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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82/194)



〈 82화 〉제 01계-챕터 01: 에볼루션 시스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일야몽이라는 스킬은 뛰어나다. 당장은 사용할 수 없고 머릿속에 떠오른 원리에 따라서 연습을 해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기에 실감할 수 없었던 그것을 공선자는 야몽순환를 통해서 실감할 수 있었다.

야몽순환은 일야몽과 다르게 인피니티 패시브에 해당하는 스킬이었다. 요컨대 공선자가 일야몽의 원리를 모르는 지금조차 계속해서 적용되는 스킬이라는 소리.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야몽순환은 어쩌면 일야몽을 각성하게 겪게 되는 체질의 변화 같은 것일지도 몰랐다.

즉, 기동하고 해제하고 하는 것이 아닌, 일야몽을 각성하며 뇌, 아니, 권능과 모조권능이라는 게 영혼에 가까운 심상이라는 것에 큰 영향을 미치니 이 심상이라는 것이 변화하며 타인과 다른 체질이 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는 소리.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한 종류의 약을 너무 많이 쓰면 내성이 생겨 해당 약이 안 듣게 되는 체질이 되는 것처럼 일야몽을 각성하며 공선자의 심상에 변화가 생겨 그 변화로 인해서 영구적으로 ‘수면을 덜 취해도 피로가 회복되는 심상’이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소리.

그것이 다른 각성스킬이었던 시안, 그리고 그 시안에서 파생된 3가지 응용스킬들과 다르게 일야몽의 3가지 응용스킬들이 ‘전부’ 인피니티 패시브인 이유일지도 몰랐다.

즉, 스킬로서 영향을 받은 게 아니라 영향을 받은 게 스킬로 화하였다, 라는 느낌이라는 소리.

……그렇다. 수면 효율을 극단적으로 상승시켜줌으로써 공선자에게 일야몽이라는 각성스킬이, 자신의 반신이 남긴 유산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실감하게 만들어준 야몽순환과 마찬가지로 나머지 2개의 응용스킬 역시 전부 ‘인피티니 패시브’ 스킬인 것이었다.

즉, 가지고만 있어도 적용되는 스킬이라는, 공선자가 알고 있던 진정한 의미의 패시브 스킬에 가까운 스킬들이라는 소리.

‘야몽순환은 강화의 성질로 수면의 효율을 강화하는 스킬이었고……. 일야연쇄는 구현의 성질인가. 스킬 설명은……, 아침과 밥. 각각 다른 모습이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세계에 속한다. 어떤, 모습이라고 해도 자기 자신은 자기 자신이라는 이야기.’

……더 이상은 흐르지 않는 눈물을 느끼고 공선자가 잠깐 자신의 눈을 닦았다. 눈물이 시야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눈물이 마르며 느껴지는 감각이 그렇게 좋은 감각은 아니었기 때문.

그러니 더 이상 흐르지 않아 흔적만을 남긴 눈물들을 닦아내며 공선자가 다음으로 살펴보는 응용스킬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었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 힘드네. 무슨 철학적인 이야기인가? 다행히 구체적으로 효과를 설명해주는 설명문이 더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보자……, 각성모조권능 일야몽 외에 또 다른 각성모조권능, 즉, 각성스킬을 지니고 있을 경우 해당 모조권능과 숙련도를 연쇄시켜 연쇄된 각성모조권능과 똑같은 숙련도를 얻어 일야몽을 성장시킬 수 있다. ……라고?!’

순간적으로 공선자는 자신이 동공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야몽순환 역시 상당히 파격적인 능력이었지만 일야연쇄만큼은 아니었다.

이것은 각성스킬끼리에 해당하지만 숙련도를 2배로 뻥튀기시킬 수 있다는 것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즉, 내가 시안을 성장시키면 성장시킬수록 시안과 일야연쇄로 동조 된 일야몽 역시 함께 성장한다. ……이제 우리는 하나이자, 두 명이, 두 명이자 하나가 아닌 정말로 단 한 명이라는 소리야?’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면 본래라면 반신의 초능력이었을 일야몽. 그것이 자신의 시안과 함께 성장한다.

그 사실이 의미하는 것에 당혹스러움과 함께 숙연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그. ……아주 잠깐 동안 자신의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표현할 방법을 찾던 공선자는 이제는 그저 해탈의 경지에 도달할 지경이었다.

‘……이제는 정말로 지독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희생이라고.’

슬슬 그만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 돌려줄 수도 없는 부채를 쌓아 가며 공선자를 억지로라도 살아가게 만들어야 할 의미가 무엇인가?!

왜 자신이 이제는 죽음조차 선택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냐고 따지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의 이성이 억지로 그것을 참는 것이었다.

……이미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사람에게 짜증을 내봤자 돌아오는 것은 허탈감뿐이었으니 말이다.

‘……마지막 응용스킬. 몽계불침. 나의 꿈은 내가 다루는 것이지 타인이 다루게 두는 것이 아니다. 즉, 타인에게서의 정신적 불간섭을 선언한다는 소리. 이것 역시 인피니티 계열로서 성질은 강화. 일야연쇄가 구현이었던 것에 비해서 이쪽은 야몽순환과 마찬가지로 강화인가.’

효과는 구체적으로 정신 방벽의 내구력이 숙련 등급에 곱하기 100배만큼 상승한다는 이야기.

C-랭크일 경우 100배, C랭크일 경우 200배. C+일 경우에는 무려 300배의 상승률을 보인다.

자신의 반신에게 신체의 제어권을 늘 넘겨둔 상태로 지내던 공선자의 근본 인격은 대부분은 정신세계에서 보내왔다.

정신세계에서 반신이 경험하는 것을 같이 경험하며 지내왔던 것. 그런 그이기에 정신 방벽의 내구력이라는 개념이 대충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감이 잡히는 것이었다.

‘요컨대 정신에 간섭하는 계열에 대한 내성이 상승한다는 이야기군. 내가 당했던 세뇌와 같은 종류는 물론 이능 쪽의 정신 간섭 계열에서 보다 확실하게 대항할 수 있다는 것 같은데…….’

스킬이라는 게 결국은 마법과 초능력과 다를 게 없는 이능이라는 사실은 이미 확인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초능력의 본래 이름의 권능이 이능에 속하고 스킬은 그 권능에 속한다는 느낌.

뭐가 되었던지 결과적으로 스킬은 이능이라는 게 중요한 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스킬을 통해서 초능력처럼 이능적으로 정신에 간섭하는 예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공선자가 알고 있는 초능력자 중에도 정신에 간섭하는 계열의 초능력자에 대한 정보가 존재했다.

단, 그자는 그 위험성 때문에 제대로 사고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공선자처럼 실험체로서 취급만 받다가 죽었다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실제로 빌어먹을 위에 놈들과 실험을 진행하던 연구진들은 혹시라도 자신들의 정신이 간섭당하는 것에 극도의 혐오감을 보이며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모르모트가 자신의 능력을 통해서 그들에게 간섭할 수 없는 환경을 구축해놓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공선자도 직접 그 초능력자를 본 적은 없었다. 그저 그런 존재가 있었다는 사실만 기록으로서 확인한 적이 있었을 뿐.

그러나 그런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스킬로도 정신에 간섭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아니, 애초에 공선자는 굳이 이능까지 갈 것도 없이 과학적인 수단으로 세뇌를 당한 적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 경험이 누군가가 자신의 정신에 손을 대는 것에 극도의 거부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애초에 공선자가 그 무엇보다 자유를 추구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세뇌에서 벗어나고자 했었던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정신에 간섭하는 것을 철저하게 막아주는 응용스킬은 공선자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귀중하기 그지없는 능력을 선사해주었다.

……이것으로 적어도 타인에 의해서 자신의 의지조차 끌려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은 피했다.

과거와 같은 최악의 악몽에 다시금 빠져드는 것만큼은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 어쩌면 공선자의 반신이 그 악몽에서 공선자를 끌어올려 주었던 경험, 그리고 다시는 그 지옥과 같은 세뇌를 받지 않겠다는 공선자와 반신의 의지가 이 응용스킬을 만들어낸 것일지도 몰랐다.

‘덕분에 정신 내성 계열의 스킬들을 익히지 않아도 되는 건 고마운 일이야. ……아니, 혹시 모르니까 익히기는 익혀둘까? 몽계불침과 다른 개념으로서 같은 결과를 불러오는 스킬들이라면 아마 서로의 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더 강하게 적용될 수도 있을 텐데…….’

몽계불침이 있다면 솔직히 더 이상의 정신 내성 계열의 스킬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력하게 타인이 자신의 정신에 간섭하는 것을 막고 싶었던 공선자는 그와 같은 생각을 떠올리는 것.

이것만 봐도 공선자가 얼마나 타인이 자신의 정신에 간섭하는 것에 경기를 느끼는 것인지 알 수가 있었다.

그야 한때라고는 해도 거의 반평생을 세뇌를 받으며 살아왔으니 이상할 것도 없는 일. 허나, 이내 그의 이성이 그것은 스킬 포인트의 낭비라고 일축했기에 결국은 포기하는 것이었다.

……뭐, 그 이성조차 만약 스킬 포인트가 남아돌게 된다면 그때 가서 습득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떠올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정신간섭 계열에는 학을 떼는 공선자였다.

‘그런 내가 정신 간섭이 가능한 계열의 각성스킬을 각성한 게 참 아이러니하지만 말이야. ……오히려 당한 게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 뭐가 되었던지 일단 이걸로 각성스킬 쪽은 전부 살펴봤나. 남은 건 멸업 분.’

자신이 챌린저가 되었던 순간부터 가지고 있었던 스킬은 전부 살펴볼 수 있었다. 하나같이 스킬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얻은 스킬들 치고는 성능이 나쁘지 않은 스킬들이었다.

아니,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고 성능만 생각하면 월등히 좋았다. 거기에 부작용도 처음부터 각성스킬을 각성한 공선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부작용뿐이고 말이다.

……일야몽의 습득 영향에 의한 감정제어. 이것은 오히려 현재의 공선자에게는 이득으로 작용하고 있었고 말이다.

그저 반신에게 보호받으며 여린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근본 인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은 감정을 배제하고 오로지 이성적으로 효율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이 정답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종의 영향을 받는다는 부분’이 공선자에게 이롭게 작용한 것은 공선자가 추측한 것이 맞았다면 이 일야몽이라는 각성 스킬의 원래의 주인인 그의 반신인 형 인격의 소망이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몰랐다.

……마치 공선자에게 슬퍼할 시간이 없으니 지금은 그저 살아가는 것만을 생각하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이라도 공선자는 최대한 그쪽으로는 사고를 회전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 감성에 빠져 혹시라도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것은 그 형의 소망을 배반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설령 그것이 자신의 반신에 대한 생각이라도 해도 지금은 하지 않겠다. 그것이 감정제어로도 억제되지 않는 슬픔을 터트렸던 공선자가 결정한 결의였다.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시작은 좋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재능 덕분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니 불평공하지 않다고 한다면 불공평하지 않은 건가.’

오히려 당사자가 가지고 있던 재능, 그리고 챌린저가 되기 전 쌓은 노력을 통해서 몸에 익혔던 기술들을 공평성에 어긋난다고 죄다 무효로 돌리는 게 더 불공평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시안과 일야몽은 오히려 에볼루션 시스템의 공평함을 상징한다고 말할 수 있을 터. 때문에 공선자는 시작부터 남들보다 조금 더 시작점이 앞에 있다는 이 이점을 거리낌 없이 이용해줄 생각이었다.

‘그전에 마지막으로 멸업을 습득한 뒤에 멸업에 대한 설명을 확인하도록 할까.’

그 뒤에 남은 것은 일단은 움직여 이쪽 세계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 ……아마도 야몽순환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다급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새로운 세계에서, 그것도 멸망이 예정된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소홀히 해도 되는 이유는 아닐 터.

그러니 움직일 수 있을 때 부지런히 움직여 두는 쪽이 좋을 터. 그를 위해서라도 이제 남은 스킬, 멸업에 대해서 빠르게 확인을 해둘 필요성이 존재했다.

‘일단 스테이터스 창에서 멸업을 습득하고……. 스킬 창을 통해서 확인을 해보면……. 멸업. 등급은 에픽. 인피니티 패시브로 분류. 성질은 구현.’

……설마 시작부터 에픽 등급의 스킬을 습득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에픽. 숙련 등급을 올리는 게 노멀의 100배 이상으로 힘들지만 해당 스킬이 적용되는 개념이 굉장히 광범위한 스킬에 해당했다.

즉, 등급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았다. 숙련 등급을 올리는 게 힘들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런 스킬을 공선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시작부터 가지고 있는 것.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다른 이들과 다르게 챌린저가 되기 전의 업적을 인정받아 습득했을 뿐이니까. 그리고 그를 위해서 공선자는 위대한 존재의 사자라는 녀석도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했고 말이다.

물론 결코 지금의 상황을 노리고 행한 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날 바에는 그냥 편하게 죽고자 했던 공선자가 고작(?) 이런 스킬을 얻겠다고 자신의 죽음을 자의로 포기할 리가 없었으니깐 말이다.

‘하나의 세계를 멸망시켰거나, 혹은 멸망시킬 운명에 선 이들에게 주어지는 스킬. 칭호, 멸계성을 습득할 경우 칭호를 통해서 자동 습득 가능. 무엇인가를 멸하는 멸업이라는 개념 그 자체를 해당 스킬의 양분으로서 치환하여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뭐가 되었던지 이것은 정당하게 공선자가 손에 넣은 스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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