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역시나 이해하기 힘들었다. 요컨대 방금 전은 발동 방식에 따라 구분했다면 이번에는 스킬이 발동해서 발휘된 결과물에 따라 구분한다는 이야기인가?
굳이 이런 식으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스킬을 분류하는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공선자는 일단 자신이 모르는 모종의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로 하는 것.
때문에 이해가 어렵다고 해도 불만을 토하지 않고 잠자코 도움말 창의 도움을 받아서 스킬의 성질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스킬은 현상을 일으키는 이능에 속하기에 스킬 그 전부가 현상계라는 큰 틀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 이 현상계라는 것은 각각 무속성 개념 현상계, 유속성 개념 현상계, 두 가지 큰 틀로 나뉘고 이 두 가지 틀은 또다시 보정, 강화, 구현, 간섭 계열의 스킬들로 나뉜다는 건가.’
즉, 스킬의 성질은 총 합쳐서 8가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무속성에서 4개, 유속성에서 4개씩 8가지.
그리고 각각의 스킬 성질에 따른 설명들도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기에 공선자는 해당 설명들도 확인해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설명들을 확인해본 뒤 결론을 내렸다. 스킬의 종류 이상으로 이 성질이라는 녀석들은 당장은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라고 말이다.
일단 스킬의 성질을 나누는 가장 큰 2가지 틀은 어떻게든 이해가 가능했다. 무속성 개념 현상계, 속칭 개념 현상계 계열의 스킬들은 요컨대 속성의 구분 없이 개념을 이용하거나 간섭하는 등의 현상계들을 의미한다.
그와 반대로 유속성 개념 현상계, 속칭 속성 현상계는 8개의 속성을 큰 틀로서 놓고 개념을 이용하거나 간섭하는 등의 현상계들인 것.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개념 현상계는 개념을 다루는 쪽이고 속성 현상계는 속성을 다룬다고 해야 할까?
속성 현상계도 어디까지나 개념을 이용하는 현상계였다. 허나, 개념 현상계와 비교했을 때 속성이라는 틀에 속하는 개념을 주로 이용하기에 굳이 속성 현상계로 분류했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2가지 틀을 또다시 각각 4개씩 나누는 보정, 강화, 구현, 간섭의 개념들은 도저히 지금의 공선자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건 스킬 몇 가지를 직접 습득해서 사용해보는 수밖에 없겠어.’
보정 계열은 사용자의 움직임을 특정 개념을 이용해 저절로 보정해주는 계열의 스킬이라고 한다.
강화는 스킬의 범위에 포함되는 특정 개념에 속하는 현상들을 강화하는 계열의 스킬. 구현은 특정 개념을 이용하여 모종의 현상을 구현해내는 계열의 스킬.
……마지막으로 간섭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에 간섭하여 변질시키거나 존재하지 않던 이능을 부여하는 등의 스킬이라는데 이게 어디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인가?
여기에 개념 현상계면 속성보다는 개념에 치중되고, 속성 현상계면 속성이라는 틀에 크게 구애받는다는데…….
아니, 전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억지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대충 어떤 종류의 분류법인지 이해는 되었다.
하지만 이걸 도저히 완전히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 그냥 대충 이런 형태가 아닐까? 하고 추측하는 게 한계라는 이야기.
그렇기에 공선자는 일단 스킬의 성질에 관해서는 나중에 스킬을 습득하게 된다면 그때 가서 제대로 파악해보는 것으로 하였다.
‘성질 다음은 분류인데……. 분류법의 이름이 분류라는 건가. 헷갈리게도 이름 지어놓았군. ……아니, 설명을 보니까 말 그대로 스킬의 분류하는 방법이라는 건가?’
종류와 성질은 해당 스킬의 특성이라고 말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진정한 스킬의 분류는 이쪽이고 말이다.
짧게 설명을 살펴본 공선자는 그런 판단을 내리는 것이었다. 이 분류의 기준은 습득 방식 및 습득을 위한 제한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
그리고 그렇게 나누어지는 분류의 종류는 병과 스킬, 직업 코어 스킬, 직업 스킬, 일반 스킬, 마지막으로 각성 스킬, 총 5가지 종류였다.
‘내가 스킬 창을 통해서 스킬 시스템을 처음 살펴보았을 때 볼 수 있었던 카테고리들이네.’
서브 스트림을 클리어하기 위해서 스킬 시스템을 빠르게 훑어봤을 때 확인할 수 있었던, 스킬 창이 스킬들은 구분해놓는 카테고리의 종류와 똑같았다.
즉, 스킬들은 통상적으로 앞에서 살펴보았던 종류와 성질보다는 이 분류를 통해서 분류된다고 보는 편이 정답일 터.
그러니 공선자가 이 분류법이 진짜로 분류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분류법이라고 이야기한 것이었다.
‘병과 스킬은 8가지 병과에 따라서 습득할 수 있는 스킬들을 의미한다. 때문에 해당 병과의 특정을 지닌 직업을 1가지라고 지니고 있다면 제한 없이 익힐 수 있다. 단, 상위스킬은 하위호환 되는 스킬을 요구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정말이지. 스킬을 습득하는 조건도 이렇게 복잡하기 그지없는 거냐?’
아니, 당연했다. 에볼루션 시스템은 게임 시스템을 모티브로 하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현실’에 적용되는 정체불명의 이적인 것이다.
당연히 게임보다 아득하게 많은 정보량을 가지고 있는 현실에 맞춰서 시스템 자체가 복잡하기 그지없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것이겠지.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공선자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투덜거리는 멈출 수가 없는 것이었다. 직업별로 습득 제한이 걸려 있는 것이라면 이해하겠다.
애초에 에볼루션 시스템에 직업이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가장 큰 목적은 해당 개념을 통해서 스킬들의 바레이션을 좀 더 다채롭게 만들려는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설마하니 병과에 따라서 습득 제한이 걸리는 경우도 존재할 줄은 몰랐다.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몰랐다.
병과라는 것은 포지션에 가까웠는데 같은 포지션이라면 직업이 달라서 공통적으로 습득할 수 있어야 하는 스킬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을 테니깐 말이다.
당장 게임에서만 봐도 같은 탱커 계열의 포지션이라면 설령 사용하는 무기나 방어구가 달라도 어그로를 끄는 도발 계열의 스킬은 똑같이 익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것은 직업별로 나누어서 같은 탱커 계열의 직업인데 한쪽은 어그로를 끄는 도발 계열의 스킬을 익힐 수 있고, 다른 한쪽은 익힐 수 없다면 이건 이것대로 밸런스 붕괴라는 녀석이겠지.
‘여기에 직업별로 습득 제한이 걸리는 직업 스킬, 그리고 직업 스킬 중에서도 해당 직업을 습득하면 자동으로 습득할 수 있으며 해당 직업을 통해서 성장 보정이 걸리는 직업 코어 스킬이라는 게 따로 존재한다는 모양이군.’
직업 스킬 아래에 직업 코어 스킬이 속하는 것이었다. 설령 직업 코어 스킬을 자동으로 습득하게 해주는 직업을 갖지 못했다고 해도 해당 직업 코어 스킬을 익힐 수 있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스킬 포인트를 지불해서 배울 수 있다는 모양이었으니 말이다.
‘이건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하나의 스킬 당 익히기 위해서 습득해야 하는 직업이 딱 1가지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라는 모양이군. 해당 스킬이 요구하는 직업이 여러 개일 경우 그중 한 가지의 직업만 가지고 있어도 스킬을 익힐 수 있다.’
물론 스킬에 따라서 단 1가지의 직업만을 요구하는 스킬도 있는 모양. 이런 스킬들의 경우에는 직업 전용 스킬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이런 직업 전용 계열의 스킬들은 그 비율이 압도적으로 낮은 숫자였다.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니 어쩔 수 없었다. 그야 같은 검 계열의 무기를 사용하는 직업들인데 서로 익힐 수 있는 스킬들이 제한되어 있으면 역시 현실적으로 밸런스가 붕괴될 테니 말이다.
‘이 외에도 직업 제한도, 병과 제한도 없이 스킬 포인트를 소모하는 것만으로 익힐 수 있는 스킬들을 일반 스킬이라 한다. 단, 일반 스킬 중에서도 모든 스킬들이 아예 습득에 제한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모양이네.’
예를 들어서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레벨 제한이 걸려 있는 스킬들이 존재했다. 여기에 특정 스킬들을 먼저 익히도록 요구하는 스킬들도 있었고 말이다.
‘거기에…….’
일반 스킬들 중에서는 놀랍게도 에볼루션 시스템 그 자체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계열의 스킬들도 존재한다는 모양.
예를 들어서 장비 셋 시스템의 슬롯의 숫자를 늘린다든가, 인벤토리에 추가적인 기능을 달아준다든가 하는 스킬들 말이다.
‘할 수 있다면 이쪽 계열들의 스킬들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싶지만…….’
그 부분은 일단 스킬 포인트를 어떻게 획득하고, 또 스킬 포인트 하나 당의 가치를 확인한 뒤에 생각해볼 문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각성 스킬. 만인 평등을 추구하는 에볼루션 시스템에서 유일하게 재능의 영향을 받는 스킬……?’
이제 공선자가 확인해봐야 할 스킬의 분류는 단 하나, 각성 스킬이었다. ……그리고 이 각성 스킬이라는 녀석은 현재 공선자에게 무엇보다 큰 의미가 담긴 스킬이기도 하였다.
그럴 것이 현재 공선자의 감정을 제어하는 스킬인 일야몽, 그리고 본래라면 공선자가 가지고 있었을 초능력인 시안.
이 두 가지의 정체불명의 스킬들이 전부 각성 스킬로서 분류되어 그의 스킬 창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
그렇기에 각성 스킬에 대해서 확인해본다면 이 두 가지 스킬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을 터.
‘에볼루션 시스템에서 유일하게 재능의 영향을 받는다는 건 역으로 다른 시스템들은 전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최대한 배제했다는 건가?’
그런 느낌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스킬 시스템을 확인하며 공선자는 확실하게 개인의 재능이 완전히 배제되어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장 스킬의 습득 방식은 오로지 스킬 포인트를 소모해서 스킬을 습득하는 것뿐. 마치 게임처럼 말이다.
현실인 만큼 챌린저 개인의 재능을 고려했을 줄 알았다. 그야 게임에서는 그럴 수 없지만 그건 게임이기 때문이었다.
만인이 평등하게 시작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애초에 개인의 신체적 재능을 고려할 수 있을 법한 정보 처리가 불가능한 게임이기에.
허나, 에볼루션 시스템은 현실이었다. 그런 만큼 당연히 공선자는 에볼루션 시스템이 현실의 요소를 감안할 줄 알았다.
그것을 배제할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현실은 불공평한 것이 당연했다. 불공평한 것이 오히려 공평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으니 말이다.
에볼루션 시스템을 각인 받기 전에 챌린저가 쌓아왔던 노력들, 그를 통해서 얻게 된 힘. ……그것은 다른 챌린저들과 시작지점이 다르다는 불공평함을 낳을 수도 있었다.
허나, 그들은 정당한 노력을 통해서 해당 대가를 손에 넣은 것이다. 설령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태어났을 때부터 지니고 있었던 재능과 같은 체질적인 요소라고 해도 원래부터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요소를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역으로 불공평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노력해서 근육을 키운 이들에게 시작점이 다르다고 근육을 빼앗으면 그들의 노력을 불합리하게 부정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 불평등하다는 소리.
그러니 당연히 공선자는 에볼루션 시스템이 재능을 부정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렇기에 현실로서 구현된 게임 시스템인 에볼루션 시스템은 각자 지닌 재능을 배제하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스킬 시스템은 오로지 스킬 포인트로 스킬을 습득하는 경우야. ……스킬 포인트를 습득하는 방식이 아닌 직접 스킬을 익히겠다고 노력하는 방식으로는 결코 스킬을 습득할 수 없어.’
이것은 즉, 모든 챌린저들이 노력해야 할 ‘방향’이 고정되어 있다는 소리. 그렇기에 스킬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재능에 의한 차이가 최소한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야 사람들은 개인마다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 결과 누군가는 어떤 기술을 익히는데 몇 시간도 들지 않는데 누군가는 몇 날 며칠을 노력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스킬에 재능에 의한 요소가 지금처럼 배제되지 않았다면, 스킬을 스스로의 힘으로 익히기 위해서 노력해 익힐 수 있었다면 어떤 이들은 평생을 가도 익히지 못하는데 어떤 이들을 몇 시간 만에 익히는 경우도 분명히 생겨날 것이었다.
그런데 이 에볼루션 시스템의 스킬 시스템은 그와 같은 상황을 애초에 원천 봉쇄하고 있었다.
재능에 의한, 챌린저가 되기 전에 했던 노력에 의한 개인이 선 시작 지점의 차이를 최대한 좁혀놓았다.
당장 공선자가 챌린저가 되기 전에 가지고 있던 힘들이 스테이터스 시스템에 의해서 약화된 것이 그 증거.
동시에 각자의 재능에 의해서 스킬을 습득하는 게 더 쉽고, 더 어렵고 한 것이 아닌 오로지 스킬 포인트로만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것 역시 그 증명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챌린저가 되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것을 배제한 것은 아니야. 말했다시피 그것은 그것대로 불공정하고 불합리하니까.’
과연 천사의 말대로 이 시스템을 만든 위대한 존재라는 녀석은 병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공정한 존재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