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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53/194)



〈 53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설마 과학기술이 아닌 마법을 통해서 구현된 엘리베이터가 존재할 줄은 몰랐던 공선자는 충격에 또다시 흔들리는 멘탈을 어떻게든 수습하는 것이었다.

“아니, 여기에는 없어. 엘리베이터는 의외로 비싸서 말이야. 설치비용도, 유지비용도. 무엇보다 마정석의 소모가 극심해. 그래서 상위 등급의 모험가나 귀족 나리들을 주 타겟으로 하는 숙박시설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어. 그런 숙박 시설은 이 던전 도시에서도 한 손으로 꼽을 정도로 밖에 없을걸? 우리 여관은 어디까지나 중위 수준의 모험가가 주 고객층이고 말이야.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할 여유는 없었어. 그래서 이야기했잖아? 높은 층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계단으로 올라가야 해서 힘들거든. 물론 모험가로서 단련을 우선시 하려던 가, 아니면 창문을 통해서 바깥 경관을 보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그렇다고는 해도 공선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엘리베이터가 그렇게 대중적인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도시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숙박시설에 밖에 없다니, 현대로 치자면 5성급 호텔에서나 엘리베이터를 찾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렇군요. ……그럼 전 이걸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5층 열쇠잖아? 괜찮겠어?”

“네, 뭐……. 문제는 없을 거예요.”

공선자는 여관에 도착한 뒤 여관의 카운터로 보이는 장소에 앉아 있다가 자신을 발견한 뒤 말을 걸어왔던 한 노인의 이야기를 전부 듣고서도 일부로 높은 층의 열쇠를 골랐다.

그가 굳이 높은 층의 열쇠를 고른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다름 아닌 높은 층의 창문에서 도시를 내려다봐 이 도시의 구조를 익혀두려는 생각이었던 것.

굳이 그것은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았기에 공선자에게 낮은 층의 방을 추천해준 노인은 특이한 녀석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공선자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자신의 설명을 듣고도 높은 층을 고른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더 이상 그를 말리지 않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손님에게 그렇게까지 간섭하지 않겠다는 마인드인 것인지, 아니면 그저 귀찮은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쪽이 그러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일단 우리 숙박시설에서는 며느리 녀석이 기본적인 식사를 제공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식사’라는 사실은 인식해두도록. 끼니를 때울 정도의 스프랑 빵 수준이라는 소리다. 거기에 식사가 제공되는 시간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로 한정되어 있어. 요리를 준비하는 사람이 며느리랑 손녀 둘 뿐이니 말이야. 그 외의 시간에 식사를 하고 싶거나 더 맛있는 요리를 먹고 싶다고 생각하면 밖으로 나가서 사 먹을 수밖에 없다는 거지. 본래라면 따로 계산해야 하지만 길드장이 한꺼번에 계산했으니 일주일 동안의 식사는 시간만 맞춘다면 원할 때 주도록 하지.”

뒤이어 카운터 너머의 여관 내부를 가리키며 1층은 보다시피 식당 겸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손님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해주는 노인.

그러면서 식사를 원할 때는 이 카운터의 자신에게 찾아와 주문을 하면 된다고 설명을 해주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올라가 봐도 되나요?”

“그래, 올라가 보도록 해. 단, 공짜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길드장인 선불로 계산한 일주일 동안이니까 그 뒤로 머물고 싶으면 제대로 돈을 지불하도록. ……아 참, 약도는 가지고 있겠지? 그건 넘겨주고 가게. 그게 자네들이 길드장이 스카우트한 사람들이라는 걸 증명하는 증명서이기도 하니 말이야.”

“이게요……?”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들은 공선자가 들고 있던 약도를 들어 올리며 묻자 그를 향해 손을 내밀며 점잖은 인상의 노인이 설명해주는 것이었다.

“종이에 그려진 약도 자체는 별거 아니어도 종이 자체가 특이한 재질이거든. 무엇보다 종이 자체도 귀하고 말이지. 요즘 마법으로 종이의 보급량이 늘었다고는 해도 평민들 중에서 그나마 먹고사는 걱정이 없는 사람들이나 사용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종이 자체를 증명서로 사용해도 별문제는 없지. 우리 숙박시설이 꽤나 괜찮은 숙박시설이어도 이 정도 재질의 종이를 일 회로 사용할 거면 그냥 숙박비는 내는 쪽이 낫지. 아니, 그렇다고 숙박비 종이보다 싸다는 건 아니네. 종이가 비싸 봤자 묶음도 아니고 한 장 아닌가? 그런 수고를 들일 거면, 이라는 뜻이지. 종이뿐 아니라 종이의 재질도 사전에 이야기해두었던 증표이기도 하고 말이야. 알아내려면 고생 좀 할 테니깐.”

그렇다고 종이가 싸다는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노인. 때문에 그려진 그림만 모종의 방식으로 지우면 다시 쓸 수 있는 종이는 자신이 수거해서 나중에 길드장한테 돌려줘야 한다고 말하며 공선자에게서 약도를 받아가는 것이었다.

‘……마법이 있어도 이 정도 문명 수준이라면 종이가 귀환 건 다르지 않다는 건가?’

순간적으로 저 약도를 지니고 있으면 돈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공선자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은 뒤 노인에게 건네준 약도에 대해서는 생각을 접어두는 것이었다.

정말로 어마어마하게 비싼 수준이었다면 이렇게 함부로 막 공선자와 같이 오늘 처음 본 사람들에게 대량으로 뿌리지는 않았을 터.

비싸기는 해도 한국에서는 한 장당 10원도 안 하는 종이가 여기서는 한 장 당 천원 정도 한다, 라는 이야기에 해당할 것이었다.

거기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통 조이는 한 장이 아니라 묶음으로 판매한다는 것 같은데 이 묶음으로 살 때가 비싸다는 것 같았고 말이다.

즉, 한 장의 약도를 위조하려면 한 묶음의 종이를 사야 한다는 이야기. 그럴 거라면 차라리 그 돈으로 이쪽 숙박 시설 정도는 아니어도 무난하게 지낼 수 있는 쪽의 숙박시설에서 지내는 게 낫다고 이야기하는 노인이었다.

“……저, 그럼 정말로 가 봐도 되는 거죠?”

“흐음. 상당히 피곤해 보이는군. 하긴, 도시 밖에서 왔을 테니까 피곤할 만도 해. 늙은이가 너무 주책이었나? 여유가 되면 손님하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는 게 취미여서 말이지. 붙잡아두어서 미안하네. 얼른 올라가서 쉬도록 하게나.”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당장 공선자의 정신은 농담이 아니라 눈앞이 흐릿해진 정도로 몰려 있었기에 휴식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나는 자고 싶다, 격렬하게 자고 싶다! 라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듬뿍 담은 공선자의 어조에 노인이 실수했다는 것 마냥 사과하고 그를 올려보내 주는 것이었다.

그 뒤 힘들게 여관의 계단을 올라와 자신이 잡은 열쇠에 맞는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공선자.

계단을 올라오며 어떻게 나무만으로 이런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솟구쳐 올랐지만 어떻게든 억눌렀다.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머리를 굴릴 수 있을 정도의 정신력조차 남아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꾸역꾸역 걸음을 옮겼다. 한층, 한층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이제는 한계라고 외치는 정신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움직였다.

본래의 공선자라면 이 여관이 정말로 숙박시설에 해당하는 건물인지 확인을 해봤을 것이었다. 정황을 보면 0.1%도 되지 않는 확률.

여태까지의 모든 것이 전부 자신들을 속이기 위해 행했던 연극이었을 가능성. 딱 몇 초 정도만 시간을 쓰면 확인할 수 있는 사항.

그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경계를 유지하며 걸음을 옮겼을 것이라는 소리. 허나, 지금의 공선자에게는 그 당연한 경계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

이제는 될 대로 되라는 마음. 만약 자신이 속은 것이면 지금 당장은 그냥 속아주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자신에게 배정된 방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었다.

점점 더 눈앞이 흐려졌다. 당장에라도 쓰러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를 악물며 움직인 공선자는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511호, 여기가 앞으로 일주일 동안 지낼 수 있는 방. 구조만 봐서는 그렇게 특이할 것도 없는 방인가. 생각했던 것보다 좁지만 애초에 이 정도 문명 수준으로 한 건물에 이렇게 많은 방을 욱여넣을 수 있는 게 이상한 이야기야. 건물의 크기를 생각하면 오히려 예상보다 크다고 해야 하나?’

작다고 해도 며칠 정도 숙식을 하기에는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크기였다. 공선자가 알고 있는 지구의, 그것도 엄청난 가격의 호텔처럼 방의 용도에 맞춰서 나눠져 어려 개거나 하지는 않았다.

굳이 비교하자면 싼 민박집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방 한쪽 구석에 덩그러니 침대만 가져다 놓은 느낌이었다.

그나마 옷뿐만 아니라 숙박하는 사람이 이것저것 짐을 넣어둘 수 있는 옷장이 있다는 게 위안이라고 해야 할까?

‘잠금장치는 특이할 게 없어.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무난하다고 할 수 있으려나. 어느 정도 기술이 없으면 함부로 침입할 수 없겠네.’

거기에 옷장에도, 방의 문에도 제대로 열쇠가 걸려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감이 있었다. 단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거야 어느 문명이든, 어느 시설이든 마찬가지 아닌가?

열쇠란 결국 끊임없이 이어지는, 뚫으려고 하는 자와 막으려고 하는 자의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완벽한 잠금장치를 바라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함부로 침입할 수 없고, 또 그런 인상을 주는 잠금장치가 적당했다.

오히려 너무 뛰어난 잠금장치가 걸려 있으면 그쪽이 의심스러웠을 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숙박하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수준의 잠금장치였다.

‘……말도 안 돼. 방이 하나 더 있기에 뭔가 했더니 화장실 겸 욕실도 있잖아? 이 정도 문명으로 어떻게?’

그렇게 잠금장치를 확인한 공선자는 사람에 따라서는 좁다고도 느낄 수 있는 방이었지만 일단 만족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문이 하나 있기에 들어가 본 공선자는 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욕실……, 이라고 말하기에는 상당히 비좁았다.

하지만 그곳은 확실하게 욕실이었다. 심지어 좌변기로 보이는 물건까지 존재했던 것. 그렇기에 가뜩이나 비좁은 장소가 더욱 비좁게 느껴졌지만 공선자는 그것보다 다른 쪽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봐도 중세시대 수준인데 샤워실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 그렇게 당장에라도 침대에 몸을 눕히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확인해본 결과 한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수, 수도 시설도 없는데 물이 나오고 있어? 이게 마법이라는 건가? 초능력하고는 어떻게 다른 거지?’

공선자가 알고 있는 수도꼭지와는 상당히 다른 생김새의 장치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모습에 그것을 잠깐 살펴본 결과 놀랍게도 어딘가에서 물을 끌어오는 게 아니라 물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변기의 물을 내려 보려고 했던 공선자는 변기에 물을 내리는 것 같은 장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거 진짜 변기인가? 하다가 변기에 샤워기처럼 생긴 것으로 물을 뿌려온 뒤 변기 속에 뿌린 물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또다시 놀라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흘려보내는 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변기에서 이어진 수도관을 타고 흘러간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아마 이것도 마법이라는 녀석을 통한 장치일 터. 그렇게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두 가지 장치를 확인해본 공선자는 다시금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이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사실을 말이다. 그러나 또다시 실감을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애초에 실감을 하던 하지 못하든 결국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에 정신적인 피로만 더해질 뿐이었다.

“더, 더는 무리. 침대……, 침대…….”

당장에라도 쓰려지려고 하는 몸을 이끌고 욕실에서 빠져나온 공선자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그러면서도 생각하는 것이었다. 확실히 방이 좁기는 하지만 이 여관을 생활에 필요한 최저한의 것들은 전부 갖춘 곳이었다.

그 덕분에 적어도 일주일간은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결국 공선자의 정신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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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차원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렇게 존재하는 차원의 수많은 많은 숫자의 종족이, 문명이 존재하며 존재해왔고, 또 앞으로도 존재해갈 터였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이것은 그 어떤 존재라고 해도 피해 갈 수 없는 절대적인 법칙이었다.

무한은 존재하지 않았다. 무한처럼 보이는 유한은 존재할지라고 진정한 무한이라는 개념은 결코 존재할 수 없었다.

결코 존재해서도 안 되었고 말이다. 끝이 있기에 시작이 있는 법. 무엇인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면 그것은 다르게 이야기한다면 결코 시작이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

그렇기에 세계는 결코 무한이, 영원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라도. 때문에 수많은 세계가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었다.

단지, 그 끝나는 수단이 가지각색이었다. 언제 끝을 맞이할지도 천차만별이었고 말이다. 어떤 세계는 시작하자마자 끝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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