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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58/194)



〈 58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이것은 재앙이었다. 결코 피할 수 없는 ‘절망’을 당사자에게 안겨주는 재앙. 무슨 수를 쓰더라고 한 번 관측한 미래는 결코 피할 수 없었다.

그야말로 쓸 수 있는 모든 수를 다 사용하여 자신이 관측했던 미래를 바꾸고자 해봤던 공선자다.

이것은 공선자 혼자만이 수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를 생체실험의 실험체에서 사용하던 연구소.

그 연구소 역시 공선자가 무차별적으로 미래를 관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모를 리가 없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어떻게 해서든지 뽑아내려고 했었다.

미래를 볼 수 있다면 미래를 지배하는 것도 가능하리라. 그렇게 생각한 그들은 각종 수단을 동원해서 공선자가 미래를 볼 수 있도록 만들려고 들었다.

그가 미래를 보는 규칙성을 파악하려고 한 것. 하지만 실패했다. 공선자가 미래를 보는 것은 완전히 랜덤.

심지어 언제, 어떤 미래를 볼지조차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저 잊을만하면 어느 순간에 불쑥 튀어나와 장난치는 것처럼 멋대로 그에게 미래를 보여줄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순순히 포기했을 리가 없었다. 무려 미래를 보는 힘이다. 그것은 쉽게 포기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공선자는 미래시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려고 갖은 방법을 총동원했다.

미래를 보는 시기를, 그리고 볼 시기를 정할 수 없다면 적어도 랜덤으로 보이는 미래만큼은 우리들의 것으로 만들겠다.

그를 위해서 그들은 공선자가 본 미래를 통해서 각종 이득을 취하려고 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경우는 성과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 순간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미래를 본다는 행위가 결코 자신들이 제어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단은 간단했다. 그들은 몇 번 정도 공선자의 미래시를 통해서 이득은 얻었다. 몇 번이나 공선자가 보았다고 한 미래를 바꾸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허나, 어떤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만 해도 그것은 강력한 정보가 되는 법.

그렇기에 자신들이 좋을 대로 미래를 바꿀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자신들이 좋을 대로 미래를 ‘이용할’ 수는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말했다시피 공선자는 자신의 미래시를 일종의 재앙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앙은 때로는 누군가에게 이득이 되기도 한다.

마치 어떤 이들이 재앙이 올 것을 예견하고 투자를 진행하여 그를 통해서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재앙은 사람을 가려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재앙을 통해서 이득을 본 그 투자자한테 다른 재앙이 찾아와 그 투자자의 목숨을 거두어 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공선자는 우연히 자신을 실험체로 취급하던 과학자의 관계자 중 한 명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 것이었다.

당연히 자신이 죽게 될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자신이 살아남고자 시도해보았다.

심지어 그 일은 단순히 연구관계자 한 명의 죽음을 막는 것이 아닌 하나의 ‘실험’으로서 취급되어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투자를 통한 대규모적인 각종 실험 역시 진행해본 것이었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투자하여 그자가 죽을 ‘확률을 한없이 0%’에 가깝게 수렴하도록 만든 것.

그리고 그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실험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우습게도 그자는 너무나도 손쉽게 죽어버렸다.

공선자가 목격했다던 광경 그대로 공선자의 ‘눈앞에서’ 죽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공선자가 본 미래시는 결코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현재의 인간이 가진 힘으로는 미래시로 본 미래가 반드시 찾아오는 현상을 해명할 수 없기에 적어도 아직까지는 인간이 손을 댈 수 없는 영역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나마 나중에는 모르는 일이다, 라는 식으로 자존심을 지키려고 한 것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21세기 지구의 기술력으로는 공선자가 본 미래를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니 그들로서는 더 이상 공선자의 미래시를 이용할 생각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언제 공선자가 자신들과 관련된 미래를 보게 될까 알 수가 없어서 공포에 떨게 된 것.

미래를 이용하려다가 그 미래에 배신당했다. 그 사실에 그들은 공선자에게서 미래시를 봉인했다.

세뇌를 통해서 더 이상 미래시를 볼 수 없도록 만든 것이었다. 단지, 그것은 그들만의 착각이었다.

세뇌의 영향으로 공선자는 미래를 보게 된다고 해도 그 내용을 기억할 수 없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코드 네임, 타임 룰러라는 에이전트로 있는 동안 미래시가 발동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허나, 세뇌를 푼 뒤에 당연히 세뇌의 영향으로 잊게 되었던 미래가 기억되게 되었고, 그 미래들은 당연하게도 전부 실현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공선자가 자신에 관련된 미래를 보게 되어도 마찬가지였다. 그 어떤 미래도 반드시 실현된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공선자가 본 미래는 결코 바꿀 수 없는 것. 그것이 재앙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머지않아 찾아올 결코 바꿀 수 없는 자신의 죽음을 면전에 들이대는 경우도 있는 것이었다.

미래를 본다는 것은, 미래를 알게 된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는 것. 그 사실을 공선자는 질릴 대로 경험해본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결코 자신의 시안에 능력 중 하나인 미래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나의 국가 단체가 나서서 각종 실험을 해봤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바꾸는 것은 늘 실패했다.

그런데 혼자인 공선자가 미래를 바꾼다고?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민폐였다. 이런 거 차라리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렇다면 적어도 희미한 가능성에 매달릴 수라도 있지 않은가? 허나, 그의 미래시는 그 가능성마저도 부정해버리는 절대적인 절망의 선고에 불과한 것이었다.

‘아니, 아니야. 예지몽을……, 미래시를 통해본 미래를 회피하는 방법이 딱 한 가지 존재해.’

……하지만 공선자라고 해서 늘 자신의 초능력에 휘둘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 초능력으로 인하여 인생이 전부 망가졌고, 또 이 초능력으로 인해서 미래마저 부정당한다고 해도 공선자는 여태까지 살아남았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의지가 적어도 그의 반신이었던 존재에게는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반신은 단순한 의지뿐 아니라 번뜩이는 영감을 통해서 몇 번이고 피할 수 없을 터인 미래를 회피했다.

……아니, 미래를 속여 왔다. 공선자의 미래시는 항상 미래의 공선자의 시점으로 진행이 된다.

즉, 미래의 공선자가 목격하고 경험하고 느끼는 광경만이 그가 겪는 미래로서 그의 미래시에 포착된다는 이야기.

그걸 이용해서 공선자는 세계를……, 정확히는 미래의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었다. 그래, 공선자의 미래시는 결코 세계가 관측자인 것이 아니었다.

세계와 비교하면 자그맣기 그지없는, 한정된 감각을 지닌 공선자라는 개인이 관측자였다. 그렇다면 그 관측자가 본 미래를 ‘재현’할 수만 있다면?

그래, 그런 것이다. 뭐가 되었던지 공선자가 본 미래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공선자가 그 미래를 관측했다고 느끼는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미래를 회피하는 것은 간단했다. 아니, 그것은 회피가 아니었다. 피할 수 없는 미래를 최소한의 리스트로 ‘먼저 맞이한다는 것’에 가까운 행동.

만약 자신의 죽음을 자신의 미래를 통해서 관측했다면 그 미래를 관측한 뒤 정말로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 한 번 정도 기절하면 된다.

그러면 미래시를 통해서 관측했던 ‘아, 나는 죽는구나.’ 라고 느꼈던 상황이 재현되는 것. 결과적으로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고 해도 공선자가 관측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죽어가는 상황’이었을 뿐 아닌가?

공선자는 결코 그 뒤에 자신이 완전히 죽는다, 라는 사실을 관측했던 것이 아니었다. 아니, 실제로 자신이 죽는 것을 관측했다고 한다면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날 수단을 준비해두면 되는 것이었다.

과거의 자기 자신이 지금 이 순간의 내 몸을 통해서 지금을 관측하는 순간 확실하게 죽었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만을 만들어두면 되었다.

그 뒤로 그가 소생한다고 해도 결코 과거의 자신이 관측해서 ‘죽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깐 말이다.

……실제로 공선자는 자신이 관측했던 미래로 인해서 한 번 죽음을 경험했다가 그야말로 기적적으로 소생했던 경험이 있었다.

정말로 운이 좋게 과다출혈로 쇼크사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쇼크사하기 직전에 시작된 수혈과 심장박동이 정지한 순간부터 시행된 전기충격을 통해서 되살아났던 경험이 있었던 것.

그리고 그를 통해서 결코 바꿀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미래를 바꿀, 아니, 정확히는 ‘최소한의 리스트로 재현하여 견뎌내는 방식’을 깨달게 된 것이었다.

자기 자신의 목숨을 판 돈으로 올려서 목숨을 구한다. 그야말로 낭비의 극치였지만 공선자가 스스로 재앙이라고 여기는 미래시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밖에 회피할 수 없었다.

어쩔 때는 결코 ‘재현할 수 없는 미래’를 관측했던 적도 있었다. 그것도 그대로 실현되면 공선자가 죽음 이상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보내는 것이 확정되는 미래를.

그렇기에 공선자는 그 미래를 피하기 위해서 스스로 환각제를 치사량 직전까지 집어삼킨 경험도 있었다.

오로지 자신이 관측한 미래를 피하기 위해서, 과거의 자신이 현재의 자신을 관측하는 순간 환각제에 의해서 보고 있는 터무니없는 환각을 미래에 일어나게 될 일이라고 믿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 간신히 그 망할 미래를 견뎌냈던 경험도 존재했다. 어지간한 약물내성을 가진 스스로의 정신을 완전히 아작 내기 위해서 정말로 죽기 직전까지 환각제를 씹어 삼키기는 했었지만 말이다.

……요컨대 공선자의 미래시는 결코 공선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아니, 아예 득이 되지 않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말로 운이 좋으면 자신에게 득이 되는 미래의 정보를 얻게 될 때도 있었으니까. 실제로 공선자는 세계를 멸망시킬 때 몇 번 정도 그렇게 얻은 미래의 정보를 통해서 살아남은 적도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공선자가 관측한 미래는 결코 공선자 자신에게 좋게 작용하는 미래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당장 자기 자신이 빛이 되어서 흩어지지 않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그게 가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곳은 자신이 알던 상식과는 완전히 벗어난 다른 세계다.

그런 식으로 죽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겠지. 요점은 뭐가 되었던지 지금 그가 본 미래는 ‘공선자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미래였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 이번에는 환각제를 집어삼킨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야.’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관측했던 당시의 자신이 결코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환각제로 스스로를 속였을 당시에는 그때 보았던 미래의 자신이 결코 제대로 된 상태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관측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원인은 모르지만 결코 정상인 상태는 아니었다, 라는 부분을 환각제를 먹었기에 정산은 아니었다, 로 치환할 수 있었기에 통했던 수법.

하지만 지금 공선자가 관측한 미래의 자신은 결코 환각제 따위를 처먹은 정신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미래시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적어져.’

미래를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었다. 미래를 바꾸겠다는 것을 명제로 나라 하나의 규모로 진행했던 실험들은 모조리 실패했다.

그러니 미래를 바꾸는 것이 아닌, 미래를 견뎌낸다는 방식을 고수해야만 했다. 그것이 시안을 소지자로서 공선자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당장은 예지몽을 통해서 보게 된 미래시에 대해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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