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흔히 이야기되는 자각몽. 자신이 그 상태에 빠진 상황이라는 것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고로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가 꿈을 꾼다. 거기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늘 꿈을 꾼다. 꿈을 꾸지 않았다고 느끼는 날은 단지 애초에 꿈을 꿨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는 것에 가까웠다.
그렇게 꿈을 늘 인간이란 존재의 가까이에 존재한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래라면 제대로 인식하고 기억하는 것조차 애매하기 그지없게 되는 것이 바로 꿈.
늘 자신의 옆을 걷고 있는 환상. 그렇기에 사람은 자신의 장래나 소원을 꿈에 비유하거나 하는 게 아닐까?
꼭 도달하고 싶지만, 어떻게든 이루고 싶지만 도저히 손으로 붙잡을 수 없는 환상이라는 의미에서.
그만큼 꿈은 사람에게 있어서 익숙하지만 동시에 마주 보기 매우 어려운 환상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만큼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꿈에서 깨어나지 않고 계속해서 꿈을 꾸는 자각몽은 드물기 그지없는 현상이라는 것.
사람이 평생을 살면서 몇 번 경험해보지 못하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공선자는 자신이 지금 그런 자각몽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고, 동시에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럴 것이 다른 이들에게는 경험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공선자에게 있어서 자각몽이란 일종의 매개 역할을 해주었으니 말이다.
즉, 요컨대 그는 자신이 자각몽을 꾸는 그 순간 이제부터 자신의 눈앞에 무엇이 펼쳐질지 예측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미 몇 번이고 경험을 해봤던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지금부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을 것인지 이해하고 낙담하는 것이었다.
몇 번이나 경험했기에 알고 있었다. 지금부터 ‘보이는 것’이 결코 보고 싶지 않다고 해서 볼 수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피하고 싶다고 해서 결코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렇기에 공선자는 각오를 결정하고 눈앞의 광경에 의식을 향하는 것이었다.
아니다, 각오를 결정했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저 휩쓸렸을 뿐이었다. 자각몽이라고는 해도 공선자의 의식은 명확하게 잠이 들어있는 상태.
그렇기에 결코 또렷하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었다. 때문에 그저 지금은 이 자각몽에 휩쓸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각오가 없다고 해도 그냥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것은 각오가 아닌 체념에 가까울 터.
뭐, 무엇이 되었던지 결국에는 이제부터 펼쳐질 광경에서 눈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말이다.
“……지 말아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이즈가 잔뜩 낀 목소리가. 어떻게든 똑바로 들어보려고 노력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기계음을 잔뜩 두른 목소리가 고막을 때려왔다.
현재 자신에게 고막이 있는지조차 인식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공선자는 분명히 저 목소리가 자신의 귀를 타고 들려오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제 전부……, 네가 없으면……!”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인식할 수 있었다. 들려오는 목소리가 매우 절실하다는 그 사실만큼은 인식할 수 있었다.
분명 무엇을 말하는지조차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노이즈가 끼고 있는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게 그 목소리에 담긴 감정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절절했다. 필터링이 되어 있는 음성의 너머에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폭포처럼 넘쳐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공선자는 자연스럽게 그 감정의 대상이 자신이라는 사실에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누가? 누가 자신에게 이 정도로 처절하다고까지 느껴지는 감정을 토해낸단 말인가?
이 감정은 뭐지? 원망? 친애? 긍정적인 감정인가? 부정적인 감정인가? 그 구분조차 가지 않는, 하늘에 떠있는 먹구름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 그저 절실함만이 와 닿고 있었다.
그 감정이 부의 감정이든, 긍정의 감정이든 공선자는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감정을 부딪쳐오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
꿈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이기도 하였다. 그 익숙하기 그지없는 모순을 느끼며 공선자는 계속해서 눈앞에서 펼쳐지는 꿈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새, 생각 이상으로 또렷해?’
먹구름에서 헤엄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것은 이미 이것과 비슷한 현상을 여러 번 경험해온 공선자이기에 망설임 없이 들 수 있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가 알고 있는 현상과, 이미 많이 경험해왔던 그것과 미묘한 차이가 존재했다. 본래라면 이 꿈은 이렇게 또렷하게 느껴질 리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현실감이 느껴질 리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절절한 감정이 공선자에게 다이렉트로 와 닿을 리가 없었다.
마치 기계장치로 억지로 재연한 연극을 보는 것처럼 분명히 어색하기 그지없는 광경이었을 터였다.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그 현실을 보여주는 공선자와 현실 사이에 모종의 필터가 작용한 것처럼 분명히 어색한 부분이 있어야 했다.
그렇기에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었음에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될 터였다. 그래, 마치 ‘죄다 모자이크 처리된 사진’을 보게 되는 것처럼.
하지만 현재 공선자가 바라보는 이 광경에는 예의 필터가, 모자이크가 사라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정확히는 어느 정도 완화가 되었다는 느낌이었다. 전에는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다!’ 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래,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몰라도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다!’ 라는 사실만큼은 인식할 수 있는 수준.
하지만 지금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동시에 어떤 명확하지는 않아도 그 무슨 일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 것인지 그 흐름만큼은 보이는 기분이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먹구름이 뭉게구름으로 변한 것 같은 수준? 그리고 그 차이를 공선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물건이라고 생각했을 때 까고 보니까 자신이 알고 있던 물건과는 미묘하게 다른 물건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당황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변하기는 했지만 전부 변화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변하지 않은 부분도 존재했으니까. 적어도 자신이 아예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지금 그가 겪는 현상 자체가 그에게는 미지로 범벅이 되었던 현상 중 하나였다.
그러니 이제 와서 미지가 하나둘 정도 늘어났다고 해서 당황할 것은 없다. 공선자의 반신이었다면 분명히 그렇게 이야기했겠지.
물론 공선자는 그가 아니었기에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꿈은 공선자가 곤란해 하든 말든 계속해서 진행되어갔다.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앞으로 ‘반드시 찾아올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절절한 감정을 토해내는 누군가가 눈앞에 있었다.
자신에게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 어떤 이가 분명히 멀지 않은 장소에 있었다. 지금 자신에게 뻗는 저 손은 어떤 의미지?
공격? 아니면 단순히 그를 붙잡기 위해서 뻗은 손? 필터링이 한 겹 벗겨졌다고 해도 완전히 벗겨진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자신에게 필사적으로 뻗는 저 손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거기에 담긴 절실한 감정만을 느낄 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손이 자신에게 닿을 일은 없다. 공선자는 그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간단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몸을 사라져가고 있었다. 빛이 되어 흩어져가고 있었으며 공선자의 의식 또한 어느새 흩어져가고 있었다.
이것은 이 하룻밤의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서? 그렇지 않으면 지금 이 광경의 공선자의 의식이 몸과 함께 조각조각 흩어져가기 때문에?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다. 뭐가 정답인 것인지. 단지, 공선자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몸이 분명히 흩어져가고 있다는 사실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어떤 의미인 것인지 그저 앞으로 자신이 겪은 미래의 ‘한 장면’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지켜보며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을 뿐인 공선자로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단 하나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것이 결코 ‘피할 수 없는 미래’임을. 결국, 언젠가 찾아와 자신의 눈앞에 들이 밀어질 찰나라는 사실을.
그렇다면 이 순간 자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지? 이 광경이 과연 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광경이지?
공선자는 그것을 알고 싶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표정을 확인하기 위해서 손을 들려고 했다. 허나, 손은 들리지 않았다.
애초에 이 광경에 공선자는 그 어떤 간섭도 할 수 없으리라. 공선자가 느끼고 있는 신체조차 그의 신체가 아니었다.
언제가 찾아올 그 순간의 신체. 그러니 그가 원한다고 해도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미 대부분 빛으로 흩어져 사라져버린 신체인 만큼 움직일 수 없는 게 당연할 터.
그렇기에 공선자는 그저 망연히 그 장면을 느낄 뿐이었다. 찰나에 불과한 순간. 아마 현실에서는 몇 초가 채 되지 않는 단 하나의 장면.
영화로 치자면 필름 한 장. 하지만 그 필름 한 장에 담긴 감정은 너무나도 처절했다. 자신이 처절한 감정을 뿜어내는 것이 아니었다.
정체모를 눈앞의 존재에게서 그 감정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공선자에게는 너무나도 낯선 일이었기에 깊은 인상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저 존재가 자신에게 이 정도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알 수 없는 존재. 그렇게 공선자는 자신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는 소녀에게 닿는 일 없이 결국에는 완전히 빛이 되어 흩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공선자의 의식도 끊겼다. 또한, 동시에 떠올랐다. 깊게 가라앉아 있던 그의 정신이 마침내 자각몽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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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되찾았을 때 가장 먼저 공선자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인식이었다.
각성하며 뇌가 처리하기 시작한 자신의 감각 정보를 살펴본다. 촉각과 후각, 그리고 부릅떠진 두 눈을 통해서 들어오는 시각 정보까지.
미각과 청각의 정보는 걸렀다. 사방은 고요했고 당장 입안에 무엇인가가 들어와 있는 것도 아니니 두 가지 정보는 쓸데없었다.
그러니 나머지 감각을 통해서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인지 확인했다. 우선은 객관적으로 자신이 정신을 잃은 이유를 파악한다.
‘잠들었지. 더 이상의 정신적 피로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침대에 눕자마자 정신을 잃었어. 즉, 지금 나는 잠을 자다 깨어난 상태.’
그렇다면 3가지 감각이 주는 정보를 통해서 파악하건대 지금 자신은 잠을 자기 전과 어떤 점이 다른가?
‘다른 건 없어. 침대의 감촉, 그리고 냄새, 마지막으로 시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방의 내부 풍경. 딱히 잠을 자던 도중에 어딘가로 끌려왔거나 하지는 않은 모양이네.’
아니,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방이 지나치게 어둡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이 방 한쪽에 나 있는 창문은 투명한 유리였을 터.
공선자가 알고 있는 유리처럼 엄청나게 투명한 수준의 유리는 아니라고 해도 확실히 이야기해서 빛이 투과하여 그 너머의 풍경은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투과율을 가진 유리였을 것이다.
즉, 커튼을 치지 않는 이상은 방이 어두워질 이유가 없다. ……아침이라면 말이다. 요컨대 공선자가 정신을 되찾은 시각은 그가 수면에 들었을 때와 다르게 오전이나 오후가 아닌 어두운 밤이라는 이야기였다.
‘얼마나 잠들었던 거지?’
일단 정신을 개운했다. 적어도 몇 시간 밖에 못 자고 깨어났다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일을 겪으며 쌓였던 피로를 풀 수 있을 정도로 푹 자고 일어났다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