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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84/194)



〈 84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공선자는 일단 여관의 로비로 내려가서 자신과 같은 챌린저들에게 말을 걸어볼 생각이었다.

그를 통해서 그들에게서 정보를 빼낸다. 전생……, 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일단 죽었다 살아나고 거기에 다른 세계로까지 넘어왔으니 전생이라고 하자.

여하튼 전생의 공선자는 잠입임무를 여러 번 해봤는데 그 과정에서 대화를 유도하여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빼내는 방식을 사용할 줄 알던 이였다.

그 경험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공선자의 근본 인격이 아니라 반신 인격이 행했던 일이지만 그 반신의 경험은 이제는 공선자의 경험과 다를 게 없었다.

설령 경험이 그저 지식으로만 존재한다고 해도 적어도 ‘지식’은 존재하지 않은가? 그러니 그 지식을 이용해서 챌린저들과의 대화를 유도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끌어낼 수는 있을 터.

‘그렇기에 내려오면 일단 챌린저들이 이쪽 세계에서 깨어나고 얼마나 지났는지 그 정확한 시간을 알아볼 생각이었는데…….’

공선자의 그와 같은 계획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는 것이었다. 그럴 것이 여관의 로비(식당 겸 휴식공간이었지만 로비라고 부르는 게 맞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편의상 로비라고 하자)에는 적어도 자신처럼 이 숙박시설에서 일주일을 지내게 된 챌린저들이 적어도 몇몇은 모여서 대화를 나누거나 혹은 정보를 나누고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

‘아무도 없잖아? 아니, 그 이전에 왜 이렇게 어두운 거야? ……생각해보면 어두운 게 당연한가. 지금 밤이잖아?’

설마 아무도 없을 줄을 생각지도 못했던 공선자가 약간의 당혹스러움을 표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아무도 없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당히 어두운 로비.

빛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로비에 모여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빛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식으로 빛을 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전등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빛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으니깐 말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화를 하다가는 옆에서 자신과 대화하는 상대가 진짜 인간인지, 아니면 귀신인지조차 헷갈릴 것 같은 분위기였으니 말이다.

이처럼 어두운 장소까지 나와서 굳이 대화를 이어가는 경우는 귀신들이 정모를 가지는 것, 혹은 수상한 인간들이 음모를 꾸밀 때 외에는 없을 것 같았고 말이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늦은 시간인가? 야몽순환이 있었으니까 그렇게까지 늦은 밤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막대한 피로라고 해도 한두 시간만 자면 충분히 풀 수 있게 해주는 각성 응용스킬인 야몽순환.

그 스킬이 있으니 해가 지는 순간부터 해봤자 몇 시간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던 공선자였다.

하지만 로비의 상태를 보아하니 단순히 초저녁 같은 시간대가 아니라 아무래도 대부분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녘에 그는 정신을 되찾은 것 같았다.

‘그것도 아니면 이쪽 세계 사람들은 해가 지는 순간 빠르게 잠이 드는 것일 수도 있고 말이지.’

공선자의 전생에서도 문명이 발전하기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가? 밤을 밝혀줄 수단이 없으니 빨리 잠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이쪽 세계 역시 그러지 말라는 보장은 없었다. 보아하니 마법이나 혹은 다른 수단으로 불빛 자체는 만들어낼 수 있는 것 같지만 적어도 전생의 LED등과 같은 녀석들보다는 불빛이라는 게 대중화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아니, 어느 쪽이든 그다지 상관없나. ……상관이 없지는 않겠어. 이쪽 세계의 사람들의 활동시간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침과 저녁이 빠른 쪽이라면 나도 그에 맞춰서 활동을 해야 할 테니깐 말이야.’

하지만 그것도 공선자가 현재의 정확한 시간을 알아야지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정확한 시간을 알려줄 이들은 현재 공선자의 앞에 아무도 없었고 말이다.

‘그 주인장 할아버지도 자려 들어가신 모양이고. ……문은 열려 있나. 하긴, 여관이니 대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면 개인적인 용무로 심야에 왕래하는 손님들이 불편할 테니깐 말이야.’

각자 개인의 방에 잠금장치가 있으니 대문이 열려 있어도 큰 문제는 없을 터. 물론 로비 같은 곳에 훔쳐갈 만한 물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죄다 가구와 같이 덩치가 큰 녀석들이었다.

그런 녀석들은 훔쳐가는 것도 일이니 정말 어지간히 작정하지 않는 이상은 훔치다가 들킬 것이다. 그러니 그것들을 도둑에게서 지키겠다고 여관의 대문을 잠그는 것도 이상했다.

‘아니면 그냥 도시의 치안이 좋아서 굳이 대문을 잠글 필요가 없거나 말이야. ……어쩌면 둘 다에 해당할 수도 있고. 뭐가 되었던지 나한테는 잘된 일인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챌린저들이 로비에 있지 않은 이상 다른 방식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전부 자러 간 것인지, 아니면 밤에도 열심히 활동하는 것인지 지금의 공선자로는 알 수 없었지만 당장 챌린저들이 로비에 없으니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정보를 취득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난 것인지 확인한다는 것에만 집중하고 정작 지금이 오후인지, 오전인지도 신경 쓰고 있지 않았나.’

원래의 계획은 일단 모험가 길드에 가보는 것이었다. 그 모험가 길드의 길드장이라는 사람이 모험가 길드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선에서 친절하게 대답해준다고 했으니 말이다.

현재 아무것도 없는 공선자가 가장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 이용해주는 게 당연했다.

물론 그들이 주는 정보를 전부 신용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엎어놓고 의심하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으니 선을 대보고 수용할 생각이었던 것. 하지만…….

‘챌린저나 모험가 길드나 일단 활동을 하고 있어야지 접촉해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텐데 밤이어서야 잠을 자고 있을 확률이 높잖아?’

당장 챌린저들만 봐도 아무도 로비에 있지 않은가? 모험가 길드가 전생의 편의점처럼 24시간 운명이라면 모를까 이래서야 지금 가봤자 영업이 끝나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 외에도 도서관이나 신문 같은 게 있나 확인해보고 있으면 거기서 정보를 얻을 생각이었는데…….’

밤이라면 그쪽도 영업이 끝났을 확률이 높았다. 전생에서도 24시간 동안 영업하는 가게들은 찾는 것이 꽤나 힘들었으니 말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기계도 가끔씩 휴식을 가져야 하는데 인간이라면 더더욱 밤이 되면 잠을 잘 수밖에 없는 것.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러니 그것을 가지고 욕을 하는 쪽이 이상했다.

……굳이 욕을 들어야 한다면 너무 에볼루션 시스템에 집중한 나머지 자신이 눈을 뜬 시각이 밤이라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간과한 공선자가 욕을 들어야 했던 것이고 말이다.

‘……역시 지금은 방으로 돌아가서 아침이 될 때까지 에볼루션 시스템이나 파악하면서 시간을 기다려야 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활동을 중지하고 잠이 드는 밤이어서야 공선자가 정보를 수집할 수단이 부족했다.

아니, 그것 외에도 밤은 위험한 시간이었다. 어둠을 밝히는 낮이라면 모를까 어둠으로 뒤덮이는 밤이라면 어둠에 속한 이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전생에 공선자 역시 어둠에 속한 이였다. 그렇기에 그는 밤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다.

뭐, 경우에 따라서는 아침이 더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거야 드문 일이고. 어느 정도 대중적인 치안 유지가 되는 현대의 지구에서도 밤은 충분히 위험한 시간대라는 게 요점.

그런데 이쪽 세계는 어떻겠는가? 적어도 전생보다는 위험할 것이 확실했다. 그런 밤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움직인다는 것은 위험했지만…….

‘역시 아침까지 기다리는 건 시간 낭비야. ……무엇보다 본능이라고 해야 하나?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이 되기 전에 최대한 모을 수 있는 정보를 모아둬야 할 것 같은 기분이야.’

……그냥 아침을 기다리는 것도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안전을 생각하면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게 정답이었다.

허나, 그렇게 되어서야 시간 낭비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에볼루션 시스템이야 아무리 늦어도 1시간이면 전부 훑어볼 수 있을 터.

그럼 그냥 몇 시간 동안 낮이 될 때까지 죽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럴 수도 없었다. 그야 공선자는 이제 잠을 거의 잘 필요가 없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앞으로도 공선자가 아침은 물론 밤에 활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즉, 뭐가 어찌 되었던지 밤에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성은 존재했다.

……무엇보다 공선자는 지금 직감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감정이 제어되어 이성만으로 움직이는 그가 직감 운운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는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지금은 위험하기는 해도 밤에 움직이는 게 정답이라고. 이것은 이성이 소리치는 직감이었다.

자신이 의식적으로 계산하지 못하는 점을 계산한 무의식이 끌어낸 정답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 공선자는 우선 그 직감을 따르기로 하는 것.

‘거기에 밤에는 밤에만 얻을 수 있는 정보 같은 게 있을 수 있고 말이야. 또 일단은 지금의 나라도 건달 한두 명 정도 상대하는 건 가능하겠지……?’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것은 감정이 제어되어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자신의 반신에 가까워졌다고 해도 공선자가 반신의 인격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반신처럼 사람의 목을 수수깡처럼 꺾어 그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공선자는 가질 수 없었다.

그야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당장 공선자에게 지식과 기술이 각인된 신체가 있다고 해도 경험을 존재하지 않았으니 확신을 하는 게 이상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했기에 더더욱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 거기에 애초에 이쪽 세계는 마법이라는 게 실존하는 것 같았다.

‘……설마 처음부터 마법사 같은 미지의 존재와 엮이지는 않겠지.’

평범한 건달 정도라면 확신을 못 가져도 어느 정도 높은 확률로 자기 손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가정을 세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마법사와 같이 완전히 미지의 존재가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아무것도 알 수 없으니 승리 확률을 계산할 수가 없었다.

거기에 그나마 마법이 존재하기에 마법사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할 수 있는 그 외, 혹시라도 마법 외의 이능이 존재한다면 애초에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그냥 모르고 당할 수도 있었다.

‘아니, 마법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해도 도저히 대비를 할 수 없으니 도토리 키 재기나 다름없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런 이유로 또다시 여관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주저한 공선자였지만 이내 입술을 살짝 깨물고 문을 여관의 대문을 여는 것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어둡군. 하지만 이쪽 구역만 어두운 건가. 저쪽으로 가면 상당히 불빛이 많아.’

다시 방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굳이 공선자는 여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선택했다.

여기서 안전을 핑계로 되돌아가는 것은 신중한 것이 아닌 그저 도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다시금 이야기하지만 공선자는 이제 거의 잠은 자지 않아도 되는 신체가 되었다. 그렇기에 밤에 활동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

그야 잠도 안 잘 거면서 방에 처박혀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차라리 그 시간에 착실하게 외부에서 이쪽 세계에서 살아갈 준비를 쌓아가는 쪽이 낫다는 이야기.

무엇보다 이쪽 세계는 멸망이 예정된 세계다. 그러니 괜히 방에 처박혀 있는다고 죽음을 피해 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을 것.

그렇기에 공선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여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한 번 호흡을 고른 뒤 여관의 밖에 존재하는 길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여기는 숙박촌 같은 장소인가? 아니면 적어도 주거 구역에 가까운 것 같아. 가게 보이는 건물의 숫자가 적어.’

거기에 여관의 방에서 나오기 전에 창문을 통해서 확인한 것처럼 불이 켜져 있는 건물의 숫자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적었고 말이다.

물론 가게라고 해도 밤이 되면 영업을 마치고 불을 끌 터. 하지만 이쪽 구역의 건물들의 불빛은 영업을 끝났기에 어둡다는 것하고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사람이 없어서 불이 껐다기보다는 사람이 있음에도 활동할 생각이 없어서 불을 껐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모든 건물의 불빛이 꺼져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분의 건물을 불이 들어와 있었는데 그 불빛들이 점등된 형태가 공선자에게 그런 느낌을 주고 있는 것.

그야 보통 가게들은 밤에 영업하기 위해서 불을 켜두면 가게 전체의 불을 켜두지 않는가? 즉, 건물 전체의 불을 켜둔다는 이야기.

하지만 이쪽 거리에 있는 건물들은 방 하나 정도의, 즉, 사람이 있는 방의 불빛만 켜두는 느낌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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