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7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77/194)



〈 77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선자는 슬슬 움직일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벌써 그가 정신을 되찾은 지 15분은 넘어가고 있는 상황.

까놓고 말해서 슬슬 억제되고 있는 감정뿐 아니라 이성조차도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당장 자신이 처한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더 이상은 느긋하게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 에볼루션 시스템을 들여다보는 것도 한계에 도달했다는 소리.

물론 목숨이 걸려있거나 했다면 아무리 초조하다고 해도 공선자의 이성이 당장 움직이는 것을 막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그의 이성조차 이 정도면 당장은 문제없다, 라고 판단을 내린 것. 에볼루션 시스템의 중추에 해당하는 스테이터스와 스킬 시스템을 확인했다.

그러니 당장 써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을 내리고 움직여도 될 것 같다고 그의 이성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세계가 언제 멸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고작 1분의 시간 낭비조차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 건가.’

딱히 시간을 낭비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패를 확인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아닌 이성에서조차 초조함이 비롯되고 있는 것은 역시나 에볼루션 시스템이 시사하는, 언젠가 자신이 있는 이 새로운 세계가 멸망한다는 선언 때문이라고 해야겠지.

그렇기에 공선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여유가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이 상황에서조차 초조함을 억누를 수가 없는 것.

에볼루션 시스템에 대한 파악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본래의 공선자라면 모를까 현재의 공선자는 감정이 억제되는 것으로 자신의 뇌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상황.

그렇기에 본래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설명의 요체를 파악하여 이해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

때문에 본래 공선자가 생각하고 있던, 이후 시간이 없어서 에볼루션 시스템을 파악이 늦어질 수도 있다, 라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것은 에볼루션 시스템의 파악에 하루 이상의 시간이 들 것을 전제로 내린 판단인 것.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저절로 시간을 내기 힘들어 에볼루션 시스템의 파악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허나, 지금의 공선자라면 하루가 아닌 아무리 늦어도 1시간이면 파악이 가능했다. 그러니 설령 아무리 여유가 없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고 해도 에볼루션 시스템의 파악 정도는 가능할 터.

그렇기에 생각보다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함은 커져만 가는 것.

‘지금이라면 당장 움직여도 틈틈이 다른 시스템에 대해서 빠르게 파악해갈 수 있어. 그러니 지금은 이 초조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가진 3가지 스킬에 대해서 파악한 뒤 움직이자.’

막 정신을 되찾았을 때의, 에볼루션 시스템을 전부 파악한 다음에 움직이자는 결론과는 조금 상반되는 판단이었다.

허나, 이것은 당연했다. 그때는 현재 자신의 지적 능력이 이 정도로 뛰어날지 예상하지 못했었으니 말이다.

당장 그가 자신의 뇌를 대부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뿐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스테이터스의 효과로 사고 능력이 조금 상승한 것 같기도 한 것.

‘신체 능력은 하향 평준화 되었지만 사고 능력은 상향되었다는 건가? 그건 즉, 전의 내 사고 능력이 평균 이하였다는 건데…….’

그럴 수도 있었다. 그야 공선자는 각종 인체 실험을 견디는 과정에서 뇌에 상당한 손상을 입었으니 말이다.

그것을 단순히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자신의 뇌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커버했던 것이다.

즉, 뇌 성능 자체가 딸리는 것을 뇌를 최대한 활용하여 어떻게든 살아남았다는 것.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cpu를 예를 들 수 있었다.

성능 자체는 낮은 cpu가 오버 클락을 하여서 해당 cpu에서 뽑아낼 수 있는 성능을 최대한 뽑아냈다는 느낌?

그런 상황에서 cpu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었으니 지적능력이 좀 더 높아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여하튼 이제는 굳이 당장 움직이지 않을 이유가 없어. 그런 만큼 다른 챌린저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는 걸 가만하면 내가 가진 각성 스킬 2개와 멸업이라는, 칭호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스킬만 확인해보고 움직인다.’

그를 위해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2가지 스킬과 멸계성이라는 칭호의 효과로 얻게 될 1개의 스킬에 대해서 확인해볼 차례가 왔다.

“후우……. 하아……! 다른 건 모르겠지만 시안에 관해서 확인해보는 것만으로 상당히 긴장하게 되는데.”

긴장감을 덜어내기 위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도저히 어째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 일야몽.

멸계성이라는 칭호를 통해서 얻는, 그 출처가 분명한 멸업. 이 두 가지 스킬을 확인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긴장할만한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대단한 설명을 읽어도 당장은 그런가보다, 라고밖에 반응할 수 없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안은 달랐다. 시안은 좋든 싫든 공선자와 일평생을 함께한, 어쩌면 그의 일부나 다를 게 없는 능력.

허나,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선자에게 이 능력은 미지인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그랬던 능력이 바야흐로 그 미지를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서 공개하려고 하고 있었던 것.

여기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말로는 묘사하기 힘든 기묘하기 그지없는 감정이 그를 덮쳐오는 것.

그 감정이 제어되어 미미하기 그지없는 수준의 감각뿐이라고 해도 지금의 공선자를 긴장하게 만들기는 충분한 것이었다.

‘시원 씁쓸하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자신과 함께 해오면서도 그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능력의 정체를 알게 된다는 사실에 시원스럽고, 동시에 이제야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씁쓸하네.’

그렇게 현재 자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해서 정의를 내린 공선자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자신의 초능력이었지만 지금은 모조권능, 각성 스킬로서 변화한 시안(時眼)에 대해서 확인해보는 것이었다.

‘개념현상계에 속하며 구현 계열인 능력. 시간을 보는 눈. 눈을 통해서 시간이라는 개념에 간섭하는 권능이 다운그레이드된 모조권능.’

시간에 간섭하는 것이라면 구현이 아니라 간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간섭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묘사에 해당하지 간섭계열에 속하게 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단어가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각성 스킬이라는 녀석들은 보정 계열도, 강화 계열도, 구현 계열도, 간섭 계열도 전부 포함되는 것 같았다.

애초에 권능이라는, 에볼루션 시스템과 같은 수준의 능력이었던 모양이라 보다 다채롭게 이용할 수 있었던 모양.

그 증거로서 당장 시안에는 3가지의 파생 스킬이 존재했다. 각성 스킬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하나의 각성 스킬에서 여러 개의 파생 스킬이 만들어진다는 점.

각성 스킬을 어떻게 응용하는가에 따라서 응용기술이라는 이름의, 각성 스킬은 보다 색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계열의 스킬들이 탄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응용 스킬들에는 보정, 강화, 구현, 간섭 계열 전부가 존재하는 만큼 결국 각성 스킬 역시 사용하기에 따라서 4가지 성질 전부에 해당하는 계열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렇기에 스킬 설명에 성질이 구현이라 되어 있었지만 이는 정확하게는 4가지 성질을 전부 포함되어 있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었다.

‘스킬의 구체적인 사용법으로 동체시력을 가속시키거나 눈을 매개로 직시한 것의 시간에 간섭하는 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건가.’

당장 여기서 이야기하는 동체시력의 가속은 강화 계열이고, 직시한 것의 시간에 간섭하는 것은 간섭 계열이 아닌가?

그러니 시간에 간섭한다는 것은, 시간에 간섭하는 것에 포함되는 개념 전부를 구현할 수 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렇기에 일단은 구현 계열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것 같았다.

‘스킬의 종류는 액션 패시브. ……이건 즉, 내가 원리를 이해하고 직접 사용해야 한다는 거지?’

거기에 스킬 종류를 살펴보니 액션 패시브라고 하던, 제일 이해하기 힘들었던 종류의 스킬에 속한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자신이 이능의 원리를 이해해서 사용해야지만 효과를 발휘하는 계열의 스킬. 다르게 이야기한다면 스스로 발동할 수 없다면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시안은 전부터 써오던 초능력이야. 이제 와서 원리를 이해하고 말고 할 것도 없지. 시험해보니까 전에 사용하던 방식과 다를 게 없는 방식으로 사용하면 되는 것 같았으니깐 말이야.’

애초부터 시안은 공선자의, 타임 룰러라는 이름의 에이전트의 트레이드마크라고도 말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러니 지금에 와서 원리를 이해하니 마니 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것. 때문에 액션 패시브라는 특이한 종류의 스킬이라고 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습득 전제 조건. 타인의 눈을 자신에게 이식한 적이 있어야 한다. ……이건 무슨 뜬금없는 전제 조건이야?’

각성 스킬에서 전제 조건이라는 것은 해당 스킬을 SP로 습득할 시 아무런 페널티 없이 습득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즉, 시안은 다른 이의 눈을 이식받은 적이 있어야 페널티가 없이 배울 수 있다는 이야기. 만약 그렇게 다른 이의 눈을 이식받은 적이 없는 이가 시안을 배우게 된다면…….

‘페널티로서 시안을 일정 수준 이상 사용한 뒤 그에 비례하는 시간 동안 눈이 보이지 않게 된다고……? 거참. 이건 그냥 나 말고는 사용하지 말라는 이야기 아니야?’

아니, 무슨 어디 눈깔 대전으로 유명한 그 만화에서 나오는 눈에 곡옥을 때려 박은 특이능력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눈깔을 이식받지 않으면 제대로 써먹지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공선자의 경우에는 각종 인체실험을 당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타인의 눈을 이식 당한 적이 있으니 문제없었다.

허나, 공선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쪽 세계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의 눈을 이식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은 명백할 터.

당장 의료기술이 발전한 21세기 지구에서도 대외적으로 안구의 이식은 대중화된 기술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딱 봐도 그쪽보다 의료기술이 떨어져 보이는 이쪽 세계에서 안구의 이식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아니, 마법이니 하는 이능이 있으니 가당키는 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적어도 내키는 대로 타인의 눈깔로 자신의 눈깔을 갉아치우는 수준은 아닐 것 아닌가?

‘내가 처음 시안을 사용했을 때에 이런 제한이 있지는 않았……. 아니, 생각해보니 난 내 눈으로 시안을 사용해본 적이 없지.’

공선자가 본격적으로 자신의 초능력을 개발해온 것은 온갖 인체실험을 당한 끝에 더 이상은 뽑아먹을 게 없다는 생각에 에이전트로서 키워지기 시작했을 당시였으니 말이다.

그 당시 이미 공선자의 눈은 다른 이의 눈을 적출하여 이식한 상태였다. 그러니 공선자로서는 본래 자신의 눈으로 시안을 발동했을 때 실제로 습득 페널티와 비슷한 페널티가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사실 이제 와서 어느 쪽이든 상관없나.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익힐 경우 시안의 능력이 제한된다는 건 좋은 이야기야. 이걸 보면 각성 스킬이라는 건 익히려고 한다면 못 익힐 것은 없지만 익힌다고 해서 꼭 본래 각성 스킬을 가지고 있던 이와 같은 수준의 힘을 다룰 수 있다고는 할 수 없겠네.’

시안 뿐 아니라 다른 각성 스킬들 역시 해당 각성 스킬의 소유자의 고유성이 습득 전제 조건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컸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시안처럼 본래 그 각성 스킬을 익히고 있던 이가 아니라면 습득 전제 조건을 달성하는 것부터가 지극히 까다로워 애초에 익히지 않는 것만 못하는 경우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터.

‘그렇게 된다면 아무리 뛰어난 각성 스킬이라고 해도 무리해서 익히는 건 지양하는 편이 좋겠군. 거기에 페널티 뿐 아니라 습득 영향도 존재한다는 모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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