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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74/194)



〈 74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최대한 챌린저들의 시작지점에 차이점이 없게 하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얻게 된 요소는 인정하려고 한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위대한 존재라는 녀석이 시작지점의 차이를 최대한 좁히면서도 각자 가진, 챌린저가 되기 전의 요소들을 인정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한정이었다.

요컨대 그들이 가지고 있던 요소를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에볼루션 시스템을 통해서 강해지기 위한 방법’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도록 에볼루션 시스템을 구성해놓은 것.

챌린저들이 챌린저가 가지고 있던 재능과 같은 체질, 노력해서 얻은 힘을 ‘없애는 것’이 아니었다.

에볼루션 시스템을 통해서 강해지는 것에 그와 같은 요소들이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도록 에볼루션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으로 그들의 재능을 ‘배제’한 것이었다.

즉, 여기서 말한 배제란 챌린저가 가지고 있던 특성을 없앤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아니, 어떤 의미로는 고려해서 그것들이 최대한 영향을 끼칠 수 없도록 배제하도록 에볼루션 시스템을 설계했다는 이야기.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존재했다.’

챌린저들의 신체 능력의 차이는 스테이터스 시스템을 통해서 같은 시작점에 서게 된다. 공선자처럼 본래 가지고 있던 힘이 약화되는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허나, 그 약화 수준은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들 역시 스테이터스 시스템에 의해서 시작부터 강화되는 부분도 존재했다.

공선자 시험해봤던 신체의 본래의 내구력과 같은 부분 말이다. 그리고 약화되었던 힘도 나중에 스테이터스 시스템을 통해 스텟을 상승시키면 다시금 강화될 테니 그렇게까지 크게 형평성이 어긋나지는 않은 것.

그렇기에 신체 능력의 차이는 스테이터스 시스템을 통해서 ‘배제’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와 같은 방식으로도 도저히 배제할 수 없는 요소들이 존재했다. 일단 챌린저들이 챌린저가 되기 전에 익히고 있었던 ‘기술’들.

당장 공선자만 해도 에이전트로서 몸에 익혔던 전투 방법을 당장에라도 펼칠 수 있는 상황.

……물론 그것은 공선자가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 기억을 잃어버린 이들이 자신들이 챌린저가 되기 전에 익혔던 기술을 완벽하게 펼쳐낼 수 있으리라는 확신은 없었다.

허나, 몸에 익히는 기술들은 설령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닐 터. 거기에 당장 공선자의 상태를 보면 애초에 기술을 배제하기 위해서 기억을 삭제시킨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랬다면 기억을 유지한 공선자가 자신이 챌린저가 되기 전에 습득했던 기술을 어떻게든 못 쓰게 만들었겠지.

즉, 기술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 것은 어디까지나 기억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산물.

다시 말해서 챌린저들의 시작점을 같게 만들기 위해 챌린저들이 지니고 있던 기술들을 초기화시키고자 기억을 배제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것은 챌린저들이 기억을 유지한 채로 챌린저가 되었다면 현재의 공선자처럼 자신들이 익히고 있던 기술들을 마음대로 구사할 수 있었겠지.

다시 말해서 본래 개인이 익힌 기술을 배제할 수 없는 요소에 속해 있었다는 소리. 허나, 설령 그렇다고 해도 에볼루션 시스템에서는 배제되었다.

현실에서는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이라고 해도 이 기술이 에볼루션 시스템에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말했다시피 스킬은 스킬 포인트로만 익힐 수 있었다. 즉, 모종의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이 기술들을 통해서 스킬을 습득하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이야기.

그렇기에 개인이 몸에 익히고 있는 기술이나 기억을 잃지 않았으면 유지하고 있었을 지식들 역시 결코 에볼루션 시스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도록 에볼루션 시스템의 설계 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는 상태였다는 소리.

스테이터스 시스템처럼 직접적으로 간섭해서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간접적으로 에볼루션 시스템을 배제했다.

‘애초에 챌린저가 지닌 기술이 에볼루션 시스템에 직접 간섭할 수 없도록 에볼루션 시스템을 설계해서 말이지. 허나…….’

……그렇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던 요소들이 몇 가지 존재했으며 이 ‘각성 스킬’이라는 것 역시 그 중 하나에 해당한다는 소리.

‘본래라면 스킬 포인트를 소모하는 것 외에는 결코 익힐 수 없는 스킬들. 허나, 그중에서도 각성 스킬만은 예외.’

만인평등, 보다 정확히는 같은 시작점과 같은 기회를 쥐여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에볼루션 시스템에서도 도저히 배제할 수 없어 유일하게 재능에 영향을 받는 스킬.

다른 이들과 시작점에 차이를 나게 만드는 몇 가지 안 되는 요소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이 각성 스킬이었다.

물론 말했다시피 에볼루션 시스템은 ‘같은 시작점과 같은 기회’를 추구한다. 그렇기에 이 각성 스킬을 배제하지 못한 대신에 다른 이들에게도 같은 ‘기회’를 쥐여 주는 것이었다.

‘……각성 스킬은 나만 익힐 수 있는 스킬이라기보다는 나만이 처음부터 익히고 있는 스킬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각성 스킬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빠르게 훑어본 공선자는 이와 같이 판단했다. 에볼루션 시스템을 각인 받은 이들 중 본래 다른 형태의 ‘권능’을 각성할 가능성이 있었거나 각성했던 이들이 습득하는 스킬이 바로 각성 스킬.

그것이 바로 각성 스킬.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재능’에 포함되는 한 가지 요소. 허나, 에볼루션 시스템은 이 재능조차 다른 이들에게 똑같이 기회로써 제공하는 것이었다.

‘각성 스킬은 유일하게 재능의 영향을 받는다. 즉, 본래 권능을 각성한 이들은 이 권능을 각성 스킬로서 처음부터 소지하게 되는 것. 단, 에볼루션 시스템은 만인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는 것을 추구하기에 각각 확인된 각성 스킬들은 다른 이들 역시 스킬 포인트를 소모해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준비된다, 라는 건가.’

중점만 요약하자면 다른 누군가가 익히고 있는 각성 스킬은 다른 역시 익힐 수 있게 된다, 라는 이야기였다.

‘즉, 내가 가지고 있는 일야몽과 시안 역시 내가 각성 스킬을 통해서 가지게 되었을 때부터 다른 챌린저들 역시 스킬 포인트를 지불해서 익힐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군.’

……만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추구하기에 어떻게 본다면 자신의 재능이 마음대로 다른 이들에게까지 주어진다는 이야기였다.

사람에 따라서는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시스템. 허나, 공선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일야몽은 아직 어떤 스킬인지도 알 수 없었다. 거기에 애초에 시안은 그 스킬 때문에 공선자의 인생이 망가지지 않았는가? 성능 자체는 인정하지만 그렇게까지 크게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 그것보다 이 각성 스킬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었던 정보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했다.

‘……각성 스킬은 본래 권능이라 불리는 이능이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해. 즉, 다시 말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시안은 본래는 권능이라 불리는 계열의 이능.’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초능력의 다른 명칭은 ‘권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공선자는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에볼루션 시스템 역시 이 권능에 해당한다. 시안이 각성 스킬로 변화한 것은 시안을 대신해서 에볼루션 시스템이 내 권능, 즉, 초능력이 되었기 때문. 그렇기에 본래 초능력, 권능이었던 시안이 밀려나서 모조권능, 즉, 스킬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본래 권능이었던 것이 밀려나 모조권능, 스킬이 되는 것을 각성 스킬이라고 한다.’

……이것은 정말로 어마어마한 정보였다. 아니, 정보의 값어치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아니라 공선자에게 어마어마한 의미를 갖게 하는 정보라는 소리.

공선자의 인생을 망가지게 만든 주된 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초능력이라는 사실만을 알고 있었던 시안이라는 능력.

소지자였던 공선자조차 알 수 없었던 그 능력의 ‘근원’이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그 정체가 밝혀지는 것이었다.

그저 초능력이라고밖에 불린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미지의 능력. 그것이 지금 그 미지를 조금이지만 털어내는 것에 성공했다는 이야기.

‘권능……. 정식명칭은 권능이었던 건가. 정말이지 거창하기 그지없는 이름이야. 그렇게까지 대단했던 능력을 발휘했다는 기억은 없는데 말이지.’

분명 공선자가 다루어냈던 시안이라는 능력은 평범한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는 수준의 능력이었다.

하지만 무려 권능이라는 거창하기 그지없는 명칭으로 불릴 만큼 대단한 능력이었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공선자가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었던 것은 시안 덕분이 아니었다. 물론 시안이 없었다면 몇 번이고 죽었을 여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시안이 있다면 무조건 성공했을 여정이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시안은 어디까지나 공선자가 다루어내던 도구 중에서도 좀 더 쓸 만했던 도구에 가까웠다고 할 것이다.

시안이 비중이 작지는 않았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선자가 시안을 사용했기에 그 정도로 비중이 높았던 것에 불과했다.

말하지 않았는가? 도구에 가까웠다고. 그리고 도구는 누가 쓰냐에 따라서 그 성능이 달라지기 마련.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시안의 능력은 확실히 대단했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전부 다 해먹을 수준은 아니었다.

아무리 대단해도 시안이라는 능력 하나로 세계를 멸망시킬 수준은 아니었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공선자가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었던 건 그가 다름 아닌 공선자였기 때문이었다.

시안 외에도 각종 기술을 몸에 익히고 있었던 전설 수준으로 회자되던 에이전트였던 공선자였기 때문에, 거기에 각종 기적이 몇 번이고 겹쳤기에 가능했던 일.

그런 공선자이기에 자신이 가진 초능력인 시안이 확실히 대단했지만 결코 권능이라고 불릴 정도로 거창한 능력은 아니었다고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뭐,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사실 권능이 정확하게 어떤 개념인지조차 난 알고 있지 못하지만 말이야.’

그저 너무나도 거창하기 그지없는 명칭에 무의식적으로 반발심을 가졌을 뿐이었다. 아무리 대단해도 자신의 인생을 뒤틀어버린 것이 초능력이라 불리던 권능, 시안이었다.

때문에 반발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권능이라 불릴 정도로 거창하기 그지없는 개념에 속해있었다면 적어도 그 거창함에 알맞은 수준의 능력을 갖췄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적어도 망가졌던 자신의 인생 정도는 가볍게 되돌릴 수 있을 수준의 능력을 말이다.

허나, 시안은 초능력이라 불릴 만큼의 능력은 있었지만 망가졌던 공선자를 구원해줄 수 있을 정도의, 도저히 권능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어쩌면 그저 내가 제대로 못 다루어낸 것일 수도 있겠지. 허나, 설령 그렇다면 애초에 제대로 다루어낼 수도 없었던 능력을 주질 말던가.’

각성 스킬, 즉, 모조권능으로 변화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다루었어야 했던 것을 모르고 있던 권혁이 뒤늦게 에볼루션 시스템을 통해서 제대로 된 사용법을 알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허나, 적어도 지금 공선자가 가진 시안이 과거 그가 사용했던 시안과 같으면서도 분명히 다르다는 것 역시 사실.

그렇기에 공선자는 어쩌면 여태까지 자신이 시안을 다루던 방식이 잘못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시안에는 권능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릴만한 힘이 있었을지도 몰랐다.

아니, 시안이 가끔 보여주던 미래시를 생각하면 가정이 아니라 충분히 권능이라 불릴만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터.

그것은 그저 공선자가 제대로 못 다루어낸 것일 수도 있었다. 허나, 설령 그렇다고 해도 아니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자신이 못 다룰 힘이라면 차라리 주어지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진정하자……. 본래 시안이 권능이라 불리고 지금 내게 주어진 에볼루션 시스템 역시 권능에 속한다는 사실은 알아냈지만……, 애초에 난 권능이 어떤 개념인지 제대로 이해조차 못 하고 있어.’

그러니 자신에게 시안이라는 권능이, 저쪽 세계에서 초능력이라 불리던 능력이 주어졌던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이유는 추측이 갔다. 스킬 시스템이 이야기하지 않는가? 재능이라고. 그래, 공선자는 그저 재능으로서 권능이라는 것을 가지고 태어났을 뿐이었다.

‘……아마 다른 초능력들도 마찬가지겠지. 전부 정식명칭은 권능이었을 터. 그것을 내가 살던 지구는 초능력이라고 불렀을 뿐에 불과한 걸 거야.’

생각해보면 초능력은 전부 재능의 영역이었다. 극히 희귀한 확률로 지니게 되는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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