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의외로 생각보다 별 의미가 없는 효과였기에 조금 당황하는 공선자였지만 이내 칭호를 통해서 습득하는 멸업이라는 스킬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섣부른 판단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판단을 뒤로 미루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확인을 해보니 멸계성이라는 칭호의 레어도는 무려 ‘에픽’이었다. 4가지 레어도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레어도.
그런 만큼 이 칭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스킬 자체도 결코 단순한 스킬은 아닐 터. 그렇기에 공선자는 조금의 기대감을 품고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흠……, 이제 다음으로 볼 건 성향인가. ……개인의 특성을 속성에 비유하는 일종의 속성이라.”
여기서 앞쪽에서 언급된 속성은 화(火), 지(地), 수(水), 풍(風), 뇌(雷), 악(惡), 선(善)과 같은 4대 속성이나 뭐 이런 걸 의미하는 속성 같았다.
뒤 쪽에서 언급된 속성은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중립 선이나 중립 악이나, 중립 혼돈이나 그런 그 사람 개인의 성격이 포함된 영역이라고 해야 할까?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살펴보면 신체적인 특성과 성격이 조합되어 결정되는 이 성향은 에센스의 가장 큰 속성에 대칭되는 카테고리로 앞서 이야기한 화, 지, 수, 풍, 뇌, 악, 선.
……이렇게 7가지 성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공선자가 가진 지식으로 에센스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사람의 신체적 특성과 성격을 종합적으로 7가지 속성에 빗대어 표현한다는 것 같았다.
예를 틀어서 인내심이 없고 성격이 불같으면 성향이 화에 속한다든가, 신체적으로 체온이 낮으면 수에 속한다든가, 그런 의미 같았다.
여기에 7가지 속성 그 어디에서 치우치지 않은 속성인 공(空)까지 합치면 총 8개의 속성으로 성향은 구성되어 있다는 모양.
또한, 이 성향에 따라서 오라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의 속성이 변동한다는 모양이었다. 화속성이라면 화력, 지속성이라면 지력, 수속성이라면 수력, 풍속성이라면 풍력, 뇌속성이라면 뇌력, 악속성이라면 마력, 선속성이라면 신성력, 그리고 공속성이라면 공력이라는 모양.
‘……나의 성향은 공. 그래서 여기 오라라는 항목의 옆에 가로를 치고 공력이라고 써져 있었던 건가?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악속성의 마력이나 선속성의 신성력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단어였다. 아니, 현대인이라면 오히려 접하지 못하는 게 이상할 수준으로 자주 사용되는 단어였다.
마법과 같은 공상 속의 이능을 사용하기 위해서 소모되는 미지의 에너지, 그것에 주로 마력이나 마나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가?
신성력 같은 경우 판타지 소설 속에서 신의 이적을 빌려 올 때 소모되는 마력이나 마나와 같은 미지의 에너지의 다른 측면, 혹은 완전히 별개에 해당하는 미지의 에너지 등으로 묘사되고 말이다.
‘즉, 여기 있는 오라라는 건 이능을 다루기 위해서 소모되는 미지의 에너지라는 건가? ……아니, 잠깐만 기다려 봐. 그러고 보니까 아까 시안을 사용했을 때…….’
오라라는 항목이 무엇인지 대충 유추하던 공선자는 스테이터스 항목에 표시된 자신의 오라라는 수치가 최대치 1000에서 351로 소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뇌리에 벼락이 치는 것 같은 감각을 느끼는 것이었다.
‘……시안을 사용할 때 신체 내부에서 사라져 가는 것 같은 그 느낌. 설마 그게 오라라는 건가? 즉, 나는 초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 내 수명을 대신해서 오라를 소모했다?’
그러고 보니 시안을 스킬창에서 각성스킬로서 존재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공선자는 또 하나의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다.
오라라는 것은 아마도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미지의 에너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그리고 지금 그의 초능력, 시안은 스킬로서 분류된 상태.
그렇기에 과거와 다르게 시안을 사용하기 위해서 수명을 사용하는 게 아닌 오라를 소모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본래 최대치 1000에 맞춰서 충전되어 있을 오라가 351까지 떨어져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니지, 애초에 시안, 아니, 시안을 비롯한 모든 초능력들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오라라는 요소를 요구했던 것일지도 몰라. 그런데 챌린저가 되기 전의 나한테는 오라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라를 대신해서 수명을 소모했다.’
……생각해보면 자신을 비롯된 초능력자들은 초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늘 무엇인가를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공선자처럼 수명이든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든지 말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것이 본래 소모되어야 할 요소가 존재하지 않기에 대신 소모되는 것이었다면?
‘……이것도 어디까지나 예측이야. 지금 나한테 오라라는 요소가 생긴 이상 내 추측이 사실인지는 실험해 볼 수……, 아니, 있기는 있나.’
정말로 시안을 사용하는 것에 오라를 소모하는 것인지 시안을 다시 한번 사용해보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덤으로 모든 오라를 소모한 뒤 시안을 계속해서 발동시킨다. 그렇다면 원래 시안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수명이 소모되는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우우우우우웅!!!!!!!!!!!
그렇게 생각을 떠올린 공선자는 곧바로 자신의 시안을 다시 한 번 펼쳐보는 것이었다. 사용하는 것을 시안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 자신의 동체시력만을 가속시키는 힘.
그 힘을 발동시키는 순간 공선자의 주변의 전부 느려지기 시작했다. 현재 그가 머무는 방 내부에는 그를 제외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정말로 그의 눈에 비치는 광경이 느려진 것인지 확인할 요소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선자는 감각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눈에 비치는 광경이 찰나이지만 확실하게 느려진 것을 말이다. 무엇보다 찰나의 순간 동안 공선자 자신의 움직임이 느리게 느껴진 것이 가장 확실한 증거.
‘……오라가 소모되고 있어. 역시 오라라는 건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 소모되는, 게임에서 치자면 마력이라는 미지의 에너지와 같은 요소라는 거겠지. 거기에…….’
단순히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의식하지 않았을 때는 모르지만 오라라는 존재 그 자체를 확실하게 인지한 지금이라면 공선자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신체 내부에 존재하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미지의 ‘기운’을 말이다. 그 기운은 정확하게 그의 두뇌 부근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정신을 집중하면 정확하게 느껴지는 그것. 무엇보다 시안을 사용하는 순간 자신의 눈에 저절로 몰려들기 시작하는 그 기운에 공선자는 신비로움을 느끼는 것이었다.
자신의 신체 내부에 당연하다는 듯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는 그 존재조차 알 수 없었던 기운.
인지하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느껴지는 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그 기운을 자신이 여태까지 감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없게까지 느껴질 정도.
‘……확실해. 이게 바로 오라라는 거야. 무엇보다 시안을 계속해서 작동시키고 있으면 점점 소모되어 가는 게 느껴져.’
감각적으로 느껴지기에는 원래 존재하던 양의 10분의 1도 남지 않은 것 같은 수준. 그렇게 미약하게 남은 기운을 어렴풋이 느끼며 공선자는 생각했다.
‘확실하게 느껴져. 하지만 동시에 매우 애매하기 그지없는 존재감. 실재한다는 확실한 믿음이 없으면 결코 느낄 수 없는 기운을 억지로 느끼고 있는 것 같은 감각.’
여태까지는 전혀 알지 못했던, 오라라는 이름의 미지의 기운을 감지하는 제6번째 감각이 눈을 뜬 것 같은 기분.
허나, 확실하게 그 감각이 눈을 떴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본래라면 감지하지 못했기에 사용할 수 없었을 기운.
그 기운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 사용하는 게 아닌 저절로 사용하는 것으로 소모되는 기운을 기운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와 존재했을 때의 차이점을 통해서 느끼고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즉, 본래 존재했었지만 느낄 수 없었던 기운이 소모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발생하는 위화감을 매개로 느끼게 되었다는 소리.
순서가 반대였다. 느끼고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사용해 소모하는 것이 아닌, 자기도 모르게 기운을 사용해 소모한 뒤에 소모된 것으로 발생한, 본래 기운이 존재했을 때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기운이 소모되며 생긴 공허감을 매개로 해당 기운을, 오라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공선자가 느끼는, 확실하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당장에라도 끊길 것 같은 애매한 감각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자신의 힘이 아닌 환경의 변화로 억지로 해당 기운을 느끼게 된 것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마치 타인의 도움을 받아 억지로 오라를 느끼게 된 것 같은 상황이었다.
‘같은 상황이 아니라 그야말로 그 상황인 거겠지. 에볼루션 시스템에 의해서 오라를 감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니 말이야.’
……아니, 하지만 생각해보면 공선자는 애초부터 시안을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었으니 딱히 에볼루션 시스템의 도움으로 오라를 감지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야 시안을 사용해 오라가 소모되면 결국 에볼루션 시스템과는 관계없이 오라를 느끼게 되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건 나 같은 본래 초능력자들에 한정된 이야기고, 다른 사람들은 스킬을 통해서 소모되는 오라를 감지하고 그걸 시작으로 오라를 느끼기 시작할 거야.’
물론 어디까지나 느끼는 게 한계였다. 그리고 심지어 이 오라를 느끼는 것도 한 번 느낀다고 계속해서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집중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오라를 느끼는 게 힘들었다. 그것도 지금은 오라가 소모되고 있었기에 그 소모로 인해서 발생하는 ‘차이점’을 매개로 오라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
오라의 유동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더욱더 이 오라라는 미지의 에너지를 감지하는 것을 어려울 터.
하지만 적어도 공선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서 확실하게 오라의 존재를 파악하게 된 것이었다.
‘내 의지로 움직여주지는 않나. 하긴, 애초에 이제 막 간신히 존재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인가.’
……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럴 것이 이 오라라는 녀석은 감지하는 그 순간부터 에볼루션 시스템에 의해서 억지로 자신의 신체에 심어진 녀석, 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신체의 일부 그 자체로 느껴졌기 때문.
너무나도 친숙했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근거는 없지만 모종의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오라라는 녀석, 앞으로의 훈련 여부에 따라서 자신의 의지대로 다룰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
이것은 본능에 가까웠다. 자신에게 새로운 팔이 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되면 그게 뭐가 되었던지 자신의 팔인 만큼 자신의 의지대로 다룰 수 있을 거라 느껴도 이상하지는 않지 않은가?
‘뭐, 당장은 불가능할 것 같지만 말이다. 거기에 설령 내 착각이라고 해도 시도를 해보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고.’
그렇게 사고하던 공선자는 자신의 뇌 부근에 존재하던 오라, 공선자의 경우에는 공력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미지의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직후…….
“크윽?!”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과 상당한 피로감을 느낀 공선자는 확인하고자 했던 사실 한 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오라가 완전히 고갈된 뒤 시안을 발동시키면 전과 같이 수명이 깎일 것인가, 에 대한 사실을.
‘발동 자체가 안 되나? 아니, 정말로 억지로 발동하려고 하면 발동을 못 할 것 같지는 않은데…….’
도저히 발동할 수가 없었다. 이 이상의 영역에 발을 들이밀면 결코 돌아올 수 없다. 그런 본능이 공선자의 뇌리에 경종을 울리고 있었기 때문.
전처럼 수명을 소모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굳이 비유하자면 이 상태에서 억지로 시안을 발동시키려고 하는 순간 수명을 약간만 소모하는 게 아니라 남아있는 수명이 깡그리 전부 날아간다, 그렇게 본능이 경고하고 있는 것 같은 감각.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자신의 목에 칼날이 들이 밀어지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감각이었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잠정적으로 판단을 내렸다.
‘스킬이라는 게 된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오라가 바닥을 치면 도저히 발동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건가. ……아니, 어쩌면 이게 올바른 형태일지도 모르지. 여태까지 내가 사용해왔던 형태가 잘못된 형태이고 말이야.’
물론 무엇이 정답인지 지금의 공선자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화해버린 시안을 지금은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
그리고 이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길 부분이 존재했다. 다름 아닌…….
“오라가 바닥을 치면 이런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건가. 자기 전에 느꼈던 그 피로감 역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오라를 전부 소모해서 느끼게 된 것 같군. 조심해야겠어.”
움직이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신체 상태만을 이야기하자면 그다지 피로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