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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5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85/194)



〈 85화 〉제 01계-챕터 02: 의도치 않은 인연

‘여기가 거주 구역이라고 한다면 일단은 이 거리에서 벗어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야 공선자가 여관 밖으로 나온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거주 구역은 밤이 되면 사람들이 잠을 자는 쉼터가 되는 것.

쉽게 말해서 정보를 얻을 구석이 없었다. 당장 길거리에는 걷고 있는 사람이 아예 보이지도 않았고 말이다.

밤에 잠을 자기 위해서 존재하는 구역에서 밤에 소란을 피우는 것은 민폐가 아닌가? 그러니 자연스럽게 이쪽 거리가 거주구역이라면 밤이 된다면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것도 이상할 것은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어두운 밤에, 그것도 인적이 드문 상황에서 말을 걸면 오해를 사기 딱 좋으니깐 말이야.’

그러니 일단은 밤이라고 해도 사람이 어느 정도 있는 거리로 나가거나 혹은 사람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하고자 하는 공선자.

……그러나 이내 움직이려던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까 어디로 가야 하지? 아니, 애초에 나는 이 도시의 구조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잖아?’

그야 공선자의 체감 시간상으로 그는 이 도시에 도착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있는 도시에 대해서 알고 스스로 왔다기보다는 거의 납치를 당했다시피 끌려온 상황.

그런데 그렇게 끌려온 도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면 그쪽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그러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원래의 계획은 모험가 길드인가로 가는 거였지만…….’

과연 이 완전히 어두워진 이 상황에서 모험가 길드가 운영을 하고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확실하게 사람들이 몰려 있을 만한 장소로 이동하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해가 완전히 진 밤에 확실하게 운영하고 있는 가게들치고 제대로 된 가게들이 없다는 건데…….’

그렇게 생각하며 공선자의 시선이 한쪽 길가로 향했다. 현재 그가 있는 거리에서 상당히 걸어가야지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먼 장소.

그 먼 장소는 그가 있는 거주 구역과는 비교도 하기 힘들 정도로 찬란한 불빛이 가득 번쩍이고 있었다.

당장 간신히 시야에 보일 정도로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보고 느낄 수 있는 불빛들.

거리가 있어서 그렇게까지 밝게 느껴지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그 숫자였다. 거주 구역의 불빛하고는 비교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많은 수의 불빛들.

그리고 이런 밤에 저렇게 불빛이 가득한 거리는 보통 몇 가지의 경우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도 환락가 같은 계열에 해당하는 거리겠지. 내가 이 도시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도저히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말이야.’

환락가, 요컨대 뭐, 성인들이 밤놀이를 하기 위해서 찾아가는 그렇고 그런 거리라는 이야기였다.

공선자에게 있어서 환락가와 같은 거리는 익숙했다. 그가 전생의 일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

오히려 전생에서는 공선자의 존재 자체가 환락가보다 더했으면 더 했지 결코 못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비슷하게 어두운 쪽의 영역에 속하는 환락가에 익숙함을 느끼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공선자는 당장 환락가에 가는 것은 위험한 짓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있었다.

‘어중이떠중이들한테 당할 일은 없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이쪽 세계의 어중이떠중이들에 대한 기준을 모르니깐 말이지. 제대로 된 정보를 얻어서 기준을 세우기 전까지는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해.’

환락가라면 이런 한밤중이라고 해도 분명히 사람들이 몰려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한밤중이기에 사람들이 몰려 있을 터.

그렇다면 공선자 자신이 원하는 정보도 얻을 수 있을지 몰랐지만 환락가는 위험한 장소였다.

특히 공선자의 전생보다 문명이 떨어져 보이는 이쪽 세계, 심지어 마법과 같은 이능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세계인만큼 더더욱 위험할 터.

때문에 공선자는 저 멀리 보이는 불빛을 목적지로 삼아 걸어갈 수 없었다. 전생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세계의 환락가로 갔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공선자도 장담할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밤중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장소는 환락가 정도뿐일 텐데. 그 외에도 있을 수 있지만 내가 알지 못하니 소용이 없고.’

사실 시선을 돌려보면 여기저기서 환락가 수준의 불빛이 수가 보이는 장소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쪽을 향해 무작정을 걸어가자니 너무 아무런 계획 없이 움직이는 것 같았고 말이다.

‘거기에 사실 어느 불빛이 환락가인 건지 구별도 안 되고 말이야.’

말했다시피 환락가로 추정되는 불빛의 숫자가 한두 개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전부 환락가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외의 목적을 지닌 구역일 수도 있었다.

‘……어쩌지?’

솔직히 말해서 공선자는 일단 나오기는 했는데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든 상황이었다.

……일단 위험을 무릅쓰고 환락가로 가서 정보를 모아볼까 하는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지만 전생이라면 몰라도 마법이라는 미지가 존재하는 이쪽 세계에서는 메리트보다 리스트가 너무 컸다.

그렇다고 눈에 들어오는 불빛의 수가 많은 구역에 죄다 가보기에는 효율적이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이런 한밤중이라면 환락가가 아니라고 해도 너무 나 돌아다니면 각종 트러블에 휘말리기 쉬웠고 말이다.

그러니 깔끔하게 자신이 얻고자 하는, 이쪽 세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소로만 이동하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있는 이 도시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세계에 대한 정보도 없는데 도시에 대한 정보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 공선자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역시 일단은 원래의 계획대로 모험가 길드에 한 번 가보자. 영업을 하고 있지 않을 확률이 제일 높았지만 당장으로서는 내가 원하는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가서 확인해본 결과 예상대로 닫혀있다면 그때 가서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해도 늦지는 않을 터.

‘거기에 가는 길에 보이는 밤중의 거리의 상태도 확인해보면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

밤중에 죄다 영업을 중지한 가계나 불을 끄고 잠을 자는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살펴본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런 정보도 못 얻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히 이쪽 세계에 대한 정보는 몰라도 이쪽 도시에 대한 정보 정도는 얻을 수 있을 터.

‘도시의 이름이 소나타……, 라고 했나? 거기에 던전 도시니 뭐니 했던 것 같은데……. 던전이라고 한다면 그 게임 속에서 나오는 그런 던전을 이야기하는 거겠지?’

당장 자신이 기절에 가깝게 잠이 들기 전에 얻었던 정보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그에 대한 여러 추론을 시작하며 공선자가 걷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머물던 숙소와 모험가 길드까지의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으니 얼마 가지 않아 도착할 터. 길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여관으로 오던 길이 워낙 피곤해서 정신이 없는 상태였기에 기억이 드문드문 한 상태라고 해도.

또 길도 잘 기억이 안 나는 상황에서 당장 아침이 아닌 밤이기에 사물이 잘 보이지 않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여관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던 길인만큼 모험가 길드까지 찾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공선자 자신의 경험도 있었고 말이다. 잘 기억나지 않고 파편으로서 존재하는 기억을 더듬으며 한밤중에 길을 찾는 것은 공선자에게는 매우 익숙한 일이었다.

‘복수 계획을 개시한 뒤 도시를 돌아다닐 때는 늘 이런 기분이었으니깐 말이야. 한계까지 몰린 신체로 인한 피로도 때문에 사고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활로를 찾겠다고 꾸역꾸역 버텼으니…….’

그런 이유로 공선자는 어렵지 않게 모험가 길드가 존재하는 구역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길거리를 살펴보던 공선자는 몇 가지 정보를 더 수집할 수 있었고 말이다.

‘오전에는 정신이 없어서 얻을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까 상당히 정돈된 도시야. 거기에…….’

아침에는 아침에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밤에는 밤에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존재하지 마련이었다.

그처럼 아침과 밤의 차이점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던 공선자는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에 슬쩍 큰 길이 아닌 골목길을 살펴보는 것이었다.

“……쪽에서 양아치 녀석들이 패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양인데?”

“뭐? 그럼 우리가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그쪽 야간 순찰은 우리 관할이 아니잖아? 이미 그쪽 관할 녀석들이 출동했다는 모양이니까 굳이 우리까지 출동할 필요는 없겠지. ……운이 나쁘면 출동 명령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말이야.”

“그 운이 나쁘다는 거, 양아치들 사이에 마법사나 유저급이 섞여 있어서 전력이 부족한 경우를 이야기하는 거지? 아니, 그런 녀석들이 있으면 우리들이 가나마나 아니야?”

“우리도 훈련을 받은 만큼 유저급이라면 유저급 아니냐? 익스퍼트 정도가 아니면 우리도 충분히 전력이 될걸?”

“야, 제대로 된 유저는 적어도 마나를 느끼고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거야. 그냥 훈련만 받은 우리들은 아무리 잘 쳐주어도 유저 초급이거든? 솔직히 유저 초급이 유저냐? 그냥 일반인도 분류로 치자면 유저 초급인데.”

“에이, 일반인이 어떻게 유저로 구분되냐? 그래도 던전 도시의 치안수호대 아니냐, 우리가? 굳이 구분한다면 우리도 영주님의 사병인 군인이고 거기에 걸맞은 훈련을 받았는데 유저 정도로는 쳐줘야지.”

“진짜 유저급은 치안수호대로 이렇게 야간순찰로 굴러지는 일 없이 그냥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서 훈련만 하면 되거든요? ……야, 그것보다 저거 신호탄 아니냐?”

“아, 진짜네……. 제길, 말이 씨가 된다고 진짜 지원요청 신호잖아? 야, 이거 우리 x된 거 아니냐? 농담으로 한 말인데 리얼 익스퍼트 수준의 마법사나 무술가가 존재하면 우린 그냥 고기 방패라고!”

“……그래도 뭐 어쩌냐? 까라면 까야지. 잔말 말고 가자. 설마 진짜로 익스퍼트가 있겠어? 그 정도 실력이면 그냥 기사나 하지. 해봤자 질 나쁜 모험가들 몇몇이 연관된 거겠지. 가자.”

……인기척이 느껴진 장소를 몰래 숨어 유심히 관찰하던 공선자는 아마도 전등으로 보이는 것을 들고 골목길을 순찰 중이던 이들로 추정되는 자들이 그대로 황급히 사라지자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저게 신호탄인가……. 그렇게 눈이 부시지는 않지만 하늘을 올려다보면 확실하게 어둠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형태. 그렇게 심하게 소리가 나는 계열이 아닌 걸 보면 미리 자주 하늘을 확인하라고 전달을 받았던 것 같은데…….’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이 도시는 상당히 치안이 괜찮은 것 같았다. 자신이 알기로 이런 중세, 아무리 잘 쳐줘도 마법 덕분에 간신히 근대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기점의 문명에서 치안이 좋은 것이 매우 힘든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 도시가 특이한 건지, 아니면 이쪽 세계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치안이 잘 잡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마도 공선자는 전자라고 예상했다. 이유는 크게 없었다. 공선자가 살던 지구조차도 현대 문명이 발전했지만 치안이 잘 잡혀 있는 나라는 일부 나라들에 해당했고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이 치안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공선자의 빌어먹을 고향인 한국이 특이할 정도로 치안이 잘 잡혀 있던 것. 그리고 공선자가 활동하던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치안이 잘 안 잡혀 있는 쪽이 그에게는 익숙하다고 할 수 있는 것.

그런 만큼 아무리 자신이 살던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던 마법과 같은 요소가 존재한다고 해도 모든 나라의 치안이 좋다고 생각하기는 힘든 것.

‘……일단은 조심해서 움직일까. 야간 순찰 중인 사람들하고 마주쳐서 그렇게 좋을 건 없어 보이니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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