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누군가가 하루 동안 단련을 해야 얻을 수 있는 근육을 누군가는 일주일 동안 운동을 해야 얻을 수도 있었다.
심지어 사고 쪽의 정신에 관련된 스텟은 재능의 차이가 더욱더 심하게 날 터. 그러니 자기단련이 아닌 오로지 스텟 포인트로만 스텟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재능을 보지 않고 공평하게 성장한 기회를 주겠다, 라는 의미일 수도 있는 것.
‘뭐가 정답이라고 확신해서 말하기는 힘들지만 말이야. 중요한 건 일단 스테이터스 창에 대한 확인은 전부 끝났다는 건가.’
완벽하게 이해했다……, 라고 말하기는 힘들었다. 허나, 적어도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는 이해했다고는 확신할 수 있는 것.
때문에 공선자는 일단 스테이터스 창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도움말 창은 닫는 것이었다. 이것으로 스테이터스 창에 대한 파악은 마친 것. 자, 그럼 다음으로 확인할 것은…….
‘스킬인가. 현재 내 상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요소들이 존재하니깐 말이지. 문제는 곧바로 스킬을 확인할 건가. 아니면…….’
일단 방 밖으로 나가볼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공선자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본래라면 일단 에볼루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파악한 뒤가 아니면 나갈 생각이 없었던 공선자였다.
그럴 것이 당장 그의 예상으로는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방 밖으로 나간 순간 여관에서 쫓겨나는 것도 각오하고 있었던 것.
그런 만큼 나간 순간부터 살아남는 것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손에 넣어두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조용히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최대한 에볼루션 시스템을 확인하려고 한 것이었다.
허나, 스테이터스 시스템을 확인하던 도중 오라라는 항목을 통해서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 같다고 판단을 내린 것.
그렇기에 일단은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이 느껴져 확실히 여유가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바깥으로 나가 자신이 정신을 잃은 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적어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러가자마자 이곳에서 내쫓기는 신세는 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 아닌 확신이 섰기 때문에 말이다.
때문에 굳이 안전이 확보된 지금 이 순간에 에볼루션 시스템을 파악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는 것.
공선자가 당장 급하게 에볼루션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확인하려고 한 것은 언제 이 여관에서 내쫓길지 알 수가 없어, 내쫓기기 전까지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 우선 파악할 수 있는 요소를 파악하고자 한 것이었다.
내쫓긴 뒤에는 에볼루션 시스템을 파악할 여유도 없이 먹고 살기 위한 압박감에 짓눌릴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당장 내쫓길 위험이 없다면 적어도 에볼루션 시스템을 파악할 정도로 안전한 시간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길게 존재한다는 소리.
그렇다면 굳이 당장 허겁지겁 에볼루션 시스템부터 파악하려고 들 이유가 없었다. 일단은 밖으로 나가서 확실하게 상황을 살피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
허나, 이내 공선자는 고개를 저었다. 일단 밖으로 나가서 상황을 확인하자는 생각은 일종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초조함이 원인이었다.
그런 만큼 감정이 억제되고 있는 공선자는 이 초조함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당장 밖에 나가는 것과 일단은 에볼루션 시스템을 파악하는 것의 우선순위를 비교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그 결과 지금의 공선자가 판단하기에는 초조함을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일단 이 자리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전부 얻고 나가는 쪽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었다.
그럴 것이 현재 공선자는 거의 정신을 잃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자고 일어난 상황이기에 밖의 정황을 알지 못했다. 즉, 미지라는 이야기.
그렇기에 보다 많은 패를 손에 쥐고 있어야 했다. 미지에 대처하는 방법은 결국 그 미지가 무엇을 불러오든지 그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나라도 더 많은 패를 이쪽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미지에 대항하기 위한 패를 더 많이 쥐고 있기 위해서라도 에볼루션 시스템에 대한 정보는 우선적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여기서 주변 상황을 모른다는 초조함에 괜히 성급하게 굴었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구렁텅이로 빠질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무엇이든지 순서가 중요한 법. 거기에 스테이터스 시스템을 확인하기 위해서 공선자가 사용한 시간은 정확하게 3분 20초 정도.
자고 있을 때라면 모를까 피로를 회복하고 일단은 정신이 안정된 지금이라면 시안을 가진 공선자는 정확하게 시간을 재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스테이터스 시스템을 확인하기 위해서 소모된 시간을 오차 없이 측정할 수 있었다.
시안이란 시간을 보는 눈. 설령 오라가 고갈되어 당장 발동시킬 수 없다고 해도 소지자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보다 정확하게 꿰뚫어보는 게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 공선자가 보기에 도움말 창의 도움을 받아서 에볼루션 시스템의 전체적인 시스템을 대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 소모되는 시간은 길어봤자 1시간이 안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었다.
그러니 굳이 급하게 나갈 필요없이 1시간 정도만 더 투자해서 완벽하게 시스템에 대해 이해한 뒤에 나가자.
본래의 공선자였으면 초조함을 억누르지 못하고 뭐가 되었던지 밖으로 나가서 상황을 확인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말했다시피 지금의 공선자는 달랐다. ……그리고 지금의 공선자가 원래의 공선자와 다른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할 수 있으면 바르게 에볼루션 시스템, 그것도 스킬 시스템에 대해서 파악해두는 것이 급선무인 것.
‘그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의 지금의 난 스스로의 상태를 보다 면밀하게 이해할 필요성이 존재해.’
……스테이터스 창에 존재하는 피로도의 세부 상태에는 분명히 현재 공선자가 스킬에 의해서 감정이 제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감정이 아닌 오로지 이성만으로 현재 상황을 판단하는, 어떤 의미로 지금의 공선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 일야몽이라는 스킬의 영문을 알 수 없는 효과가 아니었다면 공선자는 잠이 들기 전에 쌓여 있는 피로를 통해서 눈을 돌리고 있던 현실이 가져다주는 치명적인 감정의 파도에 의해서 아무리 노력했다고 해도 판단을 그르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허나, 공선자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감정이 거세된 것이나 다를 것 없는 지금의 공선자라면 적어도 감정에 의해서 판단을 그르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뭐가 되었던지 결국 공선자의 ‘정신’에 ‘간섭’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감정이라는 분야에서 그치지 않고 그의 정신 전반에 무슨 모종의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닐지 경계를 하지 않으면 그것이 이상한 것.
그러니 그 경계를 위해서라도 공선자는 일단 자신의 스킬이면서도 멋대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있는 각성스킬, 일야몽의 정체가 무엇인지 스킬 시스템을 살펴보며 확인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한시라도 빨리, 이 일야몽이라는 스킬이 공선자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그의 정신에 또다시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전에 말이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일단 다시금 방에서 나가는 것을 미루고 에볼루션 시스템에 대해서 파악을 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일단 스테이터스 시스템은 대충 전부 파악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선자의 사전 지식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러니 이후 사전 지식을 손에 넣거나 공선자가 직접 경험을 해보면 이해할 수 있을 터. 때문에 스테이터스 시스템은 완전히는 아니라고 해도 써먹을 정도로는 파악했다고 이야기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확인할 건 역시 스킬인가?’
……보다 정확히 설명하자면 당장 급하게 확인해야 할 시스템이 스킬 시스템밖에 없다, 라는 게 더 올바른 표현일지도 몰랐다.
스킬 시스템 외에도 스트림 시스템, 인벤토리 시스템, 장비 셋 시스템, 프랜들리 시스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로그 시스템 등이 존재했지만 이것들은 대부분이 도움말 창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대충 어떤 시스템들인지 이름만 확인해도 유추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었다.
스트림 시스템은 한 번 메인 스트림하고 서브 스트림은 깨봤기에 감을 잡았다. 물론 상세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 도움말 창을 통할 예정이지만 어느 정도 정보가 있으니 스킬 시스템보다는 급하지 않다는 것.
인벤토리 시스템은 뭐, 이름 그대로 인벤토리 시스템이겠지. 이것도 인벤토리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해야 할 필요성은 존재하지만 역시 급하지 않았다.
장비 셋은 그가 알고 있는 장비 창처럼 장비를 착용하는 시스템과 뭐가 다른 것인지 확인해야 했지만 그래도 일단 장비와 관련된 것은 확실했다.
상점 시스템. 어쩌면 이게 가장 급하게 파악해야 하는 시스템일 수도 있었다. 상점을 통해서 무엇을 살 수 있는가에 따라서 앞으로의 생존하기 위한 행동양식이 결정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가장 집중해서 살피고 싶었다. 때문에 우선은 자신의 정신 상태에 영향을 끼치는 스킬과 그 외 잡다한 것들을 확인한 뒤 맨 마지막에 집중해서 살펴보기로 결정해두고 있는 것.
무엇보다 당장 공선자 자신은 뭐 가지고 있는 게 없었다. 상점 창을 확인한다고 해서 무엇인가를 구매하거나 팔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던 것.
프랜들리 시스템. ……솔직히 이것도 파악하기가 힘들기는 했다. 하지만 일단 타인과 파티를 짜거나 하는 것과 관련된 시스템 같은데 당장 어울리는 타인이 없는데 뭔 소용인가? 그러니 이것도 일단 패스.
다음으로 커뮤케이션과 로그인데, 이것들도 역시 스킬 시스템을 확인한 뒤에 살펴보아도 늦지 않는…….
‘아니, 잠깐 기다려 봐. 그러고 보니까 나 로그 창인지 하는 것에 뭔가가 떠올랐던 것 같은데?’
기절하는 것에 가깝게 잠이 들기 전의 기억 저편에 로그 시스템, 즉, 로그 창에 무엇인가가 떠올랐었다는 것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에는 워낙 정신없어서 나중에 확인하자고 넘어갔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안이하기 그지없는 판단이었다.
당장 도움말 창의 도움 없이 확인해본 로그 창만 봐도 어느 각도에서 본들 게임에서 볼 수 있는 그 로그 창에 가까웠다.
요컨대 보다 객관적으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려주는 알림 창이라는 이야기.
그런데 당장 사소한 정보라도 중요하기 그지없는 지금 상황에서 해당 로그 창에 변화가 있었는데 아무리 정신에 여유가 없었다고 해도 그냥 무시했다고?
‘……잠들기 전의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었던가?’
그건 그냥 정신에 여유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정신이 반쯤 무너져 있었다고 보는 게 정답일 것이다.
그 정도로 정신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잘도 이 방까지 와서 잠이 들 수 있었다고 자조하는 공선자.
하지만 결국 그게 한계였다. 말 그대로 바닥을 기고 있던 공선자의 정신력으로 이 방의 들어오는 것이 한계였던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안이함을 이 이상 탓하지 않았다. 아니, 설령 과거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의 보기에는 더없이 안이했다고 해도 그것을 탓한다고 현재가 변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반성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한계였다. 물론 사람이 사람인 이상 결코 실수를 범하지 않을 수 없겠지.
‘하지만 이렇게 반성한 이상 같은 실수를 하게 될 확률이 줄어든다.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족해. 그것보다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과거의 내가 범한 실수의 뒤처리야.’
좀 더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지금 그는 스킬 시스템을 먼저 확인할 것인가 로그 시스템을 먼저 확인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로그 시스템에 알림이 떠올라 있었다. 이것은 현재 그가 처한 상황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정보일지도 모른다.
이전의 그는 에볼루션 시스템의 대략적인 틀을 파악할 때 로그 창에 이 알림이 떠올라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일단 뒤로 미루어두었다.
다시금 말하지만 지금 자신의 상황에서 로그 시스템을 통해서 전달되어온 알림이 얼마나 큰 중요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생각할 정도의 정신이, 여유가 그 당시에는 없었던 것.
하지만 지금은 그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로그 창에 어떤 알림이 어떤 내용인지 최대한 빠르게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