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경계를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
“자, 그럼 계속 가던 길을 가며 내가 자네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을 설명해주도록 하지. 뭔가 눈앞에 떠오른 것 같은데 그건 그 뒤에 확인해줬으면 하는군. 정 확인하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어. 하지만 그로 인해서 내가 해주는 설명을 흘려듣게 된다면 그 뒤에 다시금 설명해줄 일은 없을 테니 알아서 책임을 지도록 하게나.”
그렇게 이야기하며 다시금 길을 걷기 시작하는 길드장. 그에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혹스러워하다가 마초남이 앞서서 길드장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하자 일단은 길드장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내 그들이 걷기 시작한 지 몇 초가 지나지 않았을 무렵 그들은 성문을 완전히 빠져나와 도시 내부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음? 특이한 행색의 집단이군. 선두에 있는 건……, 모험가 길드의 길드장님이 아닌가? 무슨 일이지?”
“잘 모르겠군. 어디 마을에서 재능 있는 이들이라도 끌어모아서 모험가로 스카우트해온 거 아닌가?”
“길드장님이? 내가 알기로는 그렇게 나서서 모험가 길드를 위해서 일하시는 분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니면 어디 모험가 관련 일로 인부들이 필요해서 고용해 온 것일지도 모르지. 행색이 통일된 건 작업복 같은 거 아닌가?”
웅성웅성, 웅성웅성.
도시 내부로 진입하는 순간 공선자는 무심코 탄성을 내뱉으려던 것은 억지로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다.
……경비로 보이던 사람들이 흑마법사니 뭐니 떠드는 것을 훔쳐 들었을 때부터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고 해야 할까?
공선자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21세기 지구에서 살아왔던 그로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말 그대로 중세시대의 성체 도시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보다 깔끔하게 정돈된 길. 공선자가 알고 있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보다는 울퉁불퉁할지 몰라도 걷는 것에는 지장이 없도록 돌로 잘 다듬어진 길이었다.
거기에 공선자가 떠올리는 길들은 보통 인도와 차도로 나누어져 있는 길. 허나, 눈앞에 펼쳐진 길은 그런 구분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럇!!!”
차가 없기 때문이겠지. 대신 마차가 존재하는 것 같았기에 마차가 올 때마다 사람들이 좌우로 갈라져 길을 만들어주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드문드문 보이는 마차, 그리고 포장된 길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 무엇보다 길 자체가 매우 널찍했다.
말했다시피 사람들과 마차가 같은 길을 쓰다 보니깐 사람들이 다닐 때도 마차가 길을 이용하기 편하도록 대로는 널찍하게 만들어둔 것 같았다.
“오오……. 사람이 이렇게 잔뜩 있다니……. 수백 명은 몰려 있는 것 같잖아?”
“……도시라는 게 원래 이런 거였나? 내 기억……, 이라고 해야 할까 상식하고 조금 다른 것 같은데?”
그리고 넓은 길 양옆에는 노점들이 줄지어서 길을 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호객을 벌이고 있었다.
거기에는 공선자가 살아오던 21세기의 지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활기라고 해야 할 것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던 것.
인터넷과 같은 것이 발달하여 굳이 만나서 거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는 보기 힘든, 분명히 말해서 생활감이라는 느낌이 드는 활기가.
그리고 그 광경을 공선자와 함께 목격하게 된 이들은 역시나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저 순수하게 도시에 이 정도 수준의 인구수가 밀집해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는 사람들.
그럴 것이 21세기 출근길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대로를 오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떠들썩한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 말했다시피 길 양옆의 노점상들이 호객행위를 하기 위해서 절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자체에는 별로 놀라지 않는 사람들 역시 있었다. 아마도 기억을 잃기 전에 이 정도 인구수가 밀집된 도시에서 살았거나 왕래했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겠지.
그리고 그중에서도 소수는 곤혹스러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들이 아는 도시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고.
그들은 아마도 공선자와 마찬가지로 좀 더 문명이 발전된 세계에서 살던 사람들. 그렇기에 더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몰린 광경도 본 적이 있을 터.
때문에 인구의 밀집도에 놀라거나 하지 않았다. 딱 봐도 문명은 중세시대 수준의 도시. 그런 도시에서 인구 밀집도가 높아 봤자 얼마나 높겠는가?
애초에 인구 수 수준에서 너무 차이가 났다. 그들이 곤혹스러워하는 이유는 어렴풋이 떠오르는 현대의 도시의 모습과 지금의 도시의 모습이 너무나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겠지.
고층 빌딩은 어디 있지? 철과 콘크리트의 도시는? 애초에 성벽이라니 너무 시대착오적인 거 아니야? 등등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겠지.
허나, 그것은 입 밖으로 꺼내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그들은 기억 상실자였다. 그렇기에 공선자와 다르게 애초에 대부분의 기억이 결손 되어 있는 자신들의 기억 자체를 쉽게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겠지.
요컨대 자신이 정답이고 다른 이들이 오답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거 나만 이상한 것 같은데?’ 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게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들은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일단은 현실을 받아들였다. 현실을 부정하기에는 애초에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현실과 다르다고 부정하기 위한 기준조차 애매모호한 기억과 함께 애매모호해진 상태였으니까.
“우선은 너희들이 도달한 이 도시에 대해서부터 설명을 해야겠지. 도시의 이름은 소나타. 네 번째 대륙 윈터에 존재하는 3개의 나라 중 하나, 메두사의 남쪽에 존재하는 던전 도시로 유명한 도시이네.”
그렇게 50명의 사람들이 도시의 모습을 보며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을 때였다. 길드장이라 불린 남자가 그들이 보고 있는 도시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기 시작하는 것은.
“아마도 자네들은 던전 도시라는 게 뭔지도, 네 번째 대륙이라는 게 뭔지도, 거기에 메두사라는 나라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겠지. 그건 나중에 직접 확인해보도록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는 주었다고 생각하니 말이야.”
그렇게 이야기하며 다시금 걷기 시작하는 길드장. 도시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에 여념이 없었던 사람들이 다시금 황급히 그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주는 시선에는 신경 쓰지 않아도 좋네. 자네들의 행색이 조금 특이해서 관심을 갖는 것뿐. 허나, 이 도시는 워낙 특이한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 그러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관심을 끊고 자기들 할 일을 하기 시작할 거야. 그러니 그냥 자연스럽게 내 뒤를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네.”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50명의 사람들. 거기에 하나같이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 사실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도 당연. 그렇기에 몇몇 이들은 자신들에게 모이는 시선에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는데, 이내 길드장이 설명해준 것과 같이 그들에 대한 관심은 금방 시들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다음으로 설명할 것은 지금 우리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겠군. 일단은 모험가 길드로 가고 있네. 난 거기서 자네들을 모험가로서 등록해 신분을 줄 생각이고 말이지.”
“모험가? 모험가 길드?”
50명의 일행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들에 대한 관심을 금방 접어버리는 이유를 금세 납득하며 길드장의 뒤를 따라 걷는 것이었다.
이제 보니까 자신들보다 훨씬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는 이들이 드물지 않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적은 숫자도 아닌 이들이 공선자의 입장에서보자면 이거 게임 속 아니야? 라는 의견이 나올 것 같은 복장을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갑옷이냐 방금 전의 경비로 보이던 이들이 입고 있던 것을 보았다. 거기에 여기는 중세 시대로 보이니 뭐, 입고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
허나, 그 외에도 이해가 안 되는 복장을 하고 있는 이들이 수두룩한 것. 노출이 곧 방어력! 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 복장은 아니어도 평범한 사람들 기준에서는 충분히 이상한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서 가장 자주 보이는 것은 전신을 로브로 보이는 것으로 가리고 다니는 사람들.
로브를 뒤집어썼음에도 불구하고 두툼해 보이는 몸통이 그들이 갑옷 같은 것은 내부에 입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갑옷을 입고 있으면서 로브를 뒤집어쓰다니 명백하게 이상했다. 아니, 것보다 수상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엄청나게는 아니어도 꽤 자주 보이는 것.
그런 도시인만큼 일단 얼굴을 대놓고 보여주고 다니는 공선자들에게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이상할 것은 없는 것.
“모험가가 뭔지부터 설명해 줘야 하나……. 아니, 굳이 내가 설명해줄 것은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