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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49/194)



〈 49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그런 길드장의 이야기에 마초남이 어처구니없다는 어조로 이야기하자 하잠이 어깨를 으쓱이는 것이었다.

“통하고말고. 정확히는 깊게 파고들려고 하는 녀석들이 그다지 없다는 거겠지. 거기에 깊게 파고들어도 장담하는데 너희들이 기억상실이라는 것 외에는 결코 그 무엇도 알아낼 수 없을걸? 그 부분은 신탁으로 나타난 천사가 장담했던 부분이니깐 말이지.”

그리고 기억상실이라는 것 외에 알아낼 수 있는 게 없다면 결국 의심을 의심으로밖에 그치는 것이었다.

즉, 뭘 어떻게 조사한다고 해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50명에 대한 결론은 ‘정체불명의 수상한 이들’ 수준으로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

그 외의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50명의 정체, 그리고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알아야 하는데 그걸 알아낼 수 있는 이들이 절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내 억지로 통한다는 거지. 권력남용인 점도 있지만 다른 지부의 길드장들과 비교하면 나는 얌전한 수준이니 본부도 크게 신경 쓰지 않겠지. 무엇보다 내 목숨이 걸려 있으니 약간의 억지 정도는 부려야 한다는 거지.”

꽤 오래 살았지만 아직도 더 오래 살고 싶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는 하잠. 그의 이야기를 들은 공선자들은 일단은 납득을 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런데 그걸 저 아가씨 앞에서 막 이야기해도 되나?”

……정작 그 이야기를 이렇게 대놓고 하고 있으니 이해가 안 되는 것. 모험가 길드라는 것치고는 사람이 없었다.

이 길드 내부는 상당히 넓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는 현재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것.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손님에 한정된 이야기.

방금 전 길드장에게 증명패를 넘겨주었던 아가씨는 아직 그대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걱정할 것 없다네. 오러로 목소리의 방향을 고정시켰으니깐 말이야. 우리 길드 간판 아가씨는 못 들었을 거야.”

“길드장님, 길드장님이 부탁해서 한 시간 정도 길드에 찾아오신 모험가나 의뢰인분들을 물리기는 했지만 너무 길어지면 클레임이 들어올 거예요. 그러니 할 수 있으면 더 빨리 일을 처리해주셨으면 감사하겠는데요.”

공선자로서는 하잠이 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실제로 방금 전의 그 여성은 하잠의 이야기를 전혀 못 들은 것 같은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어쩐지 사람이 없다 했더니 신탁을 받고 우리 때문에 잠깐 사람들을 내보낸 건가? 상상 이상으로 이 길드라는 것 내부에서는 더 대단한 위치의 사람인 모양이네.’

동시에 그는 여성의 빨리 일을 처리해달라고 하잠에게 부탁하는 목소리를 통해서 한 가지 정보를 더 유추할 수 있었고 말이다.

하긴, 이 정도의 넓은 건물이다. 그 말은 즉, 이 정도로 건물을 크고 높게 지을 ‘필요성’이 있었다는 이야기.

다시 말해서 평소에는 이 정도 넓이와 층수가 필요할 정도로 사람들이 득실거린다는 이야기겠지.

그런데 지금은 왜 사람들이 없나 했더니만 잠깐 동안이라고 해도 여기 있는 50명 때문에 사람들을 물려놓은 모양이었다.

“사람들을 내보낸 지 아직 10분도 안 지났을 텐데. 거기에 애초에 점심시간을 이용하지 않았나?”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문제라고요. 점심시간에 아예 손님이 없는 건 아니니까요. 길드 내부에서 기다리는 분들도 계셨다고요?”

“쯧, 알았네. 최대한 빠르게 끝내지.”

그렇게 짧게 대화를 주고받은 여성과 하잠. 그 직후 하잠은 다시 50명의 사람들에게 집중하며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들었다시피 빨리 일을 진행해야 해서 말이지. 아마도 이름을 몰라서 기록하기 꺼려하는 것 같은데 그러고 있는 다고 이름이 기억나는 것도 아닌데 대충 아무거나 쓰지 그러나?”

하잠의 그와 같은 이야기에 남 일이라고 함부로 말한다고 사람들이 투덜거리고 있을 때였다. 어떤 사람이 입을 연 것은.

“어어! 그……, 도시에 도착해서 받은 보상을 확인해 봐! 거기서 이름을 알려주고 있어! 거기에 이거 도움말 창? 정체는 잘 모르겠는데 여하튼 여러 가지를 설명해주는 것의 사용법도 알려주고!”

설명서의 사용법을 알려준다, 라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였지만 설명서도 설명서를 읽는 방법을 모르면 읽지 못하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서 설명서의 한 페이지를 읽으면 다음 페이지로 넘긴다든가, 하는 것 말이다. 물론 이런 기초 상식을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언급한 도움말 창이라는 것은 이야기가 달랐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사용법은 물론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공선자조차도.

그런데 그 존재를 도시 소나타에 도착하는 퀘스트를 클리어하자 알려주었다는 이야기. 아마도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적으라는 이야기에 ‘진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혹시나 하고 보상을 확인해본 모양이었다.

그 사실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하잠의 제지에 미루어두었던 보상을 확인하기 시작하는 것. 공선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하잠은 정확하게 50명의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일단은 내버려두었다.

길거리에서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 쓰였고, 또 성문을 통과하고 있던 상황이니 말렸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클리어 보상으로 내 진명을 알려줬어. 하지만 난 이미 내 이름을 알고 있었으니까 별 의미가 없고 중요한 건 챌린저 및 에볼루션 시스템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

그리고 이 메인 스트림이라는 것은 클리어한 보상으로 언급했던 것을 정확하게 지급하는 것이었다.

챌린저가 무엇인지, 에볼루션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한 짤막한 설명과 에볼루션 시스템을 보다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을 설명해주었으니 말이다.

‘……챌린저는 역시 에볼루션 시스템을 각인 받은 이들을 칭하는 명칭이었어. 즉, 이 자리에 있는 50명 안팎의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뭐, 그 외에도 의미는 있을 거야. 그, 그야 챌린저라는 건 도전하는 자를 의미하는 거잖아?’

무엇에 도전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 멸망에 도전한다는 게 아닐까? 하고 조심스럽게 추측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기억상실자들 50명을 앞으로 무엇이라 칭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는 점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그리고 에볼루션 시스템. ……정당한 대가를 통해서 각인된 자를 강화시켜주는 만인평등을 추구하는 개인강화 능력.’

그 형태가 게임 시스템과 흡사한 것은 그것이 가장 직관적인 형태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하지만 그거야 만든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을 노릇이니 패스.

뭐가 되었던지 챌린저와 에볼루션 시스템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 있게 된 것은 좋았다.

‘그, 그렇지만 설마 설명서처럼 도움말 창 같은 게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네. 하긴, 게임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뉴비들을 위해서 튜토리얼을 준비해두는 게임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지만.’

하지만 역시 알 수 있었다면 조금 더 빨리 알고 싶었다. 아니, 다른 시스템 창들을 확인하기 전에 가장 먼저 도움말 창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럴 것이 그랬다면 공선자가 받았던 서브 스트림을 좀 더 빠른 속도로, 그리고 보다 간편하게 클리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도움말 창이 있었으면 시스템 창이 어떤 종류로 몇 개가 있었는지, 그리고 해당 시스템 창에 대해서 추측이 아닌 객관적인 사용법을 알 수 있었을 테고 말이다.

‘아니, 오히려 도움말 창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런 서브 스트림을 준 걸지도 몰라. 별 수고 없이 클리어할 수 있는 스트림을 주는 것도 이상하잖아?’

스트림, 에볼루션 시스템에서 퀘스트에 해당하는 시스템인 만큼 퀘스트답게 당연하게도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숨만 쉬고 있는데 클리어 되는 것을 퀘스트라고 부를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공선자에게 주어졌던 서브 스트림이 무조건 성공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도 당연했다.

오히려 공선자 도움말 창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면 서브 스트림을 클리어하는 것이 매우 쉬웠을 테니 스트림으로서 나오지 않았을 확률이 크다는 것.

서브 스트림이 발생했을 당시 공선자는 도움말 창에 대해서 알고 있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소나타라는 도시에 도착하기 전까지 에볼루션 시스템의 80%를 파악하지 못했을 지도 모를 가능성이 존재했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었는데 성공했다. 그만큼 퀘스트를 깨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소리. 그러니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주는 것.

‘……물론 스트림을 받은 뒤 가장 먼저 도움말 창에 대해서 눈치 챘으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말이야. 어, 어쩔 수 없잖아? 내가 가장 먼저 발견한 건 스테이터스 창이라고? 그것도 게임과 연관 지어서 떠올렸으니까 게임에 하면 떠오르는 시스템 창들을 먼저 열어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잖아?!’

공선자가 떠올린 대로 도움말 창에 대해서 모르다가 서브 스트림을 받고 가장 먼저 도움말 창을 알아차렸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것이다.

도움말 창에 대해서 모르고 퀘스트를 깨는 것보다 퀘스트를 쉽게 깰 수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운’이라는 요소의 힘이었으니까.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경우에는 운도 노력이라는 소리. 아니, 곧바로 도움말 창에 대해서 추측할 수 있었다면 그건 그거대로 머리를 열심히 회전시킨 ‘노력’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요컨대 역시나 악운만 강한 남자, 공선자라고 해야 할지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는 운이 따라주지 않는 타입이었다.

“내 이름, 프로아라고 하는구나. 저기, 넌? 이름이 뭐야?”

“……쿠루미. 나나미 쿠루미. 음, 입에 딱 붙네. 자기 이름이어서 그런가?”

“고정세. ……그 외에도 자신에 대해서 이것저것 알려주는 창이라는 건가?”

공선자가 도움말 창을 살펴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다른 챌린저들은 도움말 창을 통해서 스테이터스 창에 대해서 알게 된 뒤 스테이터스 창을 살펴보고 있었다.

다들 가장 먼저 자신들의 이름을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 메인 스트림의 보상으로 자신들을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다시금 확인하고 싶었던 것인지 다들 스테이터스 창을 여는 것이었다.

거기에 굳이 지금 당장 살펴보지 않아도 도움말 창은 언제든지 불러서 살펴보고 싶을 때 살펴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당장 급하게 에볼루션 시스템을 파악하려는 사람은 없었던 것. 무엇보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하고 있던 일이 있지 않은가?

“……무슨 일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보아 하니까 각자 자신들의 이름을 알게 된 모양인데 그렇다면 빨리 증명패에 이름을 각인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언제까지 자네들 때문에 길드를 전세 내고 있을 수는 없으니 말이야.”

그렇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증명할 수단으로서 모험가 등록을 한창 진행하고 있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이 자리에 죽치고 앉아서 에볼루션 시스템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일단 당장은 자신들의 이름, 그리고 에볼루션 시스템이 무엇인지에 대한 간략한 요약. 마지막으로 여기 있는 50명이 챌린저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만으로도 만족하기로 하였다.

‘……일단 난 혹시 모르니까 가명으로 쓸까? 애초에 자기가 무슨 상황에 처한 건지도 아직 자세하게 모르니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아, 가명 생각하기 귀찮은데……, 진명을 사용한다고 해도 딱히 문제가 생길 것도 없을 것 같으니 난 진명으로 쓰자.’

‘으으으음……. 이거 진짜로 내 이름 맞지? 그런 것치고는 뭔가 딱 와 닿지가 않아. 에잇! 난 좀 더 멋있는 이름을 쓰고 싶다고.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멋있는 가명을 지어보자고!’

하잠의 재촉에 챌린저들은 우선 당장은 자신들이 들고 있는 증명패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자신이 알게 된 자신의 이름을 썼다.

어떤 이들은 잠깐 동안 고민하다가 가명을 섰고, 어떤 이는 가명을 쓰기로는 결정했지만 멋있는 가명을 쓰겠다고 결정한 뒤 그 멋있는 가명을 떠올리기 위해 고민에 빠지는 것이었다.

어떤 이들은 진명을 써야 할지, 아니면 가명을 써야 할지 결정조차 못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선자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어, 어떡하지? 진명? 가명? 아니, 하지만 섣불리 진명을 쓰는 건 쫌……. 이게 무슨 계약서 같은 거면 어떻게?’

뒷 세계를 알고 있는 공선자는 계약사기가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혹시라도 이 증명패에 진명을 쓰면 자신의 싸인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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